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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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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27 08:38:09, 조회:3,219, 추천: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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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부터 교육적인 주제로 기획연재하게 되었습니다. 독점자본주의, 임금인상투쟁, 노동조합과 당, 소비에트, 정치조직논쟁 등에 대한 주제들을 다룰 예정입니다. 이 외에도 추천하실 주제들이 있다면 제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번호에서는 생산력과 생산관계에 대해서 다루게 되었습니다.
자본주의는 어떻게 생산력의 발전을 왜곡시키는가?
노동의 역사
요즘 여기저기에서 자주 이런 푸념들이 들린다. ‘세상이 곧 망할 거 같다’, ‘아무리 일하고 모아도 돈은 모이지 않고 빚만 늘어간다’, ‘저축하고 임금 인상하면 뭐하나, 다시 물가는 오르고 세금도 올라서 살기는 더 힘들어지는 걸’...
불과 20-30년 전에는 남한 노동자들도 노동조합을 만들고 어용 노조를 민주화시키면서 임금인상과 노동조건을 향상시키는 투쟁을 해왔다. 그리고 임금을 인상시킬 수 있었다. 그러다가 불과 10년, 15년 전부터는 좀 ‘여유 있는’ 대기업 노동자들은 주식을 하겠다면서 틈틈이 주식전광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소액주주도 될 능력이 없는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오락이나 도박, 혹은 로또복권을 모으면서 한탕을 바랬다. 그러나 개인적인 주식투자에 대한 환상이 사라지게 되면서는, 국가와 금융자본이 발벗고 나서서 노동자들의 퇴직(연)금, 보험, 저축을 모아다가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형 저축과 투자가 유행하고 있다. 자본가들은 중국과 인도(투자)가 짭짤하다고, 우량주에 넣기 때문에 저축보다 (이자가)낫다며, 노후를 생각하라고 협박한다.
정말로 저축은 해봐야 도움 안되고, 그렇다고 조금씩 모아서 할 것도 없고, 직장을 때려치워도 조그마한 가게도 망하기 일쑤라서 시작하기 어렵고, 자식들도 다 키워봐야 자기네들 살아가기도 빠듯할 테니, 불안한 노후 걱정을 안할 수도 없다. 고용이 불안한 이 시대에, 회사도 어찌될지 모르고, 그렇다고 노조가 이런 불안을 해소시켜주는 것도 아니다.
노동자 서민들의 한숨은 이 사회에서 살아가기가 갈수록 불안해진다는 것과 이를 개인이 어찌할 수는 없다는 것을 체감하는 한숨이다. 이렇듯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고, 우리의 관심은 이렇게 불안한 환경 속에서 어떻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는가에 있다. 그렇기에 인간의 역사는 자연에 적응하면서도 자연과 조직사회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의 역사였다.
지금은 서로 도우며 사는 게 바보라고 여기는 그런 사회다. 이제는 그게 당연시 된다.
하지만 인간의 역사는 항상 그러했는가? 그렇지는 않다. 원시공동체사회에서는 오히려 서로 돕지 않으면 너도 나도 죽을 수밖에 없는 나약한 인간들로 존재했다. 사람들이 무리지어서 생활하고, 열매도 따먹고 도구를 사용해서 사냥도 하면서 나눠먹고 굶어죽지 않기를 바라던 낮은 생산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워낙 낮은 생산력이라서 뭔가를 ‘남긴다’는 개념이 없었기에, 소유의 개념은 없었고, 오로지 서로에게 의지해서 자연 속에 살아남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돌도끼를 갈아서 날카롭게 하고, 청동도구도 만들면서 노동도구가 발달하고, 활과 화살을 사용하면서 가축도 키우고 농작도 하게 되었고, 불을 발견하게 되면서 음식보관도 가능하게 되어 잉여생산물이 생겨나게 되었다. 이렇게 생산력이 발전하게 되면서 전쟁을 하고, 물건은 빼앗고 포로들은 죽였다. 그러다가 포로들도 일시키며 먹여 살릴 만큼 여유가 생기게 되자, 포로는 노예로 삼게 되었다.
이렇게 하여 노예제 사회로 이행하게 되었고 노예의 노동을 통해 획득한 잉여물을 가로채는 노예 주인과 하나의 물건과 재산으로 취급되는 노예의 계급사회가 되었다. 하지만 미국의 남북전쟁이나 로마제국의 스파르타쿠스의 난과 같이 노예들 역시 순전히 자신들의 노동의 결과를 노예주들이 향유하고 지배하는 것에 분노하여 여기저기에서 저항들이 이어졌다. 또한 생산력의 발전이 더 이상 노예제 사회와 생산관계 속에서 지체되는 것을 깨달은 노예주인 지배계급은 노예제 자체를 파괴하고 새로운 생산관계로 전환시킨다.
