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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노동자정치신문 25호(통합 37호) 목차 / 부르주아 독재와 대선 시기 정치세력들의 전략 비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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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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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30 14:08:31, 조회:3,129, 추천: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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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노동자정치협회(노정협) 홈페이지 : http://lmagit.jinbo.net
TEL : 02-6414-1917 / E-mail : labor04@jinbo.net
노동자정치신문창간25호입니다.
[신년사] 투쟁하는 동지들의 새해 인사 글
[정치폭로] 부르주아 독재와 대선 시기 정치세력들의 전략 비판
[노동 1] 이수호, 조준호, 그리고 이석행!
민주노총의 위기는 심화되고 있다.
[기획연재- 혁명사] 1905년 제1차 러시아 혁명(1)
[쟁점] 현대차 노조 성과급 투쟁의 진실과 과제
[서평] 도스토예프스키 :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실천적 사랑에 대하여' - 현장활동가
[경제] 두 경제학 후려치기
[현장 기고] 자동차 부품사 자본과 노동자- 현장활동가
[노동2] 왜 택시 현장에는 끝없이 열사가 만들어지는가?
부르주아 독재와 대선 시기 정치세력들의 전략 비판
타는 목마름으로 불러본 부르주아 민주주의
70년대를 유신 군사독재의 감옥에서 보내야 했던 김지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끓어오르는 열망을 ‘타는 목마름으로’란 시로 표현했다. 김지하만이 아니라 80년 광주를 기억하는 모든 민주주의 투사들은 감옥에서 짐승과 같은 고문을 당하고, 거리에서 백골단의 폭력에 머리통이 깨지고 직격탄과 곤봉에 맞아 죽임을 당하면서도 이렇게 간절하게 자유와 민주주의를 외쳤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민주주의는 신새벽 뒷골목에서 숨죽여가며 몰래 쓰는 간절한 외침이 아니다.
독재에 맞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외치는 세력들이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 이어서 이 사회의 지배자가 되었다. 2003년 노무현이 청와대의 주인이 되자 이른바 과거의 민주주의 투사들은 뒷골목이 아닌 청와대 내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눈물을 흘려가며 불렀다. 2003년 민주주의 정권은 그렇게 시작했다. 그러나 2007년 임기를 다하는 노무현정권이 보여준 현실은 민주주의가 얼마나 파렴치하고 폭력적인지 깨닫게 되었다. 노무현정권의 민주주의는 철저하게 자본가 계급을 위한 민주주의였다. 이 자본가 계급의 민주주의는 노동자 계급과 근로인민들에게는 철저하게 적대적이고 폭력적이고 위선적인 민주주의다. 이 민주주의를 우리는 부르주아 독재라고 한다.
부르주아 독재 정권인 노무현정권 하에서 2003년 말 2004년 초에 걸쳐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이주노동자들이 분신과 자결로 생을 마쳐야 했다. 오죽하면 이때를 ‘분신정국’이라는 정치공학적 용어로 표현했겠는가? 노무현은 뻔뻔하게도 “죽음을 부추기는 어둠의 세력”이 있다고 열사들의 죽음을 모독했다. 마치 91년 민주주의 투사들이 연이어 분신과 투신으로 죽어갈 때 김지하가 조선일보에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우라”는 고귀한 생명사상을 부르짖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후에도 노동자들의 분신시도와 죽음은 끊이지 않았다. 2005년 현대자동차 류기혁 열사는 비정규직의 열악한 현실과 절망적인 삶을 고발하면서 노조 건물 옥상에서 목을 매달아 자결했다. 심지어 전용덕 열사 등 농민들은 백주대낮에 경찰의 살인폭력에 의해 타살을 당해야 했다. 2006년에는 포스코의 하중근열사가 경찰의 폭력테러에 의해 거리에서 타살을 당했다.
‘죽음을 부추기는 어둠의 세력’은 바로 자본이다. 그것은 바로 노동자에 대한 착취와 억압을 통해 자본의 재생산, 자본주의가 재생산되는 자본관계 그 자체다. 이 자본관계의 재생산은 단순재생산이 아니라 노동자 계급에게는 억압과 착취, 가난과 종속의 증대이고 한 줌도 안되는 자본에게는 엄청난 이윤과 부, 지배력을 강화시키는 모순과 부조리의 확대재생산이다.
