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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90호] 씨앗까지 빼앗으며 인도 농업에 진출하는 미국 독점자본 / 이병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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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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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30 20:54:29, 조회:5,784, 추천: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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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까지 빼앗으며 인도 농업에 진출하는 미국 독점자본
이병진
편집자 주: 이 글은 미국 독점자본의 인도 농업 진출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옥중에서 자료가 제한되어 있고 열악한 집필 조건 때문에, 미국 독점자본의 농업 진출에 대해 인도의 독점 자본은 어떠한 독자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 분석은 부족하다.
인도의 지배계급이 의회에서 대형유통 할인점 사업에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허용하느냐 마느냐라는 법안을 놓고 와글와글하다. 이와 함께 이번 인도의 겨울 정기 의회에서 종자법(The Seeds Act)까지 개정하려고 한다.
만약 소매업 유통망 사업을 외국자본에 개방하고 특허권을 인정하는 종자법이 통과되면 농업생산물의 상업화는 더욱 빠르게 촉진될 것이다. 그러면서 인도의 농촌경제는 거대 독점 자본가들이 지배하게 될 것이다.
이 글의 목적은 월마트(Wal Mart) 같은 거대 독점 자본이 왜 인도 소매유통 사업에 진출하려는지 분석하고 그런 미국의 독점 자본가들의 인도 시장 진출을 위해서 인도 정부와 정치인들이 총대를 메고 앞장서는 모습에서 인도 국가독점자본주의의 특징을 드러내 보이려는 것이다.
이 글은 2차 자료에 의존하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이 글은 인도가 경제발전을 위해서 1991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친시장적인 경제자유화 정책이 실제로는 인도의 독점자본가들이 세계적인 독점자본가들과 결탁하여 인도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를 강화시키고 있는 경향성임을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에게 인도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를 이해하는데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다.
빚에 쫓겨 자살하는 인도의 농민들
인도에서는 비싼 농약 값 때문에 빚에 쪼들리다 자살하는 농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는 중요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필자도 2006년 인도 펀잡 주 농촌지역에서 농민들의 정치 참여 의식에 관한 연구를 위해 펀잡 농촌 마을을 조사 하였다. 필자는 50개 마을 2000명의 주민을 설문조사하였다. 그 때 농민들의 자살이 심각하다는 점을 인식하였다.
펀잡 주는 1970년대부터 녹색혁명이 시작되어 인도에서 비교적 잘 사는 지역으로 알려졌지만 현실은 녹녹치 않았다. 대부분의 농민들은 많은 빚을 지고 있었고 비싼 비료 값과 불어나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는 근본적인 원인은 곡물 생산량과 질이 떨어지는데 있었다.
펀잡에서는 1970년대에 처음으로 녹색혁명을 도입할 때는 화학비료와 트랙터의 사용으로 비약적인 농업 생산량을 얻었다. 그러나 오랜 기간 화학 비료를 계속 사용하면서 토지는 산성화가 심해졌고 소 대신 트랙터로 쟁기질을 하다 보니 땅 속 깊이 오염되었다. 그러다 보니 더 많은 화학 비료를 써도 농업 생산물은 오히려 줄었다. 이는 농업 생산 비용을 크게 늘렸다. 그러나 농수산물 가격은 거의 오르지 않아서 생산 비용에도 미치지 못하고 농민들이 그 비용을 고스란히 빚으로 떠 앉아 되는 것이다. 그런 구조에서 농민들은 빚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농민들은 그렇게 빚에 허덕이다가 자살을 하는 것이다.
1950년대에는 인도 정부의 토지 개혁 노력으로 소작농들도 작지만은 각자 자기 소유의 토지가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펀잡은 가난한 소규모 소작농들이 빚에 쪼들려 토지를 팔아서 소수의 대지주들이 대부분의 토지들을 소유하고 있다.
이들 대토지 소유자들과 도시의 독점 자본가들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공고한 동맹관계를 유지하면서 인도에서 지배계급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인도-미국 농업지식 구상 (US-India Knowledge Initiative on Agriculture)
인도의 대토지 소유 부농들은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 미국의 독점자본가들과 손을 잡는다. 인도의 대지주들은 산성화되어 오염된 토지를 회복시키려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산성 토양에서도 잘 크는 유전자 변형 종자들(GMOs)로 품종을 바꾸어 작물을 재배하려고 하였다.
부농들의 지지를 받는 인도 정부도 그들의 요구를 수용하여 시험재배라는 단서를 붙여 유전자 변형 씨앗을 수입 하는가 하더니 2002년에는 인도 내에서 그런 유전자 변형 씨앗의 상업적 판매를 승인하였다.
