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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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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2 06:12:31, 조회:2,388, 추천: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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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와 울산을 같이 돌아보라!
23일 서해 연평도에서 물리적인 포격전이 발생해서 민간인과 군인들이 사망하고 부상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은 쌍용차와 마힌드라가 인수합병을 위한 본협약을 체결한 날이었다. 쌍용차 동지들은 해고 노동자들의 정리해고 원상회복 조치가 없는 가운데 공개적으로 장소도 알리지 않고 기습적으로 본협약을 체결한 쌍용차와 마힌드라 자본에 대해 분노하고, 산업은행 앞에서 항의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와중이었다. 연평도에서 남북의 포격전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한 쌍용차 동지들은 즉각적으로 이러한 물리적인 교전이 쌍용차 투쟁과 현대자동차 투쟁에 끼칠 영향에 대해 우려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내걸고 투쟁하고 있는 울산 현대자동차 동지들의 반응도 똑 같았다. 실제 자본가 언론은 서해에서 포격전이 발생했는데 무슨 투쟁이냐며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압박했다. 남북관계의 악화에 전쟁 분위기 조성에 대해 투쟁하는 노동자 대부분이 느끼는 정서는 대부분 그러했다. 대부분의 좌파의 정서도 노동자들의 반응과 비슷했다.
이미 짜여진 시나리오대로 앞으로는 남한과 미국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이려는 북한이, 아마도 몇 가지의 도발적 제스처를 취했다가 다시 한 번 온건 모드로 돌아와서 협상 분위기를 띄울 것이며, 지금 정신없는 망언들("선제공격" 등등)을 퍼붓는 남한 정치꾼들도 이렇게 흥분을 좀 했다가 선거철이 다가오면 전쟁에 혐오증을 갖고 있는 대다수 온건한 계층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서라도 또 화해모드로 갈지도 모를 일입니다. 사실, 한반도와 그 인근의 권력자들이 이 사태에서 이미 각자 그 이득을 다 건진 것이니 더 이상의 전투행위 연속을 바라지 않는 것이겠죠(박노자 오슬로대,「연평도는 뻔하다, 울산을 돌아보라」, 레디앙 2010년 11월 26일).
연평도에서의 군사적 충돌이 노동자 투쟁에 끼칠 영향에 대해 우려하고 대응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정서이다. 연평도에서의 무력 충돌에도 불구하고 노자간의 계급투쟁이 위축되지 않아야 하는 것도 너무나 당연하다. 우리는 계급투쟁을 중심에 두고 있으며 계급투쟁의 확산을 위해 투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연평도에서의 군사적 충돌에 대한 즉자적인 반응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연평도는 뻔하지 않다. 연평도에서의 포격전과 분리해서 울산 비정규직 투쟁만을 돌아볼 수도 없다. 사물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 변증법의 기초이고, 연평도 포격전과 울산비정규직 투쟁은 물론이고 전체 노동자 투쟁에 있어서도 변증법은 그대로 적용된다.
우리가 연평도에서 남북과의 군사교전에 주목하는 것은, 그것이 노동자계급의 계급투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이후의 정세전반을 규정하는 핵심적인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평도 교전 이후에 이미 정세는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명박정권은 곧바로 담화문을 발표해서 교전규칙을 강화하고, 한미연합 훈련을 강화하여 한(조선)반도에 전쟁을 촉발시킬 수 있는 초긴장정세를 조성하고 있다. 민중들도 중동의 분쟁지역을 취재해서 유명해진 종군기자가 연평도에 도착했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전쟁 개시자'의 방문이 전쟁격화의 징후가 아니냐며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
이명박정권은 연평도 군사충돌로 인해 격화되는 전쟁을 막기 위해 한미군사 훈련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에 대해 북의 주장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연평도 군사충돌은 이명박정권이 파쇼적 공안정국을 강화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고 있다. 이러한 정세 속에서 부르주아 신문들은 전쟁책동을 고취시키며 우리 사회를 광기어린 파쇼 우익적인 분위기로 내몰고 있다.
연평도 포격 사건은 국내 정세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중국은 ‘냉정과 절제’를 강조하며 중대발표를 통해 6자회담을 위한 대표자회의를 제안하고 나섰다. 미국과 일본은 6자회담 대표자회의를 즉각 반대하고 나서고 있다. 연평에서의 군사충돌이 장기적으로는 6자회담을 통해 평화국면으로 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여전히 전망이고 예측일 뿐이고 지금 당장 우리 눈앞에서는 상황이 극도로 악화되고 정세가 펼쳐지고 있다.
