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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23호] 장기투쟁, 계급적 연대투쟁으로 이제는 끝을 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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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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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29 16:05:35, 조회:2,270, 추천: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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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투쟁, 계급적 연대투쟁으로 이제는 끝을 보자!
“1년 8개월. 지긋지긋하고 피가 말리고, 온몸이 으스러지는 자본의 탄압. 우리는 참고 또 참았다. 십수 년의 뼈를 묻은 정든 일터, 가족들과 함께한 삶의 일터, 나의 땀과 애정이 살아있는 자랑스런 일터! 그 일터로 돌아가길 갈망했다.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공장이며 일터가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이제는 끝을 보자.” (2006년 7월 5일,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 투쟁승리 지역총파업 투쟁결의문 중)
“우리는 생존의 벼랑 끝에서 노동자와 동지들에게 묻는다. 이대로 더 밀릴 것인가? 이대로 노동자의 삶을 포기할 것인가? 이대로 안주하며 제각각의 길로 갈 것인가? 비정규,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의 외로운 투쟁을 이대로 버려둘 것인가? 가슴이 먹먹해진다. 눈앞이 흐릿해진다. 우리가 택한 오늘의 투쟁을 함께 하자고 호소한다. 정권과 자본의 신자유주의 행진을 멈출 연대를 조직하고 투쟁을 실천하자.” (2006년 7월 12일 동아일보사 옥상을 점거한 비정규․장기투쟁사업장 공동투쟁단)
장기투쟁사업장 동지들의 피맺힌 외침이다. 전국에는 최소 1년이 넘는 오랜 시간동안 투쟁을 계속 전개하고 있는 투쟁사업장들이 많다. 하이닉스매그나칩, 기륭전자, KTX 여승무원, 코오롱…하나하나 열거하기에도 숨이 찬다. 고공농성, 시설점거, 노숙농성, 삭발, 단식 등 ‘죽는 것 빼곤 다 해봤다.’라는 코오롱노조의 한 조합원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만큼 이들의 투쟁은 처절하다. 그리고 끈질기다. 하지만 이렇게 목숨 바쳐 투쟁하는 그들에게는 끝이 보이지 않는 투쟁의 길만이 보일 뿐이다.
한 입에 노동자를 잡아먹을 것 같은 괴물 같은 자본과 자본가 정권의 탄압과 노동자들의 소극적인 연대투쟁으로 몇 백일 동안 고립되고 방치되고 있는 장기투쟁사업장의 노동자들. 이들은 오늘도 외로운 투쟁의 한 걸음을 내딛는다.
왜 장기투쟁으로 가는가? - 비정규직 투쟁 원천봉쇄! 자본의 탄압
장기투쟁사업장(이하 장투 사업장) 동지들은 그 누구보다도 치열하다. 목숨을 걸고 수 천 볼트 전기가 흐르는 송전탑 위에 올라가서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외치고 유치장에 몇 번을 들어갔다 나와도 두려운 기색 없이 다시 투쟁을 준비한다. ‘질긴 놈이 승리한다’는 노동가요의 희망찬 외침을 장투 사업장 동지들은 실천으로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투쟁은 300일, 400일, 600일 길어지고 있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그 수가 확산되고 있다. 2006년 민주노총에서 조사한 장투 사업장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그 수는 이미 30여 곳이 넘는다. 생존권 쟁취를 위해 투쟁에 나섰는데 바로 내일의 생존을 걱정하며 생계투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힘들게 이어나가고 있는 노동자들의 투쟁이 장기투쟁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비정규직 투쟁을 짓밟으려는 자본의 탄압이다.
