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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노동자정치신문 27호(통합 39호) 목차 / '정규직화를 피하는 방법’, 스스로 제 무덤을 파는 경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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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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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30 17:01:02, 조회:4,430, 추천: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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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화를 피하는 방법’, 스스로 제 무덤을 파는 경총!
정규직화를 피하는 방법
몇 년간 자본과 정권이 비정규직을 확대시키는 법 개악을 공들여 추진한 결과, 작년 말 기간제 법이 신설되고 파견제 법이 확대되는 등 비정규직 법이 전면 개악되었다.
기간제 법은 계약직 노동자를 2년간 사용할 수 있고, 2년 고용을 초과할 경우는 무기계약으로 간주한다. 또한 파견제 법에서는 파견이 허용되는 업종을 대폭 확대시켰을 뿐만 아니라, 불법파견 2년을 초과할 경우만 즉시 고용하라는 규정으로 개악되었다.
자본은 비정규직 법 개악의 이점과 허점을 어떻게 이용할 지에 대해서 ‘비정규직 법률 및 인력관리 체크포인트’(2007.1)라는 매뉴얼을 작성, 배포했다.
그러자 비정규직 법 개악을 주도했던 열우당의 몇몇 의원들이 경총의 비정규직 지침에 발끈하고 나섰다. 이들은 “법의 취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수용하지 않는 대신 비정규직을 보호하려는 것이었는데, 경총이 오히려 이 법을 이용하면서 법망을 피해가면서 악용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주의 정신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노동자들의 비정규직 법 재개정 투쟁을 경계하면서 노자간의 협조적 관계를 유지하려는 정권의 호들갑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기간제 법은 장기간 비정규직을 고용했을 때 정규직화 하라는 강제 의무제가 아니다. 오히려 기간을 정하지 않고 계속 비정규직 노동자로 고용을 ‘보장’하면서 정규직과의 차별을 정당화시키는 법제도이다. 즉 원청 자본에게 직접 고용되거나 정규직화 되더라도 비정규직의 노동조건에 대한 정규직과의 동일 적용 등에 대해 명시하지 않음으로써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은 임금과 노동조건 등이 향상되는 것을 기대할 수 없다.
이 뿐만 아니다. 기간제 법은 ‘임금과 노동조건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의 차별은 해당 유사 업무의 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노동자들과의 차별을 의미한다. 즉 거꾸로 말하자면 업무가 달라서 비교대상이 없어지면 차별이라 할 수 없다는 법 규정을 이용해서 비정규직 별도직군을 만들어 따로 임금과 노동조건을 관리하면 ‘불합리한 차별’이 아니라는 말이 된다.
이처럼 기간제 법은 초저임금의 무늬만 정규직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새로운 방어책으로 내놓았다. 그리고 거기에 정규직의 양보와 희생이 추가되면 자본에게는 금상첨화가 된다. 최근 우리은행의 3천명 정규직화 사례 역시 정규직 노조의 대폭 양보교섭과 희생의 결과다.
자본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이용하고 또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다음의 예외조항들 때문이다.
기간이 정해진 사업이나 특정 프로젝트일 경우, 결원으로 인해 대체 근무하는 경우, 또 노동자가 직업훈련 교육 중이거나 전문직종 혹은 55세 이상의 고령노동자에 대해서는 임시 계약직이나 파견노동자를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예외 규정이다. 이처럼 예외조항이 매우 포괄적이어서 맘만 먹으면 자본가는 언제라도 이러한 근거를 갖다 붙여서 비정규직을 거의 무제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2년 초과 시 무기계약직 전환 규정은 자본이 지키지 않아도 처벌이 미미하기 때문에 있으나마나 한 법이다. 이 법이 적용된다 한들 직군 분리를 통한 합법적 차별은 곧 노동자간 분열을 촉진시키는 법 제도임이 분명하다!
그나마 자본은 오히려 계약직 노동자들을 수개월짜리 초단기 계약직으로 장기간 고용해버려 이 법 조차도 교묘히 피해가고 있다. 2년까지만 임시직 노동자를 사용하고, 그 노동자들을 계약해지로 해고시켜버리고 다른 임시직 노동자를 다시 채용해서 2년 바로 전까지만 사용하는 방법을 반복할 수 있다! 이런 방법은 이미 파견제에서도 이용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서 어떤 노동자가 2년간 임시직으로 일했는데 그 회사에서 정규직을 채용하게 되면 다행히 우선 채용되어 정규직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온갖 예외 규정에 걸리거나 정규직 채용계획이 없으면 결국 해고되고 다른 임시직 노동자들이 들어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자본이 비정규 법을 이용해서 정규직화를 피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예외 조항을 이용하여 계속 계약직 기간제 노동자들을 사용한다.