노예들은 ‘해방’되었지만 농노라는 새로운 계급장을 달고 지주들에게 자신의 노동의 결과물을 상당부분 빼앗기는 생산관계가 성립되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생산력의 수준이 높지 않았기 때문에 땅을 소유한 대지주들의 배를 채우려면 자신의 목숨 말고는 모두 내줘야 할 정도로 농노들의 피와 땀이 엄청 필요했다. 농노들은 아무리 일해도 지주들에게 상납하고 남은 것으로는 연명하기도 어려웠고, 흉년이라도 되면 굶어죽는 일도 허다했다. 게다가 그 지주의 손을 벗어나 도망이라도 치면 엄청난 채무자가 되어 숨어살아야 했다.
이러한 봉건제 사회의 생산관계는 농노와 장인적 생산형태였지만, 생산력이 발전하고 상업 무역이 발달하면서 자본을 모은 사람들이 가내작업장을 만들어 노동자들을 모으고, 기계의 발달에 의해 공장제 대공업이 발달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자본주의체제로 전환했다. 그리고 이러한 자본주의 사회로의 이행과정에서 지주와 왕정체제는 신흥자본가들과 노동자, 농민들의 반란, 사회혁명에 의해서 무너지게 되었다. 그리고 나서 당시 진보세력이던 자본가는 새로운 생산관계에서 노동자계급을 착취하는 지배계급이 되었다.(자세한 혁명의 역사는 이 신문의 기획연재를 참고할 것.)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조응(적합성)
생산력이란 생산수단과 생산이 가능한 인간의 노동력이 결합해서 발휘되는 힘을 말한다.
생산관계란 생산과정에서 인간의 의지와 상관없이 인간들(노예제에서는 노예주와 노예, 봉건제에서는 지주와 농노, 자본주의에서는 자본가와 노동자)이 맺는 사회적 관계를 말한다. 생산관계의 기초는 생산수단의 소유관계이다.
예를 들어 노예제 생산관계는 노예까지 생산수단이 되어 노예주의 다른 생산수단들과 결합되어 생산 결과물을 전부 빼앗기는 노예와 빼앗는 노예주의 대립적 계급관계를 특징으로 한다.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는 생산수단을 소유한 소수의 자본가계급과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하고 노동력을 팔아야만 생계가 유지되는 노동자계급의 관계를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생산관계의 법제도적인 표현이 바로 소유관계다. 소위 재산권이라 부르는 것, 즉 생산수단이 누구에게 소유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생산관계다. 그리고 생산수단의 소유 여부에 따라서 주요 계급이 나타난다.
또한 이러한 생산력과 생산관계가 결합되어 특정한 생산양식을 결정한다. 그리고 경제구조와 상부구조(정치, 문화, 법, 교육 등)를 통칭해서 사회구성체라 부른다.
천연자원에서 얻는 것들과 생산하는 데 사용하는 도구들, 연장과 기계, 설비, 생산라인 등의 생산수단이 있더라도 인간의 노동력이 없이는 어떠한 천연자원들도 우리한테는 별의미가 없다. 인간의 노동력이 있어야만 자원을 모으고 기계나 설비를 사용하여 자원들을 인간에게 필요한 것으로 변형시킬 수 있다.
이러한 생산력은 인간사회의 역사 속에서 계속 발전해왔다. 오랜 기간을 지나면서 인간이 습득하는 기능과 경험, 축적된 과학의 성과나 기술 발달, 그리고 노동하는 형태나 방식 등이 축적되어 생산력에 반영되고 있다. 생산수단이 개선되고 노동력의 수준도 높아진다. 생산력은 생산관계와 조응(적합하게 딱 맞아떨어짐)한다.
그러나 생산력은 해당 사회에서 무한정 발전한 것은 아니다. 생산력을 발전시키면서 그 발전 속도와 형태를 결정하는 것은 생산관계이다. 생산력이 계속 발전함에 따라 기존에 적합했던 생산관계는 발전하는 생산력과 충돌하게 된다. 결국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이 증가하여 이는 계급간의 투쟁으로 낡은 생산관계가 타파되고 새로운 생산관계와 생산양식이 형성된다. 물론 사적 소유를 폐지한 계획적 생산관계 속에서도 이들의 관계는 충돌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모순은 계급모순과 같이 적대적이지 않고 그 내에서 해결가능하다.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는 생산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는 생산은 사회전체에 의해 이뤄지는데 반해 생산수단은 소수인 자본가계급이 소유하고 있다는 것에서 근본적인 모순이 발생한다.(사회적 생산과 사적 소유)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에 근거해서 자본가계급은 노동생산물에 대한 합법적인 처분권을 갖는다.