자본은 장투사업장 동지들의 투쟁을 단 한시도 가만 놔두지 않았다. 2004년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해서 투쟁하자 하이닉스 자본은 하청 업체 4곳을 폐업시키며 투쟁하는 노동자를 공장에서 내쫓았다. 그 후에도 하이닉스 자본의 탄압은 이어졌다. 2005년 하이닉스 본사를 점거했을 때 사측은 공권력을 동원해 20만 원짜리 용역깡패와 함께 사내하청 조합원들을 폭력적으로 연행했다. 그리고 지회장을 강제 연행해서 구속시키기도 하고 손해배상액 14억 원을 청구하는 등 탄압의 행진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철도공사는 ‘외주위탁 반대!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파업투쟁을 전개하던 KTX 여승무원들을전원 해고하고 사업장 출입을 금지하면서 조합원들과 현장을 분리시켰다. KTX 조합원들이 점거 투쟁을 벌일 때마다 공권력이 투입되어 폭력적으로 연행되었고 그 외 고소고발, 손배가압류 등 모든 탄압 수단들이 동원되었다.
다른 장투 사업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자본은 왜 노동자 투쟁을 잡아먹으려고 기를 쓰고 달려드는 것일까? 그 이유는 이들의 투쟁이 노동자투쟁이고 비정규직 투쟁이기 때문이다. 자본은 값싼 노동력인 비정규직 확산을 통해 이윤율 하락에 따른 자본의 위기를 막아보려고 애를 쓰고 있다. 그 결과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너무도 열악한 노동 조건과 저임금 등 자본의 적나라한 착취에 가만히 입 다물고 살아가기에는 너무도 억울하고 화가 치밀어 올라 투쟁할 수밖에 없다. 자본은 바로 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이 두려운 것이다. 비정규직 투쟁은 자본의 위기 탈출을 위한 구멍인 비정규직이라는 것을 막아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이들의 투쟁을 막아내는 것은 자본에게도 사활이 걸린 문제이다. 그러니 시작부터 짓밟아서 새싹도 자라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자본이 노리는 바이다. 그래서 투쟁의 흐름이 현장 안의 전체 노동자들까지 퍼지지 못하게 바로 직장 폐쇄, 해고 등으로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현장에서 분리시키고 현장 안에서는 투쟁의 ‘투’자도 나오지 못하게 악선동을 퍼붓고 있는 것이다. 현장과 분리된 노동자들은 밖에서 처절한 투쟁을 전개하지만 자본의 철벽이 현장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현장 투쟁과 결합되지 못하고 장기간 현장 밖에서 투쟁을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형식적, 관료적인 연대와 연대투쟁의 부재
장투사업장을 장기투쟁으로 만드는 또 하나의 요인이 있다. 바로 형식적인 상급단체의 연대 ․ 지원이다. 한 지역에서 투쟁하는 사업장이 있으면 그 싸움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지역적, 전국적인 연대투쟁을 조직해서 노동자 투쟁의 계급적 단결을 만들어내고 이 투쟁이 전국적인 노동자계급과 자본가계급의 전선으로 나아갈 수 있는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상급단체가 수행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지금 민주노총을 포함한 상급단체들은 장투사업장 투쟁 주체들의 피맺힌 외침에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가?
민주노총은 최근 국정감사 때 장기투쟁사업장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투쟁을 벌였다. 장투사업장 노동자들과 함께 국회 앞,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의 집회와 피켓팅, 상경 노숙농성, 기자회견으로 집중 투쟁을 전개했다. 민주노총은 “국정감사 기간은 정치적 쟁점화와 법적 제도 개선이 용이한 때이다. 집중투쟁으로 장투사업장 문제를 정치․사회적으로 쟁점화하고 전국적인 연대투쟁을 조직하자.”고 이야기했다. 공공연맹과 금속노조도 장투사업장 집중투쟁을 진행하면서 장투사업장 투쟁 승리를 위한 연대투쟁을 벌여나가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떠한 방식의 연대투쟁을 하고 있냐는 것이다. 국정감사 일정에 맞춰 장투사업장의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라는 요구를 담는 것도, 몇 차례에 걸친 집회도 현재 장투사업장의 투쟁을 승리로 이끌기에는 역부족이다. 대부분의 장투사업장은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현장과 분리되어 있다. 현장에서 투쟁을 만들어나가기 어려운 조건에 처한 주체들은 정권을 상대로 청원을 넣거나 문제 해결을 바라며 정권을 압박하는 투쟁방식을 많이 취하고 있다. 하지만 자본도 정권도 자신의 이윤에 타격을 입힌다거나 자신의 입지를 흔들리게 하는 막강한 힘이 아니고선 끄덕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철저하게 눌러버릴 뿐이다. 상급단체는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지속적인 지역적 연대파업투쟁을 조직해서 이 연대투쟁의 힘으로 굳건히 다져져 있는 자본의 입지를 흔들어 놓아야지 몇 번의 집중 집회와 선전전 형식으로 장투사업장 해결을 촉구하는 방식의 연대투쟁과 지원은 연대투쟁을 통한 노동자계급의 단결 투쟁 전선을 형성하기에는 그 한계가 명확하고 오히려 연대투쟁을 잘못된 기조와 투쟁방식으로 막고 있는 것이다.