이러한 정세가 악화일로로 치닫게 된다면 한(조선)반도 전체를 재앙으로 몰아갈 전쟁으로 격화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이것은 단순히 한(조선)반도 내부의 남북과의 전쟁뿐만이 아니라 중국, 러시아, 미국, 일본 등 한(조선)반도를 둘러싼 각국의 개입으로 인해 3차 대전의 촉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계급투쟁과 제국주의 모순의 집결점인 한(조선)반도에서 남북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를 전쟁의 참화로 몰아갈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벌어지게 하는 뇌관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지금은 정세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과 더불어 정세가 악화되지 않고 정세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몰아가도록 하는 주체적인 투쟁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노자는 이러한 일촉즉발의 상황에 대해 비과학적일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안일하게 접근하고 있다. 박노자는 서해 연평도에서의 포격전이 단순히 ‘짜여 진 시나리오’에 불과하고, 각국의 지배자들이 자신의 이득을 챙기면 다시 ‘화해모드’로 갈 수 있는 쇼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다. 박노자의 단순히 방관자적 안일함과 다르게 우리에게는 연평도 포격전이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연평도에서의 무력충돌은 계급투쟁과 무관한 것이 아니라 계급투쟁의 연장으로서의 민족문제인 동시에 제국주의 모순이 집결돼서 발생한 문제다.
연평도 군사충돌의 배경과 본질
연평도에서의 남북과의 포격전의 본질은 무엇인가? 우리는 한국내전과 마찬가지로 모든 전쟁은 계급투쟁의 연장선에 있고, “민간인 피해가 얼마인가?” “누가 먼저 총을 쏘았는가?”, 라는 즉자적이고 현상적인 질문을 넘어서 그 사건의 정치적 본질과 배경에 대해 과학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그 속에서 노동자계급의 관점을 가지고 대응을 해야 한다.
김근식 경남대학교 정치외교학 교수는 “특히 민간인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한 것이 상당히 안타깝지만 (일부 국내언론의 보도처럼) 민간인 피해에만 초점을 맞추면 사건의 본질을 볼 수 없다’, “정전협정체제에 근본원인이 있으며 근본적 대책 역시 정전협정 해소를 위한 방안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평도에서의 포격사건으로 인한 군인과 민간인의 사망은 대단히 비극적인 사건이다. 부르주아 신문은 민간인 사망사건의 비극을 부각시키고 있지만 저들은 이를 전쟁분위기를 고취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함으로써 수천, 수만 배로 더 참혹한 비극을 확대재생산 하고 있는 것이다. 저들의 도발적 주장대로 이 비극적인 사건을 계기로 전쟁이 촉발된다면 남북 간 전면전과 대량살상이 벌어지고 남북한 전체가 전쟁의 참화로 초토화 될 것이다.
한(조선)반도에서의 평화의 문제는 단순히 계급투쟁을 회피하는 소부르주아적 평화문제를 넘어서는 노동자 민중 전체의 생사가 걸린 문제이다. 전쟁으로 남북이 잿더미가 된다면 노동자계급의 변혁에 의한 새로운 사회의 건설도 자본주의의 발달한 생산력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원시상태에서 출발할 것이며, 새로운 사회건설의 중심 세력인 노동자계급의 상당수도 절멸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 사회의 가장 진보적인 계급인 노동자계급은 민간인 비극 사태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부르주아의 의도에 부화뇌동하지 말아야 한다.
연평도 포격사건은 현상적으로는 북의 포격과 남의 대응으로 격화되었다. 그러나 연평도 포격발생의 시점만을 놓고 본다면 이 군사적 충돌의 본질과 배경에 조금도 접근하지 못한다.
