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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27호] 중국발, 미국발 세계대공황의 징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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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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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02 17:01:55, 조회:4,951, 추천: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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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미국발 세계대공황의 징조!
2월 27일 중국 주식시장이 대폭락했다. 상하이 종합주가지수는 10년 사이에 1일 하락 폭으로는 최대치인 8.84%가 폭락했다. 중국 주식시장의 폭락은 당일 날 곧바로 뉴욕증시와 멕시코, 브라질 증시를 폭락시키고, 다음 날에는 일본, 홍콩, 아시아증시를 폭락시켰다. 증시 폭락의 여파가 계속 되면서 영국, 프랑스 등 유럽도 이 연쇄적인 주식폭락을 피해가지 못했다.
전 세계적인 주식폭락은 잠시 조정기간을 거치다가 3월 5일에는 일본의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서 해외에 투기하는 앤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청산 움직임이 일면서 다시 주가가 폭락했다. 5일 하루에만 시가총액 20조원 이상이 증발했다. 중국으로부터 초래된 금융불안은 3월 13일에는 미국으로부터 또 다시 터져 나왔다. 이번에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 프라임 모기지)의 부실 여파로 미국 주식이 폭락했다. 짧은 기간 동안에 연거푸 3번에 걸쳐 전 세계적인 주식폭락이 발생했던 것이다.
자본가들은 이것이 전 세계 공황의 시작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떨었다. 자본가들은 주식의 대폭락과 소폭 상승이 반복될 때 마다 호들갑을 떨면서 갖가지 전망을 내놓았고, 심지어는 “전망이 무의미한 상황”이라며 자포자기하는 등 혼란을 겪었다. 누구도 자신 있게 자본주의 경제의 미래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그 동안 ‘괴물’들은 상상의 산물이었지만 이번에는 현실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괴물은 전 세계 경제의 불안 요소를 의미하고 구체적으로 말하면 전 세계 공황을 의미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투기꾼인 워런 버핏은 “앞으로 시장은 갈수록 비정상적이고 심지어 기괴하게 움직일 것”이라는 예측 아닌 예측을 내놓았다.
2월 27일 중국으로부터 터져 나온 전 세계적인 공황의 폭풍은 예고편에 불과한 듯 또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자본주의는 이제 다시 혼란을 뒤로 한 채 정상을 찾은 듯하다. 3차례에 걸쳐 전 세계를 덮친 강력한 금융불안은 전 세계적인 공황을 예고하는 징조였다. 그 징조는 아주 강력했다. 언제, 어디에서 또 다시 강력한 폭발이 발생할 것인가? 우리는 정확하게 이를 예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강력한 징조는 자본주의에 공황이 발생한다면 지금껏 인류가 경험해 보지 못한 파국적인 성격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또한 공황이 수년 내에 거대하게 발생할 것이라는 점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는 불안정성과 혼란의 증가라는 말로 자본주의 경제의 현 상황을 정의할 수 있다. 파국적인 공황은 이제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다. 공황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공황은 단순하게 말하면 자본주의의 경제위기이다. 그러나 공황은 단순히 경제법칙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공황은 자본주의 모순의 증대와 폭발이면서 동시에 자본주의 모순의 폭력적, 파괴적인 해결 과정이기도 하다. 자본은 자본주의의 위기인 공황을 역으로 지렛대로 사용하여 위기를 극복한다. 자본은 노동자 계급을 희생시켜, 공황에서 살아남지 못한 경쟁력 없는 자본의 시체 위에서 다시금 번영을 구가한다. 97년 남한의 공황 이후에 살아남은 소수의 독점자본은 대중의 엄청난 궁핍과 삶의 폐허 속에서 더욱 더 많은 이윤과 부를 챙겼다. 공황은 자본주의 체제가 얼마나 가증스럽고 폭력적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염원을 갖게 한다.
