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현대자동차노조의 04년 임투, 짧고 굵은 투쟁의 진실!
편집자주-대공장 04임단투를 가장 먼저 타결한 현자노조. 그들은 “짧고 굵은 투쟁” 모토만큼 굵은 성과를 따낸 것인가. 이번 임투의 진행과 합의안 가결, 앞으로 투쟁방향까지 정규직노조 교육위원 김대식 동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생생하게 들어보았다.
1. 7월 5일 잠정합의안이 73.60%의 찬성으로 가결되었다. 이번 합의안에 대한 총체적인 판단과 조합원의 분위기를 설명해 달라.
총회에서 투표결과가 쟁의행위 가결수치보다 높을까봐 염려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찬성률이 쟁의행위 가결 수치보다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합의안을 유심히 보면 대기업 노조의 이기주의를 벗어나지 못한 안이다. 임금 협상 속에서도 정세 속에서 구색만 갖췄다. 충분히 유리한 측면이 있었고 싸울 수 있었는데 안 싸운 것이다. 이슈로 다루었던 사회공헌기금도, 비정규직 차별철폐도 부각되었으나 경제주의적으로 임금에 매몰된 결과만 도출하였다.
조합원 분위기는 가결 퍼센트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좋다’. 문제는 지속적인 반대를 하던 사람들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의 위기이다. 또한 지도부에서 목요일 날 합의안을 내와, 금토일을 그냥 넘기고 월요일 날 총회에 투표를 붙인 것도 잘못이다. 반론을 제기할 기회가 없이 설명회 식의 보고대회 이후 투표를 붙여버림으로써, 대중의 의견을 끌어안겠다는 의지보다는 통과 의례로만 판단하고, ‘조합원 동지여러분, 고맙습니다’란 표현이나, 잠정합의문을 설명하면서 ‘합의 하였습니다’를 반복적으로 사용한 것은 대중을 박수부대로 보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투쟁의 주체와 합의의 결정은 조합원 총회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2. 충분히 유리한 측면이 있었는데도 싸우지 않았다고 했는데, 그 유리한 측면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현자노조가 04임투를 진행하는 데 있어 올해는 외부에도 내부에도 그렇게 적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유리했다는 말이다. 우선 노무현이나 조중동이 古김선일 문제가 겹쳐 터졌기 때문인지 작년 같은 대기업 죽이기 언론공세를 피지 않았고 언제나 말이 많던 현장조직도 이번에는 3개 정도만 유인물이 나온 편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잠정합의안에 대한 입장을 낸 곳은 2곳뿐이었으며 소위원 단위에서 나온 유인물만이 ‘부결’의 내용을 담았을 뿐, 현장조직들은 ‘부결이다, 가결이다’식의 입장표명이나 선동이 아닌 잠정합의안에 대한 ‘평가’로 일관했다. 이렇게 현장 제 조직들이 흔들리고 있을 때 노조는 자신들의 중심으로 집행능력을 가져갈 수 있게 된다.
또한 무엇보다도 임금 9만 5천원 인상은 현재 현대자동차 자본의 지불능력으로 봤을 때 충분히 가능한 수위였다. 마치 투쟁을 통해 따온 것처럼 성과로 말하지만 이미 예측되어있던 수위의 임금인상을 따낸 것으로 사실은 무난하게 가져온 것에 지나지 않는다.
3. 비정규직 관련 애초 요구안이 정규직 통상임금의 80%, 잠정합의안의 결과는 정규직 임금 인상액의 80%였다. 또한 이번에도 역시 2, 3차 하청은 외면당했는데, 원청 노조의 비정규직 투쟁 지원양상에 대한 한계라면?
기조부터 잘못이었다. 정규직 노조에서 비정규직 임금인상을 대신 교섭하면 안된다. 10원을 올리더라도 비정규직 주체적으로 싸워서 올려야 한다. 비정규직 노조에서 공식적으로 임금교섭을 정규직에 위임하진 않았지만, 실질적으로 위임해버린 양상으로 간 것이 잘못이다. 그럼으로써 비정규직 노동조합 위원장이 연단에서 발언조차도 진행하지 못하고 애초에 원하청 공동투쟁은 배치되기도 힘들게 되면서 비정규직 노조 임투의 의미는 사라지게 되었다.
