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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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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01 10:56:16, 조회:2,372, 추천: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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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에서는 현상이 본질을 왜곡하거나 은폐한다. 객관적으로 가공된 통계나 수치 역시 자본주의 사회의 현상의 하나를 보여주는 동시에 이 현상을 왜곡하거나 은폐하기도 한다. 한 예로 비정규직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그 숫자가 달라지기도 하고 실업통계의 방식에 따라 실질실업이 줄어들기도 한다. 하지만 조작되거나 은폐된 사회통계에서도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의 구체적 현실을 인식하고 폭로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여전히 더 열악하고 탄압 받고 있다.
서울지역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315만7천명이나 된다. 이는 서울의 임금노동자 486만2천 명 중 적어도 61.5%를 차지하는 비중이다(서울통계청). 그러나 이 통계에는 1년 이상의 계약직 노동자들이나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으로 포함되어 있지 않다. 또한 특수고용노동자들 역시 임금노동자로도, 비정규직 노동자로도 포함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비정규직노동자들은 훨씬 더 많다고 봐야 한다. 이런 ‘상용’비정규직과 특수고용노동자들을 제외하고도 06년에서 07년 8월 사이에 100인 미만 기업의 비정규직은 24만5천명이나 증가했다. 그 중에서도 용역노동자 10만 명, 파견노동자는 44,000명, 일용직노동자는 17만 명이나 증가했다.
지난 5년간 총 임금노동자가 185만여 명 늘어났는데 같은 기간에 비정규직 노동자가 186만4천명이 늘어난 것을 보면 임금노동자의 증가는 순전히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채워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작년 비정규직 악법 시행을 전후로 해서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계약해지나 해고를 당하거나 초단기, 0개월 계약직으로 재계약되는 등 하루살이 노동자로 전락한 것을 기억해보자. 또한 우리은행과 같이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다고 얘기되지만, 사실은 정규직 내의 하위 직군을 신설해서 합법적으로 차별하겠다면서 노동자들에게 양보교섭을 강요했던 것을 생각해보자. ‘반’정규직화 된 사실상 비정규직들인 이들은 통계청의 비정규직에는 결코 포함되어 있지 않다. 또한 우리은행 뿐 아니라 신세계, 기타 유통서비스분야에서 무기계약직화, ‘반’정규직화 된 비정규직들도 비정규직 통계에서는 제외되어 있다.
한편 대기업 560곳 중에서 비정규직을 한명이라도 채용한 398곳의 비정규직 실태조사를 살펴보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평균임금이 정규직의 63.5%인 127만 6천원이라는 통계청 발표나 66.4%라고 밝힌 노동부 조사와 달리, 정규직 노동자의 20-39%의 임금을 받는 비정규직은 35.7%나 된다. 정규직의 40-59%를 받는 비정규직도 31.2%인 것을 감안하면 정규직 임금의 60%에도 못 미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67%나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한국노동연구원) 물론 이 역시 이주노동자들은 제외된 통계수치다.
적어도 임금노동자의 2/3 이상을 차지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지는 비단 임금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상여금이나 유급휴가 등의 혜택에서도 차별대우를 받고 있으며, 일당제 고용으로 아예 보장받지 못한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수두룩하다. 이런 열악한 노동조건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숨까지 빼앗아가고 있다. 작년 2-5월 대기업 2천여 곳을 조사한 결과 산재 사망자 중 ‘비정규직’이 21명, ‘정규직’이 11명이었다(노동부). 작년 5월 이후 광주전남지역에서는 산재 사망한 노동자가 41명에 달하며 그 중 70%인 29명은 비정규직이었다(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 근로복지공단이나 노동부 등에서 내는 노동재해는 공상처리 등으로 은폐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나마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망사고는 은폐하기 어렵기 때문에 밝혀져서 이 정도지 실제로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노동재해로 소리 없이 죽어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탄압 또한 극심했다. 노무현 정권 이래 구속된 노동자는 1천여 명에 이른다. 특히 작년 4-6월까지 구속된 16명의 노동자 중 15명이 비정규직 노동자였으며, 비정규직 악법이 시행된 작년 7월 이후로도 40명이 구속되었고 그 중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9명이었다(구속노동자후원회 자료). 작년 한 해 동안 11월 15일까지 구속된 노동자는 187명인데 이중 171명이 비정규직 노동자였다(민주노총 자료). 지역건설노조, 사내하청 노동자 등 간접고용노동자들과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구속되었다. 이는 비정규직 투쟁이 몇 년간 계속 전개되고 있고, 그만큼 자본과 정권의 탄압 또한 집중되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경총이 2008년 노사관계의 불안요인으로 사내하청과 비정규직부문을 주요하게 꼽고 있는 것도 앞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저항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의미하는 것이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 또한 결코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가 더 열악해지고 탄압이 극심해진다고 해서 자본이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고 임금을 더 주면서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것도 아니다. 남한 자본의 자신의 깊어지는 위기를 비정규직 노동자들 뿐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전가하고 있다.
남한의 주당 노동시간은 평균 44.2시간으로 OECD 국가 평균(33.4시간)보다 높다(2006년 기준).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이 2,200시간을 웃도는 세계 최장 수준이다(ILO ‘노동시장 핵심 지표’ 보고서, 2007.9). 그 중에서도 주당 54시간, 하루 11시간 가까이 일하는 노동자가 230만 명으로 가장 많다. 산재사망률 또한 노동자 10만 명 당 21명으로, 이는 지난해 노동계를 분노케 만들었던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의 산재사망, 삼성반도체에서의 백혈병에 의한 사망 등에서도 볼 수 있듯이 남한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자본의 잔인성을 보여준다.
