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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63호] 그리스 재정위기, 과잉생산과 국가독점자본주의의 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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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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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29 00:04:44, 조회:2,974, 추천: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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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재정위기, 과잉생산과 국가독점자본주의의 위기
문명과 문화의 중심지로 고대 그리스가 전 세계의 중심 국가였다면 이제 그리스는 또 다른 의미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 끼치는 파급력으로 부르주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자본과 국가의 경제위기 전가에 굴복하지 않고 거대한 투쟁을 일궈가고 있는 그리스 노동자들의 투쟁이 전 세계 노동자계급의 주목을 끌고 있다. 현재 그리스 경제위기는 유럽경제 더 나아가 세계경제를 위기로 몰아가는 취약한 고리가 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그리스 노동자들의 저 거대한 투쟁은 과거 러시아 혁명처럼, 전 세계 제국주의의 약한 사슬을 끊어내는 정치혁명의 중심 고리 역할을 할 기대를 높이고 있다.
국가독점자본주의의 위기
그리스 경제위기는 현상적으로는 재정적자 위기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재정적자는 공황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에서 비롯됐다. 그리스 경제위기는 자본주의 과잉생산 공황의 결과로 발생했고, 공황을 유예하기 위한 국가의 개입은 국가독점자본주의의 위기를 재촉하고 있다.
독점자본주의는 20세기 초 국가독점자본주의로 변모하였다. 독점자본에 종속된 자본주의 국가는 공황으로 위기에 빠진 독점자본주의를 구하는 최후의 구원자 역할을 자처하였다. 그러나 재정과 금융정책으로 자본주의 위기에 개입하는 국가의 역할로 인해 공황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국가의 개입은 공황의 전 세계적인 확산과 심화를 일시적으로 막을 수는 있으나 공황 자체를 없앨 수는 없었다. 오히려 국가의 전면적 개입에 의해 공황의 파급력을 일시적으로 차단하고 유예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더 큰 공황을 불러왔다. 자본주의 위기의 최후의 구원자 역할을 하는 국가의 재정과 금융정책이라는 약발이 수명을 다했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공황은 이러한 국가독점자본주의의 위기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민간업체들을 구제하던 정부들이 이제 스스로가 구제금융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취약한 정부들에게 구제금융을 제공해주던 나라들도 더 이상 자금을 제공할 정치적 상황이 되지 못할 때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런 상황이 오면 그때는 누가 자금을 제공할 것인가?...기축통화국인 미국처럼 자국 화폐로 부채를 계속해서 불려나갈 수 있는 나라에서는 높은 인플레이션, 그렇지 못한 나라는 부도를 맞는다는 것이다.”(「루비니 "글로벌 금융위기 2단계에 들어섰다""유럽 재정위기가 바로 2단계…새롭고 보다 위험한 상황"」, 프레시안 2010년 5월 18일)
루비니는 부르주아 경제학자이기 때문에 국가독점자본주의의 위기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더블 딥’이라고 하는 국가독점자본주의의 위기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금융독점자본의 파산을 막기 위해 국가가 수천 억 원의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하해서 금융 독점자본의 파산을 막았지만 미국은 기존의 부채에 더해 엄청난 재정적자를 떠안게 되었다. 유럽연합이 그리스를 비롯한 스페인, 포르투갈 등 유로존에 제공하기로 한 7천 5백억 유로는 약 1102조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에 달한다. 이러한 막대한 금액은 유럽연합의 각 국가들로부터 조달될 수밖에 없는데 그 중심에는 독일이 있다. 유럽연합의 독점자본이나 국가는 그리스에 막대한 자금을 빌려 주었는데 만약 그리스의 부도를 막지 못하면 유럽 전체의 위기가 될 것이기 때문에 공황의 확산을 막기 위해 자금을 빌려주게 되었다. 그런데 그리스가 재정적자를 갚지 못하거나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남유럽과 영국으로, 더 나아가 동유럽으로 재정위기가 확산된다면 추가적 재정을 누가 감당해낼 수 있을 것인가? 결국 막대한 재정투입에도 불구하고 그리스의 위기를 막지 못하고 남유럽 전체로 위기가 확산된다면 그것은 유럽 전체의 위기가 될 것이며, 미국, 일본 등 전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가 될 것이다.
