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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연말기획특집] 대공장 운동의 현 상태와 전망- 도시철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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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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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25 19:09:58, 조회:2,095, 추천: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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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기획특집] 대공장 운동의 현 상태와 전망- 도시철도
-도시철도 노동자
몰아치는 구조조정에 투쟁의 시늉을 내는 어용 집행부
지난 12월 16일 주5일제, 임단협 갱신 5차 교섭 도중 노동조합은 단체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노동조합이 주5일제 인원충원(약 720여 명)을 요구하자 사측은 58명만 뽑겠다고 한다. 임금은 행자부가이드라인 총액대비 2% 중 호봉승급분 제외한 0.56%인상, 해고자 복직 불가, 자동승진 확대 불가 등 조합의 주요한 요구를 모두 거부했다. 노동조합은 전 조합원 사복투쟁 지침을 내리고 12월 20일 2차 조합원 총회를 계획하고 있다.
현 8대 집행부는 지난 8월 선거에서 조합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당선된 어용노조다. 집행부는 자신의 뿌리를 97년 IMF 당시 사측보다 공격적인 구조조정안(인원 30%감축안)을 제출하고 수용했던 원조 어용에 두고 있다. 이들은 지난 선거에서 “투쟁해서 쟁취한다는 것은 허구”라고 주장하면서 투쟁만 외쳐대는 집행부를 자신들로 바꾸고 합리적 정책과 대안으로 ‘실리’를 얻자고 호소해서 당선되었다.
그런데 지금 집행부가 자신들의 주장을 선전하는 방식은 이전 집행부와 다르지 않다. “단결투쟁하면 반드시 승리한다는 노동자의 진리를 믿고 온전한 주5일제 쟁취하고 05투쟁 승리하자”고 외치고 있다. 더 이상 투쟁만으로는 되지 않는다고 입이 닳도록 떠들던 자들이 붉은 머리띠를 매고 조합원들에게 투쟁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변한 것인가? 진정 현장 조합원들과 총파업 투쟁을 조직하고자 하는가?
천만의 말이다. 지금은 구태의연한 시대착오적 행태라고 비난해 왔던 투사들의 모습을 겉껍데기 흉내라도 내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절박한 상황인 것이다. ‘구조조정을 전제한 주5일제와 임금동결, 단체협약 후퇴’라는 분명한 목적아래 어느 것 하나 양보하지 않는 사측에게 밀려 거짓 투사라도 돼야 할 지경인 것이다. 8대 집행부는 사측이 장악한 조직력에 기대어서 당선되었다. 사측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집행부가 당선되자 거침없이 현장을 공격해 들어 왔다. 매표실 폐쇄, 무인매표 시도, 점검주기 조정, 야간업무 외주 용역화 시도 등 기존에 주춤했던 구조조정을 관철시키기 위한 전방위적 공격을 해왔다. 뿐만 아니라 기업형 팀제로의 전환을 위한 조직개편, 수익증대를 위한 사업개발팀의 구성 등 비용을 줄이고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갖은 방법들을 도모하고 있다. 열차 운행 시격조정을 통해 인원증원 원인을 제거하려던 시도는 승무조합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유보 되었고, “22;30분 이후에는 역에 일이 없다”며 역 야간업무 외주용역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자신들이 만든 어용 집행부에서조차 반발하게 만들기도 했다.
어용의 등장은 민주파 집행부에 대한 실망의 결과
이런 상황에 처한 도철 조합원들의 상태가 어떤지는 한마디로 정리하기 어렵다.
12월 초, 승무조합원들은 시격조정, 휴가사용 제한 등으로 공사에서 압박을 가해오자 현장의 분노를 거침없이 터뜨렸다. 현장의 역동성에 지도부가 놀라고 통제하기에 급급했고 기만적으로 투쟁을 정리했지만 여전히 승무는 기존의 민주파 활동가들로 주축이 되어 있는 조합의 질서를 신뢰하고 있다. 나머지 직능의 경우 지난 선거에서 어용들이 집행간부를 판쓸이 하다시피 했는데, 당시 조합원들은 “민주파 집행부가 어용과 뭐가 다르냐?”며 민주노조의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했었다. 태생부터 노골적인 어용노조로 출발했던 도철은 8년 여 동안의 노조민주화 투쟁을 거치면서 2002년 민주파 활동가들이 중심이 된 민주집행부를 당선시켰다. ‘심야 1시간 연장운행 반대’투쟁을 벌이면서 활동가들이 선로를 점거했을 때 조합원들은 즉각적으로 스크럼을 짜고 공권력에 맞섰다. 그렇지만 집행부는 결국 총파업을 철회했다. 2003년 투쟁 또한 기만적인 구두합의로 마무리 되었고, 2004년 궤도연대 파업은 교섭에 목매달고 합법주의에 사로잡혀 있던 지도부가 어떻게 주저앉는지 두 눈으로 확인시켜준 쓰라린 경험이었다. 현장복귀 이후에는 “직권중재에 의한 연구용역 작업에 최대한 참여해서 노동조합의 요구를 관철시키자”며 합의주의적 행태를 반복했다. 조합원들은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그저 기다리는 것 밖에 할 수가 없었다. 성과급을 전년도 기본급으로 지급해도, 알량한 총액 가이드라인조차 자연 상승분이 다 잡아먹는 것도, 해고자 복직도 법이 알아서 해주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집행부는 조합원들의 분노를 조직하고 나서서 투쟁하게 하기보다 어떤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보고 기다리게 했다. 공사의 구조조정 내용이 고스란히 관철된 용역안이 나왔지만 당시 선거 국면에서 현장의 눈치를 보고 득표를 저울질하면서 어떠한 입장으로도 정리하지 못했다.
