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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노동자정치신문 28호(통합 40호) 목차 / 한미 FTA와 자본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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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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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07 13:40:03, 조회:3,573, 추천: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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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노동자정치협회(노정협) 홈페이지 : http://lmagit.jinbo.net
TEL : 02-6414-1917 / E-mail : labor04@jinbo.net
한미 FTA와 자본주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거짓말
한미 FTA를 밀어붙이는 자본과 국가는 협정이 체결되면 경제가 성장하고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말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는 한미 FTA가 체결되면 중장기적으로 대미 수출은 15.1%, 실질 GDP는 1.99%가 증가하고, 일자리도 10만 4,000여개가 늘어날 것으로 분석한다. 우리는 국책연구소가 분석한 성장률에는 별 관심이 없다. 설사 연구소의 전망대로 경제가 성장한다고 하더라도 그 성장의 결과는 노동자 계급이 아닌 자본가 계급에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한미 FTA의 성과에 대해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던 조선일보에서는 “'이태백'이 화염병 드는 날”이라는 칼럼을 통해서 솔직하게 이 문제를 털어 놓았다. 조선일보에서는 한미 FTA 체결에 반대하는 대학생들을 만나 보면 몰라도 한 참을 모르기 때문에 한숨이 나온다고 한다. 한국의 고교생이나 대학생들이 피해 농민과 국산 영화를 걱정할 게 아니라 자기 밥그릇을 더 걱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이 주장은 젊은이들이 한미 FTA 같은 사회 문제에 대해 쓸데없이 참견하지 말고 일자리 걱정이나 하면서 공부나 열심히 하라는 말이다. 이 땅의 젊은이들의 사회적 발언을 경계하는 조선일보의 주장이지만 여기에도 몇 가지 진실이 숨겨져 있다.
“외환위기 이래 국내에서도 기업들이 고졸이든 대졸이든 신규 채용을 억제했다. 게다가 모든 회사 내부에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핵심 간부로 키워야 할 인재급은 정규직으로 대졸자를 채용하지만 나머지 보조 역할을 맡는 사원은 비정규직이나 파견사원, 시간제 근로자로 채우고 있다.”
조선일보에서도 신규 채용을 억제하여 일자리 전체가 감소하는 추세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신규 채용에 있어서도 비정규직 채용이 엄청나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정규직은 이러한 비정규직을 관리할 소수의 관리자로 한정하고 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여기서도 한 가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대졸자는 고도로 지적으로 훈련되고 숙련을 갖춘 인재이고, 압도적으로 많은 비정규직은 단순한 보조 역할을 하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논리는 비정규직이 단순한 업무에 종사하기 때문에 비정규직으로 채용해도 된다는 자본의 논리를 담고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 채용이 일반화 되면서 ‘정규직=숙련, 비정규직=단순, 미숙련’이라는 구도는 사라지고 있다. ‘대졸=정규직, 고졸=비정규직’이 아니라 대졸자 극소수=정규직, 대졸자 다수와 고졸자는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으로 채용되고 있다.
자본은 숙련, 미숙련을 기준으로 정규직,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게 아니라 시장의 상태에 따라 언제든지 고용했다고 내칠 수 있는 ‘유연한’ 노동자를 원한다. 자본은 같은 일을 하더라도 절반의 비용을 들여 착취해서 이윤을 늘릴 수 있는 노동자를 원한다. 자본은 계약해지를 무기로 해서 노동자들의 단결을 막고 노조를 없애려고 한다. 자본은 비정규직의 열악한 임금과 노동조건을 이용해서 정규직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려고 시도한다.
FTA가 체결되면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자본과 정권의 주장을 조선일보는 정면으로 반대하고 있다.
“그 결과 회사 덩치가 커지고 이익이 더 늘어나도 사원 숫자가 늘지 않는 현상이 포스코나 대우해양조선 같은 우량 회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삼성그룹 내에서 삼성전자 다음으로 순이익을 많이 내는 삼성토탈이라는 석유화학 회사의 경우 극적 반전이 이뤄졌다. 지난 10년 간 매출은 1조원에서 3조원으로 초고속 성장을 한 반면, 사원 숫자는 2000명에서 980명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조선일보는 인재급은 대졸자 정규직 취업, 다수는 단순 보조 역할의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그 결과’ 자본이 성장을 해도 고용이 늘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규직 채용이 줄어들었다고 해도 비정규직 채용이 늘어났다면 고용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다만 비정규직 형태의 불완전 고용 형태가 늘어났을 뿐이다. 물론 자본의 이데올로그들이 불완전 고용형태인 비정규직의 증대를 가지고 반실업자(半失業者)가 늘어났다고 주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 자본주의에서 실업이 늘어나고 있는지는 다음 문장에서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고용 없는 성장’ 보다는 차라리 일자리를 잃는 성장이라고 보다 솔직히 말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무려 3배나 성장한 기업이 일자리는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왜 그럴까? 우리는 이러한 자본주의의 ‘고용 없는 성장’에 대해 ‘노동자정치신문’ 준비4호 “자본주의 파국과 사회혁명의 전조! 실업과 ‘고용 없는 성장’”에서 자세히 다룬 바 있다.