유럽연합에서 그리스에 막대한 자금을 제공하기로 결정했을 때 전 세계 주식시장은 반짝 기대감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막대한 구제금융으로 그리스 경제위기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고 유럽 전체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공포가 전 세계 주식시장을 또 다시 침체시키고 있다. 루비니 교수는 "재정위기는 지출삭감과 세수 증가를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재정위기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루비니는 자본주의 위기를 현상적으로 진단하고 있지만 그것을 국가독점자본주의의 근본적인 위기인 자본주의 자체의 모순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이른바 출구전략으로 대표되는 금리인상과 재정적자 축소 정책은 어떻게 나왔고, 왜 자본주의 국가는 그 정책 앞에서 머뭇거리는가? 출구전략은 자본주의 국가가 공황을 구제하고 부도기업을 살리기 위한 재정지출 정책으로 재정적자가 심화되고 인플레이션이 예상되자 그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출구전략을 검토하던 각 국은 두바이 위기와 그리스 사태를 통해 전 세계 공황이 다시 심화될 조짐을 보이자 머뭇거리고 있다. 출구전략을 사용하지 않으면 재정적자가 심화되고 인플레이션을 불러오고, 출구전략을 쓰자니 제2의 더블 딥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자본주의 국가는 출구를 잃고 헤매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의 재정적자의 재정적자는 10여 년 동안 지속적으로 심화되었다. 2003년에는 재정적자가 GDP의 6.1%, 2004년 7.8%까지 높아지다가 지난 해는 12.7%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그러나 그리스 재정위기는 공황의 결과로 더 심화된 것이지 재정적자 자체가 공황을 낳은 것이 아니다. 그리스는 유로에서 빌린 저금리로 재정투자를 한 결과 관광산업과 조선사업 등에서 호황을 연장해올 수 있었다. 그러나 그리스는 2005년부터 침체 국면에 빠져 들었고 2008년 말에서 2009년 초부터 본격적인 공황으로 접어들었다. 그 동안 호황을 유지하고 공황을 막기 위해 국가가 재정을 쏟아 부으면서 재정적자가 늘어났다면 공황 이후에는 공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재정을 투하하면서 재정위기가 더 극심해졌다.
국가독점자본주의 시대에 자본주의 국가는 일반적으로 재정적자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호황의 시기에는 재정적자를 갚아나갈 여력이 있는 반면 공황시기에는 재정적자가 더 심화될 뿐만 아니라 재정적자를 갚아나갈 능력이 없기 때문에 더 심각하게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른바 디폴트라고 하는 상환불능은 공황으로 인해 자본주의 경제 자체가 마비된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되면 채무국가는 물론이고 돈을 빌려준 채권 국가나 금융자본 전체로까지 위기가 확산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개별 기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부채를 안고 있지 않은 기업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개별기업이 잘 나갈 때는 부채를 갚아나갈 여력이 있기 때문에 부채 문제는 심각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개별 기업이 부도가 나서 상환능력이 없을 때 기업의 위기는 기업에 돈을 빌려준 금융자본의 위기로 확산되고 금융자본이 금리를 인상하고 유동성을 통제할 때 다른 기업의 위기로 확산되는 것이다.
위기 원인을 은폐하고 고통을 전가하는 부르주아
그리스에서 보듯 자본주의의 재정위기는 국가가 공황을 막기 위해 재정투입을 확대하고 공황 시에는 독점자본을 구제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부으면서 심각한 위기로 빠져드는 것이다. 그런데도 윤증현 재정기획부장관은 그리스 재정적자의 원인을 은폐하고 그 책임을 노동자들한테 일방적으로 전가하고 있다.