“이런 전반적인 호황기에는 부르조아 사회의 생산력이 일반적으로 부르조아적 관계 내에서 발달할 수 있는 한 최대로 왕성하게 발달하기 때문에 진정한 혁명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 그러한 혁명은 현대적 생산력과 부르조아적 생산 형태라는 두 요인이 서로 모순에 돌입하는 시기에만 가능할 뿐이다 … 새로운 혁명은 새로운 공황의 결과로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새로운 공황이 확실한 것처럼 새로운 혁명도 확실하다.”(맑스, ‘프랑스에서의 계급투쟁’)
공황 없이 혁명은 없다. 자본주의가 항상 안정적으로 발전하고 이 발전의 과실들을 대중들과 공유하면서 유복한 생활을 하게 하는 체제라면 혁명은 있을 수 없다. 유복한 삶을 사는 대중들이 혁명에 참여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혁명을 외친다면 정신 나간 사람 취급받는다. 이런 상황 하에서 혁명가들은 대중혁명이 아니라 소수의 음모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것은 혁명도 아니고 쿠데타에 불과하다.
맑스와 엥겔스는 공황을 혁명의 기회로 여겼다. 맑스와 엥겔스는 자본주의 경제법칙에 대해서 엄격한 과학적 분석을 하고 공황을 기다렸다. 엥겔스는 청년 시절에 쓴 ‘잉글랜드 노동자계급의 처지’에서 당시 영국의 공황을 예측하고 자본주의의 위기가 낳은 사회혁명을 고대했다. 그러나 실제 혁명은 성사되지 못했다. 노년에 쓴 독일어판 서문에서 엥겔스는 “나는 많은 예언, 특히 당시 청춘의 열정이 나에게 불어 넣었던 영국에서의 임박한 사회 혁명에 관한 예언을 본문에서 삭제하려고 생각하지 않았다”라고 쓰고 있다. 비록 자본주의의 위기를 노동자 계급의 주체역량이 부족했기 혁명으로 만들지 못했지만 자본주의의 경제위기는 한층 더 고조되었기 때문이다.
“십년마다 생산 과정은 전반적인 상업 공황에 의하여 폭력적으로 중단되었으며, 이 공황에 이어 오랜 기간의 만성적인 침체가 있은 후 단기간의 번영이 뒤따라 왔으며 이 번영은 또 번번이 열병과 같은 과잉 생산으로 그리고 마침내 새로운 파산으로 끝났다”(같은 글)
엥겔스는 이제 10년마다의 주기적인 경제공황만 아니라 만성적인 공황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현대 자본주의의 위기는 한층 더 깊어져서 장기불황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호황은 짧고 미약하지만 공황은 깊고 심대하다. 그리고 이 호황과 심각한 공황 사이에는 전반적인 장기불황 속에 미약한 호황이 나타난다.
공황은 자본주의의 생산력 발전이 더 이상 자본주의의 생산관계 속에서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함을 보여준다. 자본주의 생산관계의 모순은 무정부성이다. 자본주의는 생산력을 발전시키면서 과잉생산을 불러일으키지만 자본은 이윤을 늘리기 위하여 임금을 가능한 한 적게 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생산의 증대에 비한 대중들의 궁핍과 제한된 소비라는 모순은 더욱 깊어진다. 공황의 이러한 궁극적인 원인은 적대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공황은 계급투쟁의 문제이다.
