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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창간13호]발전 노동현장의 상태와 투쟁과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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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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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28 10:24:00, 조회:2,096, 추천: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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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발전 노동현장의 상태와 투쟁과제
-교섭지상주의를 깨부수고, 현장의 힘으로, 투쟁으로 구조조정 돌파하자!
발전노조 활동가
(이 글을 쓰면서도 걱정되는 것은 글 솜씨도 문제겠지만, 이 글로 인해 집행부 중에서 묵묵히 운동의 발전을 위해 투쟁하는 동지들과, 선진 활동가들에게 누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 또한 올해 3월이면 각급 집행부 임원 선거가 있는 만큼 이 글이 선거용이나, 어용 패거리들에 의해서 민주파 동지들에게 대한 악선전용으로 사용되지 않기를 바란다.
다만 이 글이 다분히 주관적이긴 하나 이러한 비판들이 발전노조가 진정한 민주노조로 자리매김하는데 쓴 소리로서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발전 조합원들의 상태는 어떠한가?
답변은 조합원들이 현재 보수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조합원들은 이미 그 이전부터 보수적이었다. 오히려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그렇다고 보수적이냐 아니냐가 투쟁적이냐 아니냐와 같은 의미인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어느 시각, 어느 집단에서 보느냐에 따라 상대적인 부분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던 조합원들이 보수적이고 실리적인 것도 분명하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발전 조합원들은 대체로 자신이 노동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기를 거부한다. 그 이유는, 첫째 공기업의 직원이라는 관료의식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둘째 경제적 대우에 상대적인 우월감을 가지고 안주하려고 하며, 셋째 배부른 관리자가 되려는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것에 있다.
조합원들은 상대적인 임금과 고용 안정성으로 인해 공기업 직원이라는 인식은 동시에 구조조정과 현장통제가 들어오면서 계속 노동자로서의 자각도 하게 한다. 하지만 이를 개인주의에 머물게 하는 것은 노동자 조직, 활동가들의 책임이다.
종합하면, “지금 같은 세상에 이만한 직장이 어디 있냐?”, “먹고 살만한 월급에 설마 우리를 자르기야 하겠냐?”라는 것이다. 게다가 관리자로 진급하면 투쟁 안해도 되고, 한마디로 ‘부와 명예’가 안겨진다. 그러니 어떤 조합원이 노동조합에 참여할 것이며, 어떤 조합원이 노조 간부로 나서려고 하겠는가? 이렇기 때문에 비정규직이니 사회적양극화니 하는 것들은 대부분의 조합원들의 고민 대상에 들지도 않는다. 따라서 조합원들은 투쟁하는 집행부보다는 실리적이며 합리적이며 타협적인 집행부를 원한다.
한편 노동조합 지도부는 어떠한가?
(발전노조는 소산별 노조이다. 그러나 기업별 형태의 5개 본부 집행부로 구성되다 보니 형태는 산별이되 내용은 기업별 노조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중앙과 5개 본부 집행부 상황을 다 이야기하기는 어렵고 다만 5개 본부 집행부 상황은 다양하다 라고만 해놓고, 본부, 중앙과 통틀어서 노조 집행부라 칭하기로 한다.)
발전노조 집행부에 대해서 어떤 사람들은 ‘노사협조주의’라 보고, 다른 사람들은 ‘합리주의’라 칭하기도 하며 또 다른 사람들은 ‘민주파’라 말하기도 한다. 나는 애써 표현하면 ‘교섭지상주의’라고 하고 싶다. 간부들 내에는 협조주의자들도 있지만 전투파들도 분명히 있다. 결국 노골적인 노사협조주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투쟁지향주의도 아닌, 대화와 교섭, 타협을 지향하는 지도부라는 의미다. 그러다보니 표면상 간부들은 고생하지만 조직의 역동성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성과에 집착하면서도 크게 쟁취된 성과물도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조합원의 분노를 조직해낸 것도 더더욱 아니다.
