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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38호] 구조조정을 합의한 파업 아닌 파업투쟁 - 도시철도 활동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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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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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31 05:11:18, 조회:2,538, 추천: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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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철도활동가
지난 9월부터 시작하여 해를 넘긴 도시철도의 07년 구조조정분쇄를 위한 파업투쟁은 설날을 앞둔 2월1일 아침, 파업예고 2시간을 넘기고서야 극적합의(?)로 일단락되었다. 합의내용의 문구가 지니는 모호함으로 공사와 노동조합의 아전인수의 해석들이 난무하고 있다. 임금은 행자부 가이드라인 2%를 넘지 못했고 단협은 후퇴했다. 핵심 합의안은 노동조합이 공사의 구조조정 요구에 합의해 준 것과 다르지 않다. 즉 구조조정 협의를 합의한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합의안에 대한 인준투표는 56%의 찬성으로 인준되었다.
지리멸렬했던 6개월의 투쟁, 창의조직분쇄를 위한 구조조정투쟁은 이제 공사가 굳이 경영권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합법적인 방법으로 구조조정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준 것이 돼버렸다. 이러한 구조조정의 토대는 도시철도뿐만 아니라 서울지하철, 철도, 전국의 도시철도 및 모든 공기업 구조조정의 모범사례로써 영향을 미칠 것이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투쟁의 방패막이로 사용한 정부와 자본은 이제 본격적으로 공공정규직의 강력한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도시철도의 구조조정분쇄투쟁의 의미는 작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힘없이 구조조정 협의를 합의하게 되었다.
이번 투쟁을 통해 가장 크게 평가되어야 할 부분은 단순히 우리의 요구를 쟁취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니라 “생존권유린에 대한 조합원의 들끓는 분노를 모아내지 못하고 오히려 분노를 소진시키며 현장조합원을 투쟁의 주체가 아닌 대상화시켰다는 것, 그 때문에 이후의 더욱 가혹한 구조조정에 대한 대응을 무력화시킴으로써 생존권을 담보하지 못하게 한 것”일 것이며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는 투쟁의 주체들은 무엇을 하였는가?”일 것이다.
공사의 창의조직을 통한 단호한 구조조정의 의지
공사와 음성직사장은 지난 8월21일 ‘5678창의조직 만들기 프로그램’을 통해 구조조정안을 제출했다. 그 내용은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도철조합원의 생존권을 말살하는 구조조정의 결정판으로써 가장 효과적인 인력 구조조정과 장기적으로는 민영화를 목적으로 한다. 이 계획에 의하면 인원은 6920명에서 4390명으로 2530이 축소된다. 이 2530명은 직종통합, 중간조직 폐지, 무숙박 근무, 무인매표, 무인운전으로 발생한 인원으로 새일 찾기와 자회사로 이동되어 이후 퇴출의 대상이 된다는 계획이다.
기만적인 노사협조주의 노동조합
공사의 창의조직에 대한 현장조합원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매번 조합원총회는 예상을 뛰어 넘어 노동조합 스스로도 놀라는 많은 조합원들의 구조조정분쇄 열기로 가득 채웠다. 총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은 서로를 확인하며 조심스럽게 구조조정 분쇄의 희망을 갖는다. 새로운 노동조합 집행부는 자신들이 이전 도철구조조정을 합의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투쟁으로 창의조직을 분쇄할 것을 결의했다. 하지만 공사의 구조조정의 의지와 시도는 노동조합의 투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된다. 노동조합을 비웃기라도 하듯 공사는 “5678창의조직 만들기 실행프로그램”을 확정발표하고 열차무인운전을 시험 운행했다. 그리고 역무는 실행프로그램에 맞는 부역장 교육을 시행했다. 그것은 노동조합의 창의조직 분쇄투쟁이 더 이상 공사를 압박할 수 없는 투쟁으로 왜곡되고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은 현장조합원을 투쟁의 주체로 세우는 교육과 선전이 아닌 시민들에게 호소하는 대시민 선전전만을 전개하였고, 구조조정 분쇄가 주된 목표가 아니라 음성직사장의 퇴진을 투쟁의 주요 목표로 삼았다. 또한 생존권 사수가 아닌 음성직사장 퇴진과 공공성 확보를 하는 것으로 투쟁의 이유를 찾았다. 결국 생존권을 위협하는 구조조정의 분쇄를 위해 현장조합원이 투쟁의 주체로 당당히 서야하는 투쟁이 아니라 공공성확보를 위해 음성직사장의 퇴진을 시민에게 호소하는 지리멸렬한 투쟁을 전개하였던 것이다. 그럼으로써 노동조합의 투쟁은 현장조합원의 분노를 모아내는 투쟁이 아니라 공사를 전혀 압박하지 못하는 투쟁으로 변질되었다.
