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정협
|
2009-06-25 14:16:56, 조회:2,186, 추천:261
|
![]() |
|
|
![]() |
최근 당건설 토론과 강령논의에 대한 비판과 입장 2
사노준과 사노련의 강령논의를 중심으로
[글 순서]
1. 당건설과 강령논의의 방법론상의 문제
2. 사노준의 ‘21세기 사회주의’는 무엇인가?
3. 이행기 강령의 문제에 대해
4. 왜곡된 이행기 강령을 넘어서는 최대강령, 최소강령의 원칙!(다음 호에)
원래는 3과 4를 이번 호에 싣는 것으로 했으나 분량이 많은 관계로 이번 호에는 3을 싣고, 4를 최종으로 실을 것이다(편집자 주)
3. 이행기 강령의 문제에 대해
이행기 강령(또는 과도강령)의 문제가 유행이 되고 변혁진영 내에서는 지배적인 경향이 되고 있다. 다함께와 사노련 등 일부 트로츠키 세력의 주장이 이제는 이행기 강령을 걸지 않으면 마치 강령논의 상에서의 원칙과 기준에서 벗어나기라도 하는 냥 되면서 유행하고 있다. 그러나 유행은 유행일 뿐, 한 때에 지나지 않을 유행을 가지고 자본주의 내에서 노동자계급의 일반적인 강령의 원칙으로 삼을 수는 없다.
이행기 강령을 주장하는 정치세력들은 혁명을 위한 객관적 조건 충족과 주체적 조건, 지도력의 부재를 이행기 강령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로 이행하는 데 있어서 가교로 이행기 강령을 제시한다. 이행기 강령의 문제의식은 먼저 기존 최대강령, 최소강령의 문제의식이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비판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최대강령과 최소강령의 구별이 1914년 이전 상승기 자본주의에는 가능했는데 이후 쇠퇴기 자본주의에서는 맞지 않기 때문에 이행기 강령으로 대체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행기 강령을 성립하게 하는 이 두 가지 전제가 무너진다면 이행기 강령의 토대는 사실상 무너지게 된다. 이 부실한 토대 위에 서 있는 이행기 강령의 세부 항들은 토대의 허술함을 반영하여 취약할뿐더러 각 조항 자체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1) 이행기 강령의 두 가지 전제의 허술함
먼저 이행기 강령은 독일 사민당 식의 최대강령, 최소강령의 이분법적 구별을 비판하고 있다. 이행기 강령은 이런 구별이 개량주의를 낳았다고 하고 있다. 기존의 최대강령, 최소강령의 구별에 있어서 최대강령은 최대목표, 최대요구, 근본목표 등으로 표현되었고, 최소강령은 당면요구, 실천요구, 최소목표, 행동강령, 실천강령 등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어 왔다.
“‘사회주의에서 달성해야 할 일련의 요구로 구성’되는 ‘최대강령’과 ‘자본주의의 붕괴 이전까지 노동자들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달성 가능한 요구’를 담은 ‘최소강령’의 구분은 이미 낡은 구분이다. 19c 독일사회민주당의 에어푸르트 강령에서 유래된 이러한 구분법은 그후 사회주의 정당, 특히 사회민주주의당의 역사에서 ‘최대강령’과 ‘최소강령’ 사이에 만리장성을 쌓아 현실에서는 최소강령에, 즉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안주하게 만들었다“(박성인, 현 시기 ‘강령’ 문제에 대해2009.03.31.박성인/사회주의노동자정당 건설 준비모임).
박성인의 이 말은 논리적으로, 역사적으로 대단히 모순적이다. 에어푸르트 강령에서 구분된 이러한 강령 구분법이 만리장성을 쌓아 현실에서 최소강령에 즉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안주하게 만들었는가? 독일 사민당의 아이제나흐 강령은 이후 엥겔스의 지도하에 라쌀레 영향을 떨쳐 버리고 에어푸르트 강령으로 발전하였다. 엥겔스의 영향으로 독일 사민당 내에서 오랜 라쌀레적 흔적과 영향을 떨쳐버린 에어푸르트 강령의 구분법이 이들에게는 자본주의 체제에 안주하게 된 첫 출발이 된다. 볼셰비키 강령도 최대강령, 최소강령으로 엄밀하게 나눠져 있었다. 그렇다면 최소강령, 최대강령의 엄밀한 구별 자체가 개량주의를 낳지 않았다는 점이 논리적, 역사적으로 분명하지 않은가? 이것은 몰역사적이고 명백한 역사 왜곡이다.