“국내외 사정이 있겠지만 그리스 사태를 보면서 공공부문의 모럴해저드가 극에 달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책을 펴면서도 인기위주의 정책, 분에 넘치는 과다한 임금 지급을 하고 있더군요. 직장을 잃으면 실업급여를 예전 급여의 95%까지 준다고 하니… 공공부문을 비대하게 하고 임금을 많이 주는 건 거버넌스가 잘못된 겁니다. 리더십의 붕괴입니다. 사회 전체가 잘못 돌아가는 것이죠.”(<파워 인터뷰>「그리스 위기는 포퓰리즘 탓… 우리도 교훈으로 삼아야”」, 문화일보, 5월 14일)
“그리스가 이렇게 빚더미에 오른 까닭은 지난 15년간 정부가 사회 불만을 달래기 위해 방만한 재정과 복지 정책을 펴왔기 때문이다.”(「‘모럴 해저드의 罰’ 그리스 위기」『오늘과 내일/홍권희』, 동아일보, 5월 10일)
부르주아 경제관료와 부르주아 신문에서는 그리스 재정위기가 노동자들에게 지급되는 과도한 임금과 실업예산 등 복지정책 때문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 저들은 자본을 위해서 35%에 달했던 법인세를 25%로 낮춘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임금삭감과 복지후퇴, 간접세 인상 등 노동자의 일방적 희생으로 재정위기를 해결하려 한다.
저들의 말대로 포퓰리즘으로 인한 노동자들에 대한 과도한 임금인상과 복지정책이 위기를 낳았다면 미국과 일본, 영국,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복지후퇴가 심각한 대부분의 국가의 재정적자는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인가? 유럽은 물론이고 자본주의 국가는 신자유주의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수십 년 동안 노동자들의 임금과 복지를 공격하였다. 노동자 민중을 공
격하는 자본주의 국가의 신자유주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 공황은 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와 한국의 경제공황은 과잉생산으로 인해 발생했고, 노동자 민중에 대한 임금과 복지의 공격은 과잉생산 된 생산물을 소비할 수 있는 노동자 민중의 수요를 더욱 축소시킴으로써 자본주의 모순을 더욱 심화시켰다. 부르주아는 자본주의 공황과 국가독점자본주의의 위기에서 비롯된 재정적자를 노동자들의 도덕적 해이로 돌려서 과잉생산 공황을 은폐하고 노동자들한테 책임을 일방적으로 전가하여 자본의 위기를 탈출하려 하는 것이다.
부르주아는 자본의 위기전가에 맞서 싸우는 그리스 노동자들과 금모으기 운동을 통해 공황을 극복했던 한국의 사례를 비교하면서 그리스 노동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하고 있다. 그런데 자본의 찬사를 받고 있는 한국의 노동자들한테 돌아온 것은 무엇인가? 한국의 노동자계급은 국가주의, 애국주의에 빠져 금 모으기 운동을 하고, 노조 스스로 임금삭감과 단협 후퇴, 희망퇴직 수용 등 일방적인 양보교섭으로 일관함으로써 공황의 대가를 혹독하게 감내했다. 또 다시 닥친 공황 앞에서 노조는 말살되고 생존권은 박살나고 있다. 반면 그리스 노동자들은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에서 오는 공황의 위기를 노동자계급한테 전가하려는 그리스 자본과 국가에 맞서 한 치의 물러섬 없이 투쟁하면서 자신들의 권리를 지켜내고 있다. 결국 그리스 노동자들한테 퍼붓는 저들의 비난은 공포와 두려움으로 인한 발작인 것이고, 한국의 노동자들에게 쏟아지는 찬사는 노동자계급의 무지와 몰계급성에 대한 조롱과 비아냥거림에 다름 아닌 것이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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