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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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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26 18:50:17, 조회:2,179, 추천: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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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패배의 경험을 승리로 조직하는 것이 ‘혁신’이다
“올 것이 왔다” “현대자동차노동조합 ‘너 마저!!’”
지난 2월 기아자동차노동조합에 이어 5월에 현대자동차노동조합에서도 채용비리가 폭로되면서, 노동운동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노동운동의 위기’가 실체를 인정받는 것처럼 보인다.
자본의 위기 시기에 등장해 노동계급의 투쟁을 질식시키고, 자본의 날개짓 밑에서만 퍼득일 것을 희망하던 ‘위기론자’들이 현장의 이름을 빌어 다시 화려하게 등장했다. 달라진 것은 ‘위기’의 본질보다는 위기극복을 위한 ‘혁신’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위기’는 기회다! 이때를 잡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혁신’으로 간다!
이것이 노동조합운동 그리고 노동운동 일부에서 말하는 변증법적인 사고의 결과이다.
최근 도덕성, 민주성, 자주성의 회복이라는 노동계급 내부의 투쟁을 기치로 내건 혁신안들이 제출되고 그것이 노동조합운동을 되살리는 명약으로 팔리고 있다.
우리는 지난 호에 노동운동 위기 논쟁을 전반적으로 다룬 바가 있다. 이번에는 이 위기와 혁신논쟁을 대공장 현장 특히 현대자동차를 중심으로 해서 민주노총 전반의 위기논쟁과 비교하면서 그것이 어떻게 관료주의적으로 통합되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노동조합과 활동가에 대한 불신은 비리와 특권으로부터만 비롯된 것이 아니다!
채용비리에 대한 검찰의 조사가 계속되고 있던 6월 현대자동차노동조합 정책개발연구위원회(정개위)는 노조혁신방안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그리고 7월의 2차 토론회까지 제출된 내용은 채용비리와 노동운동 혁신방향이었고, 발제문들을 통해 현장에서 느끼는 위기의 내용과 그 해결방안인 ‘혁신’의 내용이 어떻게 조직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정개위가 외부기관에 의뢰한 설문조사 결과는 이후 ‘혁신실천단’(8월 18일 현재 2차 혁신실천단(준) 회의가 소집되었다)의 실천강령으로 자리잡을 것이었다.
그 하나의 예를 본다면, ‘가장 시급한 혁신대상’이 누구인지 고르라는 질문에 조합원들은 현대자동차노동조합에 ‘난립’한 현장조직을 그 첫 번째 대상으로, 그리고 대의원, 임원 및 집행간부 등의 순으로 답했다.
이는 현장으로부터 멀어진 활동가들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며, 그동안의 노동조합활동이 현장을 중심으로 조합원 대중을 주체화시키기 보다 대중을 수동적인 동원대상으로 판단한 것에 대한 은유적인 평가인 것이다.
과거 현대자동차노동조합 대의원 선거 때 뿌려진 유인물의 헤드라인이 그 진실을 표현하고 있다. “라인을 타는 대의원이 되겠습니다!”
설문조사의 12개 질문 문항 중 대부분이 노조간부의 특권을 폐지하는 것에 대한 의견이 차지하고 있다. 이는 노동조합 간부, 활동가들이 아무런 자책이나 견제 없이 특권을 누려왔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에 불과하다. 투쟁의 성과가 소수에게 독점되고 조합원 대중의 의식과 활동을 강화하기 위한 기제로 활용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관성화된 특권의식이 관료화의 한 요소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조합원 대중의 불신은 자본의 구조조정 공세에 맞서 고용안정과 생존권을 사수, 강화하고 노동자계급의 전진을 위한 투쟁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 노동조합과 활동가에 대한 것이다. 파업시기 대중의 투쟁력이 고양될 때 그 투쟁의 위력에 압도당해 일정한 양보 속에 투쟁을 마무리하고, 이를 대중의 동원력 탓으로 돌리는 방식으로 뒷걸음질 해온 노동조합에 대한 평가가 지금의 현실에 반영된 것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노조간부와 활동가에게 보이는 조합원 대중의 불신을 노조간부의 특권을 중심으로 분석할 때 내놓을 수 있는 결론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현대자동차노동조합의 위기, 노동운동의 위기의 원인은 일부 노조간부와 활동가들에 의한 것이며, ‘난립’한 현장조직의 문제이기에 이를 원초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통제(기구)가 필요하다!
