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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33호] 중국혁명사(2):중화인민공화국의 성립 -혁명사 기획연재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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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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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8 03:53:22, 조회:2,351, 추천: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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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당의 전국 통일과 소비에트구 창립
국공합작의 분열 이후 국민당은 한 편으로는 공산당에 대한 탄압정책을 취하는 한편, 다른 한 편으로는 1928년에 북벌을 완료하여 국민당 일당독재체제를 확립했다. 이후 국민당은 1932년 1월 남경정부와 통합하여 남경에서 통일 신정부가 출범하였다.
한편 중국공산당은 상해를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지역 소비에트구를 창립하였다. 따라서 중국은 (물론 국민당의 세력이 절대우위였지만) 국민당과 공산당 두 개의 당이 지배하는 구역으로 나뉘게 된다.
국민당이 지배하는 지역에서는 노동자 농민운동이 철저하게 탄압되었다. 국민당은 황색노조와 흑색노조(국민당 정부의 경찰이나 특수기관에 의해 설치된 폭력조직체) 등을 조직하여 노동조합을 궤멸시켰다. 그러면서 당시 4대가족(장개석, 공상희, 송자문, 진과부)에게는 온갖 경제적 특권을 부여하였다. (이들 4대 가족은 이후 항일전쟁의 시기에도 4대 국립은행을 사유화하고, 3대 독점회사를 장악하였으며, 농업부문에서도 광대한 토지를 소유하면서 농업 대부 총액의 50%를 소유하였다. 뿐만 아니라 국민당 구역 내에서 발행되는 970종류의 신문 중 670종류를 직간접적으로 장악하는 등 언론기관까지 자신들의 수중에 넣었다. 당시 중국에서는 공상희의 딸이 시집갈 때 쓴 비용이 1만여 명을 평생 먹여 살리거나 대학교 하나를 설립할 수 있다는 말이 나돌 만큼 이들의 경제력 독점은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 따라서 국민당이 지배하는 지역에서는 민중들의 불만이 점점 높아져갔다.
정세의 변화와 공산당 내부 투쟁
한편 중국공산당은 8.7 긴급회의에서 새로운 지도방침을 결정하였다. 회의에서는 “토지혁명이 프롤레타리아가 지도하는 중국혁명의 총노선이다”라고 지적하면서 전국적으로 농민전쟁을 전개하고 노동자의 무장조직과 동맹하여 노동자 농민 독재기관을 실현할 것을 정하였다. 이에 따라 모택동 등은 농민투쟁의 일환으로 ‘추수폭동’을 전개하였으나 패배했고, 이후 정강산에 들어가 최초의 근거지를 구축하였다. 이러한 근거지 전략은 임시지도부였던 구추백 등에 의해서 ‘산으로 도망치려는 주의’라고 강하게 비판받았다.
(당시 중국공산당 내부에서 농민 운동에 대한 입장은 다양한 차이를 드러내면서 대립하다가 이후 모택동 노선으로 정립되었다. 공산당 중앙은 초기에 농민운동에 대해 거의 무관심한 태도를 취하였다. 진독수는 한편으로는 국민혁명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농민층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하면서도 각지에서 일어나는 농민운동에 대해서는 ‘지나치다’라고 평가했다. 트로츠키주의자였던 장국도 또한 “농민은 정치적 관심이 없다”고 하면서 중국에서의 혁명은 도시노동자들의 파업투쟁으로 충분하다고 하였다. (이후 장국도는 대장정에 반대하고 장개석과의 화해를 주장하면서 당 중앙과 완전히 결별하여 당 내 영향력을 잃는다.)
