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밀릴 순 없다!
합법파업이라도 대체인력 투입 허용! 침묵시위만 허용?
기업에겐 규제 완화, 노동자에겐 규제 강화 -
최근 들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명분하에 각종 규제를 완화․폐지 하려는 규제개혁위원회(이하 규개위)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간 지지부진하게 논의되었던 ‘경제위기’에 대한 해법으로 정부가 보다 노골적으로 자본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더 나아가 노동관계법까지 개악하려 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고위관계자는 8일 “경제 회생을 위해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를 철폐 혹은 완화할 것”이라면서 이와 함께 합법적인 파업이라 하더라도 쟁의가 지나치게 장기화될 경우 쟁의기간 중 대체근로를 허용하는 쪽으로 노동관계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이와 관련해 당내 규제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김혁규) 산하에 △기업부문 규제 철폐 소위 △노동부문 규제 철폐 소위 △민생부문 규제 철폐 소위를 둬 구체적인 ‘규제개혁 로드맵’ 작성에 나서기로 했다. 규제개혁특위 관계자는 “정쟁을 지양하고 경제 살리기에 나선다는 취지에서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규제,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는 규제, 외국 기업에 역차별 받는 규제는 철폐하고 건전한 노사 문화 형성을 저해하는 법안도 정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2004.8.9일자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 2월 13일 고건 국무총리가‘기업애로해소센터(이하 센터)’를 신설해 센터장을 맡는 등 제도적으로 치밀하게 준비되어 왔다. 자본가들의 고충을 데이터화해서 노동규제완화의 근거로 들이밀겠다는 것이다. ‘기업애로사항’의 주요내용이 무엇일지는 안봐도 뻔하다. 지금까지 줄기차게 떠들어댔던‘고임금’,‘쟁위행위 자제’에 관한 것 아니겠는가?
그 결과 이러한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은 쟁위행위를 규제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다. 최대한 파업의 효과를 떨어뜨리기 위해 노동3권의 최저한계선까지 넘보며 심지어는 대체근로를 합법화하겠다고 한다. 그 동안에도 파업 중에 법망을 교묘히 피해 은밀하게 대체인력을 투입하였으나 이제는 법제도적으로 대체인력투입을 완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파업자체를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집시법 개악에 이어 소음규제를 빌미로 사실상 모든 집회마저 불법으로 규정하려 하고 있다.
최근에 있었던 집회 시 소음규제에 대해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가 경찰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규개위 심사과정에서 소음측정 장소가 피해건물의 내부가 아니라 피해가 예상되는 건물의 부지경계선 혹은 건물외벽으로 지정돼 외려 더 강화됐다. 이에 따라 소음규제는 사실상의 집회금지보인다. [동아일보]2004.8.9
노동관계법 개악의 핵심은 무엇인가. 쟁의권을 통제하는 것은 자본이 추진하려는‘노동시장유연화’의 걸림돌을 제거하려는 의도이다. 큰 틀 안에서 개혁, 상생, 화합과 국가경쟁력 강화, 경제위기, 귀족노동자 고임금론을 버무려 노사관계 전반을 자본의 입맛대로 좌지우지하고, 법적인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결국‘노사정위원회’가‘사회적합의’라는 허울을 쓰고 실제로는 노동자상층을 끌어들여 실제적인 현장노동자를 통제하기 위한 기구라면 ‘규제개혁위원회’는‘기업에게는 활력을, 국민에게는 편의를’모토로 내세우면서 겉으로는 국민의 이해를 도모하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보다 노골적으로 자본의 편에서 노동자를 탄압하기 위한 기구다. 노사정위와 규제개혁위는‘노동자 탄압을 위한 환상적인 콤비’를 이루고 있다.
정부는 올 하반기에 노사정위에서 결정된 사항에 대해 입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노동계 내부의 의견차로 민주노총 이수호집행부의 노사정위참가는 유보되었다.
하반기는 참여정부 노사정책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노동시장 유연화와 비정규직 문제 등 쟁점사항을 담은 노사관계로드맵의 입법작업이 본격화 때문이다. 정부는 대통령 업무복귀와 함께 그 동안 재계와 노동계의 반발, 대통령 유고 등의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왔던 노사관계로드맵을 완결하고, 입법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정부는 노사로드맵의 목표를 노동시장 유연화에 두고 사회안전망 확충을 병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헌재 부총리는 최근 대한상의 간담회와 각종 강연에서 "노사정책의 기본방향은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라는 큰 방향에서 변함없이 가고 있다"며 "대화와 타협도 중요하지만 법과 원칙을 준수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edaily 5.14]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8월 17일 노사정위를 방문해 노사정 위원회에서 결정된 사항은 국민적 합의로 간주, 국회에서 최대한 존중해 입법하겠다고 밝혔다.
[파이낸셜뉴스 8.17]
정부는 노사관계로드맵, 신노사관계로드맵, 사용자대항권 등 이름만 바꿨지‘노동시장 유연화’와‘노동탄압’이라는 단일한 기조 하에 각종 규제법 개악을 통한 제도정비를 노동계의 투쟁이 미약한 틈을 타서 차근차근 진행시키고 있다. 정부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큰 사안(구조조정, 비정규직 확대, 파업중재 강화)은 노사정위의 사회적 합의 틀에서, 나머지 작은 사안들은 규제개혁위 등을 통해서 관철시켜내려 한다. 노사정위가 아닌 다른 기구들을 발 빠르게 신설해 제반작업을 충분히 하며 땅을 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노동계는‘사회적 휘둘리기’에 맥을 못추고 있다. 자본과 보수언론, 정부의 공세는 치밀하게 준비되어 철저하게 노동계를 공격하는데 비해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민주노총은 현재 노동자계급의 투쟁무기인 쟁의권까지 농락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의 공격에 대한 반격을 조직하지 않고 있다. 노동자계급은 패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금 노동자는 근골격계로 병들고 생활고까지 이중의 고통을 가지고 하루를 전쟁처럼 보낸다. 자본은 고삐를 계속 조여 가며 탄압의 수위를 올리고 있는데 노동계에 대응은 미약하다.
더 큰 투쟁, 더 참고 난 이후의 투쟁은 없다. 현장에서 자본의 노사관계법 정비, 노사정위 참가와 노사관계로드맵의 입법화 등의 본질을 알려내어야 한다. 자본의 도발을 저지시키려는 투쟁을 현장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알려내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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