따라서 혁신의 주된 내용은 노동조합운동의 발전 속에서 산별노조로 전환하지 못하고 기업별 한계에 갇혀 연대를 확장하지 못하면서 기업별 노사담합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문제이기에 ‘썩은 살을 도려내’고 ‘기업별 노조의 담합적 노사관계를 깨부수고 공장 담벼락을 넘어 노동계급의 연대전선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산별노조로 전환하면 된다!“고.
답은 나왔다! 위대한 산별노조! 만병통치약 산별노조!
거기에 조금 새로운 내용이 있다면 각종 폐해와 비리를 낳을 수 있는 협의들을 중앙으로 집중해내며 결정은 조합원이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가 더 있다. 혁신제안자들은 “총고용과 총물량, 공장간 생산차종과 생산물량, 신차종 투입과 모듈화를 담당하는 노동조합 전문가 그룹”을 구성하자고 한다. 정책은 전문가그룹이 생산하고, 대의원은 합의만 끌어내면 되고, 결정은 해당조합원들이 하면 된다.
드디어 노동조합운동의 명확한 분업화, 전문화가 이루어지게 된다!
‘전문가 그룹’은 노동조합 임기에도, 집행부의 성격과 무관한 ‘철밥통’ 자격을 얻게 되며 노동조합 위의 노동자로 서게 된다.
과거 전태일 열사가 그리도 원했다던 “대학생 친구가 한명만 있었어도…”는 이제 새롭게 혁신된다. 이제 조합원 곁엔 “노동자인텔리 전문가 그룹”이 있다! 투쟁을 조직하고 지도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할 상급단체의 관료들로도 부족해 이제 현장에서도 특정분야의 전문가 관료가 넘치게 된다!
한편 기업별 노조활동의 한계를 지적하면서도 같은 현대자본의 착취아래 놓여있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는 실천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전사회적, 전계급적, 전대중적 연대투쟁”이라는 원칙적인 설정으로 ‘기업’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할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득권자인 정규직 노동자들의 양보”가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정당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승리를 위한 실천투쟁을 밀어붙이는 것이다.
언급하지 않은 다양한 사안에 대한 문제제기와 해결방향을 제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현대자동차노동조합에서 추진되고 있는 혁신에 대해서 현장의 호응은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조직이나 정파를 떠나 새로운 주체로써 ‘1천 혁신전사’를 모집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30여명의 준비팀이 구성되어 있을 뿐이다.
혁신의 과제가 긴급한 문제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은 지금의 투쟁을 방기하고 진행하는 또 하나의 형식적인 대응방책이기 때문은 아닐까.
현장과 민주노총을 관통하는 조직형식주의적 논리
현장에서의 ‘혁신’의 내용들은 무에서 창출된 것은 아니며 단순히 ‘활동가의 상’을 재정립하는 수준에서 머무르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노총이 제출한 ‘조직혁신안’이 제기하는 주장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먼저, ‘산별노조운동의 정체와 답보’에 따라 ‘의식-조직-투쟁’이 ‘양질적으로 강화발전’되지 못하였으며, 또한 ‘기업별 정규직 중심의 운동구조가 고착’되어 온데다가, ‘분파주의, 일부 간부들의 도덕적 불감증’이 겹치면서 ‘위기구조가 심화되어 왔다.’ 또한 이러한 ‘중층적 위기가 전반적 지도력의 위기로 집중적으로 표출’되고 ‘사회적 연대성, 계급대표성의 위기’에 의해 ‘대내외적으로 민주노조운동의 정체성의 위기로 심화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판단이 가능한 것은 어떤 이유인가?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를 한편에서는 노동계급 내부의 ‘분파, 지도력’의 문제 등으로 좁혀내면서 현재 민주노총을 주도하는 자들의 정파적 이해에 기반 한 노동조합운동을 재편하고 확고한 지도력을 관철시키고자 하는 데 있다.