코민테른은 토지혁명(지주, 사원, 교회 토지의 몰수, 농민들에게 토지의 무상양도, 소작료/조세제도 폐지, 농민자치기구 조직 등)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농민을 혁명의 동맹세력으로 결합시킬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지침은 국민당이 절대 수용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한 편으로는 당시에는 국민당과의 합작을 유지하라는 방침과 모순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다양한 입장의 차이 속에서 모택동은 ‘한 점의 불꽃도 광야를 태울 수 있다’는 글을 통해서 “혁명의 주체적 역량을 너무 크게 보고, 반혁명의 힘을 너무 작게 보았다. 이러한 평가는 그 태반이 주관주의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 결과는 어김없이 모험주의로 치달을 것이다”라고 지적하면서 상대적으로 노동자 계급 중심성을 강조하였던 당내 입장을 비판하였다.)
당시 모택동은 정세를 전반적인 퇴조기라고 규정하고 지금의 시기는 조직적으로 퇴각하여 혁명의 근거지를 건설하고 혁명의 역량을 축적하자고 주장하였다. 이후 1927년 11월 9일 중앙공산당 중앙확대회의에서는 새로운 소비에트를 슬로건으로 내걸면서 계속 무장봉기를 수행할 것을 결정하였다. 이에 따라 광동성, 광주 등에서 소비에트가 건설되었으나 모두 국민당 군대의 공격을 받아 6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무너졌다.
이렇게 전반적으로 공산당이 밀리는 상황에서 1928년 7월에 6차 전당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에서는 기존의 구추백노선을 비판하면서 토지혁명, 홍군의 건설 및 소비에트 정권의 수립에 의한 농촌 근거지 건설 노선을 공산당의 기본노선으로 정하였다. 이는 같은 해 2월에 있었던 코민테른 집행위원회의 ‘중국문제에 관한 결의’(스탈린, 부하린, 이립삼, 향충발의 기초제안에 의한 것)를 계승한 것이었다.(그러나 이 때까지만 해도 모택동 노선이 확립된 것은 아니었다.)
이 결의에 따라 구추백은 물러나고 소위 ‘이립삼 노선’이 출범하였다. 이후 중국 각지에서는 농촌을 중심으로 한 근거지 건설이 전개되었다. 이는 홍군의 창설과 동시에 진행되었다. 중국혁명에서 홍군은 대단히 중요한 역할(공산당은 홍군에게 단순히 전쟁을 위해 전쟁하는 것이 아니라, 싸워서 적을 소멸시키는 일 외에도 대중에게 선전하고 대중을 조직하여 혁명정권을 수립하고 특히 공산당 조직을 만들어 낼 것을 요구하였다.)을 수행하는데 홍군의 대부분은 농민의 무장투쟁 중에서 조직된 세력들이었다.
중국공산당은 이들 홍군의 정치사상 교육에 힘을 쏟았고, 홍군은 의식적으로도 철저하게 무장한 결과 각지에서 국민당 정부군을 격퇴할 수 있었다. 당시 10만에 불과했던 홍군의 위세에 200만이 넘는 국민당의 군대는 벌벌 떨었다. 정세는 다시 공산당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러한 정세를 두고 공산당 내부에서 격렬한 노선투쟁이 전개되었다. 그 당사자는 이립삼과 모택동이었다.
이립삼은 당면 혁명의 단계를 ‘노농독재에서 프롤레타리아 독재로 진행하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단계’로 규정하면서 “세계혁명의 위기가 첨예화하는 데 따라, 중국혁명이 우선 폭발하여 세계 대혁명을 이끌어내고 세계 최후의 계급적 결전의 도래를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중심도시에서의 위대한 프롤레타리아 투쟁의 폭발은 필연적으로 전국에 걸쳐 혁명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하였다. 이에 모택동은 “당의 프롤레타리아적인 토대의 확립, 중심지역의 공업경영에 세포를 만드는 일”을 당의 중대한 임무라고 규정하면서도 그것과 동시에 “농촌의 투쟁을 발전시켜 붉은 정권을 만들어 내고 홍군을 확대하는 것은 특히 도시에서의 투쟁을 원조하고 혁명의 고양을 재촉하는 주요한 조건”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1930년 6월,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이러한 모택동의 주장을 우경적인 입장이라고 비판하면서 이립삼 노선을 확정하였다.