민주주의 정권인 노무현정권은 그밖에도 이라크 파병을 통해 제국주의 강도국가인 미국의 가장 충실한 동맹국의 역할을 하고 있고, 한미FTA 등 자본을 위한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농민은 물론 영세상인 등 소부르주아의 파산도 그 어느 때보다 증가하고 있다. 노무현정권이 개혁정권임을 과시하는 국가보안법 개정, 사립학교법 개정 등 4대개혁조차도 제대로 실시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역사적 진보성은 그 역사적 소명을 다하고 반동적인 지배계급의 억압적 힘과 이데올로기로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노자간의 화해와 상생을 외치며 계급화해를 염원하는 소부르주아들은 87년 6.10항쟁 20주년을 맞아 참된 민주주의의 부활을 외치며 민주주의의 억압적, 폭력적, 반동적 성격을 은폐하고 있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서 최장집 교수는 수구보수 세력과 이들에 의해 지배되는 언론 등에 의해 허약한 기반을 가진 민주화 세력들의 개혁욕구가 좌절되어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진정한 민주주의인 공화주의 전통이 살아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겨레신문도 “이제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가야 한다. 어떤 사회구성원도 배제하지 않는 더 많은 민주주의, 질 높은 국민 생활에 기여하고 평화통일을 앞당기는 더 깊은 민주주의, 개인과 집단의 모든 관계에 윤기를 더하는 아름다운 민주주의를 구현해 나가야 한다.”며 새로운 민주대장정이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다. “개혁세력과 진보세력이 상생하는 길로 가는 첫걸음”으로 대화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한사회의 대표적인 소부르주아 신문이자 민주주의의 전통을 잇고 있는 한겨레가 참으로 속물적인 것은 계급갈등과 모순을 대화의 부족, 상호소통과 이해의 부족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한겨레의 소부르주아적 인식과 달리 노무현 정권은 철저하게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는 독점자본의 정부이다. 노무현정권은 취임 초기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남한 독점자본의 이해를 대변해 왔다. 노무현정권의 민주주의는 자본으로 하여금 마음껏 착취를 할 수 있는 자유, 사적소유를 절대로 침해당하지 않을 자유를 의미할 뿐이다.
마르크스주의자는 민주주의가 발전하면 하는 만큼, 그것이 ‘순수’하면 순수한 만큼, 계급투쟁은 그만큼 명백하고 첨예하고, 인정사정없게 되며 자본의 압제와 부르조아의 독재가 그만큼 ‘순수하게’ 드러난다는 것을 항상 말해왔다.(레닌, 부르주아민주주의와 프롤레타리아독재에 관한 테제)
노무현 정권은 과거 군사독재 시절과 달리 순수한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얼마나 계급투쟁을 첨예하게 하고 계급모순을 격화시키는지를 날 것 그대로 보여주었다. 노무현 정권의 민주주의가 가져온 계급적대적 모순의 심화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오히려 제대로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추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당제를 근간으로 한 부르주아 독재 체제의 통치 형태, 소부르주아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왜곡, 새로운 급진적 정치적 전망의 부재 등으로 인해 노무현정권에 대한 대중적인 반발과 적개심은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대한 분노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대신에 노무현정권보다 더 반동적인 한나라당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자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기 위해 자유주의자들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미래구상’ 등을 통해 반수구세력 전선을 통한 진보개혁 세력의 재집권을 모색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로 평화진보개혁 세력들이 헤쳐 모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한 사회 내에서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를 되살리려고 하거나 개혁세력과 진보세력의 통합을 주장하는 것은 명백히 퇴행적이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내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자민통 세력들은 2007년 대선의 정치적 의미를 두고 “민주개혁의 지속이냐, 반동적 파쇼부활인가가 판가름되는 선거이다”(박경순, 한국진보운동연구소, 2007년 정세전망과 반미반전운동의 과제)라고 하여 역사를 되돌리려 하고 있다.
