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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27호] ‘무기계약 전환’ 차별을 고착화할 뿐이다! -철도 비정규직 활동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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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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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02 16:48:00, 조회:5,059, 추천: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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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계약 전환’ 차별을 고착화할 뿐이다!
철도 비정규직 활동가
철도 직접고용 비정규직 무기계약 전환 계획
철도공사가 직접고용 비정규직운영방안을 내놓았다. 그 방안의 주요내용은 ‘무기계약전환’이다. 철도공사는 이미 지난 06년 8월에 비정규직 운영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그 당시 철도공사는 직접고용 비정규직을 전원 외주화하겠다는 안을 내놓으면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철도공사는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최근 또다시 무기계약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철도공사 이철 사장은 철도를 직종별로 분사화 하겠다는 경영방침을 가지고 KTX 개통부터 KTX 승무업무를 외주화한데 이어 새마을호 승무업무까지 외주화해 승무원들의 투쟁을 촉발시킨 장본인이다. 그런데 불과 몇 개월 만에 직접고용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으로 전환시키겠다고 한 것이다.
공사가 사활을 걸고 추진하던 외주화계획을 철회하고 무기계약전환으로 선회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한편으로는 KTX와 새마을호 승무원들의 끈질긴 외주화저지 투쟁의 성과이다. 작년 8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전환이라는 정부의 방침 이후 폭로된 철도의 비정규직 외주화 계획은 철도 내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커다란 이슈가 되었다. 그런데도 철도공사는 새마을호 승무업무를 또다시 외주화 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공사는 새마을호 승무원까지 합세한 외주화 저지 투쟁의 저항에 부딪혔다. 공사는 이러한 상황에서 직접고용 비정규직의 외주화안을 철회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사는 곧 외주화 계획을 철회하였지만 외주화 대신 무기계약전환을 안으로 내놓았다. 공공부문 대책 안에 제시되었던 무기계약을 철도에 적용시키려는 것이다.
철도에서 진행하는 ‘무기계약 전환’의 내용을 살펴보자.
철도 비정규직 운영방안의 주요 내용은, 전체 직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2,806명 중 1,938명을 무기계약으로 전환하고, 나머지 868명은 기간제나 외주위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무기계약 전환 대상자는 대다수가 정규직과 동일 유사업무를 하는 직무이며, 전문적 업무나 고령자, 기간이 정해진 사업, 업무개선 작업 등은 여전히 기간제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류기준은 정확히 법에서 허용하는 범위는 기간제로 운용하고 차별금지에 저촉되는 분야는 무기계약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기계약 전환 시기를 보아도 그러한 철도공사의 의도는 명백히 드러난다. 공사는 07년 7월 1일 비정규직 법 시행과 동시에 일괄전환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올해부터 3년 동안 단계적으로 전환하려던 일정보다 앞당겨 일괄전환 하는 것은 비정규직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대외이미지를 제고하는 효과와 함께 차별금지 관련한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다. 그동안 KTX와 새마을호 승무원들의 투쟁과 지난 8월 공공비정규대책 계획안 등에 따른 철도공사의 부담도 컸던 것이다. 시기를 앞당겨 일괄전환하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7월 법 기간제 법 시행에 따라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비정규직들의 차별을 시정해야 함에 따른 예산상의 부담은 더욱 크기 때문이다.
또한 공사는 직제정원 외 별도직군으로 분리하여 무기계약으로 전환하게 되면 공사의 대외이미지가 제고되고 차별금지에 대한 부담감을 덜 수 있다는 이중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무기계약 전환에 따른 임금수준을 보자. 06년 대비 38%를 증액하겠다고 하지만 현행 보수체계의 기조(직무 평가에 따른 임금 책정)를 유지하면서 3개 직군으로 나누어 직군별로, 직군 내의 기본급을 점차 일치시킨다는 안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 정규직 임금의 58% 수준에서 65%로 인상하겠다는 안이다. 하지만 이는 임금 격차를 조정해서 임금차별을 정당화시키는 것일 뿐이다!
그나마 정규직과 가장 근접하는 것은 복지후생분야이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정규직과 동일 또는 ‘합리적 차이 수준의 적용’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무기계약 전환의 내용이다. 정부와 부르주아 언론이 정규직화라고 연일 떠들어 댔던 우리은행 3000명 비정규직의 무기계약 전환 사례와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일부에서는 ‘무기계약 전환을 통해 고용이 보장되는 것이니 개선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또한 ‘현재보다 고용이 안정되어 비정규직이 투쟁에 나서는데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후 차별철폐 투쟁을 통해 노동조건을 개선해 나가자’는 목소리도 있다. 사실 수년간 인상 없는 저임금과 차별, 그리고 해마다 고용 불안에 시름해야 했던 철도 비정규직들이 무기계약에 솔깃해진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무기계약 전환은 공사라는 사냥꾼이 굶주린 비정규직을 차별이 고착화된 우리에 가두기 위해 놓아둔 먹이와도 같다.
과연 무기계약 노동자의 고용이 보장되는가?
정부에서도 그리고 공사에서도 정규직화와는 다르다고 당당하게 얘기하는 무기계약이 진정 정규직도 보장받지 못하는 고용안정을 보장 할 수 있는 것인가?
