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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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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2 16:47:48, 조회:6,839, 추천: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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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사유화, 1%의 먹잇감!
- 전국철도노조 조합원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부터 가진 자들의 정부임을 천명하며, 그에 걸맞은 정책을 펴 왔다. 그 중 하나가 공기업 사유화 정책이다. 이명박의 공기업 사유화 정책이라는 ‘괴담-사실임이 밝혀졌지만 그들은 여전히 괴담이라 부른다’-이 떠돌고 광우병 정국 속에서 민중들은 촛불로 맞섰다. 성난 민중들의 촛불에 놀란 정부는 사과와 재협상 등의 여지를 보이며 한발 물러서는가하면, 컨테이너박스를 용접한 명박산성을 쌓고, 물리력을 동원하여 탄압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등장한 것이 ‘공기업 선진화 정책’이었다. 말이 선진화이지 실은 공기업에 강력한 구조조정과 노동조합 탄압을 자행하고 이를 근거로 성적을 매겨서 사유화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이명박은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단장을 자신의 측근으로 세웠다. 인천공항공사의 사유화가 불거지던 시점에서 공항공사의 성적은 하위권인 12위였고, 해외자본이자 호주 맥쿼리 공항(사유화한 시드니공항을 맥쿼리가 인수했다)처럼 사유화하겠다는 소리가 들렸다.
맥쿼리인프라펀드의 감독이사는 이명박과 친분관계로 인해 구설수에 올랐다. 더구나 골드만삭스-맥쿼리 IMM자산운용대표는 이상득의 장남인 이지형이었다. 얽히고설킨 관계는 단지 구설수에 그칠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세계적인 공항으로 각광받던 인천공항공사는 사유화의 위기에 처했다. 국부유출, 각종 의혹의 제기 앞에서 사유화는 더 이상 추진되지 못했다. 수도, 전기, 가스등의 사유화가 전 국민의 저항으로 일찌감치 물 건너가고, 아주 좋은 먹잇감인 인천공항마저도 입맛만 다실 입장이었다.
그러나 사유화 정책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었다. 끝없는 욕심과 집요한 노력 끝에 그들에게 고속철도가 눈에 들어왔다. 2011년 12월 27일 국토해양부는 신년도 업무보고에서 수서-평택 간 고속철도가 건설되면, 민간 사업자를 운영에 참여시키고, 기존 노선과의 연계선에도 민간사업자를 참여시키겠다는 계획을 알렸다. 즉 수서에서 부산, 목포에서 부산 간 고속철도 사업을 사유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사유화 추진을 위해 업무 보고 직전에 국토해양부는 김대중 정부 말기 철도사유화정책을 담당했던 구본환을 철도정책관에 임명하고, 인천공항의 사유화를 추진한 바 있는 김한영이란 인물을 철도 정책관의 상관인 교통정책실장으로 임용했다. 이런 일은 모두 지난해 12월에 일어난 일들이다.
공기업 사유화가 노동자와 민중에게는 요금 폭등, 영국의 철도사유화정책이 파탄 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안전과 관련한 투자-돈벌이를 생각하는 이들에게 안전을 위한 투자와 비용은 낭비일 뿐이다! -부족으로 사고위협, 적자노선의 폐지등 공공서비스 저하, 철도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할 것이 불을 보듯 함에도 왜 이명박 정부는 이 시기에,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허울을 입혀 사유화를 추진하려 하는가? 여기에는 철저히 자본가들(해외자본, 국내독점자본과 금융자본)의 이해관계가 놓여 있고, 여기에 편승하여 개인적인 이득을 보려는 이들이 얽혀있다.
이명박 정부는 누가 뭐래도 자본가들의 정부이고 가진 자들만의 권력이다. 집권초기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말로 자신의 존재기반을 아주 명쾌하게 밝힌 이래 철저히 부자들 편에 서 있었다. 개별자본이 아닌 (해외자본을 포함한) 총자본의 이해 속에서 적절한 투기처와 이윤을 보장해 주는 것 이것이 이 정부의 사명이다. 이 적절한 투자처는 바로 공기업이었다.
여태까지는 국가가 부담해주는 공공서비스에 기대면서, 민중의 눈을 흐려왔다지만 공기업 사유화 정책은 알량한 공공성마저도 언제든지 내칠 수 있고, 자본의 돈벌이로 제공하겠다는 민중과 노동자에 대한 공격이다. 우연한 일이지만, 건설경기, 부동산경기의 침체 등 출구가 안 보이는 공황 속에서 철도사유화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기업들은 건설자본들이고, 건설자본의 뒤편에 서 있는 자들은 신한금융 등 금융자본가들이다. 어디 국내 금융자본만 서 있으랴!
이렇게 해서 그들은 1%의 99%에 대한 공격을 선언했다.(1%와 99%는 월가의 시위대가 투쟁하면서 사용한 말이다. 그런데 출처는 미국의 씨티은행의 비밀보고서였다. 비밀보고서에는 현재의 사회를 1%를 위한 99%의 사회로 진단했다.)
자본의 급속한 개방 이후, 투자유치라는 명목으로 많은 해외자본이 흘러들어 왔다. 외환은행에 대한 론스타의 먹튀가 논란이 되어, 법원에서 조차 불법성을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론스타는 하나금융자본을 끌어 들여 자신의 몫을 확보하려하고 있다. 하나금융자본은 론스타의 동반자이자 마름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앞서 잠깐 언급한 맥쿼리인프라의 경우 국내의 사회간접자본에 엄청난 투자와 각종 혜택을 받고 성업 중이다. 이용료가 비싸다는 경춘고속도로, 우면산터널, 인천공항대교, 버스와의 환승이 불편하고, 비정규직 사용,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유명한 지하철 9호선 등이 해외자본 맥쿼리의 투자처 중 일부이다.