협조주의 집행부 하에서 죽어나는 조합원들
현장회를 비롯한 활동가들은 집행부와 차별되는 독자적 활동을 전혀 벌여 나가지 못했다. 자신들이 배출시킨 집행부를 견인하고 강제하는 것을 주요한 활동방식으로 상정한 활동가들은 집행부를 통제하기는커녕 집행부에 질질 끌려 다녔다. 집행부가 투쟁을 회피하고 자본에 양보하는 행위를 폭로하는 것은 반조직적 행위이자 어용을 이롭게 하는 이적행위로 취급당했다. 도철 활동가들은 어용노조의 거듭된 직권조인과 현장 통제에 질린 조합원들의 지지와 신뢰 속에 ‘민주노조’ 간판을 내걸을 수 있었지만, 사측과 맞짱떠야 할 때 과감하게 투쟁을 전개하기보다 무릎 꿇는 행위들을 되풀이하면서 조합원들은 민주파에 보내던 신뢰를 접었다. 거세게 몰아붙이는 자본의 광풍을 민주노조도 막을 수 없다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나를 돌보는 것밖에는 없다는 보신주의가 현장을 파고들었다. 수년째 임금이 동결되다 못해 사실상 마이너스고, 인원부족에 만성적으로 시달리면서도 늘 고용에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 먼지와 쇳가루를 매일같이 들이 마시면서 교대근무에 헉헉대는 현장이 지랄같지만, 도철 밖이라고 다를 게 없음을 조합원들은 잘 알고 있다. 언제 짤릴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에서 최저 생계비도 못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며 그들보다는 낫다고 상대적으로 만족해한다. 노동조건이 나아지고, 임금이 오르면 좋겠지만 더 공격당하지 않고 지금 이대로라도 유지하자는 게 조합원들의 바람이다.
물론, 이런 바람조차 짓뭉개는 게 자본이다. 현재 가장 전투적이고 비타협적인 세력은 자본이다. 밀리고 밀린 현장을 완전히 자신들의 질서와 구도로 편제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자본에 의존적인 현 집행부를 유지시키기 위해 일정 정도의 떡고물을 흘리지 않겠는가는 예상과 달리 사측은 조합의 요구를 전면 거부하면서 완강하게 버티고 있다.
어용 하에서 아래로부터의 구조조정 투쟁을 전개하자!
어용 집행부는 21일부터 26일까지 본사 농성에 들어간다. 교섭이 공식적으로 재개되든 물밑에서 진행되든 집행부는 자신들의 살길도 찾으면서 주5일제, 임단협을 마무리 짓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활동가 사이에서는 27일부터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일이 될 거라고 예상하기도 한다. 그 예측이 맞든 뒤로 미뤄지든 이 집행부가 제대로 된 주5일제를 쟁취하고 임단협 투쟁을 벌여 나갈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아무리 잘난 집행부라 하더라도 조합원들을 구경꾼으로 남겨 두고 사측과 테이블에 앉아 현장의 요구를 쟁취할 수는 없다. 집행부는 결국, 반노동자적인 합의로 이 투쟁을 정리할 것이고 활동가들은 부결 투쟁을 벌여 나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투쟁의 목표를 인준안을 부결시키고 다시 집행부를 장악하는 것에 한정시켜서는 안된다. 활동가들의 투쟁 목표는 명확하게 ‘구조조정 분쇄 투쟁’이 되어야 한다.
이번 승무투쟁에서 확인했듯이 조합원들은 자신들이 신뢰하는 지도부를 중심으로 투쟁에 나서면서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현재 승무본부가 관료화 되어 있고, 투쟁을 정리하기에 급급했던 모습은 이후 투쟁에서 폭로되고 극복되어야 하는 과제이다). 승무조합원들이 승무 활동가들을 믿는 것은 그들이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사측의 부당한 감시와 통제에 맞서는 투쟁을 지속적으로 벌여 왔기 때문이다. 승무조합원들은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단결 투쟁하여 요구들을 쟁취해 온 소중한 경험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어용 집행부가 현장 조합원들의 생존권을 팔아먹는다면 투쟁으로 되찾아와야만 한다. 현장이 침체되어 있는 것은 조합원들이 실리에 젖어서가 아니다. 투쟁에 질려서가 아니다. 투쟁할 것으로 믿었던 민주노조가 제대로 한번 투쟁판을 벌이지도 않고 교섭과 합법주의에 매달리면서 현장을 방치한 결과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투쟁을 통해 현장을 조직하는 것 밖에 없다.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생존권을 사수하고 구조조정을 분쇄하는 투쟁을 벌여 나가야만 다시 민주파 활동가들은 조합원들과 함께 투쟁 대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자! 전선에 나가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물러서지 말고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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