(예) 고령자를 신규 채용한 경북대병원과 전문직 명목으로 채용한 유치원 임시교사, 건설 현장을 계속 이전하는 건설일용노동자들
위의 예외 조항을 이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2년간 계약직 고용되었다가 잠깐 퇴사 형식으로 쉬고 다시 계약하는 방법을 반복할 수 있다! 또한 파견노동의 경우 2년이 지나면 기간제 노동자로 2년 일하는 방법과 위의 방법을 병행할 수 있다! 물론 기간제 노동자도 2년 후 파견노동자로 다시 재고용되는 방법을 반복할 수 있다! 이것이 경총이 기간제 법의 허점, 즉 같은 노동자를 다시 채용하는 것에 대한 분명한 규정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이용하는 내용이다!
(2) 계약해지! 혹은 더 단기계약직으로 고용형태를 변경시켜 무제한 이용한다.
(예) 근태 빌미로 2년차 비정규직들을 계약해지한 서울대병원, 경남 유치원종일반 교사 계약해지, 프로젝트 종료에 따라 계약해지한 한국기계연구원, 단기계약한 광주교육청 직영 학생교육문화회관과 도시철도 식당과 청사관리직, 공익요원으로 대체한 도시철도 본사안내직 등
(3)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업무(부서)로 구분하고 그 업무(부서) 자체를 외주, 분사시킨다.
(예) 학교비정규직 청소업무, 한국은행 비정규직, 법원비정규직 운전기사, 철도공사 새마을호 승무원과 KTX 관광레저 서비스업무, 철도시설공단 청소업무, 노동부 고용정보원 콜센타업무
(4) 불가피하게 직접 고용하더라도 별도의 직군 규정을 만들어 합법적으로 차별한다.
(예) 도시철도 청소용역 노임 단가 저하시키는 낙찰 경쟁, 철도 직군 통폐합과 별도 직군표로 임금재조정
(5) 불법파견 판정 받지 않도록 사내하청업체 활용
(예) 합법도급의 기준은 작업현장 구별, 인사권과 작업배치권, 업무지시감독권, 근태관리와 노동시간결정권, 근기법과 노조법상 사용자지위, 원하청 혼재작업여부, 기계설비 기자제 부담과 하청업체 자금조달 및 자산운영의 독립성, 도급단가 결정방법과 계약당사자 등이다. 따라서 경총은 현장에서 원청과 혼재작업이 이뤄지거나 업무지시가 원청 관리자에 의해 이뤄지거나 파견업 허가도 동시에 받은 도급업체의 경우, 그리고 물량도급이 아닌 임률도급(하청노동자 수와 임금 기준으로 도급단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계약한 경우 등에 대해서는 불법파견으로 판정될 소지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2년을 초과할 경우 비정규직은 무기계약직으로 간주된다는 법규정이 곧 정규직화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무기계약, 즉 기간을 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곧 고용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외주 분사화를 통해 또 다른 하청노동자로 내몰리거나 합법적으로 다시 차별받는 또 다른 덫이 도사리고 있다.
사실 이 뿐만이 아니다. 혹시 무기계약직으로 직접 고용되든 아니면 그냥 남아 있든 이미 계약된 노동시간을 넘겨도 주40시간만 넘지 않으면 초과노동에 대한 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지침 등 자본은 비정규직 법을 어떻게 피해서 착취할 수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기 위한 정서적·제도적 기반이 마련 돼야 한다. …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려면 기존 정규직과 신설된 정규직 사이에 차이를 둘 수 있는 합리적인 기준이 있어야 한다. … 같은 직무에 대해서는 같은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은 대부분 인정한다. 하지만 다른 직무에 대해 급여뿐만 아니라 승진 등 인사제도에서 어떤, 어느 정도의 차이를 둬야 하는지 합의수준이 나와야 한다.”(한국노동연구원)
같은 직접고용이어도, 같은 정규직이어도 인사고과와 성과급을 확대 강화해서 능력별로 노동자가 대우받는 임직급체계와 이를 시행하기 위한 노사 협조! 이것이 바로 자본이 비정규직의 투쟁이 확대되는 것을 두려워하면서 마련한 비책이다!
그런데 자본의 노동유연화 공격, 구조조정 공격이 몰아치자, 노동자간 차별을 노조가 합의해주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무기계약직 반대와 정규직화를 요구한다 해도, 그 자체로써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 및 고용안정을 통한 생존권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즉 정규직 혹은 직접 고용된 현장에서도 노동과정과 노동자들의 차이를 임금 차별로 연계시키는 온갖 제도들을 저지해야 한다.
비정규직 운동의 무기를 들자!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개악된 비정규직 법과 경총의 지침은 현 시기 사회문제의 핵심이 어디에 있는가를 알려준다. 남한 자본주의가 97년 경제위기 이후로 기업과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구조조정과 노사협조주의 구축이 핵심이었다. 그 결과는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의 확산이었다. 현 시기 자본주의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노동운동의 싹을 잘라내는 것이 핵심이다. 노동운동 역시 자본의 위기를 자본에게 돌려주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운동을 전면에 내세운 노동운동의 재조직화가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민주노총과 산별노조의 개량주의자들은 투쟁기조의 전면에 비정규직 문제를 세웠지만 그 총부리는 자본의 심장이 아닌 허공을 향해 있다.