한편에서는 생산력의 발전은 독점자본주의화에 있어서도 촉진제 역할을 했다. 이를 통해 생산의 사회화는 급진전되었다. 자본주의적 생산은 개별기업에서는 계획되지만, 사회적 생산에 있어서는 무정부적이라는 것 때문에 또한 모순이 발생한다. 이 무정부적 생산은 생산력의 발전에 따라서 자본간 경쟁을 통해 과잉생산을 야기하기에 공황은 필연적이다. 자본의 집중과 집적이 필요할 때 생산력의 발전은 한편에서는 공황과 전쟁으로 생산을 파괴하면서 독점, 생산의 집중화를 촉진했고, 독점자본이 강화되도록 국가가 보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생산력이 계속 발전해감에 따라 생산의 사회적 성격이 확대되어도 생산수단은 점점 더 소수에게 독점된다는 사실 때문에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와 생산력 간의 모순은 더 확대된다.
특히 생산력의 발전,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류 모두에게 사회적으로 이용된다면 커다란 혜택이지만,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오히려 반대로 이용된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 새로운 산업이 발전하게 된다. 불과 몇 십 년 전의 컴퓨터 정보혁명에 따라서 컴퓨터 지식정보산업들이 확산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과학기술의 발전은 단지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내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 산업에서도 노동과정이나 전반적인 생산과정의 발전을 야기하여 상품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을 단축시킨다. 하지만 그렇게 생산력 발전에 따라 노동력의 지출이 감소된다는 것은 그만큼 상품가격을 낮추어 물가를 낮출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어느 정도 신상품이 보편화되면서 약간의 가격 인하를 가져오고 노동력 재생산비의 감소를 근거로 임금을 줄이려고도 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생활에 필요한 비용은 생산력의 발전에 따른 필요노동시간의 단축만큼 줄어들지 않는다. 이것은 독점대자본이 과학기술의 이용권한을 갖고 상품의 독점가격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또한 생산력 발전에 따라 10시간 노동에서 8시간노동, 그리고 점차 노동시간은 단축되어야 하지만 자본에게는 적당히 실업이 존재하고 노동자간 경쟁과 분열이 있어야만 생산력의 발전을 이윤의 극대화로 적용시킬 수 있다는 계산 때문에, 자본간의 경쟁에 의해, 자본이 감당할 수 있는 한에서만 생산력의 발전은 보장된다.
반대로 독점자본주의는 생산력의 발전을 왜곡시키고 저해하기도 한다. 다음의 사례를 보자.
(1) 현장 내에서 기계를 다루고 라인을 타면서 노동자들은 자신이 작업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일하고 여유시간(여유율)이 생기는가를 항상 생각한다. 그래서 기계나 작업도구를 변형시키고, 작업분담을 개선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작업자들이 자율적으로 자신의 노동과정에 참여해서 개선해서 얻은 여유시간은 자본가에게는 쓸데없이 낭비되는 시간, 쓸모없이 지급되는 불필요한 임금으로 취급되어 노동과정 개선의 성과는 작업조직 변경으로 남지만 여유시간은 다시 다른 노동으로 대체되어 버린다. 즉 노동자들이 노력해서 만든 생산력의 발전은 다시 자본가에게 빼앗기고 만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작업을 매 동작마다, 시간마다 쪼개서 동작을 분할해서 여유율을 최소화시키려는 테일러의 시간동작연구기법이다.)
10여년도 훨씬 전부터 대공장에 출근카드가 기계에 찍는 방식에서 전자카드로 바뀐 경우도 컴퓨터계통의 발달로 전자카드가 나오고 노동자들은 출퇴근시 직접 기계 앞에 걸어가지 않아도 되어 편리해졌지만, 그 혜택은 오히려 자본이 훨씬 많이 입었다. 자본은 전자출퇴근카드를 통해서 정문에서 공장 작업대 앞까지 노동자들이 오는 시간을 줄이게 되어 더 많은 시간을 노동시킬 수 있었다. 또한 파업을 할 때 노동자들이 파업에 참여하는지 여부도 이 카드로 파악하여 무노동 무임금의 잣대로 임금을 차별 적용하는 데에도 이용했다.