2007년 정세를 주요하게 규정하는 것 중의 하나는 대선정국이다. 이미 부르주아 신문은 대부분의 지면을 대선으로 채우고 있다. 대선은 지배계급 내부의 힘의 역학관계가 변모하고 정치질서가 급변하게 한다. 대선을 전후로 하여 운동진영 내에서도 전략적 목표를 새롭게 내세우거나 변화시킨다.
대선과 각 정치세력의 전략적 목표
민주노동당은 지금 위기의식에 빠져 있다.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은 5%대로 추락해 있고, 이후 총선에서는 고작 3석 정도까지 밖에 얻을 수 없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국민적 지지는 열린우리당의 지지도 하락과 더불어 떨어지고 있다. 진보개혁 세력이라고 언론에서 한 패로 묶어세워서 그렇기도 하지만 민주노동당 스스로 4대 개혁입법 과정 등에서 열린우리당 2중대를 자처하면서 대중적으로 그렇게 비쳐지기도 했다.
민주노동당의 온건한 노선이 그것을 더욱 부채질 했다. 정성희 전 민주노동당 기관지위원장은 “세상을 바꾸는 이론의 발전을 위하여 - 한국사회변혁이론의 혁신과제 -”라는 글에서 현재 남한의 변혁과제를 사회주의 혁명이 아니라 ‘반제민주주의 변혁, 즉 자주적 민주주의 변혁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이 글에서 남북경협에 적극 참여하는 일부 재벌들을 무차별 제거 대상으로 취급해서는 안되고 주적을 재벌이 아닌 외국자본으로 하고 영세 자본을 연대의 대상으로 상정하고 있다. 심지어는 민주노동당이 재벌의 사회적 책임강화를 주장하는 만큼 이와 연동해서 “대기업노조 임금동결 또는 무쟁의선언 등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과감한 실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이론적 노선의 총아라 할 수 있는 기관지 위원장이 한 말을 보면 민주노동당의 소부르주아적 개량주의적 성격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의 공식적인 지지를 받고 출발했고 여전히 그 핵심 기반은 민주노총에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지지기반이 이제는 민주노동당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자본과 정권의 고임금론, 노동귀족론 공세, 각종 부패 등으로 인해 국민여론으로부터 고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의 이러한 위기의식을 반영하여 1월 17일에는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과의 관계 : 동반파산이냐 동반성장이냐’를 주제로 토론이 열렸다. 최규엽 민주노동당 집권전략위원장은 “토론자들이 ‘공동파산’으로 인한 사실상 이혼을 제안할지, 혹은 ‘공동성장’의 전략을 제시할지 지켜봐 달라.”며 이 토론회의 성격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 토론회가 민주노동당의 위기를 실제로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가 될 수는 없다. 민주노동당으로서는 민주노총을 버리자니 핵심적 지지기반이 사라지고 민주노총을 계속 등에 업고 가자니 국민적 지지를 확대할 수 없을 것 같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이러한 입장은 대단히 기회주의적이고 민주노동당이 표에 죽고 사는 의회주의 정당임을 보여준다. 국민적 지지를 확대하기 위해 민주노동당이 대선전략으로 내건 핵심 전략이 소득, 임금 연대전략이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의 소득, 임금 연대전략은 사회적 양보조치로 자본과 정권의 환영을 받고 있지만 민주노동당의 지지기반인 민주노총 내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을 낳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계급적 기반과 국민적 기반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하루 빨리 민주노총과 이혼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민주노총과 이혼하고 세파를 뚫고 혼자 살아 나갈 자신이 없다. 민주노동당은 국민정당으로 나아가기를 열망하나 그렇게 됐을 경우 그나마 지금가지고 있는 지지기반 마저도 잃어버리고 당이 아예 사라져 버릴까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내에서는 국민적 지지를 높이기 위해 대선주자를 하루 빨리 선출하자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이 대선주자를 중심으로 해서 당이 여론의 주목을 받고 지지를 확대할 수 있다는 계산인 것이다. 민주노동당 내에서 대선후보 선출 방식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국민경선제와 달리 민주노동당은 진성당원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당원 중심으로 후보를 선출하자는 의견이 현재는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다함께는 ‘진보진영 단일후보론’을 주장하고 있다. 다함께는 노무현정부의 신자유주의와 친제국주의 정책에 반대하는 광범위한 세력과의 연대를 통해 한나라당에 반대하고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에 환멸을 느낀 대중들을 지지세력으로 끌어당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후보단일화에 참여할 수 있는 진보세력들은 민주노동당 밖의 사회당과 노힘에서부터 참여연대 같은 주요 시민단체 세력들까지 망라하고 있다.