전 세계 자본주의의 견인차인 중국, 미국에서 터져 나온 금융불안은 징조로 끝났지만 우리는 이 징조가 한 때의 해프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늘날 우리 주변을 맴도는 공황의 어두운 그림자의 원인이 어디에 있고, 어떤 방식(특징)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다가올 공황의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공황의 원인과 현상
공황은 주로 금융위기의 형태로 나타난다. 1929년 세계 대공황과 74년, 97년 세계 공황도 한 국가에서의 주식의 폭락과 다른 국가로의 연쇄적인 파급의 양상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공황의 이러한 형태가 공황의 원인은 아니다. 맑스는 공황기에 나타나는 금 유출 현상을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1) 금 유출은 공황의 단순한 현상이며 원인은 아니라는 점, (2) 이 금 유출이 각국을 엄습하는 순서는 다만 총결산의 시기가 언제 각국에 오게 되는가, 공황의 시기가 언제 오게 되며 그리고 공황의 잠재적 요소들이 각국에서 언제 폭발하게 되는가를 가리켜 줄 뿐이라는 점”(자본론, 3권)
신용의 발달은 자본주의의 재생산을 엄청나게 빠르고 용이하게 했다. 그러나 자본주의 생산이 불안정해질 때 신용은 재생산을 촉진시킨 만큼이나 위기를 촉진시키는 부메랑이 된다. 자본주의의 재생산 과정은 생산과정과 유통과정의 통일이다. 그러나 이 중 생산과정이 1차적이고 본질적이라면 유통과정은 2차적이고 부차적이다. 금융공황이라는 모양으로 나타나는 자본주의의 위기는 근본적으로는 생산의 위기에서 비롯된다. 자본가들도 금융이 불안정해질 때마다 펀더맨틀(기초)은 튼튼하다고 애써 위안을 삼는 것을 보더라도 생산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과잉생산된 생산물이 판매되지 않을 때 유통과정의 교란이 온다. 생산된 생산물이 판매되지 않아 쌓여 있으면 신용의 혼란이 온다. 자본가들은 생산을 하는 데 필요해서 발행한 만기일이 다가온 어음을 지불하지 못하거나 은행 부채를 갚을 길이 없어진다. 그렇게 되면 개인과 은행의 파산이 오게 되고 은행은 추가 대출을 중단하거나 대출자금을 거둬들인다. 이렇게 되면 신용은 더욱 경색되면서 생산은 더욱 더 혼란에 빠진다. 생산과 판매, 신용의 혼란이 뒤섞여 나타나면서 원인과 결과, 현상과 본질이 뒤엉키게 된다.
자본주의 신용관계에 혼란이 오면 주식이나 채권 심지어는 화폐조차도 믿을 것이 못된다. 기업의 수익성을 믿고서 주식을 샀던 투자자들은 기업의 수익성이 하락하면 대거 주식을 매각하게 되면서 주식가격이 폭락하게 된다. 주식, 채권 등은 실질적인 가치를 가지지 못하기 때문에 자본의 위기 시에 오직 믿을 것은 실질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는 금 밖에 없다. 따라서 자본주의 위기 시에 보통 금값은 폭등하게 된다. 위에서 말한 금의 유출은 자본주의 재생산과정이 혼란에 빠져들면서 금 유출 현상이 한 국가에서 다른 국가로 확산되면서 나타나는 전 세계적인 공황의 파급현상을 잘 보여준다. 마치 97년 ‘외환위기’라 일컬어지는 전 세계적인 경제공황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이윤율의 하락과 투기의 증대
보통 주식폭락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기 시작하는 자본주의의 공황은 과잉축적, 과잉생산, 이윤율의 하락이라는 복합적인 요소를 원인으로 발생한다. 자본주의는 경쟁적으로 생산력을 발전시키고 새로운 생산방식을 도입함으로써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노동력의 사용을 감소시킨다. 노동력의 사용에 비해 생산수단의 사용 비중이 높아지면 생산성이 높아지고 과잉생산이 발생한다. 이러한 과잉축적은 이윤율을 경향적으로 하락시킨다. 이윤율의 하락을 만회하기 위해 자본은 더욱 더 많은 생산을 하여 이윤의 양을 늘리려 한다. 결국 과잉축적은 이윤율의 하락을 낳고 이윤율의 하락은 과잉축적을 불러오기도 한다.
자본의 생산 목표는 이윤이다. 이윤이 생기지 않으면 자본은 투자하지 않는다. 자본은 이윤율이 하락하면 생산적인 분야에 자본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비생산적인 부문에 내몰리게 된다.
“이윤율의 저하는 과잉생산과 투기 및 공황을 촉진하며, 과잉인구와 과잉자본의 병존을 야기한다.”
“이윤율이 저하되면 …다른 한편에서는 어떤 종류의 특별이윤(일반적 평균과는 독립적이면서 그것보다는 높은 것)이라도 얻기 위하여 새로운 생산방법, 새로운 투자 및 새로운 모험 등을 앞뒤 가리지 않고 시도하기 때문에 투기와 투기의 일반적 촉진이 나타난다.(맑스, ‘자본론 3권’)
자본은 이윤율을 높이기 위하여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하고, 노동강도를 높이고, 노동시간을 연장하는 착취도를 높이려 한다. 그러나 이윤율이 하락할 때 자본에게 가장 손쉬운 길은 생산적인 자본투자보다 비생산적인 투기를 하는 것이다. 현대자본주의의 과잉자본은 마땅히 수익성이 있는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투기로 내몰리고 있다. ‘카지노 자본주의’라는 말보다 자본주의의 기생적인 현상을 잘 나타내는 말은 없다.