독일 사민당이 개량주의로 변하는 데는 크게 세 가지 사상이 영향을 미쳤다. 첫째, 맑스 엥겔스 생전서부터 존재하던 라쌀레 경향의 흔적이다. 이 흔적은 국가의 민주적 개조라는 식으로 국가의 본질과 성격에 대한 왜곡과 환상의 흔적이다. 또 하나는 베른슈타인주의라는 이름으로 행해졌던 맑스주의에 대한 수정주의적 경향의 대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1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카우츠키 중심으로 제국주의에 대한 몰이해와 사회배외주의적 경향이다. 이러한 흐름과 영향을 받아 최대강령에 대한 포기가 결정적으로 독일 사민당의 개량주의에 절대적 영향을 미쳤다. 로자 룩셈부르크는 ‘사회개혁이냐 혁명이냐’에서 최대강령 최소강령이라는 형식으로 강령을 나눈 것이 개량주의를 낳은 것이 아니고 최대강령이라는 목표를 상실하고 최소강령과 최대강령을 대립적으로 보는 것이 수정주의를 낳았다고 했다. 왜냐하면 혁명적 정치세력이 개량을 거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점은 유럽에서 현실 사회주의를 비판하면서 수정주의적 흐름이 유로 코뮤니즘으로 발전하면서 프롤레타리아 독재 노선에 대한 폐기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일본공산당 등 전 세계 공산당의 일부가 최대강령을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노준은 최대강령과 최소강령을 나눈 것을 비판하면서 최대강령-최소강령, 최대강령-이행기 강령이라는 구분 자체를 벗어버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노준은 이것을 ‘선정치혁명 후 사회혁명’이라는 도식의 잔재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최대강령 수준은 뜬구름 잡는 것 같고, 과도강령과 정책강령은 남들도 다 하는 얘기 같다. 둘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최대강령’도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지금 실천의 문제다.”
“우리가 지금 해명할 수 있고 상상할 수 있는 수준에서 사회주의의 상으로부터, 대체권력(노동자민중권력)의 문제, 그리고 그것이 지금 바로 이 현실에서 어떻게 구체화시켜 나가야 할 것인가까지 밝히는 하나의 ‘강령’이면 된다”(현 시기 ‘강령’ 문제에 대해2009.03.31.박성인/사회주의노동자정당 건설 준비모임).
“최대강령은 뜬 구름 잡는” 얘기고 최대강령-최소강령에 얽매일 필요가 없고, 둘을 구분할 필요도 없고, 이행기 강령도 아닌 이도 저도 아니라면 사노준에게 대체 강령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사노준은 강령의 의미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있는 것인가? 정치혁명으로 최대강령을 만들어가는 사회주의의 상이 아니라면 지금 해명할 수 있고 상상할 수 있는 수준에서의 사회주의의 상은 눈앞에 보이는 ‘21세기 사회주의’라는 볼리바르 혁명밖에 없다. 사노준의 현실주의는 지금 해명할 수 있는 상상력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과거의 사회주의 혁명과 강령의 경험으로부터 배우고자 하는 태도가 아니며 눈앞에 보이는 것만을 추구하는 추수주의자에 불과한 것이다.
사노련은 과거에는 최소강령-최대강령의 구별이 옳았지만 ‘쇠퇴기 자본주의’에서는 이러한 구분이 옳지 않기 때문에 이행기 강령을 내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혁명적 최대 강령’과 이것을 실현하기 위한 토대를 놓는 당면의 ‘최소 강령’ 사이의 구분은 1914년 이전의 상승기의 자본주의 하에서나 가능했다. 1914년 자본주의의 전세계적 위기와 이에 동반한 제국주의 전쟁 이후 자본주의는 명백히 ‘반동적, 쇠퇴기의 자본주의’로 추락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혁명적 최대 강령’ 실현을 위한 ‘주체적 토대’를 준비해나간다는 ‘최소 강령’의 정신은 교조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 그 정신은 그대로 계승하되, ‘쇠퇴기의 자본주의’에 걸맞게 창조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순수하게 혁명적인 최대 강령과는 구분되지만, 당면의 부분적 투쟁과 최대 강령 사이의 다리를 놓는 ‘대중행동강령’(정확히는 준비기와 혁명기 사이의 간극을 좁히고 이행을 촉진하는 ‘이행강령’)이 쇠퇴기 자본주의에 대두된다. 이 이행강령은 ‘부분적 요구 투쟁을 혁명적 투쟁으로 발돋움시키는 다리’일 뿐만 아니라 당장 직접 대중적 반향을 일으킬 수 없는 최대 강령을 부분적 투쟁을 매개로 대중화시킴으로써 혁명강령을 노동자계급의 광범위한 선진부위에 보급하는, ‘혁명강령으로 이어지는 다리’다”(사노련, 「강령의 의의」).