또한 그 동안 비정규직 노조의 집단 가입 방식과 총회 과정에서 보여준 자신들만의 독자적 행보나, 7월 1일 오전의 부족한 성과로 끝나버린 독자파업 등은 정규직 노조를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하여 사실상 자유롭게 해줬다. 비정규직 노조 자신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정규직 노조가 ‘해볼 대로 해봤냐, 해보니 안되지, 그럼 이제 내가 해도 되지.’ 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준 것이다. 정규직 조합원들도 아직은 때가 아니었고 비정규직 노조에서 힘을 좀 갖추면 그 때 더 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5. 사회공헌기금은 산업발전과 국민적 기업이라는 이미지 효과를 통한 생산량 증대,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 등에 쓰겠다고 자동차 4사 모두 밝히고 있다. 게다가 이번 7월 초 자동차공업협회와의 협상 결과 결국 사회공헌기금 관련해서는 단사 차원으로 위임하겠다고 밝혔다. 현자에서 이번 임단협에서 사회공헌기금 관련해 별도합의가 이루어진 부분이 있는가?
사회공헌기금은 애초부터 제의단위와 집행단위가 다르다. 10대 집행부에서는 금속연맹의 제의를 받아들였으나 집행은 11대 집행부에서 해야하는 것이 되었고 대기업 노조가 고립될까봐 면피용으로 떠안은 것뿐이라 실제 집행 의지가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사회공헌기금 관련한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사회공헌기금을 계급투쟁한다는 사람들이 순익구조에서 떼어오겠다고 사고하는 것 자체가 문제이다. 모든 생산품에 세금의 형식처럼 일정 정도 그러한 것을 부과한다면 맞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중소영세사업장과 중소기업청과의 합의도 필요하고 (이들은 대기업보다 더 상황이 어렵겠지만) 민주노총과 경총이 진행한다든가 해야지 대기업에만 씌우는 것은 말이 안된다. 즉, 사회적 합의 따위의 구조에서나 다룰 내용이지 국한된 순익구조와 대기업의 지불능력에 기대어 전면화 될 수 있는 사업이 애초에 아니었고 일종의 대기업 이기주의 면피용으로 활용된 측면이 크다.
사회공헌기금 5%는 사실상 대기업에서 하청을 5% 더 때려잡아 납품 단가를 낮춘 후 5%를 비정규직 처우개선이라고 다시 하청에 던져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 또한 지역발전을 위한 재투자처럼 ‘투자용’으로 쓰일 가능성마저 있다.
6.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동투쟁을 매우 실천적으로 풀어가고 있는 동지로 알고 있다. 정규직 정서와 이해관계를 넘어 비정규직 투쟁에 실천적으로 임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비정규직 문제라 따로 사고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의 문제로 본다. 비정규직 노동자간의 이해관계도 다르다. 정규직 임금도 직급, 공정, 단사별로 다 다르듯이 마찬가지이다. 이것은 이해관계로 따질 문제가 아니라 ‘계급의식’으로 보아야 한다. 정규직이 조직되지 못해 어려운 것과 비정규직이 조직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다 같은 이유이다. ‘하나의 계급의식, 노동자가 일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노동과 자본의 문제로 이해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규직화 쟁취’ 요구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데는 설득력 있지만 현장에서 접목시키는 데는 가능하지 않은 요구이다. 왜냐면 정규직화의 요구는 근본적 해결 방안을 될 수 없으며, 단결투쟁을 통해 자본에 맞서려는 힘보다는 기대려는 힘을 키우게 되고, 몇 명의 정규직화에 국한된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7. ‘정규직화 쟁취’ 요구의 한계, 즉 비정규직 투쟁의 핵심으로 보아야 하는 고용안정의 문제를 말하는 건가?