“오래되고 부유한 나라에서는 스스로 자본을 사용하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는 자본의 양이 그 사회의 생산적 자본의 총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새로 정착되고 빈곤한 나라에서보다도 높다. 총인구에 비하여 금리생활자계급의 수가…영국에서는 얼마나 큰가!”(람지, 부의 분배에 관한 일론, 맑스의 ‘자본론 3권’에서 재인용)
이러한 만연한 투기는 개별 투기자에게는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지만 자본주의 체제를 점점 더 비생산적이고 투기적으로 몰아간다. 투기적 자본주의 체제는 생산이 유지되지 않으면 존속할 수 없다. 오직 직접 생산자가 생산한 이윤으로부터 자본주의가 유지,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가치나 수익성에 비해 투기적으로 엄청나게 부풀려진 가격을 거품이라고 한다. 이윤과 가격이 엄청나게 차이가 나면 거품이 터지게 되어있다. 주식은 미래에 발생할 기업의 수익성을 기초로 하여 매매된다. 이윤이 없다면 주식 자체는 종이쪼가리에 지나지 않는다. 1974년의 공황도 이윤율의 하락을 원인으로 해서 투기의 엄청난 증대라는 모습을 띠고 발생했다.
“대부분의 공황은 투자붕괴, 특히 투자 감소로 시작되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따라서 공황이 왜 시작되었는가를 설명하려면 투자붕괴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투자는 이윤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투자 감소의 근본적 이유는 수익성 하락이다 … 그러나 기대가 악화되었다고 해서 곧바로 투자붕괴가 일어나지는 않았다. 기대악화로 인해, 거대한 호황이라는 조건에도 불구하고 투자가 완만하게 하락했으나 결코 붕괴에 이르지는 않았다. 기대 악화로 자본가들이 생산적인 투자보다는 잔꾀를 부려 돈을 벌려고 함에 따라[그 결과 대규모 외환거래와, 주식․ 금․ 땅․ 부동산․ 1차 산품의 가격 상승이 나타났다] 그 직접적인 효과는 오히려 투기의 증대로 나타났다.”(필립 암스트롱 외, ‘1945년 이후의 자본주의’)
80년대 말 90년대 초 일본의 거품형성과 폭락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85년 플라자 합의를 맺고 이로 인해 엔고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자 일본정부는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금융완화 조치를 취하여 금리를 대폭 인하했다. 그러나 시중은행의 막대한 자금은 제조업 투자 같은 생산적인 투자로 연결되지 못하고 주식,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들었다. 생산자본의 이윤율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당시 닛케이지수는 1만 엔에서 3만 9천 엔으로 폭등하고, 주요 대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2배-9배로 뛰었다. 부동산 거품 피라미드의 정점(91년)에 올랐을 때 도쿄 23개구의 땅값이 미국 본토 전체를 사고도 남았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다. 실제로 1989년 미쓰비시 부동산은 록펠러 센터를 2천억 엔에 매수하기도 했다.(오마이뉴스, 일본은 이렇게 10년을 잃어버렸다 - 거품경제)
당시에는 아무도 부동산 가격이 내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가치를 넘어 조성된 거품은 터졌다. 거품이 터지면서 부채를 통해 구입했던 차입자의 대거 파산, 은행의 파산, 기업의 파산이 뒤엉켜서 나타났다. 이러한 투기 붐과 거품경제는 일본 경제의 장기불황을 가져왔다. 중국의 주식폭락에 이어 전 세계적인 주식의 폭락을 낳았던 앤 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일본의 낮은 금리를 이용하여 돈을 빌린 뒤 해외에 투기하는 것이다. 일본이 금리인상 조치를 취하려 하자 세계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면서 금융불안이 나타난 것이다. 현재 일본에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과잉자본은 해외주식, 채권, 단기 금융상품 등에 몰리면서 전 세계를 투기처로 만들고 있다. 일본의 거품과 장기불황을 낳았던 과잉자본은 이제 앤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 거품을 조성하고 있다.