다함께가 어디까지 우경화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대선전략이다. 우선 다함께의 진보진영 단일화론에 독자적인 정치세력화 방침을 확정한 사회당과 노힘이 참여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중도주의 세력인 노힘과 아류 의회주의 세력인 사회당이 여기에 참여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렇다면 그 나머지는 민주노동당 외각의 NGO 등 시민단체 세력들이다. 이 시민단체 세력들은 재벌개혁 등 자본주의 합리화에 앞장서 왔고, 우리사주제를 통한 경영참가를 부르짖으면서 소부르주아적 방향으로 운동을 망쳤다. 이들은 사실상 노무현 정권의 지지기반이 되어 왔다. 이들은 노동운동 진영에 대해서는 합법적 질서를 존중하고 국민적 여론에 따라 합리적 노동운동을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당연히 사회적 교섭과 사회적 합의주의의 열렬한 지지자들이었다. 이들은 노무현정권에 실망하면서도 박원순 같은 시민단체 명망가를 새로운 대선주자로 내세워 또 다시 노동자 계급을 기만하려 하고 있다. 여기에는 기존의 열린우리당 세력들도 뜻을 같이 하고 있다.
제임스 페트라스가 일찍이 폭로한 바 있듯, NGO 같은 시민단체 세력들은 자본주의의 합리화에 기여를 하고, 자본주의에 대한 대중적 분노를 가라앉히는 완충장치 역할을 할뿐이다.
다함께가 진보진영 단일 후보의 전제로 나건 신자유주의 반대라는 슬로건도 그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신자유주의 반대는 위에서 언급한 시민단체도 사용하고 있고, 열린우리당의 김근태조차도 자신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노무현 스스로도 신자유주의 정책을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고 좌파신자유주의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다. 신자유주의 반대는 신자유주의 정책이 아닌 케인주주의 같은 다른 정책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될 때 개량주의적으로 사용될 뿐이다.
카우츠키는 자본주의가 제국주의가 아닌 다른 정책을 취할 수 있다고 보아서 자본주의를 철저하게 반대하지 못하고 기회주의로 기울여 갔다. 자본은 노동자의 임금인상과 복지향상으로 소비를 진작시켜 과잉생산 위기를 조금이라도 극복해볼 수 있는 다른 정책을 취할 수가 없다. 신자유주의는 자본주의의 이윤율의 하락과 장기간의 불황에 빠지자 자본이 위기를 극복해내기 위해 사용하는 자본가 국가의 정책이다. 만약 자본이 신자유주의가 아닌 노동자의 삶을 조금이라도 진작시키는 우호적인 정책을 사용한다면 자본은 이윤이 하락하고 자본간의 치열한 경쟁에서 도태될 뿐이다.
다함께는 진보진영 전체가 모여서 치르는 대선후보 선출이라는 의회주의적 절차로 대중들이 자신들을 지지할 수 있다고 볼 정도로 철저하게 의회주의에 찌들어 있다. 다함께는 사회주의는 노동자들의 아래로부터의 직접행동이라고 좌우명처럼 외우면서도 대중들이 대선주자를 통해서 정치적으로 각성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나라당을 반대하고 열린우리당을 혐오하는 대중들이 진보진영 후보를 지지한다면 그것은 대중이 급진화 되었다는 증거가 된다. 그런데 대중들의 의식은 단순히 자신들이 지지하는 대선주자가 선출된다고 해서 자동으로 바뀌지 않는다. 대중들은 자본주의에 대한 철저한 혐오와 사회주의적 전망이 자신들의 미래를 더 나아지게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 그리고 대중들에게 정치적 신뢰를 심어줄 수 있는 정치세력이 있을 때 급진적 행동에 나설 수 있다.