공사의 무기계약전환의 계획안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무기계약 실시 전에 반드시 별도직군으로 분리한다. 이러한 분리직군은 이후 철도의 핵심 경영방침인 분사화, 외주화를 추진하기에 효과적인 체계이다. 분리직군으로 묶여 정규직과 업무가 구분된 이상 합리적인 외주화 범주 안에 포함될 것이고, 이를 통째로 외주화 하기에는 더없이 쉬워진다. 무기계약과 외주화는 동전의 양면이다. 외주위탁회사로 넘어가게 되면 그 이후의 고용의 문제는 더 이상 철도 공사에서 책임지지 않아도 될 것이다.
노동조건의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당장의 무기계약 전환에 따른 노동조건 개선은 필수다. 정부나 공사는 고용안정과 차별개선에 대한 대안으로 무기계약을 들고 나왔으니 당연히 개선된 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최소한 무기계약 대상자들이 무기계약 전환을 동의하게 하기 위해서도 조건을 개선시키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일단 무기계약으로 전환되면 동일업무를 수행하는 정규직 대상자들이 없어져 법안의 차별금지 조항을 피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계속 낮은 임금과 차별적인 노동조건을 고착화 시켜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 이상의 노동조건 개선, 동일노동 동일임금, 차별철폐라는 우리의 구호에 공사는 콧방귀만 뀔 것이다. 임금을 인하하고 노동조건을 하락시키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비정규직의 정당한 권리는 이제 더 힘들고 더 어려운 투쟁을 통해서만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요구는 명확하다!! 무기계약 전환 저지! 외주화 저지! 온전한 정규직화 쟁취!.
무기계약 전환을 받아들이고 이후에 싸우자는 것은 허황된 꿈이고 희망사항일 뿐이다. 무기계약전환은 독이 든 사과이다. 당장의 배고픔 때문에 베어 물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결과만 낳을 뿐이다.
비정규직의 차별을 고착화 하고 외주화로의 전환을 손쉽게 하는 무기계약전환은 반드시 저지해야한다. 당장 7월 1일이면 법에 따라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에 차별 받아온 우리 비정규직들은 동일임금과 차별시정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법은 또한 무기계약 전환, 외주화, 기간제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한 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측에게 그리고 언제나 사측에게 유리한 법망을 쳐놓은 정부에게 또다시 당할 수만은 없다. 상반기에 닥쳐올 업무분리와 무기계약 전환 저지 투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단결하여 투쟁해야 한다.
무엇을 할 것인가?
선전과 교육을 통해 무기계약전환의 허구를 알리고 조합가입을 늘려야한다.
각 지부, 지구, 지본 차원에서의 교육을 통해 비정규직을 한데 모으고, 무기계약전환의 본질을 폭로하여야 한다. 그리고 조합의 대응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아직 조합에 가입되어 있지 않는 비정규직의 조합가입을 늘리고 투쟁을 조직한다.
기간제와 외주화 대상자들을 조직해야한다.
무기계약전환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800여명의 비정규직은 대부분이 조합미가입자들이다. 현장조사와 순회를 통해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가입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외주화저지! 전원정규직화 쟁취를 걸고 함께 투쟁해야한다.
투쟁의 실주체인 비정규직이 함께 모여 투쟁실천단을 구성해야 한다.
현재 철비동회를 비롯해 각 지부나 지역에 비정규직모임이 구성되고 있다. 그리고 철비동회 주체로 운영하는 ‘철도비정규직 권리찾기’ 카페에 조합가입수보다 많은 1000명의 비정규직이 가입하여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러한 모임과 카페를 통해 실천단을 조직하여 독자적인 비정규직단위를 형성해야 한다. 그러한 단위를 통해 전국의 비정규직들이 무기계약저지! 외주화저지! 온전한 정규직화 쟁취!라는 동일한 요구로 투쟁할 수 있도록 선도해야한다.
공사의 업무분리를 명확히 거부하고 공세적인 투쟁을 시작해야 한다.
공사의 안이 확정되면 곧바로 업무분리작업이 진행될 것이다. 벌써 차량의 일부분야는 새롭게 계약서를 작성하여 업무명칭을 ‘-지원직’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이에 대해 반발하고 있지만 싸움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리고 조합에서도 뚜렷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 못하다. 아직은 일부분야에서 소극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공사는 곧 빠르게 그러나 진행할 것이다. 업무분리가 진행되는 것을 지금부터 빠르게 파악하여 투쟁을 배치하여야한다. 사측의 공격에 대비하고 준비하여 먼저 공세적인 투쟁을 전개해야한다.
지금 싸우고 있는 KTX와 새마을호 승무원들의 투쟁 그리고 정규직과의 공통투쟁이 핵심이다.
공사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철도 직접고용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으로 전환 시키는 데에 사활을 걸 것이다. 공사는 철도비정규직의 싸움을 분할하기 위해 승무원들에게 무기계약 전환을 먼저 제안할 가능성이 높다. 투쟁을 통해 외주화와 무기계약 전환의 본질을 잘 알고 있은 승무원들이지만 오랜 투쟁을 통해 지친 승무원들에게는 솔깃한 제안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승무원들 또한 온전한 정규직화를 내걸고 다시 한 번 전열을 가다듬고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승무원들이 포기하지 않고 온전한 정규직화의 요구를 내걸고 끝까지 투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올바른 기조와 의지, 그리고 직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정규직노동자들과의 단결된 투쟁이다. 부족인원 충원과 ERP도입은 현재 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과제이다. 이러한 투쟁이 무기계약전환과 승무원투쟁과 함께 결합되었을 때 우리의 투쟁은 승리할 것이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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