일본 개인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채권 추정액은 30조 엔이고 앤 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40조엔에 육박한다고 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일본 개인투자자들이 해외 자산 투자 선호가 확고해 앤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국제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역시도 투기를 조장하는 것은 마찬가지이고 금융불안이 오면 언제든지 회수되어 세계 경제를 위기로 몰아갈 수 있다. 앤 캐리 트레이드 자금으로부터 투기적으로 얻어진 이익은 대부분 미국 시장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앤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회수되면 투자됐던 국가뿐만 아니라 미국 주식시장도 폭락하게 되면서 전 세계적인 금융불안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중국경제의 고도성장 이면에는 과잉축적과 부채의 증대, 투기 증대라는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상하이 종합주가 지수는 2006년 한해에만 130% 상승하고, 2007년 2월 27일 전까지 13.6% 상승했다고 한다. 청쓰웨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은 “중국 상장 기업 중 약 70%는 이익과 배당 등에서 국제표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주식시장이 버블단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파이낸셜 타임즈 1/31)
이러한 투기적 양상은 몇 나라에 국한되지 않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자본의 소유가 자본의 생산적 투자와 분리되는 것, 화폐자본이 산업자본 또는 생산적 자본과 분리되는 것, 화폐자본으로부터 나오는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생활하는 금리생활자가 기업가 및 기타 자본경영에 직접적으로 관계되는 사람들과 분리되는 것, 이것들은 자본주의의 일반적 특성이다”(레닌, ‘제국주의론’)
발전한 자본주의 국가일수록 이러한 투기적이고 기생적인 경향은 더 깊어지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자본주의 경제의 연관이 깊어지면서 한 나라의 모순이 연이어 전 세계의 모순으로 번져가게 만들고 있다. 이로 인해 한 국가 내에서 자본주의 위기를 벗어나려는 재정, 금융 등의 정책수단들은 점점 더 무력화되고 있다.
전 세계적 연관의 증대와 모순의 확산
97년 경제공황은 중국과 미국을 비켜갔다. 당시만 하더라도 중국의 자본주의 경제로의 편입은 지금 보다 상대적으로 낮았고, 중국의 자본주의 모순은 지금처럼 깊지 않았다. 중국은 2001년에 공식적으로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다. 여전히 중국 증시가 세계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2.22%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중국의 주식폭락은 강력하게 전 세계를 진동시켰다.
현재 중국은 세계4대 무역국이다. 중국의 자본투자는 세계 전체의 25%에 달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 되었다. 중국이 자본주의화 되면서 전 세계 자본은 중국이 가진 엄청난 시장이 자본주의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실제 중국은 10년 동안 10%의 성장을 거듭하면서 전 세계 자본주의에 새로운 시장이자 투자처가 되었다. 일본은 거대한 중국시장에 진출하면서 10년간의 장기불황의 탈출구로 삼았다. 일본만이 아니라 전 세계 자본은 중국으로 몰려들었다. 그 결과 세계의 공장인 중국은 과잉축적, 과잉생산 위기에 빠지게 되었다. 세계 자본주의의 공장인 중국은 전 세계 자본주의를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 중국이 기침을 하면 전 세계가 몸살이 걸린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번 중국발 주식폭락은 이 말이 거짓말이 아님을 보여줬다.
