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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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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30 22:22:16, 조회:3,106, 추천: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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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불사른 비정규직 앞에 부끄럽지 않은가?
- 기아차 정규직노조의 신규채용 합의와 식물노조로 전락한 비정규직노조
박점규
비정규직없는 세상만들기 집행위원/변혁모임 집행위원
4월 16일 오후, 7년 동안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카렌스와 소울을 만들던 김학종 조직부장이 자신의 몸에 시너를 끼얹고 불을 질렀다. 43년 전 전태일 열사가 온 몸에 기름을 끼얹고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쳤던 것처럼 그는 자신의 몸이 타들어가는 고통 속에서도 “비정규직 철폐하라”고 외쳤다. 그는 불이 꺼진 후에도, 응급실로 실려 간 후에도 “자식에게 비정규직을 물려줄 수 없다”고 소리쳤고, ‘비정규직 철폐 연대가’를 불렀으며 동료에게 꼭 이 싸움을 승리로 이끌어달라고 당부했다.
기아자동차는 2009년 당기순이익이 1조4503억 원에서 2012년 3조8647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고, 광주공장은 62만대 증산으로 300여 명의 신규인력이 필요했다.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10년 동안 정규직 노동자의 절반도 안 되는 임금과 인간적인 모멸감을 견디며 기아차를 성장시켰다. 그러나 기아차 자본은 ‘신규채용’을 거부하고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고립시키기 위해 광주공장에서 신규채용을 강행했다. 고용지옥 시대에 자식을 정규직으로 입사시키고 싶어 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을 이용했다.
4월 12일 기아차지부와 회사는 ‘신규 채용 시 정년퇴직자 및 25년 이상 장기근속자의 직계자녀 1인에 한해 채용규정상 적합한 경우 우선 채용함을 원칙으로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적용한다’며 △서류전형우대 25% 할당 △면접적용우대 5% 가점부여 △총동점자 우선채용을 합의했다. 즉, 정규직 조합원의 자녀는 서류심사만 문제가 없으면 신규채용에서 절대적인 혜택을 받는 내용이었다. 몇 년 전 현대로템은 정년이 남아있는 정규직 조합원이 퇴직하는 조건으로 자녀를 입사시켰다. 2011년 현대차는 ‘고용세습’이라는 사회적 비난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투쟁으로 조합원 자녀 우선채용을 진전시키지 못했었다.
기아차 자본이 온갖 사회적 비난을 무릅쓰고 ‘정규직 자녀 우선채용’을 합의한 이유는 명확하다. 자녀 우선채용으로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강화시키고 비정규직과의 연대를 깨뜨려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기아차 정규직노조는 정규직 조합원들의 요구라는 이유로 합의서에 싸인했고, 사내하청 우선채용을 요구하며 두 달 넘게 천막농성을 벌이던 기아차광주 사내하청 분회 김학종 조직부장은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배제되는 신규채용에 분신으로 저항한 것이다.
김학종 동지가 자신을 불사르며 외쳤지만 기아차 정규직노조는 분신 사태를 축소시키기에 급급했다. 김학종 동지가 3도 44%의 화상을 입어 화상중환자실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고통을 견디며 치료를 받고 있는 한강성심병원에 천막을 치고, 쾌유를 비는 촛불집회를 연 것은 정규직노조가 아니라 기아차 화성공장 해고자들과 연대 동지들이었다. 분신 직후에 양재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몽구 회장과 현대기아차 자본을 규탄한 것도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를 비롯한 사회단체들이었다. 4월 22일부터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에서 시작된 노숙농성과 4월 26일 상경투쟁 역시 정규직노조는 구경꾼에 지나지 않았다.
금속노조, 민주노총을 넘어 사회단체 전체로 구성되어야 할 분신대책위는 기아차 공장 안에서 조용히 구성되었고 분신 후 열흘이 지나서야 첫 회의를 열었다. 김학종 동지가 분신으로 요구했던 정규직화는 치료비와 생계비 등 분신 관련 교섭과 정규직화를 위한 특별교섭으로 분리됐고, 기아차 자본은 현대차 특별교섭이 끝나길 기다리며 시간만 질질 끌고 있다. 기아차지부는 비정규직이지만 1사1조직으로 자기 조합원이 몸에 불을 지른 기아차노조 역사상 사상 초유의 분신사태에도 전 공장 차원의 단 한 시간의 작업거부도 조직하지 않았으며, 기아차 본관 항의투쟁조차 하지 않았다. 분신 2주가 지나도록 기아차 광주공장에서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몇 차례 잔업거부 투쟁이 전부였다.
더욱 답답한 것은 기아차 사내하청분회 집행부다. 김학종 동지가 속한 광주공장에서만 몇 차례의 잔업거부가 진행되고, 4월 26일 상경투쟁과 특별교섭 시간에 연월차 및 작업거부가 이뤄졌다. 그러나 조합원 1800명에 이르는 기아차 화성분회와 소하분회는 분신 이후 2주 동안 주1회 1시간 야간잔업거부 외에는 어떠한 파업투쟁도 전개하지 않았다.
지난 4월 24일, 현대차비정규직 3지회가 김학종 동지의 분신에 대한 항의 파업을 두 시간 전개하고 본관항의 투쟁을 전개할 때에도 기아차사내하청분회는 침묵했다.
26일 현대차 비정규직 3지회가 전 조합원 파업투쟁을 전개하며 양재동 본사 앞 항의투쟁을 전개할 때에도 기아차 화성과 소하분회는 파업이 아닌 연월차 사용 후 집회 참가하라는 소극적 지침과 형식적 투쟁으로 소규모의 대오가 양재동 집회에 참가했다.
비정규직노조 간부가 분신을 했는데도 정규직노조의 눈치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기아차 사내하청분회는 자본과 경찰의 탄압, 쏟아지는 빗줄기를 견디며 전개되고 있는 양재동 노숙투쟁에도 ‘강 건너 불구경’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2005~7년 전국을 흔들었던 기아차 비정규직노조는 5년 만에 식물노조로 전락했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과 연대라는 1사1조직은 기아차에서 비정규직노조에 대한 통제와 순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러나 희망은 현장과 연대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기아차 화성공장의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한강성심병원과 양재동 투쟁에 함께 하고 있으며, 본관 항의투쟁을 만들어냈고, 5월 4일 철탑농성 200일 양재동 투쟁을 조직하고 있다. 100여개의 노동사회단체들이 ‘사내하청 대책회의’를 구성해 현대기아차 본사와 한강성심병원의 촛불문화제, 비정규직 연대한마당을 조직하고 있으며, 연대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세 딸아이의 아빠인 김학종 동지가 화염에 휩싸여서도 목 놓아 외쳤던 그 간절한 바람은 신규채용을 막아내고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을 통해 ‘비정규직 없는 공장’을 만드는 것이다.
기아차사내하청분회는 김학종 동지의 희생과 뜻을 이어받아 부끄럽지 않은 투쟁을 해야 한다. 정규직 지부에 대한 눈치 보기와 굴종에서 벗어나 현대차 비정규직 동지들과 함께 신규채용이 아닌 정규직 전환 쟁취 투쟁에 나서야 한다. <노/정/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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