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자동차 산업 구조조정 대응전략
04년 금속연맹의 5대 핵심요구안은 “산업공동화 구조조정 저지! 파견법 개악저지! 비정규직 차별철폐 ․ 정규직화! 노동자 건강권 쟁취! 금속노동자 최저임금 쟁취!” 이다. 그리고 5-6월 투쟁계획의 핵심으로 ‘비정규직 철폐’, ‘산업공동화 및 구조조정 저지’를 사회쟁점화하겠다는 계획을 상정하고 있다.
금속노조 중앙교섭 3대요구는 “노동3권 보장을 위한 손배가압류 금지, 금속산업 최저임금 보장과 영세사업장 정부지원대책 노사공동요구, 구조조정시 노사합의 및 산업공동화 대책 마련”이다.
그리고 민주노총 차원에서도 이와 관련하여 담당임원과 실무진을 두고 금속, 사무연맹 등이 참여하는 논의구조를 통해 사업을 추진하고 이후 범국민대책위 구성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이는 잘나간다는 자동차나 조선사업장이 포진해있는 금속연맹이나, 제조업공동화를 끊임없이 제기하는 중소사업장이 속해있는 금속노조나 자본가계급의 구조조정 공격에 심각한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다.
IMF이후 현대자동차와 대우자동차 노동자들의 대대적인 정리해고 투쟁 이후 완성차에서의 폭발적인 투쟁은 없었다. 생존권이라 함은 어느 하나를 양보할 수 없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고용만 보장된다면...’이라는 양보교섭을 강제하는 이데올로기가 금속 전체사업장을 침묵하게 만들었다.
그 사이 자본과 정권은 ‘상시적 구조조정’을 들이밀면서 일상적으로 구조조정 공격을 감행했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듯이 조금씩 조금씩 치고 들어온 자본의 공격에 이제야 그 심각성을 깨달은 노동진영에서는 작년부터 금속사업장 위주로 구조조정 투쟁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현재 이러한 위기감은 투쟁으로 조직되지 못하고 있다.
선전전, 연구사업, 국회 앞 압박투쟁 속에서 여전히 현안사업장들은 고립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금속노조, 연맹을 비롯한 상급단체는 ‘국가경제 살리기’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국가산업 살리기’, ‘경영참여’ 등 반노동자적인 방침을 현장에 내리꽂고 있다.
이 글은 그러한 압박식, 보여주기식 투쟁이 아니라 현재 자행되는 자본의 구조조정 공격에 명확한 노동자계급의 원칙을 갖고 실질적인 공동투쟁전선을 조직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금속사업장 중 가장 파급력이 큰 완성차와 부품사 구조조정 대응 위주로 쓰여졌다.
1. 구조조정 현황 - 지금 현장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현재 금속노조 산하 70여개 사업장에 구조조정 사안이 걸려있으며, 대공장에서도 일상적으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아웃소싱, 외주화, 분사, 매각을 포함한 인수합병, 공장폐쇄, 각종 고용조정 등 그 양상은 매우 다양하며 대개는 중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업종별 대략적인 양상은 다음과 같다.
업 종 <표1> 업종별 구 조 조 정 양 상
전기전자
대부분 중국으로 이전하여 인원정리 및 공장 축소가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 몇 년 사이에 아남인스트루먼트, 삼주리틀휴즈, 한국씨티즌, 월드텔 레콤, 영창악기, 청호전자통신 등에서 기계반출, 공장폐쇄, 희망퇴직 등을 강행
조선과 철강
소사장제 등으로 인한 외주화가 진행되어서 정규직이 하루 아침에 비정규직으로 전락. 비정규직으로 인한 신규인력 충원은 물론, 정규직의 비정규직화를 통해서 비정규직 비율이 급증
완성차
모듈화, 공장재편, 외주화, 비정규직 투입 등 몇 년 동안 호황기를 거치면서 보다 교묘하게 일상적으로 구조조정이 진행 중
부품사
모듈화에 따른 공장재편 및 축소, 모비스로의 인수합병, 공장의 해외이전으로 인한 폐업 등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구조조정이 진행 중
2. 현시기 구조조정의 특징과 대응방안
세계적으로 과잉생산 위기를 겪고 있는 자동차 산업의 경우, 최근 몇 년 사이 완성차 메이커간의 지구적 차원의 통폐합 등으로 격변기를 겪었다. 국내의 상황도 이와 맞물려서 완성차업체간 인수합병, 매각, 합작사 설립 등이 진행되었으며, 지금은 쌍용차 처리방안을 남겨둔 채 큰 틀에서의 대략적인 판짜기는 마무리되었다.