이후 공산당은 이립삼노선을 근거로 장사 및 무한 지역을 공격하여 주요 중심도시를 탈취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이에 공산당 중앙은 왕명, 진방헌 등의 소련유학파(이하 ‘유소파’) 등이 주축이 된 9월에 ‘노산회의’를 통해 “이립삼 노선은 제국주의, 반혁명 지배집단의 형세와 가능성에 대해서, 혁명세력의 형세 및 발전속도에 대해서 모두 과도한 평가를 내린 주관주의”라고 비판하면서 공산당 중앙정치국이 모험주의적 경향을 지니고 있다고 하였다.(후에 이립삼은 중앙정치국에서 추방된다.) 그러나 이들이 모택동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들은 이립삼 노선 또한 우익 기회주의적인 이론이라고 비판하면서 이후에 보다 좌익적인 입장을 주장한다.
한편 공산당 내부의 투쟁이 격화되는 시기에도 소비에트 구는 점차 확대되었고, 1931년 11월 7일에 중화소비에트 제1차 전국대표대회가 개최되었다. 이 대회에서는 소비에트헌법, 노동법, 토지법 등을 제정하였고 12월 1일에는 중화소비에트공화국 임시정부가 선포되었다. 임시정부의 주석에는 모택동, 부주석에 항영과 장국도가 선출되었다.
국민당의 공산당 토벌작전과 홍군의 대장정
근거지를 중심으로 한 공산당과 국민당과의 무장투쟁은 더욱 격렬해졌다. 장개석은 5차에 걸쳐 근거지 포위 공격을 전개하는데 이는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1차 전쟁에서는 10만의 국민당 군대가 4만 명의 홍군에게 패배했으며, 4개월여의 준비 끝에 감행한 2차 전쟁도 3만의 군대로 20만의 국민당 군대를 격퇴시킨 공산당의 승리로 돌아갔다. 3차 전쟁 또한 홍군의 승리로 돌아갔는데, 이 시기에 일본의 만주침공 사건이 일어난다.
공산당은 만주사변이 일어나자 즉각 ‘항일선언’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국민당은 대중적인 항일운동을 탄압하면서 남경에 ‘토공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공산당 토벌작전에 더욱 힘을 쏟았다. 일본의 침공 이후에도 국민당은 독일의 원조까지 받으면서 4차 공산당 토벌전쟁을 일으키지만 실패한다.
국민당 군대와의 계속되는 전쟁에서 연승을 기록한 공산당 내부에서는 또다시 모택동과 대립하는 내부투쟁이 전개되었다. ‘유소파’는 모택동 중심의 근거지 확대강화 전략에 반대하면서 “성의 수도 및 중심도시의 탈취가 한 성에서의 승리의 기초가 된다”고 주장하였다. 이들은 국민당 군대와의 5차 전쟁에서 모택동의 기동전, 유격전 전술을 반대하면서 근거지는 단순 방어하고 중심도시의 탈취를 주장하였다. 그러나 그 결과 국민당의 5차 전쟁에서 공산당은 많은 소비에트구를 국민당에게 점령당하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이후 홍군은 전략적인 전환을 결정하면서 소비에트 중앙구에 소수의 인원만 남기고 주력부대가 근거지를 탈출하여 서쪽으로 이동하는 2만 5천리 대장정의 길을 떠난다. 이들은 368일의 대장정 기간 동안 평균 130km 행군한 후 한 번의 휴식을 취했을 뿐이다. 물 한모금 마시지 못하고 며칠씩 사막을 건너기도 했고, 맨발로 만년설로 뒤덮인 산맥을 넘기도 하였다. 이렇게 상상을 초월하는 강행군으로 중국대륙을 남쪽으로 반 바퀴 돌면서 1만km를 진군하는 동안 12개의 성을 지나면서 62개의 도시를 점령했다.