2005년 6월 22일 예정되었던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 문제 해결을 위한 충북지역의 연대총파업이 무산된 것도 이와 같은 요인 때문이다. 하이닉스 투쟁 주관단위가 민주노총 충북본부에서 금속노조로 이관되면서 ‘정규직화 쟁취’라는 기조는 ‘고용승계 쟁취, 사내하청지회 인정’으로 변경되었다. 충북본부와 금속노조의 기조 이견 차이로 연대총파업이 무산되고 30일 전국노동자대회에 집중하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정규직화 쟁취는 비정규직 철폐 투쟁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구안이다. 투쟁으로 따낸 정규직화는 노동조합의 힘을 현장으로 가져올 수 있는 길을 터준다. 그런데 바뀐 요구안은 처음 요구안보다 후퇴된 안이다. 비정규직이라도 고용승계만 해준다면 합의하겠다는 한 발 물러선 요구안을 제시한 것은, 그리고 이것으로 큰 힘을 실을 수 있었던 지역 총파업이 무산된 것은 결국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 투쟁을 고립시키고 장기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국 이와 같은 상급단체의 연대는 장투사업장의 장기화에 더 불을 불어넣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실질적인 연대투쟁의 미약함으로 노동자들의 연대 정신이 급격히 저하된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연대투쟁은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소수의 연대투쟁으로, 장투사업장들만의 연대투쟁으로 지속되고 있다. 실질적인 타격을 입히지 못하면 그 투쟁은 탄압 속에서 힘겹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상급단체의 형식적 연대와 그것으로 인한 연대고리의 미약함으로 투쟁은 고립 속에서 장기화되고 있다.
스스로 가지는 한계 - 이슈 파이팅 투쟁 전술
장기투쟁으로 전개되는 이유 중에는 내부적인 것도 존재한다. 장투사업장의 대부분은 비정규직 사업장이다. 그래서 기조의 대부분이 ‘정규직화 쟁취, 정리해고 철회, 노조 인정’과 같은 비정규직 철폐 투쟁에 중요한 거름이 되는 요구들을 담고 있다. 비정규직 투쟁은 자본과 서로의 목숨을 건 전면전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비정규직의 기본적인 요구는 노동자계급의 요구가 된다. 이 요구는 개별 단사의 자본이 아닌 총 자본에게 대항하는 투쟁이어야 하고 현장에서 실질적인 이윤에 타격을 줄 수 있는 투쟁을 전개해야만 쟁취될 수 있다.
하지만 장투사업장의 투쟁전술은 현장 투쟁이 아닌 이슈 파이팅 투쟁이 대부분이었다.