석유화학 공장에 가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겠지만 거기에는 광활한 공장에 사람의 모습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기계소리만 들릴 뿐 마치 무인공장에 들어선 기분이 든다. 자본주의에서 석유화학 산업은 장치산업이라고 한다. 석유화학 산업은 노동력의 고용에 비해서 기계의 비중이 월등하게 높다.
단순히 석유화학산업만 아니라 자본주의 전 산업에서 자본의 크기에 비해 고용은 감소하고 있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한국과 미국의 독점자본간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자본은 이 독점자본간 경쟁에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친다. 이를 위해 자본은 새로운 기계와 생산방식을 도입하고 노동력을 더욱 절감하는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한다. 결국 한미 FTA 체결은 일자리를 늘리는 게 아니라 사회 전반을 구조조정으로 몰아간다.
“특히 열린우리당 내 노대통령 측근 의원모임인 <의정연구회>는 2004년 국정감사자료집을 통해 아예 노골적으로 이렇게 밝히고 있다. ‘무역장벽 제거로……효율적 기업은 생존하여 생산규모를 확대하고 경쟁력이 취약한 기업은 도태되고, 회원국 간 비교우위에 따라 산업과 기업의 재편이 발생하며, 정치적 효과도 중요하여, 소국이 대국과 FTA를 체결함으로써 정치적 안전보장 효과를 누리기도 하고, 국내의 취약한 개혁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FTA라는 외부충격 혹은 압력을 이용할 수도 있음’”(이해영 한신대 교수, 한미FTA에 대한 비판적 고찰)
특히 미국 거대 농업자본과 경쟁을 해야 하는 농민들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분석대로 해도 약 2조원의 생산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쌀을 포함하면 8조8천억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우리의 농업생산을 약 20조로 볼 때 최소 10%, 최대 44% 다시 말해 한 산업부문의 생산량이 최대 44% 감소되는 것은 세계경제공황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어쩌면 세계경제사의 대참극으로 기록될 지도 모를 일이다.(같은 글)
한미 FTA 체결로 인해 농민들의 생존권이 처참할 정도로 압살당할 것이라는 예상은 자본과 정권도 인정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이러한 농민들을 위해 예산지원과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차등화 하는 등의 몇 가지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한덕수 국무총리는 “농업은 경쟁력 강화가 핵심이 돼야 한다. 경쟁력 있는 농업이 되도록 대형화돼야 한다.”고 자신들의 속내를 내비치고 있다. 한미 FTA 체결로 인한 농민의 생존권 압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근본적으로 해외 거대 농업자본과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농업의 대형화이다. 결국 구조조정으로 인한 피해의 대책이라는 것이 소농과 중농의 퇴출을 통한 구조조정을 통해 농업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 정부의 대책은 대책이 아니라 압도적 다수의 농민을 더욱 더 파멸로 몰아넣고 농업을 경쟁력 있는 거대자본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스타 농민’들은 FTA가 안 무섭다”는 칼럼에서 “전농 경남지부가 ‘승리는 결국 투쟁하는 농민의 것’이라고 외치며 FTA 비준 거부 시위를 준비하는 시간에 ‘진짜 농민’들은 세계 최고 농민들과의 한판 승부를 준비한다.”고 쓰고 있다. 동아일보가 주장하는 스타농민은 정규 직원만 40명을 고용한 농업 자본가이다. 자본은 이른바 극소수 스타농민이 아닌 압도적 다수의 농민의 생존권에는 관심조차 없다.
자유무역의 계급성
FTA는 자유무역협상이다. 미국무역대표부의 리처드 크라우더는 “FTA란 말 그대로 완전한 자유무역을 의미하는 것”이라면서 “쌀 산업에 대한 보호조처를 없애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번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철저하게 이중적인 행보를 취했다. 미국은 자국 독점자본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농업과 영화, 방송, 교육, 의료 등 서비스 산업에서 자유무역을 주장했다. 하지만 자동차, 섬유 등 자국산업의 경쟁력이 취약한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보호무역의 태도를 취했다. 최근 농업에서의 자유무역을 강조하던 미 무역대표부는 ‘스페셜301조 보고서’를 통해 자국 독점자본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국가들에게 경고와 관세 보복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미국은 이밖에도 FTA 협상에서 보호무역주의를 담은 무역구제 조치를 완화하기 위한 15개 제시안을 거부하기도 했다.
자본은 이 자유무역협상을 반대하는 세력들에 대해서 ‘쇄국론자’들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이러한 공격에 대해 일부는 자유무역협상이 아니더라도 이미 국내 산업이 충분히 개방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의 개방은 필요치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청와대 전 국민경제비서관이었던 정태인은 미국은 맨 마지막으로 체결 국가였는데 2006년 들어서 갑자기 한국의 최우선 FTA 협상국으로 변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해영 교수는 한미 FTA가 아니라 다른 FTA를 주장한다.