대장정 동안 10만의 홍군이 3만으로 줄어드는 등 홍군은 자체적으로 심각한 손실을 입는다. 그러나 대장정 동안 홍군은 자신들이 점령한 지역에서 자본가계급에게 중과세를 부과하고 다수의 노예들을 해방시켰으며, 관리나 대지주 등의 재산을 몰수하여 민중들에게 나눠주었다. 또한 혁명의 목적과 항일투쟁의 중요성을 선동하였다. 이처럼 홍군의 대장정은 군사력의 손실과 동시에 2만 5천리에 이르는 지역에서 공산당 투쟁을 선전선동함으로써 이후 혁명의 기초를 굳건히 다지는 중요한 성과를 낳았다.
항일투쟁의 전개
국민당과 공산당의 내전이 격화되는 와중에도 일본의 침공은 계속되었다. 그러자 공산당은 공산당 중앙 및 중국소비에트 정부의 이름으로 ‘항일구국을 위한 전국동포에게 고하는 글’을 발표하여 일체의 내전을 중지하고 일본에 맞서 투쟁하자고 호소한다. 이는 단순히 투쟁의 대상만을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투쟁의 대오 및 전선을 재편하자는 것이었다. 공산당은 노동자, 농민, 학생은 물론 민족자본가까지 함께하는 민족혁명전선의 결성을 제안하였다.(당시 공산당은 통일전선의 기본적인 운동력으로 노동자 농민 동맹, 가장 신뢰할 만한 동맹군으로 소시민과 혁명적 지식인, 동요적인 동맹군으로 민족자본가를 상정하였다.)
이는 반파시즘 연합전선을 주장하였던 코민테른의 입장과 일맥상통하는 것이었다. 당시 세계정세는 대공황 이후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에서의 우익파시즘 세력들이 ‘방공’이라는 기치 하에 제국주의 전쟁을 전개하는 등 격변하고 있었다. 이에 코민테른은 1935년 8월 20일 제7회 대회에서 자본가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대중을 반파시즘 전선에 결집시킨다는 인민전선 전술을 채택하였다.
한편, 일본의 제국주의적 침략에 맞선 공산당의 공동투쟁 제안에도 불구하고 국민당은 오로지 공산당과의 내전에만 집중했다. 이를 위해 장개석을 중심으로 한 국민당의 주류는 일본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일본과의 평화 교섭에 매달렸다. 그 결과 1933년에는 당고협정을 체결하였는데 이는 만리장성 내에 일종의 비무장지대를 설치한다는 것으로 일본의 열하점령의 승인은 물론, 화북지역에서의 일본의 지위도 인정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도 겉으로는 당장은 소극저항, 3년 후 적극적 항일을 주장하고 있었다.
이는 실제로는 3년 동안 공산당과의 내전에만 집중한다는 것을 의미하였으며 일본과 이해관계를 달리했던 영국, 미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돈독히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러한 국민당 주류의 입장은 국민당 내부의 분열을 가져왔다. 장개석에 반대하던 세력들은 독자적으로 항일동맹군을 조직하는 등 당의 입장에 정면으로 반대하였다. 전국 각지에서도 항일 투쟁이 전개되었다. 정국이 이렇게 돌아가자 일본의 신임외상인 히로다는 ‘협조외교’를 표방하였다. 1936년 1월에 발표된 소위 ‘히로다 3원칙’은 배일정지 일화친선, 만주국의 실질적 승인, 중국의 적화방지를 대중국외교의 원칙으로 정립한 것이었다.
한편, 민족자본가까지 포함하는 항일전선을 표방했던 공산당은 1936년 5월에 홍군이 국민정부 군사위원회에 공개전보를 보내어 “항일홍군을 공격해 올 모든 무장부대와 일개월 이내에 정전강화를 수행하여 정전항일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의 장개석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선회하여 장개석과 연대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었다.
서안사변과 통일전선의 성립 - 제2차 국공합작
이러한 공산당의 공동투쟁 호소는 1936년에 홍군과 동북군 사이에 부분적인 정전협정이 맺어지는 등 국민당 내부로부터 일정정도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그러자 장개석은 서안으로 가서 책임자였던 장학량을 문책하고 공산당 토벌전을 위한 대동원령을 내리려고 하였다. 그러나 장학량 세력들은 이를 반대하고 오히려 1936년 12월 12일 장개석과 간부들을 감금하고 8개 항목의 항일요구를 발표하였다. 이에 장개석은 어쩔 수 없이 8개 요구를 승인하게 되는데 이것이 그 유명한 서안사변이다.