일부에서는 이것을 두고 양적인 구조조정이 마무리되고 질적인 구조조정의 시기라고 규정하기도 하지만, 지금 자본은 워밍업을 끝내고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90년대 중반, 모든 완성차업계에 구원의 여신처럼 떠받들어진 ‘도요타 생산방식’은 이제 더욱 확장된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즉, 생산의 영역에서만이 아닌, 연구개발 - 부품 - 조립 - 판매 - 정비의 전과정에서 이윤증대를 위해 비용절감과 수요에 대한 유연한 대응을 가능케 하는 통합적 유연체제를 구축하려하고 있다. ERP도 그러한 체계 중 하나이다. 이는 자동차산업 전반에 걸친 구조개혁을 단행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모든 영역의 통합관리가 가능한 현대자동차도 이미 수년 전에 이러한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며, 연구소 통폐합, 현대모비스 설립 등으로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이러한 통합적 유연체제 구축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것이 바로 연구개발 - 부품 - 조립 전반을 아우르는 ‘모듈화’이다.
(1) 전반적인 구조개편을 가져오는 모듈화 저지!!
완성차에서는 모듈화가 공장재편, 외주화, 고용조정 등 모든 구조조정을 강제하는 사안으로 작동하고 있다. 모듈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서브라인 외주화에 따른 공장재편이 이루어지고 있고, 대다수가 비정규직인 간접부서 노동자들의 정리해고, 정규직 노동자들의 전환배치가 자행되고 있다.
이는 부품사에서는 더욱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다. 중소부품업체들이 현대모비스라는 괴물에 의해서 재편되고 있다. 즉, 예전에는 완성차와 부품업체들 간의 수직적 구조가 일반적이었다면, 현재는 완성차 - 현대모비스 - 중소부품업체의 질서로 재편되면서 부품업체 노동자들이 더욱 열악한 처지로 떨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현대모비스 노동자들이 좋은 처지에 있는 것은 아니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현대모비스는 몇몇 관리직만 제외하고는 울산과 천안공장 약 2,000여명의 생산직 노동자가 30여개 하청업체 소속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이들이 받는 초임은 시급기준 2,600원이며 군 미필자들은 2,550원 수준이다.
즉, 모듈화는 완성차 노동자들에게는 고용불안을, 중소부품업체 노동자들에게는 이중삼중의 착취(완성차, 현대모비스, 부품업체 자본) 속에서 노동강도 강화를, 현대모비스 노동자들에게는 비정규직 확산을 강제하고 있다.
피착취계급인 노동자와 착취계급인 자본의 이해는 상반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러하니 자본가들은 콧노래를 부르면서 모듈화 확산을 지상과제로 삼고 있다.
GM대우차는 델파이를 통해, 르노삼성차는 일본 업체로부터 모듈을 납품받고 있고, 쌍용차는 무쏘스포츠의 짐칸이 통째로 모듈로 들어오고 있으며, 신차에도 모듈화 도입계획을 갖고 있다. 기아를 포함한 현대차그룹은 섀시모듈, 운전석모듈, 프런트앤드모듈 등을 총 20여개 차종에 적용할 계획이며, 이미 EF쏘나타의 모듈화율이 22%, 쏘렌토의 모듈화율은 67%에 달한다. 그리고 울산 2공장, 5공장에서 연일 철야특근으로 생산되고 있는 투싼은 모듈화가 가장 잘 진행된 차종이라고 한다. 여기에 아산공장의 경우, 이미 직접조립공정만을 제외한 나머지 공정에서 거의 완벽하게 모듈화가 끝마쳐지면서 270명 인원이 전환배치되었다.