북한이 지금까지 저지른 소행들이 전적으로 비이성적인 것은 하나도 없다. 핵무기 개발과 우라늄 농축은 북한에게 경제적으로는 무모한 짓일 수 있지만, 그들이 두려워하는 외부의 공격에 대해 자신들을 지켜는 능력을 크게 늘려주었다. 또한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자신들의 행위는, 모두 한국전쟁 말기에 남한에 귀속됐지만 그들이 한번도 인정한 적이 없고 계속 논란이 되고 있는 해역에서 벌어진 것이다. 지도를 보면 일리가 있다.(「오바마, 한반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인디펜던트> 『항모 동원한 한미 연합훈련, 재앙 초래할 수도』, 프레시안, 2010-11-26)
연평도에서의 포격전은 1953년 정전협정 이후 미군에 의해 일방적으로 서해해상 북방한계선(NLL)이 설정된 시점부터 남북 간에 긴장감이 조성되고 군사적 충돌이 벌어지는 분쟁지역이 되어 왔다. 여기에 이번 서해 연평도에서의 군사적 충돌은 우연적인 충돌이 아니라 천안함 사고 이후 충분하게 예고된 사건이었다.
그 동안 각계각층에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적대정책과 점점 확대되고 있는 한미연합전쟁연습에 대해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해 왔으나 한미당국은 그 충고를 무시해 왔다. 그 결과 사실상의 국지전이 서해 연평도에서 발생하였고 이에 대해 모든 국민이 큰 충격에 빠져 있다.(「한반도 전쟁 위험 고조시키는 항공모함 동원 서해상 한미연합훈련 즉각 중단하라!」, 전북진보연대(준),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군산/전주/익산), 민주노동당전북도당 기자회견문, 2010년 11월 28일)
천안함 사고는 독수리 훈련이라고 명명된 서해상에서의 대규모 한미합동 군사훈련 중에서 발생한 일이었다. 이명박정권과 미제국주의는 천안함 사고를 북의 소행으로 몰아가면서 7월 25일부터 나흘 동안 실시된 동해상에서의 대규모 한미합동 군사 훈련과 8월 5일부터 닷새 동안 실시된 서해상에서의 한국군의 단독 군사훈련을 실시하였다. 이에 대해 북은 8월 9일 130여 발의 해안포 사격으로 대응했다.
이렇게 전쟁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미정권은 8월 16일부터는 민간인 포함 42만 명과 최첨단 공격무기를 총동원하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군사 훈련을 실시하였다. 이 훈련은 단순한 방어훈련이 아니라 ‘능동적 억제’ 전략이라는 명분 아래 북을 직접 침공해서 ‘안정화’시키고 평양에 진격해서 북 최고 지휘부를 고립시키는 군사전략을 담은 사실상의 군사적 총공세를 실시하였다. 이후 10월 한미합동 군사훈련에는 미국은 물론이고 자위대까지 참여하는 대규모 군사 합동 훈련을 실시하였다(이와 관련해서는 노동자정치신문66호 「격화되는 한(조선)반도 정세와 그 연장인 통일세」를 참고하라).
이렇게 북과 한미일 동맹의 상호충돌 속에서 서해상에서의 직접적인 무력충돌은 사실은 충분히 예고된 사건이었다. 더욱이 이번 북의 연평도 포격 사건 직전에는 호국훈련이 실시되고 있었고, 북은 이 훈련에 대해 전통문을 보내 중단할 것을 경고해 왔다. 합동참모본부(이하 합참)는 처음에는 북의 연평도 포격사건이 호국훈련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23일 ‘우리 군은 호국훈련 일환으로 백령도와 연평도 사이에서 포사격 훈련을 했으나 백령도 서쪽 및 연평도 남쪽 우리측 지역으로 사격을 했다’고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이날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 호국훈련 일환으로 진행된 우리 군의 포사격은 우리측 지역에서 이뤄졌다’면서 그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의 해안포 도발은 명백한 불법행위이고 정전협정 위반 행위’라고 강조했다.(합참 "호국훈련 연평도 이남으로 포사격", 매일경제신문, 2010-11-23)
청와대 김희정 대변인 역시 브리핑에서 “우리 해군이 (백령도 근해서) 호국훈련 중인데 오늘 북한이 전통문을 보내 (북한에 대한) 공격성이 아니냐는 항의가 있었다”며 “이 부분과 연계된 게 있는지 확인 중”(<北 연평도 도발> 靑 「北해안포 공격, 호국훈련 반발여부 확인 중」, 헤럴드뉴스, 2010-11-23”)이라고 말했다. 연평도 포격사건이 호국훈련에 대한 북의 대응과정에서 발생했다고 주장하던 청와대와 군부는 그날 저녁에는 입장을 바꿨다.