최대강령과 최소강령의 사이에 “최대강령을 부분적 투쟁을 매개로 대중화시킴으로써 혁명강령을 노동자계급의 광범위한 선진부위에 보급하는”것이 이행기 강령이다. 이행기 강령은 최대강령과 최소강령의 사이에 다리를 놓는 강령으로 최소강령도 아니고 최대강령 그 자체도 아니다. 최소강령과 최대강령의 그 중간에 걸쳐 있는 절충이다. 아니 사실은 이행기 요구의 핵심은 최대강령적이다. 사노련이 이행기 강령을 주장하는 기초는 자본주의가 ‘반동적, 쇠퇴기’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쇠퇴기 자본주의’를 자본주의 생산력의 발전이 전반적으로 쇠퇴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했다. 자본주의의 생산력은 여전히 고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생산관계의 모순 때문에 생산력의 특정한 측면이 가로막히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고도로 발전한 생산력은 공황이라는 형태로 끊임없는 혼란과 파괴를 수반한다. 그러나 이 공황은 또한 노동자계급이 제대로 투쟁하지 않는다면 노동자에 대한 일방적 희생을 바탕으로 과잉자본, 과잉상품을 제거하고 자본주의의 새로운 도약을 가져오는 발전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자본주의는 반동적 체제이기 때문에 생산력 발전이 인류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계와 생산방식의 도입으로 노동자를 정리해고 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인류를 살상하는 전쟁무기가 발전하고, 환경 파괴가 가속화 되는 것에 비해, 이윤이 되지 않으면 가난한 인류의 질병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사회적 생산력의 발전은 뒤쳐지기도 한다. 자본주의 생산력 발전을 자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전체 인류를 위해 합리적, 효과적으로 사용한다면 인류의 삶은 한층 더 풍요로워 지고, 미래의 후손에게 아름다운 지구를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두 가지 의미에서 자본주의는 반동적 체제이다.
그런데 이들의 말대로 ‘쇠퇴기 자본주의’라면 더더욱 자본주의는 대중들의 최소한의 요구도 들어주지 못할 것이다. 노동자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최소강령조차도 자본주의는 더더욱 수용할리 없기 때문이다. 최소강령이 자본주의 폐지라는 최대강령과 결합한다면 더욱 더 빛을 발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최소강령은 폐기될 것이 아니라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19세기의 노동자운동에 의해 의도된 최소- 및 최대강령 사이의 구분은 무의미해졌다. 최소강령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 프롤레타리아계급은 자신의 투쟁들을 최대강령, 즉 공산주의혁명이라는 하나의 전망 위에 규정함으로써만 그 투쟁들을 추진해 나갈 수 있다”[국제공산주의흐름(ICC)의 강령]
사노련은 “‘최소 강령’의 정신은 교조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 최소강령도 최대강령도 아닌 “당면의 부분적 투쟁과 최대 강령 사이의 다리를 놓는 ‘대중행동강령’”을 제출하여 사실상 최소강령을 폐기하고 있다. 좌익 공산주의자들은 보다 직접적으로 “최소강령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면서 “최대강령, 즉 공산주의혁명이라는 하나의 전망 위에 규정”한다고 하고 있다. 극단적인 좌익공산주의자들은 공산주의 혁명이라는 하나의 전망 위에 규정되는 최대강령만 있고, 최소강령은 없는 것이다.
먼저 이들의 주장은 논리적으로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들은 최소강령-최대강령으로의 이분법적 구별이 독일 사민당의 개량주의를 낳았다고 주장하다가 이제는 이 구분이 1914년 상승기 자본주의 이전에나 가능했고, 이제는 쇠퇴기 자본주의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주장한다. 결국 자신들의 말대로라면 최소강령-최대강령으로 구별한 독일 사민당의 강령은 1914년 이전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쇠퇴기 자본주의로 변한 1914년 이후에는 개량주의 강령이 됐다는 말이 된다. 이러한 주장은 독일 사민당이 개량주의로 변모한 과정에 대한 역사적 사실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이미 말했듯이 라쌀레주의의 흔적은 국가의 민주적 개조를 외치던 독일 사민당의 개량주의의 기반이 된다. 여기에 엥겔스 사후인 1890년 말부터 베른슈타인의 수정주의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게 되고, 이것이 나중에 카우츠키주의로 이어지게 된다. 결국 독일 사민당의 개량주의는 최대강령-최소강령의 이분법적 구분과는 관련이 없는 것이다.