공산당은 국민당의 3차 중앙 전국대회에 내전중지, 항일투쟁 통일전선을 위한 안건을 제출하고 구체적인 방침을 제안한다. 방침의 내용은 “1. 국민정부에 반대하는 무장폭동정책을 전국적으로 중지한다. 2. 소비에트정부를 중화민국 특별구정부로 개칭하고, 홍군을 국민혁명군으로 개명하며, 각각 국민정부 및 군사위원회의 지도 하에 둔다. 그리고 특별구에서는 보통선거를 실시하여 철저한 민주제도를 실행한다. 3. 지주의 토지 몰수를 정지한다. 4. 항일민족통일전선 강령을 실행한다.”였다. 이에 장개석도 공산당을 합법화하고 항일전쟁을 위해 공산당과의 합작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그러나 소비에트 정부의 명칭을 바꾸고 공산당의 핵심 군사력인 홍군을 국민당 산하에 두는 등 공산당의 굴욕적인 양보로 만들어진 국공합작은 얼마가지 않아서 일본정부가 주도한 평화교섭에 의해서 해체의 길을 걷게 된다. 일본과의 평화교섭을 받아들이려 했던 국민당은 “공산당이 정부를 전복하려 하고 있다”, “소련이 중국을 침략하려 하고 있다”는 악선동을 하며 통일전선을 분열시켰다. 그리고 곧이어 3차에 걸친 반공공세를 전개한다. 공산당은 이에 “상대방이 나를 침해하지 않으면 나도 상대방을 침해하지 않으며, 상대방이 나를 침해하면 나는 반드시 상대방을 침해한다”는 적극 자위 방침을 내세웠다.
국민당의 반공공세로 공산당 내에서는 또다시 다양한 노선투쟁이 전개되었다. 이에 모택동은 1940년, ‘신민주주의론’을 발표하여 중국혁명은 세계프롤레타리아 사회주의 혁명의 일환으로 혁명의 주도권은 프롤레타리아가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중국이 식민지, 반식민지, 반봉건적인 국가인 이상 혁명은 신민주주의 혁명과 사회주의 혁명의 2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것, 신민주주의 국가권력은 민주집중제를 원칙으로 하며 그 내용은 혁명적인 모든 계급의 연합독재라고 규정하였다.
이는 그동안 당면한 중국혁명을 민주주의 혁명의 성장전화를 통한 사회주의로의 연속혁명이라고 규정한 것과 그 의미를 달리한다. 겉으로는 러시아 혁명의 길을 표방하고 있지만 러시아에서는 2단계 연속혁명에서 노동자 계급의 주도하에 노동자 농민의 혁명적 독재라는 권력의 성격을 분명히 한 바 있다. 그러나 모택동은 모든 계급의 연합독재를 주장하면서 이미 국민당에 의해 파괴되고 있던 국공합작을 유지시키려고 한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실제로 국공합작이 유지되었다면 국민당과의 연합정권의 수립까지 나아갈 수 있는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모택동은 실제로 국민당이 국민정부의 이동명령을 받고 북방으로 이동하던 공산당 군대를 공격하여 공산당 군대가 궤멸했던 환남사건 이후에도 중국의 계급모순은 종속적인 지위이며 민족모순이 기본이라고 주장하였는데 이는 국민당과 여전히 손을 잡아야 한다는 의미였다. 또한 중국공산당이 지배하는 지역에서도 ‘신민주주의체제’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방침으로 ‘3.3제’를 시행하였다. 이는 모든 계급의 연합독재를 현실화한 방침이었는데, 각급 기관에서 구성인원의 분배를 공산당원이 1/3, 당 외의 좌익분자가 1/3, 중간파가 1/3을 차지하게 하며 그 중에서 공산당원의 지도적인 지위를 보장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중간적인 사회정치세력의 고립을 통일전선전술의 기본적인 방향으로 설정했던 코민테른의 방침보다도 우경화된 것이었다.