어떤 ‘다른’ FTA가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사회를 통합이 아니라 해체의 벼랑으로 내 몰아갈 그런 미국식 스탠다드에 입각한 한미 FTA는 분명 우리의 길이 아니다. ‘시간이 없다, 일단 하고 보자’는 식의 FTA와 통상정책은 우리 모두에게 재앙이 될 뿐이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경제협정을 최대 졸속으로 - 1년(!)만에 - 처리하고자 하기에 더욱 그렇다.(한미FTA에 대한 비판적 고찰)
이들은 FTA 체결의 졸속성, 미국 우선의 협정에 대해서 비판한다. 이들은 이런 방식의 FTA가 아니라 다른 FTA 체결을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한중, 한EU FTA에 대해서는 일정 정도 한국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FTA 체결의 졸속성이 문제라는 것은 좀 더 시간을 가지고 협상내용을 유리하게 끌어가야 한다는 말이다. 미국과의 우선협정이 문제라는 것은 미국이 아닌 좀 더 유리한 국가와의 협정을 먼저 하고 미국과는 나중에 협상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주장은 FTA 협상의 절차, 과정, 체결 내용에 휩쓸려서 FTA 자체가 가지고 있다는 반노동자성, 반민중성에 대해 눈감게 될 수 있다. FTA는 좀 더 신중하게 협상하지 않아서, 협정의 대상이 미국이기 때문에 문제가 아니라 협상 자체가 FTA 체결 국가의 독점자본을 위해서 전체 사회를 희생한다는 점에 있다. 이것이 노동자에게는 구조조정으로 나타나고 전체 민중에게는 환경파괴, 의료비 인상, 약값인상, 교육비 인상, 유전자농산물의 피해로 나타난다.
자유무역협정이라는 말이 가진 진보성에 현혹해서는 안 된다. 자본주의 초기부터 자본가 국가는 자국산업이 경쟁력이 없으면 그 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면서 해외자본으로부터 보호무역 정책을 취했다. 그러다가 자국 자본이 경쟁력을 가지면 자유무역이라는 이름하에 다른 나라에 개방을 강요했다. 이러한 개방은 순수하게 무역협정으로 제기된 것이 아니라 국가의 총칼을 먼저 내세웠다.
자유무역이든 보호무역이든 자본가 국가는 자국 독점자본의 이해를 충실히 반영하려고 협상에 임한다. 단지 미국 방식이어서 문제가 아니라 그 어떤 나라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더라도 이 협정의 반노동자성, 반민중적인 성격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협정 대상국에 따라 어떤 산업은 유리하고 다른 산업은 불리해질 수 있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물론 FTA 협상의 졸속성을 주장하는 이들은 협상의 반민중성을 지적하기 위해 이러한 표현을 사용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계급적 명확성을 갖지 못하고 국가경제에 유리한지 불리한지의 눈으로 보고 있고, 자본주의의 무역(자본의 국제화, 세계화 등 자본주의 경제질서) 자체를 거부하지 못하고 있다.
자본은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 처지로선 한미 FTA란 불가피한 건널목이다. 어떻게 협상을 풀어 갈지 보수진보가 함께 고뇌해야 할 과제인데 지지하면 민족의 배신자니 이게 무슨 진보 개혁인가. 진보보수의 이념 혼선을 정리하지 않고선 진보보수 모두 정체성 위기와 혼란을 면치 못할 것이다.”(중앙일보, ‘진보는 없다’)
손학규 대통령 만들기에 나선 황석영은 “기본적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물건을 팔아먹고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면 이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어려운 문제다”라고 했다.
노무현의 ‘유연한 진보’ 주장도 똑같은 논리다. 어차피 자본주의를 전면 거부하지 못한다면 국가간 교역과 무역의 확대라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부정하지 못하면서 FTA 반대만 외친다면 그것은 현실성이 없는 진보라는 말이다. 자본의 자신감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적 세계화가 가지고 오는 반동적인 결과에 반대하기 위해 반세계화 진영 내에서는 아래로부터의 세계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대안은 없다”라는 주장에 대해 “수십 가지의 대안이 있다”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반세계화론자들이 주장하는 수십 가지의 대안은 자본주의를 인정하는 가운데 만드는 대안이다.
자본주의 세계화의 반동적인 결과에 반대하는 운동은 결과가 가져온 몇 가지 해악을 가지고 대안을 만들어 내려고 한다. 그러나 나쁜 결과를 만들어내는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투쟁을 해야 한다. 세계화의 반동적인 결과물들은 우리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이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와 맞서 싸우면서 자본주의가 낳은 반동적인 결과를 계기로 자본주의를 폭로하고,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여기서 운동적 전망은 필수적일 것이다. 새로운 사회에 대한 정치적 전망을 가지고 독점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FTA에 반대하는 투쟁을 전개하자!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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