KTX는 200일이 넘는 파업투쟁 동안 철도공사 서울지역본부, 국회 헌정기념관, 강금실, 오세훈 선거운동본부, 철도공사, 국무총리실 등 10여 곳을 점거하고 항의투쟁을 진행했다. 기륭전자는 천막농성투쟁을 전개하면서 분회장과 부분회장이 30일간 단식투쟁을 전개하다가 정신을 잃기도 했다. 정리해고에 맞서서 2년 넘게 투쟁하고 있는 코오롱 노동자들은 청와대 인근 타워크레인을 점거했다. 하이닉스매그나칩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은 올해 9월 충북도청 옥상을 점거하고 성산대교에서 기습 선전전을 진행했다. 장투사업장 비정규직 동지들은 동아일보 옥상을 점거하면서 장기투쟁 사업장의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투쟁하면서 대부분 해고가 되어 현장에서 투쟁을 조직할 수 없는 현실적인 조건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이슈 파이팅 투쟁은 여론을 잠깐 자극하여 문제 해결에 관심이 집중되는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투쟁이 승리로 정리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슈 파이팅 투쟁만 하면서 현장과의 소통 구조를 시급히 마련해야 하는 돌파구를 찾는 것에 소홀해져 버린다. 현장을 방기한 채 밖에서 우리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울부짖는 것은 우리의 승리를 한 걸음 앞당기기에는 부족하다.
투쟁 전술에서 한 가지 아쉬운 면이 더 있다면 장투사업장 동지들의 투쟁은 정권을 압박하고 정부의 중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다. KTX 여승무원들은 노동부에게, 노무현 대통령에게 청원서와 진정서를 써서 전달하려는 투쟁을 진행했다. 그리고 열린우리당 당사 앞에서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선전전을 하기도 했다. 요즘 투쟁 전술로 많이 사용하는 대통령에게 편지쓰기 등이 장투사업장의 투쟁 전술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청원서를 받고 민원을 받은 정부는 과연 노동자의 투쟁을 호소하는 내용을 주의 깊게 읽을까?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정부는 지금 이 순간에도 눈을 부릅뜨고 비정규개악안을 통과시킬 순간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노동자들의 투쟁을 어떻게 하면 말살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권은 자본과 함께 뜻을 모아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투쟁을 탄압할 영원한 동반자이다. 이들에게 문제 해결을 호소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물론 처음부터 장투사업장들이 이러한 투쟁전술을 택하는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현장진입 투쟁들이 전개된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상급단체가 투쟁전술의 주도권을 장악하면서 투쟁의 기조자체가 변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온전히 장투사업장 주체들만의 문제로 돌릴 수는 없다. 지금이라도 장투사업장 투쟁 주체들이 세워나가야 하는 길은 상급단체들을 압박해서 노동자의 지역적 연대, 전국적 연대를 조직해서 자본과 정권을 압박하는 투쟁을 벌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연대투쟁을 조직하고 그 투쟁의 힘으로 핵심요구들을 쟁취하는 길을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진정으로 노동자의 연대를 실천하는 것이다.
연대만이 승리를 향한 전진을 이끌 수 있다!
장기투쟁을 지속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투쟁은 남한 노동운동 전선에서 끊임없이 투쟁의 전선을 만들어내고 있다. 장투사업장의 노동자들은 함께 동아일보사 옥상을 점거하면서 장기투쟁의 현실을 알려내고 연대를 호소하였다. 하이닉스매그나칩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은 충북지역연대총파업까지 끌어냈다. 자본의 탄압이 극악하게 지속될수록 이들은 잡초처럼 꾸준히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장투사업장 노동자들은 이제 현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연대! 이것이 승리의 희망이 될 수 있다. 오랜 투쟁으로 지쳐있는 동지들에게는 용기와 투쟁의 의지를 다시 세워줄 수 있고, 노동자의 연대투쟁으로 노동자를 경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던져 놓고 스스로 물어뜯게 해서 투쟁할 수 없게 하려는 자본의 음모를 눈앞에서 깨부술 수 있는 노동자계급의 힘을 보여줄 수 있다! 단순한 연대투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자본을 압박할 수 있는 끝없는 연대투쟁의 화살로 기나긴 장기투쟁의 끈을 끊어버리자! 투쟁!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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