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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86호]“나는 굴삭기를 조종하는 건설기계노동자이다” -강원건설기계지부 삼척지회 이만수 조합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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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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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29 11:38:23, 조회:6,492, 추천: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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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굴삭기를 조종하는 건설기계노동자이다”
강원건설기계지부 삼척지회 이만수 조합원
나는 굴삭기를 조종하는 건설기계노동자이다. 사장이라는 허울뿐인 감투는 필요가 없으며 던져버린 지 오래됐다. 그런 우리는 건설기계노동자이다. 척박한 현실 속에서의 삶은 하루하루가 힘들고 괴롭기만 하다. 우리 건설기계노동자들의 심정을 모르는 다른 이들은 굴삭기 한 대, 혹은 덤프트럭 한 대를 갖고 작업을 하면 많은 돈을 벌고 부유하게 산다고도 생각을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앞으로 남고 뒤로 깨진다.”는 말처럼 매출은 많이 오를지 모르겠지만 그에 따른 감가비용은 생각 외로 많이 들어간다. 하다못해 덤프트럭 하루 운임이 60만원이면 기름값이 55% 이상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유류비에서 이 정도 비용이 나가면 1억 8천 만 원이나 되는 덤프트럭을 할부로 구입해서 운영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든다.
작년에 삼척 남부발전을 상대로 3개월여 동안 죽기 살기로 투쟁한 지역 건설기계노동자들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강토마저 발전소 부지로 모두 빼앗기고 말았다. 농사를 짓고 또는 어부의 자식으로 부모님의 일손을 돕는 자식들마저 삶의 터전을 모두 잃어버리고 더 이상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우리로서는 생존권을 보장 받기 위해 발전소부지 건설현장에 덤프 한 대, 굴삭기 한 대씩을 사다가 지역을 배려한답시고 고용하는 저들에게 머리를 숙이고 들어가 일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저단가에 장시간 노동은 절대로 할 수가 없어 3개월여 동안 투쟁하였고 투쟁 중에 많은 동지들이 경찰서에 연행되기도 했고, 검찰에 불려 다녀야만 했다. 하지만 우린 긴 투쟁 끝에 승리할 수 있었다. 부푼 희망을 안고 현장으로 돌아간 우리는 건설사의 얄팍한 세치혀에 속아 악덕 건설사 밑으로 들어가 무릎에 관절이 결릴 정도로 덤프 클러치를 밟아 댔고, 손에 굳은살이 박일 정도로 굴삭기 레버를 움직여야만 했다.
몇 달 지나지 않아 그들의 부름에 개처럼 일해야만 했던 우리는 또다시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기 시작했으며 피와 땀이 섞인 노동력이 전부 착취당하고 말았다. 하도급 업체들이 줄지어 부도가 나기 시작했고 일부 업체는 선급금 몇 백 억을 먼저 받고 고의 부도를 내고 떠나가 버렸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지역인을 배려한답시고 지역에 발을 뻗어 들어와 이제는 지역인을 전부 죽이려는 악랄한 건설 자본들의 본색이 천천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밀린 장비 할부금과 정비소 차량수리비에 주유소 기름값, 월세방비도 밀렸으며 애들 학교 준비물도 겨우 부모님께 손을 뻗어 준비해줄 정도 밖에 안 되는 한심한 신세가 된 것이다. 아비로써 자식에게, 한 가정의 가장과 남편으로서 아내를 바라보기가 너무 힘들 정도로 괴로워 매일같이 술잔을 기울이곤 한다. 우리 아이들만큼은 우리처럼 건설노동자가 아닌 공무원으로 아니면 정규직으로 편안한 삶을 영유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부모의 마음이지만 지금의 현실이 그렇지 못하기에 아쉬움만 남는다.
언제쯤 장기체불에서 벗어날까 오늘도 기대하지만 아직도 해결책은 없다. 부도난 업체들의 회생절차신청을 밟고 있는 몇몇 업체에 희망을 걸어보지만, 법원에서 날아온 등기 한통에 끊었던 담배에 또다시 불을 붙인다. “운양건설 주식회사 회생 가능성 없음.” 파산이란 단어에 앞길이 막막해진다. 이같이 건설기계노동자들은 다단계 불법하도급, 최저입찰제 등 부실기업들로 인하여 체불이 발생하지만 발주처나 원청사들은 본인들의 일이 아닌 것 마냥 먼 산에 불구경하듯이 쳐다보고만 있다. 원성이 높아지면 그제야 체불 및 유보임금의 40%를 지급해준다는 말도 안되는 소릴 떠들어 대곤 한다.
이번 27일, 28일 서울 상경집회에서는 우리 모두 끝까지 투쟁해서 18대 대정부 요구안을 관철해 내야 할 것이며 현장으로 돌아와서 또 다시 투쟁의 판을 깔아야만 할 것이다. 08년도 08시간 작업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처럼 몇 달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투쟁해서 기필코 쟁취해야만 할 것이다. 우리들의 투쟁이 먼 훗날 우리 자식들이 편안히 살아갈 수 있도록 노동법이 많이 바뀐다면 무엇인들 못 하겠는가? 여러분 동참합시다! 다함께 투쟁 합시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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