혁명이 곧바로 내일의 문제로 떠올랐던 시기에 볼셰비키 내에서도 부하린을 중심으로 “최소강령과 최대강령으로 나누는 것이 ‘낡았다’면서 ‘최소강령을 완전히 없애자’는 주장이 나왔다. 레닌은 이에 대해 ‘공허한 자화자찬’이라면서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제 그 최소강령이 더 이상 필요 없다는 것을 보증할 수 있는가? 물론 우리가 아직도 권력을 쟁취하지 못했고 사회주의를 실현하지도 못했으며 심지어 아직도 전 세계 사회주의 혁명의 개시까지 살아남지 못했다는 그 단순한 이유로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이 목표를 향해 확고하게 용감하게 동요 없이 가는 것이 필요하지만 그러나 그 목표가 틀림없이 아직 달성되지 않았을 때 그 목표를 달성된 것이라고 선언하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벌써 저쪽에 최소강령을 내던지는 것은, 《우리가 이미 승리했다》고 선언하는 것, 선포하는 것(간단히 말하면 자화자찬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가 아직 부르주아 체제 내에 살고 있는 동안, 우리가 아직 이런 범위를 파괴하지 못했고 사회주의로의 이행을 위한 근본적인 것을 실현하지 못했으며, 적(부르주아지)을 분쇄하지 못했으며 분쇄 후에도 그 적을 섬멸하지 못하는 동안에는 꼭 필요한 최소강령을 내던지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것이다”(레닌, 당강령의 재검토에 대하여, 전집 제5판, 1917년 10월 6일-8일, P.372-376, 임채희 역)
이 글은 실제 혁명이 발생하기 몇 주 전에 쓰여 졌고, 무장봉기를 구체적으로 일정에 올리는 것을 논의하던 시점에 쓰여 졌다. 그런데도 레닌은 최소강령을 폐기하는 것을 비판하였고, 심지어 혁명 이후에도 최소강령이 완전히 사라질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시기에 최대강령과 최소강령의 구별을 없애고 대중행동강령으로 대체한다거나, 최소강령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하는 것은 이들이 얼마나 세상물정 모르는 좌익 공담꾼인지 알 수 있게 한다. 레닌의 말대로 자본주의 체제에 있는 한 자본주의 내에서의 요구는 여전히 필요하다. 최소강령을 폐지하고 최대강령을 주장한다면 말은 오히려 급진적일지는 모르지만 대중들의 구체적이고 절절한 요구와는 동떨어진 활동을 하게 될 것이다. 대중들의 구체적인 삶과 투쟁으로부터 고립된 급진적 주장은 자기만족적일 수는 있지만 공허할뿐더러 모험주의적이고 대중들로부터 정치세력을 고립시키게 될 것이다.
이행기 강령을 내세우는 두 가지 전제(최소강령-최대강령의 이분법적 구분이 개량주의를 낳았다는 점과 쇠퇴기 자본주의이기 때문에 최소강령도 최대강령도 아닌 이행기 강령을 내걸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처럼 이행기 강령은 부실한 모래 성위에 쌓아놓은 성처럼 허술한데다가 강령의 세부적 요구 자체에도 문제가 있는 총체적 부실 강령이다.
2) 이행을 가로막는 이행강령
사노련의 대중행동강령은 최소강령도 아니고 최대강령도 아닌 최소강령과 최대강령 사이에 다리를 놓는 과도강령이다.
“대중행동강령은 한쪽 끝자락에 대중의 현재의 개량적 요구와 연결되어 있다. 반면 다른 한쪽 끝자락은 혁명적 요구와 맞닿아 있다. 개량적 한 끝을 이유로 순수주의자들이 대중행동강령을 타락이라고 비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혁명적 한쪽 끝을 이유로 조합주의자들은 대중행동강령이 현재의 대중의 의식과 투쟁력에 조응하지 못하는 이상적인 것이거나 지나치게 급진적인 것이라고 비난한다.(사노련, 「강령의 의의」).