집행부가 투쟁을 회피한다는 선진 활동가들의 지적에 대해 교섭지상주의자들은 이렇게 둘러댄다.
“현장 동력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한 상태에서의 공세적 투쟁은 조직의 미래를 걸고 도박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어떻게 공격적 투쟁을 전개 하겠는가.”
이것이 집행부의 주장이다.
이러한 변명을 굳이 이해하자면 현장간부들로 구성된 중앙위원들조차도 대부분 투쟁을 회피하는 현실이라는 점, 그리고 대의원들은 집행부와 조합원간의 의사소통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이러하다 보니 집행부는 현장간부와 조합원을 핑계로 조직의 사활을 운운하며 투쟁 회피의 정당성을 주장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투쟁회피와 협조주의 집행부가 조합원들에게는 ‘합리적인 집행부’, ‘현실적인 집행부’, ‘민주적 집행부’로 각인되어 현장에 스며들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어용을 협조주의로, 협조주의를 합리주의로 후하게 평가해내는 현장이며, 나 또한 그렇게 후한점수를 주는 현장의 한 구성원일지도 모른다.
사측은 이미 각 단위 협조주의 집행부를 통해 노사간부 합동 해외연수를 비롯해서 ‘노조 간부 우대하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조합원들에게는 상여금 차등지급 운운하며 구조조정 시스템을 조합원 스스로 완성하게끔 강요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실적에 따른 알량한 보상으로 노동자들을 우롱하고 있다. 어용세력들에 의해 묵인되어 온 ERP 구조조정 시스템은 노동자 통제와 감시 장치로서 기틀을 잡아가고 있는데, 현장은 아무런 저항도 문제의식도 없이 집행부만 바라보고, 집행부는 대응도 못하는 상황이 구조조정과 관련된 발전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의 현 주소라고 생각한다.
발전노조는 사업장이 전국에 흩어져 있고 단위사업장별로 지부를 구성하고 있어서, 현장 사령관이라 할 수 있는 지부장의 활동이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중에서 투쟁을 지향하는 지부장은 손에 꼽을 정도로 취약하다. 그렇기 때문에 상층 지도부는 현장을 핑계 대면서 투쟁을 회피하는 지부장들의 눈높이에 맞춰 사업과 투쟁계획들을 입안한다.
결국 현장은 외형적으로 포장된 투쟁에 급급했고, 실리주의에 빠진 조합원들은 결국 대화와 타협이라는 교섭지상주의에 빠진 집행부를 현실적, 합리적 집행부로 칭찬하고, 현장의 선진 활동가들에 대해서 오히려 구시대적인 운동의 추종자로 매도하기까지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오히려 조합원들을 無저항화, 순응 시키고 그 과정 속에서 현장이 방치되어 점점 조합원들은 무기력해지고 있다고 본다.
발전노조에는 활동가층이 그리 두텁지 못하다. 그리고 현장 활동을 왕성하게 진행하지도 못한다. 전국적인 사업장인만큼 현장 조합간부들이 곧 활동가로서 역할을 같이 해야 하는데 그것은 더더욱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집행부는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투쟁 회피적 현장 지도부와 보수주의 조합원들을 투쟁적으로 전환시키거나 제압해내지도 못하고 선진 활동가들에게 집행부의 고충을 알아달라고 넋두리를 한다.
나는 집행부와 같이 투쟁을 외쳤던 현장간부이다. 그래서일까, 집행부의 교섭주의, 타협주의를 강력히 비판해 내지 못했고, 오히려 내가 그 알량한 현장간부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가 비판하는 누구보다도 더 관료화 되어진 것은 아닌가 스스로를 돌아본다. 아무튼 현장 활동가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많이 반성한다.