맥쿼리는 아시아에서 거둬들이는 이득 중 40%를 한국에서 가져가고 있다. 이러한 해외투기자본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있는 것은 한미 FTA다. 철도 사유화 추진 역시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미 FTA의 날치기 통과로 인해 해외자본의 투자가 자유롭게 보장되었다. 한미 FTA 부속서Ｉ에 의하면, 2005년 7월1일 이후에 건설된 노선은 국토해양부의 면허를 받은 법인만이 철도운송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되어있다.
문제는 철도운영권을 민간에게 넘길 수 있는 현행 법제도는 FTA가 발효되면 민간개방을 후퇴시키게 바꿀 수 없으며(역진방지-래칫-시스템), 이를 어길 경우 투자자-국가제소권(문제가 된 ISD), 간접피해 보상 등의 여파를 맞게 된다. 세계의 구석구석 이윤처를 찾는 해외자본에게 한국은 특히 돈만 넣으면 바로 수익이 보장되는 고속철만의 철도 사유화는 아주 좋은 먹거리가 될 것이다. 1%끼리의 굳센 연대와 단결이 그들의 이윤을 부풀리고 있는 것이다.
1% 독점자본의 주변에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펼치는 혹은 주장하는 정책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일신의 안위만을 생각하고 제 뱃속만 챙기는 이들에게는 상전인 1%만이 하늘이다. 존경하고 복종해야 할 하늘이다. 자신들의 떡고물이 바로 이들에게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노동자니 민중이니 따위는 애초에 고려대상이 아니다. 이들은 정책실패에 대한 책임을 진다하더라도 안락한 자리를 보장받을 수 있고 거둬들인 돈 중 푼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파렴치한 관료와 곁다리 투자자들이다. 파렴치한이라고 욕을 듣지만, 욕먹는 것은 순간이요, 얻을 수 있는 떡고물은 영원이다.
그들은 나름의 논리도 펼친다. “독점은 용납할 수 없어! 경쟁만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뿐이야”라고..... 철도노선에 민간사업자 한 개를 추가하면 독점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그들! 더 나은 서비스가 요금의 폭등, 안전투자 부족으로 인한 사고증가, 적자노선의 폐쇄, 철도노동자의 고용불안과 비정규직 양산을 가져온 것이 사실인데 그들은 이것이 노동자 민중이 받을 ‘더 나은 서비스’라고 말한다. 그들은 독점자본에게 불하하는 것 자체가 독점을 강화한다는 것을 은폐하며 1% 독점자본에게 엄청난 특혜를 제공하려하고 있다. 그들은 재벌들에게 말한다.
‘철도 사유화 사업 참여 어렵지 않아요! 고속철 선로 건설비용이 많이 든다구요? 우리가 건설비용을 다 부담할 거예요. 그리고 평택에서 이어질 기존 노선은 그냥 쓰면 돼요. 차량기지나 역사, 시설물 등이 필요하다구요? 우리가 지금의 철도를 압박해 그냥 사용하게 해 줄 거예요. 새로 짓는 역사 등은 우리가 지어주니까 그냥 이용하면 돼요. 필요한 전산, 정보망에 돈이 든다구요? 그것도 기존에 개발해 놓은 것 쓰면 돼요. 여러분은 거둬들인 돈의 일부만 아주 작은 일부만, 선로사용료로 우리에게 지급하면 돼요.’
현재 철도는 고속철 건설비용 5조 6천억에, 실패한 인천공항철도 1조 2천억을 떠안았다. 선로 사용료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이 과다 책정되었다. 돈벌이되는 KTX노선은 영업수입의 31%를 내고 있고 이익이 없는 적자노선의 경우 안 내야 하지만 유지보수비용의 70%를 거둬들인다. 법에 근거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비용도 일부만 보전해 줄 뿐이다. 물가 억제 정책에서 비롯되는 원가 보상율은 80%를 밑돈다. 그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사실은 감추고 돈 냄새를 맡고 달려드는 똥파리들에게 특혜를 준다고 한다. 그들에게 사유화는 누가 뭐래도 선이고 가진 자들에게 향한 무한한 존경과 사랑의 표현이다. 특혜가 낳는 것은 비리이며 검고 더러운 돈이 필연적으로 오갈 것이며 이 돈의 원천은 노동자 민중의 피와 땀이라는 사실이 파렴치한들의 사기극에 의해서 은폐될 것이다.
아무튼 철도노동자와 시민, 사회, 정당들의 반발과 선거를 앞둔 딴나라당의 부담 때문인지 몰라도 민간사업자 선정의 일정은 총선 뒤로 미뤄졌다. 면허교부 등 최종적인 일정은 변동이 거의 없는데 단지 민간사업자 선정만 미뤄졌을 뿐이다. 선거를 의식한 연기일 뿐 사유화 일정은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꼼수일 뿐이다. 선거가 눈을 흐리게 만들 수 있다는 교훈을 준 셈이다.
철도사유화의 투쟁주체는 당연히 사유화로 인해 생존권을 위협받을 철도노동자다. 그럼에도 이 싸움은 철도노동자만의 싸움에 국한될 수 없다. 사유화를 통해 이득을 볼 1%에 대한 99%의 싸움이어야 하고 가진 자들만의 정부를 공격하는 싸움이어야 하고 ‘하이에나’에 대한 싸움이어야 한다. 분명히 해야 할 것은 결정권을 가진 것은 선거로 등장할 의원 나리들과 대통령이 아니라 바로 투쟁의 주체가 될 99%라는 점이다.<노/정/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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