사노련은 행동강령으로 일상적 시기와 혁명의 시기에 중간적인 다리를 놓으려 한다. 그런데
일상적 시기와 혁명 사이는 다리가 아니라 자본주의 국가권력을 타도하는 정치혁명으로 근본적으로 비약하는 질적 전환의 과정이 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는 걸어서 건널 수 있는 다리가 아니라 건너뛰어서 도약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국가권력이라는 장벽이 있는 것이다. 이 장벽은 일상적 시기의 투쟁이 축적되지 않고, 자본주의 지배권력을 계급동맹으로 포위하지 않고, 지배계급 내부의 분열을 유도하지 않고, 장기적 진지전 없이 저절로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상시기의 최소강령의 양적 투쟁이 혁명 시기의 최대강령으로 질적비약이 되는 것이다.
대중행동강령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다가 두 마리를 다 놓칠 수 있다. 대중행동강령은 ‘대중의 현재의 개량적 요구’를 전면에 부각시키지 못하고 ‘현재의 대중의 의식과 투쟁력에 조응하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한쪽 끝자락’을 걸치고 있어서 문제라면, 혁명적 요구에 있어서는 혁명의 시기에 국가권력의 문제를 제대로 부각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후진적인 것이다.
이행기 강령은 최소강령적 요소와 최대강령적 요소의 무분별한 절충이다. 노동자통제, 국유화 등 이행기 강령은 일상시기에는 대중의 구체적 요구 보다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는 최대강령적이어서 문제다. 또한 정세와 무관하게 제기되는 노동자 정부, 공장위원회 등의 요구는 대중으로부터 사회주의자들을 고립시킨다.
하루, 일주일에도 몇 번씩 바뀌는 전술적 요구와 달리 강령은 일관돼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 번 만들어진 강령이 언제나 불변이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강령은 일상시기와 혁명적 시기에 따라 주요하게 개정돼야 한다. 그러나 대중행동강령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정세에 따라 대중행동강령의 요구를 적절하게 꺼내 쓰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백화점 식으로 강령을 나열해 놓고 곳간에서 빼먹듯 쓰는 것이 강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행강령에서는 ‘소유권과 부르주아적 생산 관계들에 대한 전제적 침해’를 언급한 공산주의당 선언의 문장을 가지고 이행요구라고 하고 있다. 그런데 맑스는 소유 문제를 언제나 전면에 내건다고 하고 있다. 그리고 맑스, 엥겔스의 강령은 이행 요구로써가 아닌 국가권력 장악 이후의 프롤레타리아 독재 하에서의 실천과제를 담고 있다.
“우리는 이미 앞에서 노동자 혁명의 첫걸음은 프롤레타리아트의 지배 계급으로의 고양, 민주주의의 쟁취라는 것을 살펴보았다. [그렇게 되면] 프롤레타리아트는 자신의 정치적 지배를 이용하여 부르주아지로부터 모든 자본을 차례차례 빼앗고, 모든 생산 도구들을 국가의 수중에, 즉 지배계급으로 조직된 프롤레타리아트의 수중에 집중시키며, 가능한 한 신속히 생산력들의 양을 증대시키게 될 것이다. 이것은 물론 처음에는 소유권과 부르주아적 생산 관계들에 대한 전제적 침해를 통해서만, 따라서 경제적으로는 불충분하고 불안정한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운동 과정 속에서 자기 자신을 뛰어넘으며 생산 양식 전체의 변혁을 위한 수단으로서 [그 채택이] 불가피한 방책들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맑스.엥겔스, 공산주의당 선언, 저작선집 1권 p.420).
국가권력의 문제를 전면적으로 제기한 실천과제를 이행의 요구로 자본주의 내에서의 요구로 이해하고 있다면 맑스, 엥겔스의 말대로 ‘소유문제’를 전면에 부각시키는 것이 아니라 회피하게 한다. 권력의 쟁취 이후의 과제를 자본주의 내에서 단지 자본의 이윤을 부분적으로 침해하는 요구로 격하시키기 때문이다.