경제적 양극화는 정치적 양극화의 토양을 제공한다. 대중들이 기존의 자본주의 정치세력이 아닌 급진적인 정치세력을 자신들의 정치적 대안으로 간주하고 직접적인 반자본주의 투쟁으로 나설 때 비로소 대중들의 정치적 각성과 더불어 자본주의의 무덤을 팔 새로운 정치세력들이 등장할 수 있다. 그런데 대중들을 조직하는 정치구심이 시민단체와 의회주의 진보정당 세력들일진데 그들을 중심으로 어찌 대중들이 결집할 수 있겠는가?
다함께는 진보진영 단일 후보론이라는 이름으로 민주노동당을 오른 쪽으로 끌어가는 우경화의 한 축이 되고 있다.
다함께와 함께 민주노동당 내 의견그룹으로 자처하고 있는 노동해방실천연대(준) 역시도 대선정국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려고 하고 있다. 해방연대는 “우리는 2007년 실천과 이후 실천 모두를 사회주의노동운동강화와 사회주의정당건설역량강화라는 관점에서 올바로 타산하고 배치해야 한다.”고 하면서 향후 정기총회에서 사회주의 정당 건설 전략(안)을 심의 의결한다고 하고 있다. 해방연대는 이러한 전략적 목표를 민주노동당 안팎에서 실천해내겠다고 하고 있다.
해방연대는 민주노동당 내부에서 사회주의 실천과 역량결집에 최선을 다한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해방연대는 민주노동당이 타락해서 더 이상 계급정당으로 설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민주노동당 내에서의 활동에 중심이 있다. 해방연대가 민주노동당 내에서 세력을 결집해서 이후 노힘 등과 함께 사회주의 정당을 건설하려고 하는 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민주노동당 내에서의 활동을 중심으로 두고 있는 해방연대가 민주노동당 밖에서 독립적인 세력으로 선다는 것은 오랜 활동의 관성을 깨야 하는 고통의 과정이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해방연대의 국가권력에 대한 태도나 소련 사회에 대한 태도, 당노선 등에서 사회주의적인 정치노선을 발견할 수 없다.
노힘은 총회에서 대선 이후인 2008년도에 계급적 좌파와 더불어 계급정당을 건설한다는 결정을 했다. 그러나 노힘은 여전히 계급정당 건설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했음에도 조직 내적으로 “계급정당 건설을 위한 기획과 경로를 둘러싸고, 활동노선을 둘러싸고, 정치적 입장 차이”가 있음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입장 차이만 있는 게 아니라 “당론(당의 위상, 성격, 역할), 변혁론(정치노선) 등과 관련한 노힘의 입장도 아직은 공식적으로 확인되거나 확정되어 있지 않다.”고 하고 있다. 노힘은 이런 당론과 변혁론은 이후 좌파정치테이블 사업 추진과 맞물려 동시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하고 있다.
노힘의 이러한 당건설 입장은 우리가 비판한 바 있는 ‘과정으로서의 당건설’론이다. 도대체 조직 내적으로 “정치노선과 관련해서 논의 자체가 진행되지 않았”는데 노힘이 건설할 계급정당의 상은 무엇이고, 건설경로와 방식은 무엇인가? 일단 부딪쳐보면 안다는 것인가?
그러나 노힘의 계급정당 건설의 상은 과거 비제도적 투쟁정당에서 구체화된 바 있다. 노힘의 비제도적 투쟁정당은 의회주의도 아니고 전위정당도 아닌 노힘의 중도주의적 성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노힘의 좌파의 무능력에 통탄해하고 무기력한 대중운동을 발전시키기 위해 당건설의 필요성에 절감해서 2008년 당건설이라는 구체적인 시기를 설정했다. 그러나 노힘은 당 건설을 위한 특별 결의문 전문에서 “우리는 21세기 변혁운동에서 당이 차지하는 위상과 역할을 절대화하지 않으며, 20세기 변혁운동에서 당운동이 보여준 문제와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우리는 또한 전체 좌파운동의 강화와 발전이 당 운동이라는 하나의 형식만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고 하고 있다.