인도에서 유전자 변형 씨앗 판매에 적극 나선 회사는 전 세계 유전자 변형 씨앗을 90%를 독점하고 있는 미국의 대기업 몬산토(Monsanto)이다. 이 기업은 우리에게 고엽제(defoliant)로 알려진 ‘에이전트오렌지(Agent Orange)'라는 화학무기를 만든 회사이다. 그 뿐 아니라 이 회사는 PCBs, 살충제(DDT), 다이옥신(Dioxins)같은 독극물을 생산하는 세계적인 화학기업이다. 지금은 전 세계의 옥수수와 콩 그리고 밀 생산을 독점하고 있으며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어 유전자 변형 특허권의 90%를 갖고 있는 거대 식량 독점기업이다.
이와 같은 막강한 자금과 조직력 그리고 기술을 갖고 있던 몬산토가 인도농업연구위원회(The Indian Council of Agricultural Research)를 이용하서 2002년 Bt목화(Bt cotton, 유전자 변형으로 살충력을 강화한 목화) 씨앗을 상업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미국은 농업독점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인도에 진출하기 전에 매우 치밀한 작전을 세웠다. 인도 농민들의 전통적인 농사 방법은 수확한 농작물의 일부를 종자로 재사용하기 때문에 일단 씨앗이 소개되면 유전자 변형 씨앗을 이용한 농산물에 대한 이익을 회수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미국의 독점자본가들은 미국정부에 압력을 넣어서 인도와 미국 사이에 지적 재산권을 강화하는 협약을 맺게 하였다. 그 결과로 인도와 미국은 2005년도에 인도-미국 농업 지식 구상 협정을 맺었다.
미국의 독점 자본가들은 농업지식구상을 통해서 다음 4가지를 바꾸려고 했다.(Economic and Political Weekly, November 29. 2008, Editorial, Analytical Monthly Review, Vol.8 No.1, April 2010에서 재인용, 61쪽)
첫째 유전자 변형 농산물의 통제
둘째 농장 재배 계약
셋째 종자 규제
넷째 농업에서 지적재산권 보호
특히 미국은 농업에서 신기술과 바이오 기술에 대한 지적 재산권 보호를 강력하게 요구하였다. 미국은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사용하였는데, 미국은 2005년부터 매년 8백만 불(1불을 한화 1천원으로 계산하면 80억 원)씩 2008년 까지 2천 4백만 불(240억 원)을 인도농업연구위원회(ICAR)에 제공하여 인도의 농업연구자들과 연구소들을 미국의 사립대학들과 연구소에 불러들였다.
겉으로는 농업생명과학공학기술의 교류라고 하지만 미국의 실제 의도는 인도의 영향력 있는 농업 생명공학 학자들에게 미국의 특허권을 인정하게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2009년에 인도 의회에서 바이오규제권한법(Biotechnology Regulatory Authority of India Bill, BRAI)을 상정하게끔 하였다. 이 법안은 유전자 백신 줄기세포 생산, 세포배양으로 만든 것까지 유전자 조작 생산물로 인정함으로써 미국의 생명공학기술까지 인도에 진출할 수 있게끔 길을 터주는 일이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미국은 농업생명과학 전반에서 지적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법률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월마트 인도 진출의 정치경제학적 함의
세계적인 거대 유통 독점자본의 인도 진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인도의 주요 언론들은 이번 겨울 정기 의회 회기 안에 월마트 같은 거대 독점 유통 자본이 인도에 투자할 수 있게 하는 법안 통과를 놓고 의회 내에서 갈등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 하지만 인도 독점자본가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지배세력이 법안 통과를 마다할 일은 없을 것이다.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중앙정부의 농업부 장관이며 NCP(Nationalist Congress Party)의 지도자인 샤라드 파와르(Sharad Powar)는 법안 통과를 반대하는 이들에게 “의회에서 장사꾼처럼 행동(Conduct of business in the House)”한다고 비꼬았다.(B. Muralidhar Reddy, "No agreement yet on rule under which FDI debate is to be taken up", The Hindu, November 22. 2012)
의회 지도자들의 속내에서는 독점자본가들의 요구에 따라 법안 통과에 동의해 놓고, 여론을 의식해 법안 통과를 반대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인도 지배세력을 꼬집은 것이다. 그렇다면 왜 미국의 독점자본가들은 인도의 소매 유통망 사업에 이렇게 깊은 관심을 갖는 것일까?