‘일자리’로 놓고 보면 정규직화라는 일정 부분의 특혜를 주는 것으로, ‘정규직화 쟁취’로 비정규직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공정 자체를 정규직화 시키지 않는다면 몇 명 정규직화 되었다고 해도 비어버린 비정규직 자리는 다른 비정규직이 채우게 된다. 사람의 정규직화가 아니라 ‘공정의 정규직화’로 접근해야 한다. ‘전 공정의 정규직화’로 기조로 싸워야 비정규직이 철폐될 수 있으며 일자리 나눠먹기식의 경쟁을 막을 수 있다. 사용주에게 고용되어야 살아가는 노동자의 입장에서 실질적인 사용주와 맞서 싸워야 한다. 공동투쟁 역시 자본가는 하나라는 데서 나오는 것이다. ‘사과 하나를 니가 먹을래, 내가 먹을래.’ 하면 안된다! ‘사과 2개를 만들어내라.’고 사용자에게 요구해서 하나씩 먹어야 한다. 부족하다면 같이 먹게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처우개선은 마약, 정규직화는 독’이라고 생각한다. 조직화를 통한 투쟁만이 비정규직을 철폐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8. 현장조직에서도 '비정규직 철폐, 혹은 차별철폐'를 말하고 있는데 형식적이고 실질적이지 못한 연대의 모습으로 그치고 있다. 현대자동차 현장조직과 정규직 노조 등 그동안 비정규직 관련 투쟁과 자신이 해온 활동이라면?
현장 제 조직 의장단 회의가 있었지만 비투위나 비정규직 노조가 뜨면서 미조직특위에서 사업부별로 움직이는 것에서 그치고 있다.
비투위가 뜨기 전에 1공장과 논의 구조를 거쳐 원하청 공동논의 틀을 만들면서 3공장으로까지 확대되었다. 이 속에서 미조직 특위 구성 요구를 내었고 조직도 안에 비정규직 사업팀을 구성하게 되었다. 그러나 비공식적인 논의 틀이었지만 선거와 이해관계 문제가 대두되면서 사실상 해소되고 다시 3자 테이블을 구성했다. 비투위와 미조직특위, 현장 제 조직으로 구성되었으나 비정규직에서 사업부별로 대표를 선출하지 못한데다가 비투위에서 독자노조로 깃발을 세우고 일방적 행보를 보이면서 사실상 이 모임도 힘들어지고 정규직과 연대의 골이 패이기 시작했다. 조직체계에서 오는, 그리고 다른 의결 단위에서 오는 이견과 부조화가 쇳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또 다시 미조직특위 확대회의를 제안하여 30여명으로 늘렸는데 거기에는 현장 제 조직 담당자와 노조 집행부 5명, 사업부별로 1명씩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여곡절 속에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논의구조 속의 한계는 역시 토론이 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독자 노조가 같은 논의 틀을 맞춰가지 못하고 있다. 정규직 비정규직 공동 공청회, 토론회가 계획되고 성사되지 않는 것도 문제이다. 내년 임단협을 성사시키기 위해 당장에 임단협의 수위와 각자의 역할 등에 대해 비정규직 노조와 노동자적 관점에서 얘기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정규직 노조에서는 정규직에서 비정규직 노조를 흡수해 휘두르려고 한다는 식의 의심이 있는 것 같던데 그런 의심을 버리고 허심탄회하게 나서길 바라는 마음이다.
현재 확대된 미조직 특위 산하에 원하청 공투위가 있는데 현재 1공장과 3공장을 빼면 그 기능을 못하고 있다. 작년에 1공장은 교육을 진행했고 비정규직의 독립성이 보장되고 있었는데 올해는 다른 현장조직이 잡으면서 비정규직 노조의 1공장 대표도 인정하지 않는 등 마찰이 생기면서 잘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현재는 3공장이 사업비 책정 문제도 함께 논의하고 교육 및 공동유인물도 발행하는 등 잘 돌아가고 있다. 수출선적팀에서는 대부분 1공장과 연대하여 대자보를 발행하는 등의 비정규직 사업부 단위의 진행들이 있었다.