레닌은 “프롤레타리아독재의 필연성을 인정하는 것은 오직 프롤레타리아트만이 진실로 혁명적인 계급이라는 「공산당 선언」의 테제와 가장 긴밀하고 불가분하게 결합되어 있다.”(레닌, R.S.D.L.P. 강령의 준비자료, 레닌 저작집 2-1, P65)고 하면서 러시아사회민주주의당에서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생략하는 것에 대해서 강력하게 항의했다. 이후 러시아 사회민주주의당에서는 프롤레타리아 독재가 최대강령으로 가장 공개적이고 명확하게 표현되었다. 그러면서도 “노동자 부분에서 우리는 사회적 개혁에 대한 요구들의 범위를 넘어설 권리가 없다.”(레닌, 러시아 사회민주주의의 농업강령, 레닌저작집 2-1, P.108)고 했다. 레닌은 또한 “부르주아지의 지배를 타도하는 사회혁명은 우리의 궁극적 목표를 획득하는 프롤레타리아혁명이기 때문에, 우리는 노동자부분에서 당면의 요구들에서 사회혁명적 요구를 제출할 수 없다.”(같은 글, P.109)고 했다. 레닌의 말대로 궁극목표가 아니라면 자본주의 사회의 기초에 머무르는 요구로 제한해야 한다.
이 말은 모순되지 않는가? 그러나 최소강령과 최대강령 양자의 의의를 이해한다면 이것은 절대 모순적이지 않다. 이행기 강령이 한편에서는 프롤레타리아에 의한 권력장악을 포함하지 않고, 다른 한편으로는 대중들의 사활적 요구에 비해 지나치게 급진적이라면 최대강령과 최소강령은 권력의 문제를 분명히 제기하면서도 대중들의 일상적 요구에 긴밀하게 결합해 들어가는 강령이다.
3) 정세인식의 주관성
이행기 강령은 객관적 정세인식과 주체역량 사이에서도 혼란을 겪고 있다. 이행기 강령의 정세인식은 급진적이지만 주관적이다.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 속에서 현 투쟁 국면과 (준)혁명적 정세 사이에는 결코 넘을 수 없는 만리장성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양효식 사회주의노동자연합, 「사회주의당건설운동 전면화를 위한 1차 전국공통토론회 정세와 당건설」).
공황이 곧바로 혁명적 정세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공황은 대중들을 자본주의에 맞서 싸우는 급진적인 투쟁대오를 만들어 낼 수도 있지만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정치적 전망이 없으면 체념과 고립, 패배주의, 경쟁과 분열로 몰아넣기도 한다. 사노련은 지금의 정세를 휘발성 정세로 본다.
사노련은 지금 정세가 “불만 당겨지면 터져 나올 인화물질”로 가득 차 있는 것으로 본다. 누군가 불만 지르면 확 정세가 타오를 수 있는데 타오르지 못하는 것은 “자본가 국가의 탄압 이전에 노동조합 관료와 개량주의 정당들의 계급협조 / 노사협조 노선”과 “노조관료/ 개량주의정당의 이 같은 노골적인 계급협조 노선에 의해 계급 대 계급 전선이 방기되고 억제 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노련의 정세관은 지나치게 단순하고, 마치 금방 흥분했다가 가라앉는 ‘다혈질적 정세관’이라 할 수 있다. 대중들은 언제나 급진적 투쟁에 나서려 하는데 관료들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관료들을 제거하고 혁명세력이 장악하면 확 타오를 수 있다는 식으로 본다. 물론 공황의 시기에는 대중들의 생존권이 압살당하기 때문에 가연적 요소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급진화의 가능성이지 급진화의 현실성이 아니다. 휘발적 정세라는 것은 쉽게 불타오를 수 있지만, 쉽게 꺼질 수도 있다는 말 아닌가?
공황이라는 정세를 주관적으로, 단순하게 바라봐서는 안 된다. 대중투쟁을 혁명적으로 나아가게 할 수도 있고, 일시적 침체와 고양을 반복하기도 하고, 패배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는 가변적 정세로 이해해야 한다. 자본주의 공황은 실업과 정리해고, 임금삭감과 단협의 공격, 소부르주아의 파산으로 몰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중들이 급진화 될 수 있는 조건과 가능성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이 조건과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주체역량에 달려 있다. 왜 정세는 투쟁을 부르는데 노동자와 인민은 급진적 투쟁으로 나서지 않는가? 이것이 단순히 관료들만의 문제인가? 그렇다면 확 타오를 정도로 달아올랐던 대중들의 투쟁열기에 관료들이 어떻게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가? 관료들을 관료로 유지할 수 있는 힘은 대중들에게 최소한의 개량의 여지를 던져줄 수 있는 정치적 역량에 달려 있다. 그런데 관료들이 과연 대중들에게 이것을 가져다 줄 수 있는가?