그것은 단기적 목적과 장기적 목적으로 살펴 볼 수 있다.
먼저 단기적 목적은 인도 농업 생산물의 상업화를 촉진하는데 있다.
미국의 독점자본가들이 미국에서 생산되는 소비재 제품들을 인도 시장에 팔아먹기 위해서 대규모 소매 유통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자신도 값싼 소비재 제품을 중국과 동남아 국가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그런 중국 제품들을 팔아 주려고 유통망 사업에 진출하려고 하겠는가!
미국 독점자본의 관심은 이익을 내려하기 보다는 값싼 소비재 제품들을 정신없이 쏟아 부으면서 그런 물건들을 사려고 몰려드는 인도 사람들인 것이다. 할인 마트를 찾아오는 인도인들에게 인도 농산물을 팔면서 농산품의 상업화를 매우 빠르게 촉진시켜 농산물을 생산하는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 모두가 미국의 독점자본가가 운영하는 대규모 유통망에 의존하게 만드는데 1차적 목적이 있다.
이런 목적이 어느 정도 달성되면 미국의 독점자본가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인도인들이 알 듯 모를 듯이 농산물의 생산과 유통구조를 이용하여 유전자 조작 농업 생산물을 유통시키면서 지적재산권을 무기로 여러 가지 형태의 독점이윤을 챙기려 할 것이다.
당장에 예상되는 일은 미국의 거대 독점 자본가들이 독점하고 있는 종자 사용에 대한 특허권 또는 기술 사용료 명목으로 일정한 돈을 요구하거나 씨앗을 판매할 것이다. 일단 식량 주권을 빼앗기면 그 식량 확보를 위해서는 미국 독점자본가들의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들이 요구하는 지적재산권 사용료를 지불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미국의 독점자본가들은 지속적이며 안정적인 착취 관계를 확대 재생산하는 것이다. 만약 이런 식으로 인도에서의 농업을 지배한다면 미국은 인도에서 대규모로 생산되는 농업생산물을 가지고 세계 식량의 생산과 가격까지 통제할 수 있는 힘까지 갖게 될 것이다. 이는 영국이 인도에서 아편과 차를 생산하여 중국과 전 세계에 팔아먹어 큰돈을 벌었던 전략과 비슷하다.
이처럼 미국의 독점자본가들은 지적재산권이라는 무기로 인도를 하청농업생산기지로 만들려는 장기 전략목표에 따라서 농업의 상업화를 촉진하기 위하여 소매 유통망 사업에 거대 독점자본을 진출하려고 하는 것이다.
바로 이런 일에 인도의 독점자본가들의 지지를 받는 지배계급이 외국의 거대 독점자본의 소매업 진출을 지지하며 그것을 합법화시키는 법을 만들려는 것이다.
인도의 부르주아지 계급은 그들의 편익에 사로잡혀 독점자본가들에 포섭되었고 인도의 독점자본가들과 미국의 독점자본가들은 공고히 결탁하여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과학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그에 따른 사회적 생산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소수의 독점 자본가들의 이익을 위해서 복무하는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가 지적 재산권이라는 허구적인 관념으로 인류 사회의 재산을 폭력적으로 점유하려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다.
우리는 미국의 독점자본의 인도 진출과 그에 호응하는 인도의 지배계급을 보면서 인도에서 점점 더 강화되는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의 본질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농촌의 상업화에 따른 독점자본의 침탈은 농민들의 불평등 구조를 심화시켜 농민들의 프롤레타리아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이는 인도의 변혁 운동에 매우 큰 동력으로 작용될 것이다. <노/정/협>
참고자료 --------------------------------------------------------------------------------------------------------
Bharatiya Krishak Samaj(Indian Farmers' Organization), "Farmers' Union on Seeds Act + GMO Authority + US-India Knowledge Initiative in Agriculture", July 24. 2012, New Delhi.
Meena Menon and Nityanand Jayaraman, "Bt Cotton: Seeds of Discontent", India Resource Centre, March 25, 2002.
Indian Council of Agricultural Research, "US-India Knowledge Initiative on Agriculture" Indian proposal(Draft), 2005년(추정), New Delhi.
Prabir Purkayastha, "Indo-Us Agriculture Initiative : Handing Indian Agriculture to Monsantos", People's Democracy; Vol. XXX No. 09, February 26. 2006.
Editorial, "Agriculture and the India-US 'Strategic Alliance': The Deadly Danger of Monsanto, Archer Daniels Midland and Wal-Mart", Analytical Monthly Review, Vol. 8 No.1, April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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