9. 정규직의 대리투쟁이라고 말하듯 비정규직이 실질적인 주체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데, 비정규직 독자 노조의 과제 뿐 아니라 정규직 역시 해야 할 일이 있지 않겠는가?
우선 당장에 집단가입을 정규직 임시 대의원 대회에서 결정되고 미조직 특위에서 논의하기로 약속해놓고 그 과정에서 총회투쟁 전에 비정규직 노조 일부에서 독자적으로 집단가입 원서를 돌려버림으로써 또 다시 뭉그러져버린 서로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사업으로는 무엇보다도 직가입부터 성사시켜야 한다. 이것을 집단가입 전으로 시기를 잡을지 아니면 후로 잡을지는 아직 고민 중이다. 또한 앞에서 비정규직 관련 임협 얘기하면서 지적했듯이 비정규직 노조에서 정규직 노조로의 교섭 위임을 단호하게 거부해야 한다. 그리고 정규직의 단협 속에서 사회적 책무와 사용자성 인정 등을 강조하여 비정규직의 스스로의 ‘조직화 틀’을 열어주는 것에 집중하든가, ‘정규직화’ 요구 관련해서 근속 기간으로 우선순위를 잡아 ‘공정의 정규직화’ 쟁취에 집중하든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둘 중에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진행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조직화’의 틀을 여는 것에 집중하여 비정규직 노조가 원청과 교섭할 수 있는 테이블을 원활하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10. 지금 현대자동차에서 정규직 활동가들에게 시급히 요구되는 것은 무엇인가?
사실 비정규직 투쟁도 중요한데 현자가 죽으면 노동운동이 더 죽게 되는 것이 있다. 그나마 뿌리라도 버티고 있는 것이 현자이다. 정규직 노조의 상집배치를 영입하려는 세력으로만 배치하면서 노조 중심이야 서있지만 바깥단위가 정리되지 않는 한 문제가 많다. 그래도 현자의 희망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현장 제 조직 이탈현상이다. 그 중에는 패권을 갖고 싶어 뛰쳐나온 사람들도 있지만 어찌됐든 현재 현장조직 운동에 문제의식이 있는 건 분명한 것이다. 또한 현장 안에서 재조직, 재편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우선 지금은 임투로 인해 논의가 잠시 중단된 상태지만 앞으로 어떤 식으로 재편되든 조직 강화의 방식으로 현장조직을 재편하려 하는 한 거기서 거기일 가능성이 크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것을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폭로하는 수준으로 가야 한다. 그렇지 않고 내년으로 어물쩍 연기되면 ‘패거리 주의’에 밀려 활동가는 다시 묶일 수 있어도 조합원들은 다시 서지 못할 수도 있다. 조합원들의 집회 대오는 억지로 나오는 것이든 뭐든 간에 늘어나고 있다. 난 이것은 활동가들에게 조합원들이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본다. 그러나 활동가들이 정신 차리지 못하면 대중들은 떠나버릴 수도 있다.
11. 정치조직, 그리고 노정신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어떻게 접근했으면 하는지?
어느 정치조직이든 중요한 것은 철저하게 현장에서 결정하는 구조라고 생각한다. 마치 블루와 화이트 칼라처럼 현장집행단위에서는 이론적인 측면을 맡기를 부담스러워 하거나, 이론적인 측면을 가진 단위에서는 내리꽂기 식으로 현장단위에게 접근해서는 안된다. 현장에서 결정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힘이 생기면 그 힘을 집행하려하고 그렇다면 현장에 관한 개입과 간섭이 생겨나는 것을 많이 봐와서 염려되는 지점이다.
또한 원칙적이되 편협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전에 박일수 열사 관련한 기사를 봤는데 문구나 표현 방식에서 원칙적이기만 하고 당시 벌어진 현장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는 ‘대응식 활동’이라고 느꼈다. 어떤 사업에 대한 평가로만 접근해서는 안된다. 정치조직이라면 ‘대응식 활동’이 아닌 다양한 전술과 전망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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