이러한 6개월간의 지루한 투쟁은 현장의 분노를 소진시키기에 충분했다. 현장조합원의 단결과 투쟁으로 구조조정을 분쇄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은 이제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의 총파업이 과연 제대로 될 수 있을까? 그러한 총파업은 어떤 의미일까? 공사의 구조조정 도발에 즉각적으로 분노하는 조합원을 조직하여 총파업을 조직할 때만이 가장 위협적인 파업의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그렇지 못한 총파업은 파업을 할 수 없는 파업으로 되었으며 투쟁을 마무리하는 명분을 제공하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아닌 형식적인 행사처럼 되었다. 파업을 할 수 없는 파업투쟁, 공사를 전혀 위협할 수 없는 파업투쟁은 결과적으로 현 노동조합이 노사협조주의 어용세력의 본질을 드러내며 구조조정 합의를 자행하게 하였다.
민주파 활동가는 무엇을 하였나?
노동조합집행부의 현 상태에서 총파업에 돌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민주파 활동가는 거의 없다. 또한 필수유지업무 사업장으로서 필수유지업무를 규정한 악법을 불법파업을 각오한 파업투쟁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민주파 활동가는 아무도 없다. 하물며 민주파 간부가 아무리 압력을 가한다하여도 파업에 돌입한다는 것은 더욱더 힘든 일이다.
이렇듯 “파업을 돌입할 수 없을 것이란 것을 알면서도 조합원에게 파업을 위한 파업전야제에 참여하여 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 얼마나 모순된 것인가? 그것은 잘못된 구조조정투쟁과 파업투쟁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결과다. 그것은 노동조합의 구조조정투쟁에 있어서 잘못된 투쟁에 대한 민주활동가들이 노동조합의 내부투쟁을 철저하게 전개하지 못한 탓이다. 지난 6개월간의 지리멸렬한 투쟁의 진행과정에서 더욱 치열한 내부투쟁을 벌이면서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현 노동조합을 상대로 한 투쟁과 폭로로 현장의 조합원들에게 인식시켜야 했다. 그럴 때만이 올바른 구조조정투쟁과 파업투쟁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민주활동가들은 현 노동조합과 결코 치열한 대립 각을 세우지 않았다.
그것은 아무런 활동의 목적의식 없이 투쟁의 의지를 소진하였기 때문이다. 민주활동가들의 구조조정분쇄 투쟁에 대한 목적의식의 부재는 파업투쟁의 목적의식 부재를 낳았다. 그리하여 민주활동가들의 조합주의적인 관료화만 더욱 부각되었다. 이러한 관료화는 기만적 합의안의 부결투쟁마저도 실천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활동의 목적의식을 상실한 민주활동가 내부의 관료주의자를 상대로 한 또 다른 내부투쟁만이 이후 올바른 투쟁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잘나가던 시절 민주활동가들의 활동의 관성은 사라져 소멸되고 있다. 그 대신 관료주의적 활동가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노동자계급의식을 목적의식으로 하는 현장활동가 조직을 구성 하는 것, 그것만이 이후 정규직에서 노동운동을 복원하는 시작이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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