물론 우리도 전체 좌파운동의 강화와 발전이 당 운동이라는 하나의 형식만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당운동과 노동조합, 평의회 운동과의 긴밀한 결합 없이는 당 운동이 대중적 토대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 운동 없이 대중운동의 강화와 혁명운동의 강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는다. 당 운동은 그 점에서 우리에게는 우리가 사활을 걸고 만들어 가야 하는 거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다.
노힘은 20세기 변혁운동에서 당운동이 보여준 문제와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노힘이 러시아 혁명에서 볼셰비키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노힘은 지난 여러 가지 글에서 미뤄볼 때 볼셰비키의 관료화가 당독재를 가져오고 이것이 소련사회 패망의 핵심적인 원인을 가져다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볼셰비키의 민주주의적 중앙집중제 조직원리와 혁명적 사상이 무너진 자리에 관료주의가 등장했다고 보지, 볼셰비키당이 소련 몰락의 원인을 제공했다고는 결코 보지 않는다.
볼셰비키당에 대한 태도 여하에 따라 계급정당의 건설경로와 방식, 상, 노선은 혁명주의와 기회주의로 나눠진다. 오늘날 자율주의나 무정부주의, 포스트주의 등 각종 기회주의 사상들이 볼셰비키 노선에 적대적임을 우리는 익히 알 수 있다. 노힘이 사회부문주의 세력들을 당건설의 연대세력으로 염두에 둔 것도 노힘의 당건설이 다양한 조류와의 잡탕 정당을 지향하고 있음을 알게 한다.
노힘이 당건설의 주요한 토대로 보고 있는 전국활동가조직의 상은 대체 무엇인가? 해방연대는 전국활동가조직 관련해서 민투위의 열사투쟁에 대한 전력만을 끈덕지게 문제 삼고 있지만 활동가조직의 모호한 정치적 위상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활동가 조직은 대중조직인가? 정치조직인가? 아니면 대중적 정치조직인가? 정치적 대중조직인가? 정치조직으로 가기 위한 과도기 조직인가?
노힘은 당건설을 그토록 강조함에도 불구하고 당에 대한 자기확신이 없고 당의 구체적인 노선과 전략적 방향이 모호하다. 노힘이 수년 동안 강령건설 작업을 해왔음에도 아무런 성과가 없었는데 좌파와의 공동테이블을 구성한다고 정치노선이 제대로 마련될 것인가?
노힘은 당건설을 강조하지만 주관적 의도로 당건설에 필요한 주객관적 조건을 앞서나갈 수 없다. 당건설을 위해서는 명확한 정치노선만 아니라 정치적 주체가 있어야 하고 대중적인 신뢰와 지도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우리가 당이다”라고 자임만 한다고 해서 당이 되는 것은 아니다. 노힘은 간신히 과반수를 넘겨서 총회를 열 정도로 조직 내적인 결속력이 떨어져 있고, 이상욱집행부나 민투위 사건, 금속 통합선거 등에서 당건설의 주체인 선진 활동가들 사이에서 권위를 상실하고 있다. 노힘은 여전히 노동조합 상층 장악에 조직의 사활을 걸고 있고, 최근에 모범적인 투쟁을 조직한 사례도 거의 없다. 조직적 권위와 대중적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태에서 돌파구로 제기되는 당건설 계획이 어떻게 성공할 것인가?
관료주의자들은 투쟁 없는 산별 반대라고 외치면 일단 산별 가서 싸우자고 했다. 남한에서 산별은 대중투쟁의 상승하는 기운을 받고 건설될 것이 아니라 후퇴하는 분위기 속에서 퇴행적인 방식과 내용으로 만들어졌다. 노힘의 당건설 계획도 이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노힘이 설사 활동가조직의 성공과 부문주의 좌파들을 끌어들여 당건설을 한다고 해도 과거 노힘의 정치노선과 조직노선, 활동기풍을 청산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당이 아니라 그저 숫자가 늘어난 노힘에 불과한 것이다. 너무 가혹한가? 노힘을 둘러싼 현실이 가혹할 뿐이다.
지금 우리 현실에서 당건설은 노힘이 제기하지 않더라도 절실한 것이지만 조급함과 주관적 의지만으로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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