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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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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27 10:27:51, 조회:7,009, 추천: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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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파산사태, 무엇을 보여주고 있나?
부산지역 노동자
전국 7개 저축은행들이 부실로 영업정지를 당했다. 특히 부산에 5개가 몰려 있어 예금피해자들이 거리로 나서 피눈물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가 터지자 금융감독원만이 아니라 정부 관료와 자본가들은 칡넝쿨처럼 얽혀있었다는 것이 폭로되었다. 대검중수부에서 수사를 하고 있지만, ‘고양이에게 생선’ 꼴임은 모두가 안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부동산 및 건설경기의 위축에 따른 금융사 부도사태가 저축은행만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저축은행 파산사태는 어디로부터 왔으며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지 살펴볼 일이다.
예금 피해자들의 한숨과 분노, 투쟁
지난 1월 삼화저축은행 부실사태가 보도된 이후 7개의 파산한 저축은행 중 5개는 부산에 집중되어 있다. 민주노총부산본부가 한진중공업 문제로 집회를 할 때, 저축은행 피해자(저축은행 비대위)들과 한자리에 모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들은 매일 거리에서, 검찰청 앞에서, 곳곳에서 거리시위를 하고 있다. 현재는 은행본점에서 점거농성(22일 현재 14일째)을 진행하고 있다.
삼화저축은행 부실사태 이후 1월 14일,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상반기 더 이상 영업정지는 없다’고 했다. 피해자들은 정부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었다. 한편 저축은행들은 높은 이자를 선전하며 예금자들을 유인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부산저축은행 5개점이 영업정지 됨에 따라, 5,000만원 초과 예금자와 후순위 채권자 2만 5천여 명은 앉아서 평생을 벌어 모은 돈을 강탈당했다. 더구나 VIP고객이라는 3,500여 계좌의 주인들은 예금을 모두 찾아간 것이 확인되면서 피해자들의 한숨과 분노는 극에 달해 있다.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믿고,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율에 이끌린 이들은 평생 모은 돈을 저축은행에 맡겼다가 한순간에 강탈당한 것이다.
특권과 이권으로 공생하는 국가기구 관료들과 자본가들
영업이 정지된 7곳의 저축은행에서 발견된 순자산 부족액만도 무려 3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공시된 회계보고서 상의 부실은 510억원 수준인데 실제부실은 60배가 넘는 규모였다. 내부감사, 외부회계감사, 공시, 금융 감독 같은 제도가 있으나 의미가 없음이 드러난 셈이다.
금융감독원 출신이 보험사나 저축은행 등에 상근 감사로 내려가 부실을 은폐하고 감독기관에 대한 로비역할을 했다. 예금자들의 돈을 마음대로 쓰고, 그렇게 만들어진 부실을 감추기 위해 수억대의 뇌물이 오고갔다. 부실대출의 여파로 영업정지가 불가피해지자 자본가들은 예금을 미리 인출했다. 대출이 회수되지 않아 피해를 서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한 것이다. 저축은행은 이사와 자본가들의 사금고였고, 국가기구 관료들은 특권을 이용하여 검은 돈을 챙기는 유착관계에 있었다. 어찌 저축은행 뿐이겠는가, 대부분의 공기업의 사장, 이사들이 권력기관으로부터 내려오는 낙하산들이다.
신문 보도에 따르면, ‘2007년부터 현재까지 저축은행의 사외이사를 거쳐 갔거나 재직 중인 152명 가운데 금융 감독기관, 정부부처를 비롯해 청와대, 국정원, 검찰, 법원, 국세청, 군, 국회 등 권력기관의 관료 출신이 56명으로 전체의 37%’라고 한다. 2월16일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하기 직전에 ‘부산의 한나라당 의원들이 미리 알려줘 돈을 빼냈다’다는 증언과 보도가 나오면서 한나라당이 똥줄이 타는 모양이다.
이처럼 자본가와 국가 고위 관료들은 ‘만수산 드렁칡처럼’ 얽혀 있다. 이들은 ‘자본’과 ‘권력’으로 기생적 공생관계로 하나가 되어 노동자 민중의 고혈을 빨고 있다.
PF란 무엇이고 연체율이 늘어나는 이유는?
PF(Project Financing)란 은행 등 금융기관이 별다른 물적 담보 없이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담보로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 수법을 말한다. 프로젝트 파이낸싱 금융기법은 처음에는 석유 개발이나 탄광 채굴, 조선소 등과 같이 수익이 높지만 위험 또한 큰 사업에 동원되었지만, 점차 사회간접자본 등 건설시장에까지 확대되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사업이 성공했을 경우, 자본가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주지만 실패했을 경우, 큰 위험이 함께 존재하는 매우 투기적인 금융기법이라 할 수 있다.
저축은행들은 부동산 개발 붐을 타고 경쟁적으로 PF대출 사업에 뛰어들었다. 은행권의 부동산 PF대출이 47조 원에 달하고 국내 금융권의 부동산 PF대출 규모는 모두 77조 원이 넘는다. 이중 저축은행의 부동산개발금융 규모는 12조 2천억 원으로 전체 대출의 24%에 달한다.