중국 정부도 과잉축적과 과잉생산 위기가 깊어지고 있음을 잘 인식하고 있다. 중국은 겉보기에는 고도성장을 하고 있지만 중국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이 4천8백억 달러로 우리 돈으로 5백76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의 재정 적자는 2003년에 사상 최대인 373억 달러(국내총생산의 약 3%)에 달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이로 인해 긴축재정과 금리인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 중국발 주가폭락도 중국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에 따라서 나타났다. 중국정부와 전 세계자본주의 국가들은 중국이 과잉생산 위기의 충격을 완화시켜서 연착륙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연착륙은 의지의 문제도 아니고 정책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중국 경제가 과잉축적, 과잉생산의 위기에 빠져 있다는 수많은 경고와 이를 보여주는 명백한 수치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대한 자본투자와 각종 투기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미국은 74년의 세계 공황 이후에 레이건 정권에서 시작된 10여 년 동안의 경쟁력 없는 자본의 퇴출과 낡은 잉여설비의 폐기, 정리해고, 실질임금 동결 등 노동자 계급에 대한 엄청난 공격을 통해 일정 정도 이윤율을 회복했다. 이를 바탕으로 클린턴 정부 하에서 이른바 신경제라고 하는 호황을 구가했다. 이러한 미국의 호황과 소비 시장은 전 세계가 97년 경제공황에서 회복되는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 그러나 미국의 호황은 실물경제에 바탕을 두지 않았다. 미국은 또 다시 2000년 들어서면서 이윤율이 급격하게 하락했다. 그러나 신경제에 현혹된 미국경제는 주식과 부동산 투기에 빠져들었다.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급격하게 올라가면서 개인들도 부채를 통해 주식과 부동산을 사들였다. 미국의 소비증대는 부채를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미국의 재정적자와 부채는 엄청나게 늘어났다.
미국에서 수입이 저하된 개인들은 주택융자를 통해 주택을 구입하고 이를 통해 비우량 주택담보 대출이 급격하게 확산됐다. 모건 스탠리, 골드만 삭스 같은 대형 금융자본은 채권 매입 형태로 모기지 업체의 자금을 지원했다. 그러나 주택담보 대출 빚을 갚기 어렵게 되자 미국의 대형 모기지 업체의 파산이 늘어나고 있고 여기에 자금을 지원한 대형 금융자본도 덩달아 위기에 빠지고 있다. 이번 비우량 주택 담보 대출 위기로 8천만 미국 주택 보유자 중 150만 명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고 집을 압류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융불안이 오면서 개인파산과 금융파산이 동시에 발생하고 이로 인해 파산하는 기업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성장률도 둔화되고 있다. 전 미국 연방준비은행 의장인 그린스펀은 올해 하반기에 미국 경제의 침체가 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현재 일본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3대 증권시장 54%는 외국인이 소유하고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1995년에 기타 세계가 보유한 미국 자산 총액은 3조 4,000억 달러, 즉 미국 GDP의 46%였던 반면, 2000년 전반기에 기타 세계가 보유한 미국 자산 총액은 6조 7000억 달러, 즉 미국 GDP의 78%로 증가했다.”(로버트 브레너, 붐 앤 버블)
또 이중 직접 투자액은 1조 2천억 달러인 반면에 3조 4천억 달러가 미국 재무부 채권, 회사채, 주식 등 비생산적인 투기적 자본이다. 이러한 수치는 신식민지론자들이 주장하는 종속경제라는 허구적 주장보다는 전 세계적 차원에서의 자본의 긴밀한 연관을 잘 보여준다. 앞으로 전 세계 자본주의에 닥칠 엄청난 위기는 전 세계 자본주의의 버팀목인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비롯되거나 다른 나라의 위기가 미국과 중국에 확산되면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앤 캐리 트레이드라는 일본의 엄청난 과잉자본, 미국과 중국이라는 세계 경제의 버팀목이 무너진다면 세계 자본주의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에 빠지게 될 것이다.
공황에 대비하자!
자본가들은 전 세계적인 과거의 공황과 다가올 공황을 막기 위하여 몸부림치고 있다. 그러나 자본은 공황의 원인이 지도력의 부재, 심리의 문제라는 등 잠꼬대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개량주의자들 중에는 전 세계적인 투기자본의 만연을 막아보고자 토빈세(국경을 넘나드는 투기자본에 막대한 세금을 부과하여 투기자본을 규제하자고 주장한 제임스 토빈의 이름을 딴 세금)를 통해 자본을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과잉축적과 이윤율 하락이라는 자본주의 모순이 해결되지 못하는 한 미쳐 날뛰는 자본주의의 투기적 경향을 결코 막아낼 수 없다.