대중들의 문제는 개량주의 세력의 문제도 있지만 자본주의가 근본적으로는 계급을 지배하는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자본주의는 갈 데 까지 갔지만 다른 정치적 대안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주의에 대한 불만에도 불구하고 여하튼 자본주의에서 자신의 살 길을 모색해야 한다. 한 때 개량주의자들 사이에서 “그러면 사회주의 하자는 거냐?”는 말이 유행했다. 이것이 관료들이 대중들을 배신하면서도 대중들의 정치적 전망 부재라는 조건 속에서 자신들의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이다. 반면에 혁명적 정치세력들은 아직 대중들에게 지도력과 신뢰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러한 ‘가연요소’적 정세인식은 대중으로부터 고립을 자초하고 모험주의적 정세관과 실천을 낳을 수 있다. 이러한 정세인식에도 불구하고 투쟁이 타오르지 못하면 그 반대로 패배주의적 경향을 낳기 때문이다. 또한 정세의 약점과 대중의 상태에 대한 인식, 지배계급의 지배헤게모니의 정도와 지배계급의 분열, 소부르주아의 상태 등 정세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를 균형적, 총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4) 과도하거나 권력의 문제를 회피하는 이행강령
해방연대는 이행기 강령의 문제의식 하에 공장위원회 건설을 당면 요구로 내걸고 있다. 노동자 대중들은 여전히 노동조합이라는 대중조직을 중심으로 뭉치고 투쟁하고 있다. 선진 활동가들은 노동조합의 강화와 협조주의적 노동조합을 투쟁하는 노동조합으로 바꾸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절대적 대중 장악력을 가지고 있는, 여전히 투쟁의 중심적인 힘이 노동조합이 라면 사회주의자들의 당면 과제는 노동조합을 매개로 활동하고, 노조 내에서의 지도력을 획득하기 위해 현장조직 내에서도 활동하는 것이다.
그런데 노동조합이 아닌 급진적인 공장위원회 요구가 얼마나 대중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지금 시기 공장위원회 요구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사회주의자들을 철저하게 고립시킨다. 대중들에게 사회주의자들이 현실감각이 없는, 허황된 세력으로 비춰지게 해서 사회주의자들의 권위와 지도력을 실추시키게 한다. 과연 공장위원회가 혁명적 이중권력의 시기가 아닌 지금 시기에 건설될 수 있는 것인가?
사노준, 사노련의 노동자통제위원회의 요구도 마찬가지다. 해방연대와 마찬가지로 이들이 주장하는 단사적, 지역적, 전국적 노동자통제위원회 요구는 현실운동의 발전단계와 대중들의 의식, 요구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요구이다. 사노련의 행동강령은 모든 것을 ‘위원회’의 문제로 제기하고 환원하는 ‘위원회주의’다. 사노련은 촛불투쟁의 요구 중 “노동자 권력에 의한 모든 언론기구의 국유화, 노동자 권력 및 언론사 노동자 소비에트에 의한 언론기구 운영, 통제”를 제출했다. KBS노조는 어용이다. 이 어용노조를 민주화 시키는 것이 활동가들의 과제인 상황에서 과연 언론통제위원회가 얼마나 현실성 있는 요구로 비춰질 수 있는가?
사노련은 대중행동강령 중에서 노동자 통제를 이렇게 말한다.
“생산과정에 대한 노동자통제는 노동자들이 권력의지를 형성하는 소중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자본의 왕성한 확대재생산 운동에 의존하고 안주하는 생산통제는 불황이나 공황을 맞이하였을 때 매우 무기력해지고 만다. 생존권을 비롯한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고 확대하기 위해 자본의 이윤 나아가 자본주의 원리를 과감하게 공격해 들어가면서 생산과정을 넘어 기업운영 전반으로 ‘노동자 통제’를 확장하려는 과감한 도전이 펼쳐져야 한다”사회주의 당 건설운동 전면화를 위한 전국공동토론회 제2차 혁명전략 발제문).
일상적인 시기에도 대중행동강령을 내걸어야 한다고 하더니 이제는 자신의 평소 주장을 뒤집고 불황이나 공황 시기에 제출하는 요구로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준혁명 시기는 어떤가? 이중권력의 시기이다. 일상적인 시기에는 너무나 급진적이어서 대중들로부터 고립되는 대중행동강령은 이때는 정세에 너무나 뒤쳐질 수 있다. 준 혁명기나 혁명기 때는 권력의 문제를 다툰다. 노동자에 의한 권력장악이냐 반동으로의 복귀냐를 다투는 것이 이중권력의 시기다. 사노련의 노동자정부는 그 자체가 프롤레타리아 독재권력이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면 노동자 정부는 대체 무엇인가? 왜 자본주의 권력과 노동자권력 사이에 노동자 정부라는 모호한 중간단계를 제시하고 있는가?