타협주의적 집행부가 등장한 원인은 현장 활동가들을 확대 재생산하는데 실패하고 실천적인 선진 활동을 전개하지 못한 점이 제일 크다. 그 다음으로는 성과주의에 빠진 집행부에 대해서도 조합원들은 집행부를 너무 쉽게 이해하고 인정했으며, 집행부 역시 스스로 조직의 한계, 투쟁의 한계를 합리화시킨 것에 있다.
그러면 현장 활동가들은 어떠한가?
이제 현장 활동가들은 집행부의 협조주의 행태를 비판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현장의 상황은 집행부보다 현장 활동가들이 더 많이 알고 있으므로 우선 경영혁신 등을 빙자한 구조조정 전략들을 비판적 시각에서 학습해야 한다. 적을 먼저 알자는 것이다. 그 학습을 바탕으로 문제점을 도출하고 조합원들과 공유하면서 활동가층을 확대시키고 조합원들을 조직하며, 노조 집행부에게 투쟁할 것을 요구하고 압박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쟁하지 않는 집행부는 협조주의를 넘어선 어용 집행부이다. 어용 집행부라는 점이 확인되면 확대된 활동가층과 활동가들에 의해 조직된 조합원들의 투쟁의 힘으로 집행부를 바꿔내야 한다.
결국 자본과 협조주의 집행부에 대한 대중적 불만을 조직하는데 있어서 선진 활동가들은 의견그룹으로써 선명성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자본의 노동통제 도구들을 분명하게 학습하고 조합원들과 고민하고 호흡하면서 조합원 대중들의 분노와 이해를 조직해 갔으면 한다.
발전 조합원들은 과거 어용노조 하에서 투쟁의 경험이 전혀 없었다가 발전노조로 독립되어 나와 곧바로 38일간의 파업투쟁을 전개한 경험을 갖고 있다. 첫 투쟁이후 무수한 탄압 속에서 2003년 남동발전 매각 실사저지 투쟁에 이어 2004년과 2005년 임단협에서 노동조건이나 현장통제, 구조조정 분쇄투쟁이 맞물리면서 투쟁할 조건이 형성되었지만 집행부는 무쟁의를 반복했다.
신종승 집행부와 발전노조 민주파 활동가들은 현장의 문제의식을 최대한 포착하고 끌어올림으로써 투쟁을 조직했어야 하지만 하지 못했다. 그리고 집행부는 민주파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2년 무쟁의로써 타협주의로 전락한 것이다. 민주파 활동가들은 04년 무쟁의를 교훈삼아 05년 투쟁을 다짐했지만 집행부는 민주파의 순진한 열망을 짓밟았다.
그러나 민주파 활동가들은 집행부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조직적으로는 침묵하고 있다. 06년 3월 집행부 선거를 맞이하여, 민주파는 또 다시 선거에서 반어용 전선을 칠 것이다. 그러나 민주노조의 등장과 38일의 파업, 조합원들의 과거 어용에 대한 치떨리는 분노 등으로 인해 과거의 어용들은 상대적으로 세련된 어용짓거리를 하면서 실리주의, 협조주의자로 자신들을 포장할 것이다.
2대 집행부를 중심으로 한 합리주의와 호시탐탐 권력의 야욕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어용간의 대결이 가관일 것이다. 활동가들은 선거투쟁을 무늬만 민주가 아니라, 투쟁하는 민주노조 강화를 제기하면서 교섭주의, 합리주의를 비판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 민주파들은 교섭주의적인 집행부의 무쟁의에 대한 철저한 비판의 목
소리를 내야 한다. 조합원들의 투쟁적 지지를 바탕으로 한 현장의 선진 활동가들이 어용을 박살내고 협조주의를 분쇄하는 모범적 선거투쟁의 사례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동지들이여!
투쟁하지 않는 자는 놓여진 길 중에서 선택하지만, 투쟁하는 자는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 이 말을 서로 가슴 깊이 새기며, 2006년 운동의 과제들을 현장의 힘으로, 투쟁으로 돌파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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