이러한 모택동의 우경화된 주관적 바람은 현실에서 실현되지 못했다. 국민당은 더욱 노골적으로 반동화 되었으며 이러한 국민당에 반대하는 대중적 운동이 전개되었다. 이에 1944년 공산당은 국민당에게 “국민당 독재의 폐지, 국민회의를 소집하기 위한 각파 합동회의를 즉시 소집할 것,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연합정부를 조직할 것”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국민당은 이에 반대하면서 공산당 군대의 4/5를 해산하고 공산당 지배 지역에 국민당의 군령과 정부 방침의 관철을 확충시킬 것을 요구했다. 이렇게 국공합작이 분열로 치닫는 상황에서 일본이 제국주의 전쟁에서 패전하면서 항일투쟁도 종결되었다. 그러나 항일투쟁의 종결은 곧 국민당과 공산당의 본격적인 내전의 개시를 의미했다.
국공 내전과 중화인민공화국의 성립
일본의 패망 이후 국민당은 6차 전당대회에서 “중국공산당과의 투쟁은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공산당에 선전포고하였다. 그러나 이 때에도 공산당은 내전을 반대하였으며 ‘평화와 민주주의’라는 슬로건을 채택하였다. 이미 ‘상대방이 치면 우리도 반드시 친다’는 원칙은 파기된 것이었다.
이런 정세 속에서 장개석과 모택동이 중경에서 40일에 걸친 회담을 진행하게 된다. 그러나 국민당은 회담이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공산당에 대한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국민당에게 회담은 단지 내전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을 버는 수단에 불과했던 것이다. 국민당은 미국의 원조를 바탕으로 80만의 국민당 군대를 동원하여 공산당 지배지역을 침공하는가 하면, 다양한 국지전을 전개하였다. 이에 공산당도 더 이상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만은 없었다. 본격적인 내전이 전개되었다.
당시 국민당은 일본군의 무기로 무장한 430만의 군대와 미국의 대량 군사원조를 받는 등 절대적인 우위에 서있었다. 그러나 공산당은 노후한 장비로 무장한 120만의 군대만 확보하고 있었을 뿐이다. 따라서 내전 초기에는 국민당이 승기를 잡은 듯 했다. 그러나 국민당 파국의 징조는 국민당이 지배하고 있던 지역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국의 내정간섭을 반대하는 다양한 대중운동이 전개되었던 것이다. 이들은 공산당과의 연합전선을 형성하였다. 이를 두고 공산당은 “표면적으로는, 현재의 시기는 항일시기와 비교하여 민족통일전선이 축소된 것처럼 되었다. 그러나 … 지금에야말로, … 미국 및 장개석 집단의 본질이 … 이미 숨길 수 없이 폭로된 지금이야말로 … 이 통일전선은 진실로 확대되었다”고 평가하였다.
초기의 고전을 지나 내전에서 승기를 잡은 공산당은 2차 중앙 전당대회에서 “전국적인 혁명의 승리의 전야를 맞이하여, 당활동의 중심을 농촌에서 도시로 옮긴다”고 결정하여 “신속히 생산을 회복하고 발전시켜, 중국을 농업국에서 공업국으로 전화시킨다”는 정책을 결정하였다. 결국 장개석은 항복하게 되고 이후 국민당 정부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모인 중국 인민전체협상회의가 1949년 북평에서 개최되었다. 이 회의에서 모택동은 중앙인민정부의 주석으로 선출되었고, 같은 해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이 북경해서 출범한다. 이로써 장기간에 걸친 중국혁명의 결정적 국면은 마무리되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중국혁명은 러시아와는 또 다른 길을 걸었다. 중국은 혁명의 과정 중 일본의 침공을 받으면서 민족해방투쟁이라는 그 당시까지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과정을 걷게 된다.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중요한 시기마다 중국공산당 내부에서는 치열한 노선투쟁이 전개되기도 한다. 또 당시 코민테른이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지만 전 과정에서 코민테른의 노선이 관철된 것도 아니었다. 중국혁명의 주역임을 부정할 수없는 모택동을 보더라도 이는 극명히 드러난다.