< 현대모비스의 모듈화 현황 > 자료 : 산업은행
공 장 명 생 산 규 모 비 고
소 하 리 공 장 섀시모듈 25만대, 운전석모듈 20만대 가동중
화 성 공 장 섀시모듈 25만대, 운전석모듈 65만대 가동중
포승공장 섀시모듈 40만대 가동중
서산공장 섀시모듈 20만대, 운전석모듈 20만대 가동중
아산공장 섀시모듈 30만대, 운전석모듈 30만대,
프런트엔드 30만대200 4. 6 예정
천안공장 ABS 75만대, 에어백 100만대, 인판넬 100만대 가동중
울산공장 섀시모듈 30만대, 운전석모듈 50만대 가동중
광주공장 섀시모듈 30만대, 운전석모듈 30만대,
프런테엔드 30만대 2004. 5 예정
- 그럼 이토록 현장에 파괴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모듈화가 확산된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모듈화 도입 초기에 자본의 이데올로기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을 들 수 있다.
90년대 후반부터 모듈화와 플랫폼 통합에 대한 대응의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이것이 마치 대단한 신기술인양 선전해대는 자본의 이데올로기에 활동가들 사이에서도 “신기술 도입 자체를 막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정서가 팽배했고, 지금도 여전히 그러한 논리 때문에 대응기조 자체에 혼란을 겪으면서 모듈화저지 투쟁이 힘있게 전개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계급사회에서 가치중립성이란 없다. 즉, ‘신기술 자체’란 없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신기술이란 자본가계급의 이윤확대에 복무할 때에만 그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현장에 적용된다. 단지, 일부 제한적으로만 힘의 역관계에서 노동자계급이 우위를 점할 때 노동자계급이 작업환경 개선의 측면으로 활용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것도 현재는 요원한 일이다.
더군다나 현재 모듈화는 기술혁신의 측면이 아니라, 단지 비용절감차원에서 세부부품이 조립된 형태로 들어오고 있는 것뿐이다.
이밖에도 자본은 물류 단순화, 힘든 공정의 개선을 근거로 모듈화 도입을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다. ‘물류 단순화’ 논리 속에는 간접부서를 없애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는데, 이는 기간 핵심공정 위주로 도입됐던 자동화가 전반적으로 확산되는 것과도 관계있다. 모듈화가 진행되면서 ‘물류 단순화’는 단순히 공급체계의 단순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공급되는 부품이 거대해지면서 물류 운반 등 간접 부서의 자동화와 자체 도급화를 추진하면서 고용조정을 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힘든 공정의 개선’은 모듈화와는 별개로 작업환경 개선을 통해 쟁취할 사안이다. 자본가가 이것을 굳이 연계시키는 이유는 고용조정 물론, 작업환경 개선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줄이겠다는 것일 뿐이다.
다음으로,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공장재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이다.
우리는 앞서 모듈화는 필연적으로 공장재편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90년대 후반 모듈화와 함께 이슈화된 것이 플랫폼 통합이다. 풀라인업 체제를 갖추고 있는 현대차에서 이것은 자체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GM대우와 르노 삼성의 경우는 GM과 르노의 플랫폼을 도입하려고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차종이 적은 쌍용차의 경우는 혼류생산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자본은 라인 변경을 포함한 공장 재편 시에 이미 구상단계에서부터 모듈화, 플랫폼 통합, 혼류생산, 자동화 확대 등이 가능하도록 설계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시기 현장에서는 일부 라인 재편이나 대대적인 공장재편의 경우 장기휴무에 들어가더라도 휴무기간 임금 보전에만 집중하면서 공장재편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였다.
그러는 사이 자본은 공사 거의 마무리 단계에서 “이미 완벽한 구조조정이 가능하도록 만들어버렸다. 이제 와서 너희가 어쩔래. 이거 다시 뜯을래?”라며 배째라 식으로 나온다.
그래서 지금까지 노조의 대응은 ‘총고용 유지’ 수준이었다. 그러나 총고용이 유지된다고 해서 그것이 현상유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혼류생산과 전환배치에 따르는 노동강도 강화는 고스란히 현장의 몫이다. 이것을 현상이라도 유지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따라서 생산합리화라는 명목으로 각종 노동조건의 개악을 가져오는 모든 자본의 공격에 주도면밀하게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 시기를 놓쳐버리면 대응은 더욱 힘들어질 뿐이다.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모듈화는 현시기 구조조정의 핵심고리이다. 이제부터라도 구조조정 분쇄! 모듈화 저지! 투쟁을 조직하자!
