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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69호] 축제는 끝났다! G20이 남긴 것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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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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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2 05:54:02, 조회:2,251, 추천: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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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는 끝났다! G20이 남긴 것은?
지난 12일 G20 서울 정상회의가 선언문 발표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명박은 개최지인 한국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많은 국제 문제들의 해결책을 합의했다면서 정권의 조정력을 자화자찬하고 이번 정상회의로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입지가 강화되었음을 주장했다. 다른 한편으론 G20 성공개최에 국민들의 도움이 컸다면서 감사를 표했는데 과연 국민들의 자발적인 도움이었는가? 국민의 자발적인 도움이 아니라 집회 및 시위 금지, 음식물쓰레기, 분뇨 등 배출 금지,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렸다고 구속하는 등 국격, 국가이미지 상승이라는 이름으로 한 이명박 정권의 부단한 노력의 결과일 뿐이다. 여하튼 G20 서울 정상회의는 막을 내렸고 남긴 것은 무엇일까?
‘선언’만 남은 선언
12일 G20 서울 정상회의가 끝나면서 정상 선언문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국제공조협력체계 (Framework) 서울 액션플랜 마련, 시장의 결정에 따르는 환율제도 지향
균형 잡힌 경상수지 유지를 위한 예시적 가이드라인 수립
IMF개혁 IMF 쿼터의 6% 이상과 선진 유럽의 이사직 2석이 신흥국으로 이전
IMF의 재원이 2배로 증액
금융규제 개혁 은행의 자본금 대폭 증가, 대형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와 감독 강화
신용평가회사에 대한 감독 강화
글로벌 금융안전망 탄력대출제를 동시에 제공하는 제도를 도입
IMF가 위기 예방에까지 역할을 확대
기타 도하개발어젠다 막바지 협상 적극 전개
모든 형태의 보호주의를 배격, 무역자유화를 확대 재확인
부패 척결과 투명하고 공정한 기업 환경을 위해 9개 분야의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승인
이번 회의의 최대 화두인 환율문제에 있어서 이명박 정권과 경제전문가, 언론에서는 이번 회의로 환율문제가 마치 해결된 것처럼 이야기 하고 있다. 환율문제가 해결되었다는 근거로 G20 서울정상회의 선언에서 “펀더멘털(성장률, 물가상승률, 실업률, 경상수지 등의 거시경제지표)이 반영될 수 있도록 보다 시장결정적인 환율제도로 이행하고 환율유연성을 제고하며 경쟁적인 평가절하를 자제할 것임”과 “경상수지를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모든 정책수단을 추구할 것임”에 합의했기 때문에 이후로 환율문제가 가라앉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환율문제의 핵심은 중국의 위안화 평가문제인데,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이 되도록 시장결정적인 환율 제도를 이행하고 환율 유연성을 제고하며 경쟁적인 평가절하를 자제할 것임을 합의했고 그 외 무역 흑자국들에 대해서는 경상수지를 지속 가능한 수준(경상수지 흑자를 GDP 대비 4% 유지하자는 구체적인 안이 이야기 되었으나 합의되지 못함) 즉 무역흑자가 일정수준을 넘으면 자국이 통화가치를 올려서 무역흑자를 줄이는 것에 대한 합의를 이루면서 환율문제가 일단락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G20 정상회의의 자화자찬은 한 달도 안 돼 허구임이 밝혀지고 있다. 