(2) 과학기술 발전과 자동화가 점차 진행되어도, 그것이 곧바로 현장에서 노동력 지출을 최소화하고 생산을 효율화시키는 과정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자본은 자신이 투자한 생산수단과 기계에 대해서 최대한 노동력을 투입시켜 어느 정도 이윤을 남겨야 새로운 기계과 기술을 도입한다. 앉아서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는 지만 점검하고 필요할 때 수리하는 역할만 해도 되는 신 기계가 발명되어도 그것이 현장에 도입되려면 기존의 기계 설비와 예상한 이윤을 어느 정도 만들어주고 나서야, 그리고 자본 간의 신기술 도입 경쟁을 통해서야 가능하다. 단 군사력에 있어서는 그 투자와 도입이 과감하다. 특히 사회주의권이 몰락하기 전에는 냉전체제를 유지하는데 막대한 과학적 연구력을 집중시켰고 지금도 미국과 같은 주요 자본주의 중심 국가들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한 제국주의 전쟁이나 경제적 경쟁에는 이러한 과감한 투자와 적용이 빠르게 진행된다. 따라서 자본주의사회에서 발명이나 기술발전이 곧바로 일상생활에 이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기존의 이윤 이상을 낼 수 있는 상품성이 있을 때만이 더 빠르게 도입되고 발전할 수 있다.
(3) 자본가 국가는 자본주의의 지속적인 성장 발전을 위해, 과학의 발전에 대한 정책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물론 그 결과에 대한 사용은 일반 노동자 국민에게 향유되지 않고 전적으로 자본가에게 권리가 있는 것이지만 말이다. 황우석교수 사건 역시 엄청난 국가지원 아래서 벌어진 헤프닝이지만 제2, 3의 황우석 사례도 없으란 보장이 없다.
발전하는 생산력을 새로운 생산관계로 담아내자!
대선을 앞두고 최근 한나라당은 자기가 집권하면 ‘7% 경제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면서 성장전략을 주장하고, 열우당은 양극화해소가 더 중요하다면서 반박했다. 이에 대해 민노당은 한나라당의 공약이 현실성이 없다면서 양극화체제에서 성장주의는 이제 신화일 뿐이라고 ‘분배를 통한 성장’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의 ‘성장을 통한 분배’냐, ‘분배를 통한 성장’이냐는 논쟁은 현재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려는 자들이 체제내적 개량을 통해서 모순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 논쟁이다.
그렇다면 이들 경제전략의 차이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력이 발전해온 이래 생산관계와의 모순이 계속 확대되면서 이러한 자본주의의 모순과 위기를 해결하려는 노력들은 이미 몇 백 년 전부터 진행되어 왔다.
자본주의 생산관계의 모순이 처음부터 존재했으므로, 자본주의의 발달에 따라서 그 모순을 해결하려는 노력들은 다각적으로 진행되었다. 지배자들은 자본 간의 경쟁을 어느 정도 조절하고 노동자들의 투쟁을 통제하고자 하여 국가복지, 케인즈주의를 주장했다. 그리고 독점자본화가 공황을 심화 확대시키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 보수주의로 회귀하는 한편 사회적 합의주의, 노자상생이라는 노사협조주의를 내세워 노동자들을 꼬드겼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노조에 대한 회유와 노동자 탄압이 자본주의 위기를 은폐하는 역할을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자본주의의 위기의 원인, 근본 모순을 해결할 수는 없었다. 특히 자본주의 생산관계가 생산력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다양한 입장들이 나왔다. 자본주의 초기부터 혁명전략에도 상반된 흐름이 존재했다.
(1) 최근 기업가의 혁신 정신, 경영만이 이윤을 만들어낸다는 슘페터의 이론이 유행하고 있다. 자본가들은 삼성 이건희 신화를 예로 들어서 삼성자본의 성공은 곧 창조적 파괴 정신에 있었다면서 기업가의 창조정신과 혁신이 자본을 살리고 노동자도 살릴 수 있다고 선전해대고 있다. 즉 경영혁신으로 자본주의의 위기를 극복하자는 논리로, 이는 이윤의 근본적인 원천인 노동착취에 대해서 은폐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윤은 경영에서 나온다고 주장함으로써, 경영권, 재산권이라는 사적소유를 엄호하고 있다.