또한 ‘대공장 정규직 중심’이라는 ‘협소’한 틀로는 대표성이 더 이상 확장될 수 없기에 ‘외부사회세력과의 연대와 내부계급적 단결’을 통해서 ‘비정규 미조직 노동계급의 이익을 옹호관철’하여 계급적 대표성을 확장해야 한다고 한다. 이는 실제 ‘산별추진위’의 행보에서 보여지 듯 조직형식의 변화, 즉 일부 대공장 노조의 산별노조로의 전환을 통해 그리고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들의 일정한 양보를 전제해야만 비정규직 미조직 노동자를 포괄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나타난다.
‘사회연대성의 확대’라는 이름으로 노동계급의식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왜곡하면서 진행되고 있는 사회적 합의주의자, 개량주의자들의 눈물겨운 ‘혁신’의 노력은 결국 노동계급운동 전반을 하향화시키고, 조합주의 운동의 틀 안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게 하겠다는 그야말로 노동조합주의적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노동자 계급 내부를 ‘혁신’해 가는 동안 자본주의 발전의 모순이 가져온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투쟁, 자본과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국가기구에 대한 공격은 구렁이 담 넘듯 넘어가 버리게 될 것이다.
자본가 국가에 대한 투쟁은 민주노동당이라는 또 하나의 ‘기구’에 위탁해 민주노총은 폼 나는 몸 대주기로만 한정하고 선거 때면 표를 몰아주는 것으로 대체되어 버린다.
상급단체 간부직을 차지하고 있는 관료들은 매 시기 닥쳐오는 자본의 공세에 맞서기 위한 투쟁의 방향을 제시하고 조직하며, 현장의 투쟁력과 의식성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산별노조건설특별위원회’, ‘산별노조건설 실천단’, ‘규율위원회’, ‘회계감사위원회’ 등의 문패를 단 유령기구에 노동운동을 맡겨두면 되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면서도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닌 ‘혁신’ 속에서 현대자동차노동조합과 민주노총이 제출한 방향은 하나의 공통점으로 귀결된다.
무엇을 위해 ‘혁신’을 해야 하는가라는 관점에서 자본가계급에 대한 투쟁의 칼을 벼리기 위한 무기가 아니라 노동계급 내부를 특정하게 정화시키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는 자본과 정권이 가장 원하는 바이다. ‘전투적’ 노동운동이 그 전투성을 버리고 ‘노자협조’를 위한 이익집단으로 거듭나는 것. 그래서 갈수록 심각해지는 자본과 노동의 대립전선을 더욱 은폐하고 노동자계급이 목에 달린 줄에 의해 조정되는 인형극의 인형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결국 자본과 이해를 같이하게 될 ‘혁신’의 방향을 얘기하는 자들은 누구인가?
그들이야말로 민주노조운동, 노동운동에서 혁신을 당해야 할 자들이다. 노동조합운동의 목표를 협소한 의미로서의 개량적 요구 수준에만 머무르게 하려는 자들에게 있어서 채용비리, 대대무산 등의 일련의 사건들은 ‘노동조합운동의 위기’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 도덕성으로의 무장만이 혁신이 아닌 것처럼 그들이 스스로 혁신하고자 한다면 더욱 예리한 계급의 무기, 사상적 무기를 획득하고 이를 현장과 같이 호흡하며 한발씩 앞서가는 행동을 보일 때 노동자들은 신뢰를 보낼 것이며, 그때 혁신은 전면적으로 이루어지게 될 뿐이다.
‘노동운동의 위기’는 조합주의의 위기이다!
우리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현대자동차노동조합이나 민주노총이 추진하는 비리척결, 도덕성 회복운동이 아니다. 그것은 자본과의 격전장을 뚫고 전진해야 하는 선진노동자라면 당연한 활동방식이며 어느 때이든 버리지 말아야 하며, 더욱 은밀해지는 자본의 유혹과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욱 벼려야할 자세이다.