당시 코민테른의 입장은 중심도시에서의 무장폭동을 통한 혁명이었다. 이에 반대했던 당사자가 바로 모택동이었고, 그는 군대를 끌고 농촌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당시 모택동은 소련식 혁명모델을 주장하였던 유소파에게 극단적인 반감을 표명하면서 “너의 교의는 똥만도 못하다”는 말을 써야 한다고까지 하였다. 이처럼 소련식 모델과 다른 길을 걸었기 때문에 소련은 중국혁명에 대해서 일정정도 경계를 하기도 하였다.
당시 중국혁명이 성공했다는 결과만을 놓고 모택동의 노선이 무조건 옳았다고 평가하는 것은 일면적인 평가가 될 것이다. 또한 그렇다고 해서 코민테른의 입장이 무조건 옳았다고 평가할 수도 없다. 실제로 코민테른은 좌우익 편향을 왔다 갔다 하는 갈지자 행보를 취하였다. 스탈린을 중심으로 코민테른은 국민당의 반동적 행태가 극에 달했을 때에도 국공합작을 유지할 것을 주문하는가 하면 주체 역량에 대한 세심한 고찰 없이 도시에서의 무장봉기를 주문하기도 하였다. 공산당도 마찬가지로 양극단을 왔다 갔다 했다. 특히 항일투쟁의 시기에는 노동자 농민의 계급적 이익은 철저히 옹호되지 못했다. 오히려 국민당의 침공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당을 향한 모든 투쟁을 중지하고 토지혁명의 핵심이었던 지주 토지 재산몰수의 중단, 실제적인 소비에트의 해체와 군대의 국민당 하의 편제 등 공산당의 독자성과 자주성까지 국민당에게 내어 주는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러시아에서는 ‘제국주의 전쟁을 내전으로’라는 구호로 전쟁을 내부의 계급투쟁으로 활용했는데 반해 중국은 제국주의 전쟁을 국내의 계급투쟁을 중단하는 것으로 삼는 우익적 경향을 보이게 된다. 따라서 소련이 경계했던 모택동 노선의 승리는 엄밀히 따지면 코민테른의 좌우익적 편향이 가져온 결과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모든 나라에서의 혁명은 그 나라에서의 특수한 상황과 결부되어 세심한 전략과 전술 하에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 소련식 혁명의 공식만을 들이대는 것은 교조주의와 다를 바 없으며 혁명의 패배를 가져오게 된다. 그러나 지금의 시기는 중국혁명이 일어났던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본주의가 발전했으며 그에 따른 생산력 또한 발전했다. 이것은 우리의 출발점이 중국과는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어도 모택동 식의 신민주주의 혁명 단계에 따른 논란은 불필요하며 혁명의 주도세력이 농민이냐, 노동자계급이냐의 논쟁도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혁명의 주도세력인 노동자계급을 조직하고 의식화하여 혁명의 숨결을 불어넣고, 노동자계급의 투쟁을 권력 장악을 위한 제대로 된 정치투쟁으로 조직하는 것이다!
편집자 주 : 중국혁명사를 마지막으로 혁명사 기획연재를 마무리합니다. 아직 남미와 동유럽의 혁명 등 다루어야 할 내용은 많이 있지만, 최초의 사회주의 혁명을 성공시켰던 러시아와 비록 패배했지만 선진 자본주의 국가였던 독일의 혁명, 아시아에서 민족해방투쟁의 성격을 띠었던 중국의 경험이 20세기 혁명의 시대를 대표했던 전형적인 사례라고 여겨집니다. 아쉽지만 기획연재를 마무리하며 “혁명은 죽었다”를 공공연히 외치고 있는 지금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난 혁명을 다시 평가하면서 다시 한 번 우리의 과제를 되새기는 계기로 삼았으면 합니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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