이용걸 국방부 차관은 23일 북한의 해안포 사격 도발과 관련, 군(軍)이 연평도 일대에서 호국훈련을 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이번엔 단순히 주기적으로 실시되는 사격훈련이고, 호국 훈련과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국방차관 "호국훈련 아닌 단순 사격훈련, 연합뉴스, 2010-11-23)
이에 대해 민주당 일각에서는 다음과 같이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합참이 최초 브리핑에서는 일반적으로 하는 사격훈련을 호국훈련의 하나였다고 했다가 저녁에야 부랴부랴 ‘통상 사격훈련이었다.’ 이렇게 정정 발표한 것입니다.... 지금 아마 사격훈련이 자기들 서남방으로 했다고 하니까 서남쪽이니까 올라가지는 않았겠지만 혹시 NLL부근에, 혹은 그 너머서 떨어진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의심도 해봅니다(「신학용 ‘우리군 훈련 포탄, NLL에 떨어졌을 수도...」’, 노컷뉴스, 2010-11- 24)
이명박 정권과 군부는 호국훈련이 아니라 단순한 통상적인 사격훈련 과정에서 북의 군사공격이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대규모 호국훈련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은 정부의 공식 정책 브리핑이나 언론 자료에서도 공식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지상과 공중·해상을 무대로 하는 전구급 합동훈련, 2010 호국훈련이 오는 22일부터 30일까지 육ㆍ해ㆍ공군 및 해병대와 합동부대가 참가해 전국 일원에서 실시된다. 호국훈련은 매년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에 연례적으로 열리는 합동훈련으로 이번 훈련은 G20 서울 정상회의 개최로 20여 일 늦춰졌다....훈련에는 한국군 7만여 명과 궤도차량 600여 대, 헬기 90여 대, 함정 50여 척, 항공기 500여 대가 참가한다. 미군도 상륙 훈련에 미 해병대 31MEU(상륙기동부대)가, 공군 훈련에는 미 7공군이 참가할 계획이다. 단 훈련 참여 여부로 관심이 모아졌던 미 항공모함은 이번 훈련에서 제외됐다. 호국훈련은 1996년 팀스피리트 훈련을 대체해 군단급 기동훈련 위주로 시행해 왔으며 2008년부터는 육ㆍ해ㆍ공군 상호 간 합동전력 지원과 합동성 증진에 주안을 두고 진행되고 있다.(호국훈련’ 22~30일 전국서 실시, 공감코리아 정책자료, 2010-11-18)
참가 병력도 대규모다. 한국군으로는 병력 7만명, 궤도차량 600대, 헬기 90대, 함정 50척, 항공기 500대가 참가한다. 또 미군도 상륙 훈련에 미 해병대 31MEU(상륙기동부대)가, 공군 훈련에는 미 7공군이 참가할 방침이었다. 다만 이번 훈련에는 미 항공모함이 훈련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호국훈련을 두려워하는 까닭은 한ㆍ미 연합 대규모 합동훈련이라는 데 있다. 특히 '한ㆍ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한반도 비상사태를 전제한 훈련으로 미군이 한국군과 협력해 침략군을 격퇴한다는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22일 시작된 호국훈련은」, 매일경제신문, 2010-11-23)
결국 연평도에 대한 북의 군사공격은 팀스피리트를 대체해서 7만의 병력과 헬기 90대, 함정 50척, 항공기 500대가 참여하는 한미의 거대 군사 합동훈련에 대한 대응으로 발생하였다. 이 대규모 한미합동 군사훈련은 단순히 통상적인 사격훈련이 아니라 ‘한반도 비상사태를 전제한 훈련으로 미군이 한국군과 협력해 침략군을 격퇴’하는 내용으로 도하작전과 공중강습작전을 포함하는 거대한 군사책동인 것이다. 국방부는 이 단순 포격훈련에서 과연 어떤 일이 발생하고 있었는지를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미디어스>가 입수한 국방부의 국회 국방위 보고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있었던 23일 당일 오전 10시 15분부터 14시 24분까지 우리 군은 서북도서 해상사격 훈련을 실시하며 K-9 고폭탄 등 포를 비롯한 11종의 사격 장비로 총 3.657발의 사격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계속되던 우리 군의 사격은 북의 포격이 시작되면서, 14시 34분에 중지됐다. 군은 이 과정이 정례적인 해상사격훈련의 일환으로 우리 영해 안에서 이뤄진 훈련이었다고 국방위에 보고했다. 하지만 단 4시간 안에 3,657발을 사격했다는 것은 단순 계산으로 환산하면 한 시간에 900발이 넘는 사격을 한 것이다. 군은 통상적 사격 훈련 방향인 서남쪽으로 사격했다고 구두 보고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보고서에는 정확한 사격 방향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군의 보고대로 정상적인 훈련 과정이었다고 하더라도 23일 훈련에 사용 된 장비와 발수가 예사롭지 않은 규모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더욱이 북한은 당일 오전 8시 20분 <남북장성급군사회담> 북측 단장 명의로 '북측 영해에 대한 포 사격이 이루어질 경우 즉각적인 물리적 조치를 경고'했던 상황이었다.(북 연평도 포격 전 우리 군 3,657발 쐈다, 미디어스, 2010-11-25)