산별노조로 대거 전환한 금속노조 역시 노동자간 격차의 심화와 비정규직 확대를 심각하게 제기해왔다. 하지만 7년이 넘게 계속해서 미조직 비정규직 조직화를 위한 조직가 양성만을 외쳤을 뿐, 실제 현장에서 비정규직 투쟁을 조직하고 계급의식으로 무장시키기 보다는 불붙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분노와 투쟁을 상층 교섭으로 잠재우는데 급급했다. 개량주의자들에 의해서 비정규직 투쟁은 대공장 정규직의 현안을 해결하는데 이용되었다. 최근에는 몇 년간 비정규직 노동운동을 주도해온 금속비정규직 노조들을 기업지부로 편제시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려고 하고 있다.
민주노총 역시 산별노조 임단투의 핵심을 비정규직 가입운동으로 잡았다. 물론 비정규직 가입 조직화도 필요하다. 하지만 민주노총을 비롯한 상급단체들은 현실의 비정규직 문제를 갖고 정규직과 함께 투쟁을 조직하기 보다는 산별노조 가입이라는 기초적이며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오히려 최근 몇 년간 투쟁을 주도해온 비정규직 운동을 평가하고 전국적인 전선을 강화하기 위한 과제는 빠져 있다!
특히 민주노총과 주요 산별노조의 임금정책의 방향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이라는 직무급체계에 있다는 점은 현 자본과 정권이 노동자 차별기제로, 비정규직 통제 기제로 추진하는 직무급과 하등 다르지 않다. 민주노총과 산별 개량주의자들이 밀어 넣고 있는 성과 능력주의라는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직무급 임금에 대한 단호한 저지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한편 정권의 노동정책이 가장 먼저 시행되는 곳은 공공부문이다. 비정규직 개악 법 역시 통과되기 전부터 이미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이라는 이름으로 가장 먼저 추진되었다. 철도에서는 승무원들이 직접고용 신분에서 다시 외주화로 고용불안에 내몰리면서 투쟁하고 있다.
최근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재계약 과정에서 임금도 더 삭감당하고 상시직에서 비상시직 업무로 변경을 강요당했다. 그런데 민노당 최순영의원은 학교비정규직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직군 신설을 통한 임금삭감과 무기계약화 방안을 제출했다.
정규직화가 아닌 기간제 법 내에서 최선의 요구인 무기계약화를 주장하는 것! 이것이 바로 민노당의 한계다. 공공부문은 정부의 예산지침을 돌파하기 힘들기 때문에 정규직화 요구가 무리라는 판단, 우선 무기계약화하고 난 다음에 정규직화를 요구해가자는 단계주의 발상은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폭로와 파괴보다는 뜯어고쳐서 유지하고자 하는 사민주의 개량주의 정당의 본질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에 자본가 정권의 집행부인 국회와 법제도에 의존한 입법청원투쟁을 넘어선 현장에서부터의 단호하고 강력한 투쟁만이 비정규직 노동운동을 확대시킬 수 있다!
현 시기 노동운동의 전면에 비정규직 운동이 설 수밖에 없으며 그 핵심과제는 역시 ‘원청 사용자성 쟁취’다. 이 기조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동일노동 동일임금 쟁취! 계약해지에 대응한 고용 보장! 개량주의적 산별노조를 타파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권 보장!’에 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요구는 생계비 쟁취라는 기조 하에 성과급과 직무급 분쇄 투쟁과 함께 해야 한다. 계약해지에 대한 고용 보장과 파업권 보장은 비정규직 개악 법을 무력화시키는 현장투쟁이자, 노사관계 로드맵을 저지하기 위한 전체 노동자계급투쟁의 핵심이다!
자본은 비정규직 노동자 확대라는 덫을 놓고 무한한 이윤경쟁을 통해 자본을 확대시켰지만, 동시에 자신이 파놓은 무덤에 스스로 더 깊숙이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자본은 자신을 향해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공격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달래기 위해 무기계약화와 ‘보호’ 규정을 들이밀었다. 비정규직의 무제한 확산은 자본주의에 치명타이기에 적절한 형식과 내용으로 국가가 조절하려 하지만, 개별자본은 더욱 경쟁적으로 비정규직을 확산시킨다. 아주 극소수의 ‘고급’ 전문 노동자층과 성과급 능력주의제도 등을 통한 다수 노동자들의 비정규직화. 이제 남은 것은 이 적대적 계급대립을 해결할 주체의 조직화다! 자본가는 결코 스스로 이 위기를 해결할 수 없기에 노동자계급만이 그 유일하고 일관된 해결자가 된다.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독점이 강화될수록, 자본 간의 경쟁은 독점자본과 중소자본의 원하청관계를 강화시킨다. 때문에 직접적 고용 여부에 상관없이 비정규직 노동자와 원청자본과의 직접적 적대관계는 더욱 강화된다. 그러므로 자본주의에서 생산력의 발전과 생산관계의 모순 속에서 필연적인 상대적 과잉인구의 확대와 비정규직 노동자 운동은 사회적 생산과 소수의 사적소유라는 모순을 소멸시킬 수 있는 핵심 출구다! 자본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향한 공격의 반동을 역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계급의식적 비정규직 운동뿐이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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