중국의 낮은 화폐가치를 강력하게 비판하는 미국이 오히려 6000억 달러 규모의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6000억 달러의 지폐를 찍어내서 시장에 풀겠다는 것인데 이는 달러화 가치하락으로 이어진다. 다른 한편으로는 공정무역을 위한 환율 개혁법(화폐가치가 낮게 평가된 국가의 수입품에 관세를 물리는 법)을 조속히 통과시키려고 하고 있다. 이렇게 미국은 한편으로는 달러화 하락 정책을 쓰면서 한편으로는 중국 등의 화폐가치 저평가국에 대한 보호무역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정상회의의 합의를 지킬 리 만무하고 미국의 환율 정책으로 벌써부터 환율전쟁 재점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남은 것은 무역흑자국인 신흥 개도국들의 경상수지의 지속가능한 수준의 유지인데 미국과 중국의 환율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신흥 개도국들이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시장 결정적 환율제도, 환율 유연성 제고, 경쟁적 화폐 가치 절하 자제라는 합의를 통해 미국 등의 제국주의 국가들이 신흥 개도국들의 환율 정책에 개입할 명분을 가져가면서 자신들은 마음 것 환율 변동을 통해 자국의 이익을 도모하겠다는 말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들을 중국 등의 신흥 개도국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것일까? 물론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합의가 잠시나마 도출되었던 것일까?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다시 IMF(국제통화기금) 관련 선언을 보아야 한다. 이번 선언에서 IMF의 재원을 2배로 늘리는 것과 동시에 IMF 쿼터(IMF 가맹국의 자국에 대한 할당액, 가맹국들은 쿼터상당액을 출자하여야 하는 의무를 가지며 동시에 IMF 자금의 이용한도, SDR의 분배, 투표권의 행사 등이 쿼터에 따라 결정된다) 6%를 중국 등의 브릭스(BRICs) 국가 등의 신흥국에 이전하고 선진 유럽의 이사직 2석을 신흥국으로 이전하기로 합의했는데 여기서 주요한 점은 이번 합의로 특히 중국은 IMF 쿼터 순위가 6위에서 3위로 대폭 상승했고 나머지 브릭스 국가들도 모두 10위권 내로 진입한 것이다. 개최국인 한국도 18위에서 16위로 상승했다.
미국과 선진유럽 국가들은 IMF 쿼터 지분과 이사직을 양보하는 대신 신흥국에 대한 환율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합의를 이끌어 내면서 겉으로 보면 모두 윈윈한 합의라고 볼 수 있지만 미국은 여전히 15%이상의 쿼터지분을 갖고 있어(IMF의 주요 안건은 쿼터 지분의 85%이상 찬성으로 가결된다. 때문에 미국은 IMF 가맹국 중 유일하게 거부권을 갖고 있다.) 쿼터 지분 이전으로 별다른 손해를 보지 않았다. 오히려 선진 유럽국의 쿼터 지분과 이사직이 신흥국에 양도되면서 IMF에서 선진 유럽국의 입지는 약화되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신흥국에 대한 환율문제 개입 여지를 만들면서 미국은 일거양득의 성과를 올린 것이다. 중국은 환율문제를 양보하면서 IMF에서의 입지 대폭 강화로 상당한 이득을 얻었는데 중국은 자국 환율정책의 개입을 막을 충분한 힘이 있기에 결국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만이 환율 정책에 대한 개입을 열어두게 된 것이다.
또한 선언문의 부속 문서인 서울 액션 플랜에는 코리아 이니셔티브(개발과 글로벌 금융 안전망 구축)정책이 들어있는데 후발 개도국의 경제위기 예방을 위한 IMF의 탄력대출제도(FCL)를 개선하고 예방대출제도(PCL) 도입하자는 것이다. 이는 과거 IMF에 돈을 빌리는 것은 국가부도 혹은 외환위기처럼 국가 경제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만 이루어져 IMF의 돈을 빌리는 것이 하나의 낙인처럼 되어왔다. 또한 경제위기에 구제금융을 받게 되면 공격적인 구조조정이 동반되면서 되도록 이면 IMF의 돈을 빌리려 하지 않는 경향이 생긴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조건 완화와 기간 연장, 예방 대출을 가능하게 하면서 좀 더 쉽게 돈을 빌려주자는 것인데 대출 국가와 대출금이 많아질수록 가맹국에 대한 IMF의 영향력 강화로 나타나게 되고 이는 곧 IMF 내의 지배력이 세계의 지배력 특히 신흥개발국에 대한 지배력으로 확장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G20 서울 정상회의의 또 다른 성과로 대두되는 것이 금융 규제 개혁을 합의 했다는 것이다.
