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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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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28 20:21:19, 조회:3,084, 추천: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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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가족과 동성애 탄압
기고: 성공회대 실천학회 사람세상
출산율저하는 동성애 탓이다?
동유럽의 한 국가인 라트비아의 최대 보수정당인 신시대당은 2005년 7월 라트비아 역사상 최초의 동성애자 거리축제가 무산된 이후 “위험일로를 겪고 있는 라트비아의 가족 제도를 보호하기 위해 동성애자들의 결혼불가 조항을 헌법상에 제시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출산율 저하 등 줄어드는 인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는 ‘가족유지’의 명분을 내 걸은 이 법안은 같은 해 12월 14일 라트비아 의회에서 65%로 가결되었고, 일주일 뒤 대통령의 인가를 받아 발효되었다. 이로써 라트비아는 폴란드에 뒤이어 유럽연합에서 동성결혼이 헌법상 금지된 두 번째 나라가 된 셈이다. 이는 민법상으로 존재하는 동성 간 결혼 금지 사항을 법을 통해 확고히 한 것이다. 또한 오래 전부터 있어온 동성애혐오와 억압을 구체적이고 분명한 태도로 보여준 것이다. 비록 그 법안에서는 ‘동성애자들의 결혼은 위법’이라고 규정한 것이 아니라 ‘결혼이라는 것은 남자와 여자의 결합’이라는 정의를 내렸다고는 하나, 의미에는 별 차이가 없다.이처럼 동성애자들 때문에 출산율이 줄어든다는 주장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동성애자에 대한 탄압은 법, 제도적 분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에이즈는 동성애자에 의해 전염된다.’는 인식은 사람들로 하여금 동성애자를 ‘전염병환자’로 보는 보게 한다. 이를 통해 이성애자만이 ‘정상인’인 것처럼 사고하게 되고, 동성애자는 이 사회의 악으로 보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동성애탄압, 에이즈전염병자
“동성애, 불결한 성교, 난교는 에이즈와 아메바증 같은 성 감염 등을 걷잡을 수 없이 전파시키는 가장 분명한 통로이다. 혐오감과 기피의 대상으로 표면에 드러나지 않은 채 은밀한 확산을 거듭해 이제 국내의 동성연애자는 전체 남성의 10%, 여성의 3%선에 이를 것이라는 놀라운 추산이 나온다. 이를 개인의 문제로 방치한다면 우리도 에이즈 감염의 폭발 현상을 겪게 될 것이다.” (한국일보 1994,8,13)
국내에서 2명의 여성동성애자(레즈비언)가 동성애 관계로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에 걸렸다는 연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에이즈 감염인 5명 가운데 1명꼴로 동성애를 자주 하고 있으며 콘돔을 전혀 사용하지 않거나 때때로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져, 이들 감염인에 대한 철저한 교육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 감염인들은 51.6%가 성생활을 하지 않으며, 24.0%는 배우자 또는 애인과 고정된 성생활을 한다고 밝혔으나, 22.1%는 다양한 동성과 잦은 성생활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여성 감염인 3명은 많은 여성과 자주 동성애 관계를 맺고 있다고 밝혀 여성동성애 관계를 통한 에이즈 전파가 우려되고 있다. (한겨레신문 2004,1,7)
이와 같은 기사들을 통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동성애와 에이즈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동성애와 에이즈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에이즈는 동성애자, 이성애자 구별 없이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이다. 에이즈 바이러스를 보유한 사람의 혈액, 질분비액, 정액등의 체액들이 비 감여자의 상처를 통해 비감염자에게 접촉했을 때 걸리는 것이다.
왜 이토록 동성애자들을 탄압하는가?
1950년대 미국정부는 적극적인 가족부양정책을 펼쳤다. 그로 인해 혼인연령과 독신율은 급격히 낮아졌고, 출산율은 상승했다. 어떠한 것이 그러한 결과를 낳을 수 있었는가? 미국에서는 1920년대에 테일러리즘과 포디즘이 확립됨으로써 가족임금의 확대를 통한 남성생계부양자와 여성소비자 모델이 확립되었다. 이러한 물질적 기반을 바탕으로 남성생계부양자와 여성소비자 모델의 형태를 가진 가족은 ‘정상가족’이 되었다. 그로 인해 그들만의 기준으로 독신자들과 동성애자들은 ‘정상’이 아닌, ‘비정상’ 사람들로 취급되었다. 심지어 여학교에 다니는 사람들은 사회에 불만이 많기 때문에 ‘빨갱이’라는 이야기까지 나돌았다. 재생산기능을 담당하지 못하는 ‘비정상가족’은 이 사회에서 필요 없는 존재라는 것이다.
남한에서는 이승만정부 시절 출산장려정책을 펼쳤다. 이유는 인구가 많아야 북진통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 뒤 박정희정부는 가족계획정책을 펼쳤다. 산업화하기에는 인구가 너무 많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노무현정부는 출산율 저하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한다. 왜 이토록 출산율에 집착하는 것일까? 그것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가족’은 체제를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려면 노동력 재생산은 필수적이다. 노동자에게 주는 임금도 재생산 비용이다. 현재의 노동자가 늙거나 다쳐서 노동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자본가들은 노동할 수 있는 또 다른 사람을 원한다. 이것은 아이를 낳음으로써 성사될 수 있다. 그런데 동성애자들은 아이를 낳을 수 없기 때문에 ‘정상가족’을 해체시킨다며 탄압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출산율저하는 단순히 ‘아이를 낳지 못하는 사람들’ 때문에 발생하는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 최근 출산율 저하가 남한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아래의 표를 보면 전국가구 평균소득 기준이 적을수록 출산을 중단한 이유로 ‘소득고용 불안정’을 꼽고 있다. 양육에 대한 경제적인 부담감이 크게 작용하는 것이다. 여성은 사회에 진출하더라도 비정규직으로 취업할 수밖에 없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임금, 승진, 정년 차별 등을 받고 있다.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을 수 없는, 자본의 위기에 따른 비정규직의 확산으로 나타난 저출산의 현실이 어떻게 동성애자들의 문제로 국한될 수 있는가?
출산율 저하로 인한 노동력 공급의 감소라는 자본의 우려 뒤에는 실업(특히 청년실업)이라는 정반대되는 현상이 공존하고 있다. 이러한 모순적 현상은 출산율 저하에도 불구하고 노동력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다만 자본은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착취하고 언제든지 내다 버릴 수 있는 노동력의 부족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정치신문, 준비10호)
자본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노동력 공급을 원한다. 자신들의 착취의 결과로 나타난 현상의 문제를 숨기기 위해 수많은 이데올로기를 퍼트린다. 동성애에 대한 탄압도 마찬가지이다. 맑스주의자는 자본주의체제에서 탄압받고 억압받는 모든 부분의 운동을 지지하며 노동자계급중심성으로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 동성애의 문제 역시 마찬가지이다. 성적소수자라는 이유로 탄압받는 근본적인 이유를 폭로하고, 함께 해야한다! 자본주의체제의 탄압과 억압이 모두 없어지는 날까지 힘차게 투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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