민주노동당은 이러한 경제위기 앞에서 성장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개량주의 정당답게 성장전략으로 자본주의를 위기에서 구출하려 하고 있다. 이 성장전략에는 노동자 계급의 양보가 주되게 포함되어 있다. 소득연대 임금 전략도 민주노동당이 자본주의의 양극화의 위기를 극복하는 대책의 하나로 제출한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자본의 위기를 노동자에 대한 공격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자본주의에 대항하여 착취질서를 철폐하는 투쟁으로 나아가려 하는 게 아니라 자본가 정당보다 더 자본주의의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지지를 얻으려고 하고 있다. 자본주의를 살리는데 능력을 발휘하는 개량주의 정당이 되겠다는 것이다.
자본가 정부가 노동자를 일방적으로 공격하여 착취를 강화한다면 관료적인 지도력을 발휘하여 노동자 계급의 투쟁을 중단시켜서 착취를 감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이것이 기존 자본가 정당에 비한 대안정당으로서의 민주노동당의 모습이다. 노동자 정당이라는 껍데기가 노동자 계급을 더 혼란스럽게 하여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저항을 막는 완충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자본주의의 급격한 위기 시에 체제를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다 했던 과거 독일 사민당 같은 개량주의 정당의 꽁무니를 따라가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공황은 흔한 말로 자본주의 체제가 더 이상 미래의 비전이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자본가들은 공황 앞에서 허둥대며 실제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자신감 상실과 무력감에 빠져 있다. 공황에 대한 자본의 유일한 탈출방법은 노동자와 전체 민중들을 머리에서 발끝까지 쥐어짜서 수탈하는 것뿐이다.
보통 호황은 노동자들에게 자신감을 가져다 줘서 임금인상 요구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하는 반면에 공황은 자본의 지불능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노동자 계급의 자신감을 상실케 하여 위축시킨다고 한다. 실제 97년 경제공황 당시에 남한 노동자 계급은 자본의 강력한 공격 앞에서 양보교섭으로 일관했다. 96년 노동법 개정 투쟁의 패배 이후에 남한 노동자 계급은 임금인상을 자본에 백지위임하는 무교섭과 무파업이 유행했다. 이로써 현장은 더욱 더 초토화됐다. 98년 자본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우선 정리해고, 희망퇴직, 수백 명의 정리해고에 이어 2001년 대우자동차에 대한 대규모 정리해고를 감행했다. 금융권을 중심으로 한 사무직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저항도 없이 소리 없이 수만 명의 노동자가 직장에서 쫓겨났다. 삼성 등 미조직된 사업장에서 노동자의 정리해고는 더욱 거칠 것 없이 진행됐다.
그러나 호황이 됐다고 저절로 노동자 계급이 공세적인 요구를 걸고 투쟁에 나서지는 않는다. 97년 경제위기를 극복한 남한 자본은 노동법 개악과 더불어 비정규직을 무차별적으로 확산시켰다. 자본은 자본운동의 불안정성을 이유로 해서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감행했다. 최근 몇 년 동안에는 고임금론과 노동귀족론을 유포하면서 대공장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을 최저로 낮추고 있다. 최근에는 무능력한 공무원 3% 퇴출이라는 명목으로 공무원 노동자에 대한 학살이 진행되고 있다. 총자본은 이를 시발로 해서 전체 노동자 계급에 대한 공세를 가해올 것이다.
자본은 불황 때에는 불황을 이유로, 호황 시는 다가올 경제위기를 빌미로 해서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GM, 포드 등 자동차산업에서 수만 명에 달하는 노동자의 정리해고가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조합주의 지도부들이 앞장서고 있다.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할 정도의 전 세계적인 자본주의 공황은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할 정도의 노동자 계급에 대한 무자비한 압살을 가져올 것이다. 우리는 이미 97년 경제공황 하에서의 고난과 역경을 경험했다. 97년의 경험은 우리에게 뼈아프지만 귀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한 줌도 안 되는 자본의 생명 연장을 위해 사회 전체를 절망과 고통, 죽음의 아수라장으로 몰아가는 자본주의의 단발마적 발악을 끝장내야 한다. 이것이 성큼 성큼 다가오고 있는 전 세계적 공황의 파국에 맞서 노동자 계급이 준비할 일이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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