그러나 새로운 활동방향을 제출한 자들이 활동가의 ‘품성’과 ‘자세’를 강조하는 가운데 놓지 않고 강화시켜야 할 것을 골방에 가두어 버리고 있다는 것에 대한 우려이다. 노동자계급의 사상으로 무장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 것. 그것이 선진노동자의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이며, 현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활동을 조직하는 것이 실제적인 ‘혁신’의 힘이다.
민주노총 그리고 민주노조 운동을 혁신한다는 것은 개량주의, 사회적 합의주의에 맞서는 현장투쟁이 곳곳에서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노동계급 내부를 가르고 있는 다양한 분할의 울타리를 걷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투쟁에 복무하는 것만이 자본의 노리개로 전락하고 있는 노동조합 운동으로부터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이며 ‘혁신’을 실제화 하는 것이다.
노동계급운동의 ‘위기’ 속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그 싹을 틔워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우선, 노동자계급의 사상에 더욱 철저해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확대해 내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다양한 이름으로, 색으로 변형되는 카멜레온 같은 노동운동 내의 기회주의, 개량주의 세력들과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이로부터 같이 할 수 있는 세력과 같이 할 수 없는 세력, 그리고 일시적이나마 연합할 수 있는 세력이 누구인지가 명확해 질 것이다.
이에 기반하여 동시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투쟁, 아니 진행되어야 할 투쟁으로부터 시작하자!
비정규직 투쟁에 헌신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각각의 비정규직 투쟁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을 고려하면서도 비정규직 노동자가 갖는 동일한 투쟁의 목표와 요구를 모아내기 위한 의식적인 활동이 필요하다.
각기 다른 개별자본에 의해 탄압받고 있는 투쟁이기에 투쟁전술과 그에 따른 일정, 조직화는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의 존재는 자본가계급의 단일한 이해 속에서 발생한 것이며, 이에 맞서 노동계급의 단일한 투쟁전선을 형성해 내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있을 때야만 우리는 개별자본이 아니라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본의 대표자들을 끌어내올 수 있을 것이다.
98년 이후 정체에 놓여있으면서 끊임없는 악선동에 움츠러든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더욱 어려움에 놓여있는 것이 사실이다. 조합원 대중의 의식을 끌어올리고 투쟁을 조직하는 것도, 전국적 연대전선에 복무하는 것도 소수화 된 선진노동자들의 몫이라는 것을 인정하자.
현장에서 자본이 추진하는 공세들이 가지는 의미들, 즉 한 공장의 노동자들만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들에게도 동일한 탄압과 공세를 퍼붓고 있으며 하나의 투쟁이 패배하면 이후 투쟁은 더욱 큰 힘을 필요로 한다. 그러기에 구조조정으로 표현되는 모든 자본의 전략과 전술에 맞서 아직은 노동조합과 활동가에 대한 전면적인 신뢰를 보이고 있지 않는 조합원 대중의 생존권과 노동자의식을 확보, 강화하기 위한 투쟁의 조직화가 필요하다.
이러한 투쟁이 오늘 당장 가능한 것이 아니라고 탓하지 말자!
개량주의, 기회주의에 맞선 투쟁의 필요성에 동의하고, 노동자 대중의 한 발 앞에서 투쟁방향을 제시하며 조직해야 할 필요성을 이해하는 동지들이라면 먼저 나서자!
선진노동자들 몇몇의 연대를 넘어서지 않고서는 조합원 대중의 의식 변화와 민주노총의 우경화, 개량화를 방어할 수 있는 현실적 물리력을 확보할 수 없다. 대중추수주의가 아닌 조합원의 현재적 상태로부터 투쟁을 불러일으키고 승리의 경험을 나누는 것을 통해 노동계급운동에 대한 신뢰를 보여 줄 수 있다. 그 속에서 노동자계급의 연대, 비정규직 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가 단일한 적을 향해 전진하고 있음을 스스로 경험하게 될 것이며 비로소 발목을 붙잡고 있는 노동조합주의 틀을 벗어나고 있는 투쟁과 함께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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