결국 연평도 군사충돌이 호국훈련과 무관하다는 발표도 정부와 국방부 자신의 발표, 언론보도에 의하면 새빨간 거짓말로 들통 났고, 설사 정부 발표에 따른다 해도 북의 군사공격 이전에 4시간에 걸쳐 3657발이나 되는 대대적인 포격훈련이 서해 북방한계선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 된다. 이런 정도의 대대적인 포격훈련이 단순히 통상적인 사격훈련이라면 거대한 규모로, 엄청난 화력을 동원한 군사공세가 정례적으로 북의 코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연평도 군사 충돌 이후 정세인식과 대응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연평도 군사충돌 이후에 11월 25일 국회규탄 결의문에 기권하거나 반대하였다. 민주노동당은 북 세습 논쟁 이후 가해지는 반공 이데올로기 공세에 압도당하여 기권이라는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고, 진보신당은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에 대한 입장이 없다는 이유로 반대는 하였으나 규탄 결의문의 취지 자체에는 동의한다고 하고 있다. 진보양당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주장하고 과거 독일 사회민주당처럼 직접적으로 제국주의 전쟁에 앞장서서 동참하는 것까지 타락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군사적 충돌의 역사적 배경과 본질에 대해 침묵하고 규탄결의문에 기권하거나 “대북규탄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대중적인 반공주의 정서에 압도당하는 기회주의적 태도에 다름 아니다.
다함께는 북핵문제, 세습문제, 이번 연평도 군사충돌에 있어서도 역시 역사와 정세에 대한 무지를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다함께의 이러한 몰역사성과 반공주의의 모든 뿌리의 원천에는 ‘국가자본주의론’에 있다.
죄 없는 민간인을 살상하는 북한은 사회주의가 아니다. 북한 지배자들은 이번에 무차별 폭격으로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이런 야만적인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가 없다. 그리고 이것은 북한 체제의 성격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이렇게 야만적이고 호전적인 행위를 하는 사회가 사회주의란 말인가?(「죄 없는 민간인을 살상하는 북한은 사회주의가 아니다」, <레프트21> 45호, 2010-11-27)
이들은 역시 이번에도 ‘국가자본주의론’이라는 엉터리 공식을 가지고 현실을 꿰어 맞추고 있다. 다함께는 이론적, 역사적으로 엉터리 공식을 가지고 모든 현상을 풀어내려 하기 때문에 북핵문제, 제국주의 문제, 북의 ‘세습’문제, 연평도 군사 충돌에 이르기까지 매 사안에 대해 이렇게 몰계급적이고 기회주의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는 것이다.
민간인을 향해 대포를 쏘고 20세기 이래 초유의 3대 세습체제를 구축하고, 인권을 탄압하는 북한이 과연 '국가'로서 인정받을 자격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박 대법관은 북한이 반국가단체가 아니라는 말을 연평도 주민들 앞에서도 할 수 있을까.(「이래도 북한이 反국가단체 아닌가」, 한국경제신문, 2010-11-24)
이처럼 다함께의 주장은 친제국주의적이고 반공주의적인 입장과도 결과적으로 일치하게 된다. 다함께는 연평도에서의 군사적 충돌은 “그 이유가 무엇이든” 상관없는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이러한 비극이 확대재생산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이 군사적 충돌을 역사적인 과정 속에서 살펴보아야 하고, 이 사건의 본질에 접근하여 이러한 사건이 벌어지지 않도록 근본적인 뿌리를 제거해야 한다. 다함께는 “북한 정부는 이것이 한국 정부의 ‘호국’ 훈련에 대한 대응이라 발표했다. 그것이 사실인지도 의심스럽지만 설사 그럴지라도...”(대북 강경책을 빌미로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탄압 말라 <레프트21> 45호, 2010-11-27)라고 이명박정권이 주장하는 대로 호국훈련과의 관련성을 부인한다.