작년 임금인상은 총액기준 4.9%였는데(노동부, 2007년 11월말 기준, 100인 이상 기업 조사) 최근 3년간 임금은 계속 낮은 인상률을 보이고 있다. 공공부문에서도 최근 몇 년간 정부가이드라인보다도 못한 인상률에 집행부가 서명하는 등 양보교섭이 적지 않았다. 작년에는 특히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한 경우도 600개(13.6%)나 되었다. 이는 작년 한 해 동안 무쟁의 노사화합을 선언한 결과로 자본의 비정규직 고용과 확대가 정규직 임금과 생활조건의 상승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을 근거로 한 전체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알게 한다.
치솟는 물가인상, 교육비 인상, 집값과 공공서비스 요금 등을 생각해보면 명목임금은 인상되었지만 실질임금은 계속 삭감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산자부와 생산성본부가 밝히듯이 작년 3/4분기 제조업 노동생산성은 14.8%나 증가해서, 2000년 이후 가장 많이 증가했다. 투입된 노동력은 감소했는데 같은 양 혹은 더 많은 생산을 했다는 것은 노동자들이 더 많이 혹사당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소득격차는 절대적 빈곤의 확대, 상대적 격차 확대로 심화되고 있다.
98년도부터 지니계수(소득분배의 불균형 수치인데 0과 1 사이의 값을 가지며 0에 가까울수록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가 낮다는 것이고 보통 0.4가 넘으면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가 심한 것으로 본다.)는 3%이상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또한 보통 평균소득의 50% 이하를 빈곤층으로 분류하는데 2006년 20.1%로 나타났다. 도시가구만 기준으로 했을 때는 5가구 당 1가구가 빈곤가구로 나타났다(보건사회연구원). 도시근로자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정부통계에 따르면 373만 8천원이다. 명확히 통계를 어떤 방식을 썼는지는 나와 있지 않지만 평균임금이고 임원의 소득도 포함되고 세금공제 이전의 수치라면 노동자들의 평균임금 수준보다 높은 값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이 이 정도의 임금을 받는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빈곤층은 더 많을 것이다. 실제로 45.2%가 자신이 '하층에 속한다.'고 느끼고 있다(통계청의 2006년 사회통계 조사 결과).
이렇듯 절대적 빈곤이 확대 심화되었을 뿐 아니라 상대적 격차 확대도 여전히 크게 나타나고 있다. 소득격차 확대, 양극화는 자본주의는 위기가 심화되는데 따른 자본주의 발전의 양상이기도 하다.
소득격차를 보여주는 '소득 5분위 배율'(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값)을 보면 상위 20% 소득이 하위의 7.52배(전국가구), 5.41배(도시근로자가구)로 나타나 소득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좀 더 세부적으로 보기 위해 소득 10분위 배율을 보면 상위 소득 10%(평균 월급 657만6,600원)와 하위 소득 10%(68만3,037원) 계층의 격차가 9.62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2006 건강보험통계연보). 통계청은 상위 소득 10%(812만 1,000원)와 하위 소득 10%(78만 3,000원) 계층의 차이가 9.07배라고 밝혔다. 0.5%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격차가 심하다는 것은 알 수 있다. 한 예로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요구에 적자운운하며 난색을 표시하는 기업의 사내이사들과 노동자들의 월평균 임금을 비교한 것을 한 번 보자. KT는 올해에는 1억4000만원과 428만원으로 그 격차가 1억3572만원이고 삼성전자는 2억 3333만원과 388만원으로 격차는 2억 3000만원이 조금 못 된다. 현대자동차는 각각 1억2400만원과 438만원이다(2007년 6월 기준). 그 격차는 최근 2년 사이에 70% 이상의 기업에서 더 커졌다. 한 눈에 보기에도 격차가 심하게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상위와 하위 소득 분배 또한 현실의 분배격차를 은폐한다는 것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노동자들의 소득상승이 있다 해도 그것이 착취증대의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 못할뿐더러 자본가들과의 봉급만 아니라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소득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평균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자산소득이 거의 늘어나지 않거나 소액주주처럼 종종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지만 자본가들이나 금리생활자들의 자산소득은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임금동결과 삭감과 같은 노사화합 선언은 결과적으로 자본의 배를 채워주고 있을 뿐이다!
삼성임원은 연봉이 아닌 월급이 2억 3333만원이라는 사실은 몇 십 년 뼈 빠지게 모아도 집 한 채 사기 어려운 88만원 세대, 노동자, 민중에게는 피가 거꾸로 쏠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실이 이러한데도 임금동결, 임단협 백지위임, 노사화합선언 등이 판치고 관료주의가 판치고 있다.
이명박은 경제성장 7%, 국민소득 4만 불, 세계7위 경제 대국이라는 747경제를 장밋빛 청사진으로 펼쳐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의 747경제는 우리 눈앞에 다가온 자본주의의 전 세계적 위기로 인해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을 아니라 그것도 철저하게 노동자계급을 수탈해서 달성하려고 한다.
이명박은 태안에서 자원봉사처럼 노동자들이 자원봉사하는 기분으로 자세를 바꾸면, 자본에 저항하지 말고 법과 질서를 잘 지키면 10% 성장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이명박은 실업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노동의 유연화, 즉 비정규직의 확대를 통해 달성한다고 하고 있다. 노무현정권이 했던 방식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오히려 이명박은 더 강력하게 이를 추진해 나가려 하고 있다.
결국 자본주의 통계는 무심한 숫자로 가득 차 있지만 살아 있는 사람들의 관계의 문제, 이해관계의 문제다. 거기에는 자본의 거대한 탐욕이 숨어 있고, 노동자계급의 처절한 고통과 빈곤, 피와 눈물이 숨어 있다. 통계는 단지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계급투쟁의 문제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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