(2) 자본주의의 모순과 폐해를 지적하고 비판하면서 생산력을 발전시켜 자본주의의 모순을 해결하자는 입장이 있다. 특히 사회주의국가들의 몰락에 대해 생산력의 후진성과 관료화를 원인으로 들면서 생산력이 발전되지 않은 사회 혁명의 불가를 주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견해는 결국 러시아 등 과거의 혁명과 앞으로의 반자본주의 혁명 역시 자본주의 자체에서도 아직 생산력이 더 발전해야 가능하고 자본주의가 계속 발전하면 모순이 확대 심화되어서 결국 자본주의는 붕괴 혹은 변화될 것이라는 자동붕괴론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3) 이는 결국 노동자계급 주체들에게는 수정주의와 개량주의로 제안되었다.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의 혁명과 개량이 가능하다는 주장, 즉 자본주의의 모순은 자본주의 개량을 통해 치유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이는 조합주의와 결합되어 노동조합운동과 의회주의로서 점진적인 개량이 가능하다는 주장으로도 연결된다. 프루동주의 등 반자본주의를 주장하지만, 요구와 기조는 사적소유의 근본적인 해결문제를 건드리지 않은 채, 결과에 대한 투쟁, 분배투쟁만 하게 된다.
이러한 전략적 기조는 현 시기에 노동운동 내에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민주노동당과 같이 사회적 관리 통제라는 사회적 민주주의 강령을 주장하고, 새흐름과 사회당과 같이 ‘사회연대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정규직 대기업 노동자들의 양보를 통한 ‘하향’평준화를 주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최근 노사전문위원회를 꾸려 성과배분제를 합리적으로 시행한다는 명분으로 성과주의, 능력주의적 차별대우을 인정하게 된 현대차 노동조합의 개량주의도 이들과 다르지 않다. 이들은 어떤 이름을 붙여서 전략을 주장해도 그 공통점을 유지하고 있다. 재산권이라는 사적 소유를 절대 건드리지 않고, 오직 ‘합리적’ 분배만을 주장하는 것이다. 이들이 평등 분배를 아무리 주장하고 자본주의를 비판한다 해도 이들은 사이비 사회주의세력일 뿐이다. 생산력의 발전이 현시기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에 의해서 얼마나 방해받는지, 그리고 자본주의 하의 생산력의 발전이 노동자들의 목숨을 얼마나 빼앗아 가는지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는 것이다.
(4) 발전하려 하지만 제한당하는 생산력은 자본주의적 생산관계가 아닌, 새로운 생산관계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생산관계 변화의 핵심인 생산수단의 사회적 소유는 사회적 변혁 없이는 불가능하다.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는 봉건제를 통해서 국가권력의 장악을 끝으로 변화했지만, 사회적 소유는 국가권력을 노동자가 장악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때의 새로운 생산관계는 민노당이나 수정주의 사민주의자들처럼 사적소유는 어느 정도 인정한 채 공공성을 확대시키는 방식이 아닌, 모든 생산수단을 사회적 소유의 기초위에서 재조직함으로써 시작된다. 물론 사회 이행기에는 노동자계급이 권력을 장악함으로써 국가의 생산력을 발전시키는 것 또한 중요하다. 또한 특히 사회주의적 산업화를 통해 일할 수 있는 만큼 일하고 일한 만큼, 혹은 필요한 만큼 분배받기 위해서는 생산력은 계속 발전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주의적 생산관계는 자본주의처럼 생산력의 발전과 생산관계가 충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생산수단이 소수에게 집중되어 있지 않고, 노동의 결과, 창조적 노력의 결과를 모두 가감 없이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분업화된 노동도 자신이 노력하고 연마한 만큼 더욱 전체적인 계발로 반영되고, 자신의 노동도 더욱 전문화되고 숙련화 될 수 있다. 즉 사회주의적 생산관계는 생산력의 발전을 더욱 촉진시켜 물질적 풍요와 나눔을 실현할 수 있다. 이것이 진정한 '사회연대전략'이며 '나눔'의 실천이 아닌가.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는 자본가계급이 노동자계급을 착취하고 또 착취함으로써 자본주의를 발전, 유지한다는 점에서 볼 때, 자본주의는 사회적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오직 이윤의 확대를 위한 생산력의 발전만을 보장한다. 친환경적 산업이 발전했지만, 그걸 누릴 수 있는 계급이 제한되어 있듯이 말이다. 현 시기 자본주의는 노동자들을 최대한 쥐어짜서 이윤을 확대시키는 노동력의 이용방식을 사용하여 자본주의적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을 수습해보려 한다. 자본주의의 지속적인 성장은 노동자들을 자신의 편에서 길들여서 쥐어짜기 위한 전략만을 이제 유일한 위기 타개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자본주의의 위기가 멀지 않았다! 이런 자본주의의 모순의 충돌, 위기를 효과적으로 성과로 가져오기 위해서는 사적소유를 완전히 철폐하고 사회적 생산의 성과를 사회적으로 누릴 수 있는 노동자들의 주체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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