사노련은 이행의 시기를 이행 강령으로 착각하고 있다. 이행의 시기는 요구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세 속에서 만들어진다. 요구가 이행의 정세를 만드는 게 아니라 정세가 요구를 만들어낸다. 정세와 무관한, 주관적인 정세인식에 기초해서 요구를 만든다고 정세가 급진화 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정세는 활동가들의 투쟁에 의해 더 급진화 되지만 객관적 정세, 객관적 법칙 속에 활동가들이 정세에 걸맞은 핵심 요구를 부여잡고 대중을 조직했을 때 정세가 더 급진적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레닌 당시에 제국주의 전쟁이라는 자본주의의 전 세계적 모순과 이 속에서 임시정부와 소비에트에 의한 이중권력의 형성이 없었다면 사회주의로의 이행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대중들의 전쟁에 대한 혐오를 평화라는 대중적 요구로 결합시키면서 볼셰비키는 권력을 장악할 수 있었다.
이행기 강령은 운동의 발전과 객관적 정세상황과 상관없이 시도 때도 없이 내건다는 것, 노동자정부는 개량주의 정당의 주장과 같을 수 있다는 점, 일상적 시기에는 대중운동의 상태나 정세와 상관없이 너무 과도한 요구라는 점, 혁명 시기에는 권력의 문제를 전면 부각시켜야 할 시점에서 국가권력의 문제없이 노동자통제를 내건다는 점이 문제이다.
사노련은 노동조합을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평가하는 반면 소비에트에 대해서도 과도한 의미를 부여한다.
“노동조합과 소비에트(노동자 평의회)의 성격은 사뭇 다르다. 노동조합은 소비에트처럼 노동자권력 쟁취와 사회주의 체제 수립을 목적으로 탄생한 조직이 아니다. 오히려 노동조합은 개량 획득을 목적으로 등장한 개량주의 조직이다.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노동자의 근로조건과 고용, 생활수준을 보호하는 것이 노동조합의 태생적 목적이다. 이와 같은 노동조합의 ‘역사적 기초’는 노동조합 속에서 개량주의를 불가피하게 양성한다”(사노련 「우리의 입장 해설 2부」).
노동조합은 본래의 목적이 경제적 이해를 위해 탄생했지만 당의 개입과 지도로 자신의 목적을 넘어 정치투쟁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노동조합은 자본주의 내에서는 대중적 단결의 구심인 동시에 공산주의의 학교가 되어야 한다. 노동조합은 사회주의 혁명 이후에 사라지는 조직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공산주의에서 배운 지식과 경험을 통해 사회주의 경제조직에서 주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또한 레닌의 노동조합 논쟁에서 보듯 여전히 노동자 권력 하에서도 노동자들의 부분적이고 물질적 요구를 대변해야 한다.
소비에트는 물론 노동조합과 질적으로 다른 조직이다. 소비에트는 자본주의에 맞서는 가장 대중적인 조직이고, 봉기의 중심이며 사회주의 체제의 민주적 기반이다. 그러나 소비에트 그 자체가 사회주의 체제 수립을 목적으로 탄생한 조직인가? 소비에트는 이중권력 시기에 등장했지만 멘셰비키와 사회혁명당이 다수파를 차지했을 때에는 임시정부에 대한 지지에 머물러 있었다. 볼셰비키는 임시정부를 대신해서 ‘모든 권력을 소비에트’로 집중할 것을 주장했지만 이 소비에트가 멘셰비키에 의해 장악 당했을 때는 이 구호를 일시적으로 철회하기도 했다. 소비에트는 오직 볼셰비키의 소비에트 내에서 다수파 장악과 더불어 혁명의 기구가 될 수 있었다. 노동조합이나 소비에트나 그 자체로서는 혁명적일 수는 없다. 오직 혁명적 당과 결합함으로써 혁명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처럼 이행기 강령은 사회주의당의 조직관, 정세관, 대중관 이 모든 것을 왜곡하고 있다. 이행기 강령은 철저하게 이행을 가로막는 강령이다. 이행기 강령은 맑스, 엥겔스, 레닌으로 이어지는 최소강령-최대강령이라는 당 강령의 원칙과 정신, 방법을 절충적 강령으로 이행시키고 있다.
<노/정/협>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