PF자본으로 뉴타운 개발이니, 주상복합상가 건축이니 하는 것들에 투자했다면 그것이 제값에 잘 팔려야 이윤을 나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건설경기가 위축되고 미분양 아파트는 늘어나면 PF 대출은 이자와 함께 제 때 회수될 수 없다. 더구나 건설사들이 파산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니 PF 연체율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저축은행만이 아니다. 시중은행(제1금융권)도 출렁인다.
상반기에 7개 저축은행의 영업정지로 일단락 된 것이 결코 아니다. PF사업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추가 대출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때문에 멀쩡해 보이던 건설시공사들 조차 도산위기에 내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다시 은행을 압박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내 시공능력 평가순위 40위 이내의 건설업체가 지급 보증한 PF 대출 잔액 합계액이 40조에 이른다고 한다. 문제는 금융기관들이 올해 만기에 다다른 PF 대출에 대해 적극적인 회수 조처에 나설 경우 중견 건설사들까지 연쇄도산 위기에 빠질 수 있는 보도가 있었다. 이미 대형 건설사의 회생절차 신청이 이어지고 있고, 부동산 경기 역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PF 부실문제가 저축은행에서 시중은행, 대형 건설사까지 확산될 조짐이다.
국가재정은 공황구제 비용 증가로 파산위기
지난 1월에 금융당국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작년 11월 말까지 저축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과 예금보험기금 등 공공자금은 17조2807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지난해 정부가 61개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부실채권을 매입하면서 2조5000억 원을 세금으로 충당했다. 공적자금, 예금대지급, 대출, 출연 등으로 8조 3019억 원이 투입됐다는 보도도 있다. 이외에도 자산관리공사가 PF 부실채권을 매입할 때 사용한 돈도 공공자금이다. 문제는 정부가 공황구제를 위해 쏟아 부어야 할 공적자금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는 점이다.
국회 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 부채가 347조 6천억 원으로 전년보다 63%나 늘어났다. 그중에 신용보증기금과 수출입 은행 등 이른바 ‘손실보전 의무조항 공공기관’ 10곳의 작년도 발행한 채권 규모는 전체 국가채무(400조 4천 억 원)의 58.8%인 235조 3천억 원이다. 정부의 공황구제 비용은 계속 증가되고 있으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다. 위기관리 최후의 보루인 국가재정의 적자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저축은행 파산은 빙산의 일각 일 뿐
정부는 부동산 건설 붐을 조성하여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정책을 지속해 왔다. 굴지의 대자본가들은 너도나도 주택건설 사업을 확장하여 과잉 중복투자를 했다. 저축은행은 물론 시중은행 등 금융권은 이른바 ‘부동산 개발금융(PF)’을 조성하여 투기적 대출사업을 확장했다. 이는 경기가 상승국면을 타고 있을 때 이야기다.
그러나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의 필연적인 경제공황이 불어 닥치면서 건설경기는 하향곡선을 그렸다. PF 자본으로 건설했던 아파트와 주상복합 상가의 미분양은 늘어만 갔다. 건설사들이 도산하고 위험도가 높은 ‘착공 전 대출(브리지 론)’을 중심으로 하는 저축은행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위기에 처한 은행들이 다시 대출을 줄이고 자본회수에 들어가면서 굴지의 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질 판이다. 이러한 위험 때문에 국가는 공황구제를 위해 천문학적 ‘공적자금’을 지출하면서 국가재정 자체가 위기에 처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본주의, 그 경제적 정치적 위기
국가권력과 자본은 공황의 손실을 지속적으로 노동자 민중에게 폭력적으로 전가해 왔다. 용산개발을 이유로 철거민들을 공권력이란 이름으로 살해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 투쟁을 군화발로 짓밟더니 결국 수많은 가정은 무너지고 2년 사이 무려 15명의 노동자가 죽음으로 희생되었다.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구호가 지금처럼 소름끼치게 와 닿는 경우도 없었다. 재판부가 불법파견을 인정했던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의 요구,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정리해고에 맞선 투쟁과 절규들…. 국가권력과 자본은 곳곳에서 노동자 민중에게 목숨을 내 놓으라 하고 있다. 자본은 공황으로 위기와 손실이 늘어날수록 그 광분은 전 부면에 걸쳐 더욱 심해 질 것이다.
정부와 자본이 전 부면에 걸쳐 제도적, 사법적, 물리적 폭력으로 미쳐 날뛰는 이면에는 그들의 위기가 있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필연적인 경제적 정치적 위기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소수 자본가 계급의 위기일 뿐, 노동자 민중은 역사적 발전의 결절 점을 만들어 내야 하는,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노동자계급의 고통이 가중되는 공황시기에 어떤 선택이 있는가? 위축과 피로를 털어내고 과감하게 반격에 나서는 길 외에 모순에 찬 현실을 끝장 낼 방도가 있는가?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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