연평도에서의 군사적 충돌과 전면전인 전쟁 가능성은 여전히 한(조선)반도와 동북아, 전 세계를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연평도에서 한 차례 군사충돌 이후 이명박정권은 미제국주의를 끌어들여 사상최대의 한미군사 합동훈련을 개최하면서 군사적 긴장을 극도로 고조시키고 있다. 이 훈련에는 항공모함인 조지워싱턴호를 비롯해 미사일 순양함, 구축함, 초계기, 전투기 등 최첨단 군사무기가 총력 동원되고 있다. 군부는 이 군사훈련이 “역내 안정 증진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북한 근접지역에서 대규모 무력시위를 벌이는 셈이다”(중앙일보, 미 항모 서해 진입 … 사상 최대 한·미 훈련, 중앙일보, 2010-11-29)라는 기사처럼 북 인접 지역에서의 대규모 무력시위인 것이다. 북은 이에 대해 ‘준전시’ 지침을 내리고 지대공, 지대함 미사일을 전방에 배치하면서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위기정세가 조성되고 있다.
연평도에서의 군사적 충돌은 정전협정 체결, 서해북방한계선 선포, 서해상에서의 남북의 군사적 충돌, 한미의 북에 대한 군사적 책동과 경제적 봉쇄, 북의 핵개발과 미사일 실험, 천안함 사건과 천안함을 빌미로 하는 한미의 군사책동의 격화, 중국의 한미군사훈련에 대한 반발과 미중의 대립 격화, 중국과 일본, 러시아와 일본의 영토분쟁이라는 일련의 국내적, 국제적 정세 속에서 발생했다. 그렇기 때문에 연평도 사건에 대한 현상적이고 포격이 발생한 시점만을 중심으로 본다면 이 군사충돌의 역사적 배경과 본질의 깃털에도 접근하지 못하게 된다.
천안함 사고가 북의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 한미군사 합동군사 훈련과 군사적, 경제적 제재의 국면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 복귀를 둘러싼 정세 속에서 발생했다면 이번 연평도에서의 군사적 충돌도 역설적으로 중국의 긴급 제안대로 6자회담으로 가는 정세적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연평도 충돌 이전에도 이미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고농축 우라늄을 만드는데 필요한 원심분리기 2천대 시설을 북에서 공개하고 이에 대해 미국 보즈워스 대표가 한국과 중국을 방문하여 대응책을 논의하는 상황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물론 6자회담이 가시화된다고 해서 단박에 한반도 평화체제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문제가 달성되지는 않을 것이다. 6자회담은 역사적으로 축적돼 왔고, 수없이 많은 연관된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단초가 될 것이 분명하지만 6자회담을 둘러싼 새로운 질과 수준에서의 또 다른 해결과제를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자계급은 이 투쟁에 있어서도 철저하게 부르주아 사상과 단절해야만 하며 모든 사건을 역사적, 과학적으로 깊이 있게 인식해야 한다. 노동자계급은 한(조선)반도에서의 전쟁 격화에 대해 반대하여 이명박정권과 미제국주의에 맞서 투쟁해야 한다. 한(조선)반도와 동북아에서의 전쟁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미제국주의의 호전적인 군사책동과 패권추구와 한미군사 동맹에 철저하게 의존하는 이명박정권에 있다. 여전히 위세를 부리고 있는 국가보안법 역시 노동자계급이 이 정세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투쟁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노동자계급의 계급투쟁과 이 투쟁의 연장으로써 민족문제, 국가보안법, 한미군사 동맹과 전쟁위기, 제국주의 문제는 하나의 거대한 사슬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 사슬을 끊어내지 못한다면 노동자계급의 투쟁과 해방의 길에 중대한 질곡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그 고리 중 하나라도 끊어낸다면 노동자계급의 계급투쟁을 강화하고 해방의 길에 한 걸음 성큼 나아가는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다.
노동자계급이여! 연평도와 울산을 같이 돌아보라!<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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