보다 효과적인 감시와 감독에 의해 보완되는 새로운 금융규제 체계의 핵심요소 :이러한 요소에는 은행 자본, 유동성 기준과 체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들을 보다 잘 규제하고, 효과적으로 정리하기 위한 수단들이 포함된다. 이와 같은 새로운 체계는 서울 정상 선언에서 제시된 다른 성과들을 통해 보완될 것이다. 새로운 체계는 과거와 같은 금융부문의 과도한 팽창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제어하여 보다 복원력 높은 금융시스템을 만들 것이며, 금융시스템이 우리 경제가 필요로 하는 것을 보다 잘 지원하도록 할 것이다.(G20 서울 정상회의 정상 선언문, 2010.11.12)
안쓰럽게도 이 성과라고 불리는 금융규제 개혁도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 다는 것이 바로 개최국인 한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국계 사모펀드 회사인 론스타가 지난 2003년 인수한 외환은행을 매각하는데 이 매각으로 얻는 수익이 무려 4조원에 달한다. 물론 서울 정상회의 선언에서 말하는 금융규제가 금융자본의 수익 자체를 규제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매각을 자세히 보면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매입할 당시 자기자본금이 1700억 원에 불가했고 나머지 1조 8000억 원은 차입에 의한 것이었다. 2003년부터 지금까지 주식 배당금과 주식 매각으로 이미 2조원 이상의 투자 원금을 모두 회수 했고 매각으로 나오는 4조원의 돈은 그대로 론스타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1700억 원과 빚으로 원금의 23배 달하는 4조원의 이익을 가져간 것이다. 그나마 주식 매각으로 인한 이득에 법인세를 물리는 것조차도 법적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일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점에서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금융규제라는 것이 과거 경제위기의 발단이 된 금융자본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해결과제만 쓰레기 더미처럼 남긴 G20정상회의
선언에서 마지막으로 조속한 도하개발아젠다 협상 체결 약속과 서울 컨센서스를 발표했다. 도하개발아젠다는 우루과이라운드의 결과로 생겨난 WTO(세계무역기구)에서 99년 새로운 다자간 무역 자유화 협상을 만들기로 하면서 진행되었는데 선진국 중심으로 논의가 되면서 채택되지 못하고 있다가 개도국에 대한 특별대우와 기술 지원을 협의하면서 2001년 합의되어 출범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선진국과 개도국의 의견대립으로 지금까지 난항을 겪고 있다. 다자간 무역 자유화 협상의 이름을 개발아젠다로 명명한 것에서 보듯 과거 우루과이라운드와 워싱턴 컨센서스와 같은 미국을 중심으로한 공격적이고 종속적인 무역 자유화를 벗어나 개도국에 대한 개발에 무게를 두겠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발표된 서울컨센서스는 새천년개발목표(MDGs : 2000년 UN에서 채택된 의제로, 2015년까지 빈곤을 반으로 감소시키자는 범세계인 의제) 달성을 위해 선진국의 사다리 차기가 아닌 개도국의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다년간 개발 행동계획이다. 이러한 개발을 하기 위해서 도하개발아젠다 협상이 꼭 체결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결국 G20 국가들이 나머지 190여개의 국가들에 대해 ‘모든 보호 무역 배격’ 이름으로 자국의 상품과 자본의 수출을 손해 없이 대폭 늘릴 수 있는 길을 만들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모든 보호 무역 배격이라는 타이틀이 ‘자국은 보호무역 타국은 자유무역’이라는 것은 이미 자명한 사실이라는 것이 역사적으로 증명되었다.
환율문제, IMF 개혁, 금융규제 등과 도하개발아젠다 협상 체결과, 서울 컨센서스 등의 합의들이 서울 정상회의 선언이 발표되었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후 이 합의들이 자국의 이해득실에 따라 다시금 문제가 불거질 것이 분명하다. 또한 합의의 내용 자체가 미국과 중국 등의 제국주의 국가들, 선진국과 신흥 개도국, G2O 국가와 빈곤 개도국 사이의 먹고 먹히는 자본가 계급만의 합의일 뿐이라는 것은 계속되는 G20 회의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민중의 투쟁은 더욱 격화되고 있다는 것에서 밝혀졌다. G20의 성대한 축제는 끝났다. 그러나 성대한 축제 뒤에 쓰레기만 산더미처럼 남는 것처럼, G20 서울 정상회의 뒤안길에는 여전히 자본주의가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들만 쓰레기 더미처럼 남아 있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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