(2) 모든 부문의 외주화 저지!!
- 예전에는 차종 단종이나 구설비 폐쇄를 이유로 외주화 하거나 모듈화 관련한 간접부서가 주로 외주화의 대상이었다면, 지금은 핵심공정까지 분사나 별도법인의 형태로 외주화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자동차 공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엔진과 기어를 생산하는 현대파워텍과 경차를 생산하는 (주)동희오토이다. 파워텍은 현대차와 기아차가 출자하여 만들어진 법인으로 무노조 비정규직 공장이고, 동희오토는 (주)동희산업과 기아자동차가 60:40으로 출자하여 올해 1월부터 양산에 들어간 공장이다. 지금 모닝이 (주)동희오토에서 생산한 차종이다. 물론, (주)동희오토도 공장장 정도를 제외하면 생산직 900명이 거의 비정규직이며 초임도 월 70만원 수준이다.
간접부서는 물론이고 이렇게 직접공정까지 외주화되고 있지만, 노조는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 간접부서는 대다수가 비정규직이었기 때문에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고, 직접공정의 경우도 고용만 유지된다면, 당장 현재 조합원들에게는 별 피해가 가지 않을 것이라는 철저한 개별단사 조합주의에 따랐기 때문이다.
이제 현 상황을 직시해야한다.
현대파워텍이나 (주)동희오토나 비정규직에 무노조이기까지 하니 자본가로써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을 것이다. 지금이야 노골적으로 자신들의 계획을 드러내놓지 않지만, 이는 궁극적으로는 기존 현대차와 기아차 엔진공정 전체를 외주화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지금은 경차만을 생산하고 있지만 호시탐탐 다른 차종까지 외주화하려는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이다.
이제 비정규직을 방패막이로 보장받았던 반노동자적인 고용안정이 부메랑이 되어 전체노동자들의 고용을 위협하고 있다.
선진노동자들은 즉각 이들 공장을 단일노조로 편입시킬 것과 이들을 포함한 전체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투쟁에 나서야 한다!!
- 국내생산설비의 해외이전은 또다른 형태의 외주화다!
작년부터 연일 신문 경제란을 장식하는 것이 ‘제조업(산업) 공동화’론이다.
실제로 화섬이나 전자 부문 노동자들은 특히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자동차 부문도 예외는 아니다. 완성차 4사가 해외진출의 확장을 계획하고 있으며 부품업체도 완성차에 따른 진출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에 금속연맹 및 금속노조에서도 산업공동화 관련 대책을 주요 요구안으로 상정하였다.
그러나 이것이 현재는 또다른 형태의 민족주의 이데올로기로 무장하여서 ‘국내산업 살리기 운동’으로 나아가고 있다.
금속연맹은 단사차원에서 경영참여, 상급단체 차원에서의 산업정책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제( )조 [산업정책연구] ( )노사는 제조업 공동화 등 국가경제 전체가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인식을 함께 하고 이에 대한 대책마련을 위해 ‘산업정책연구를 위한 공동위원회’를 구성한다.
제( )조 [산업차원의 대책] ①위 구조조정 대책, 산업정책연구 등의 과제는 단위사업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이기 때문에 금속산업전체를 총괄하는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노사는 각각 대표자를 정하여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논의하도록 한다.
②사측은 사용자단체 대표를 정하고 노측은 금속연맹위원장을 대표자로 하여 세부적인 ‘금속산업 차원의 위원회’를 구성하여 마련하도록 한다....
(금속연맹 임단협 요구안 중)
[산업공동화 대책] ①관계사용자는 산업공동화로 인한 국민경제 위축과 고용불안을 타개하기 위하여 노사공동으로 연구팀을 구성한다. (연구결과는 차기 협약에 반영한다)
②관계사용자는 연구개발비 비중을 높이고 국내투자를 확대한다.
③관계사용자는 협력업체에 대한 납품단가 보장과 결제기간 단축 등 공정한 거래를 위해 노력한다.
④조합과 관계사용자는 외국자본에 대한 지나친 특혜를 지양하고 국내자본이 국내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환경조성을 마련하도록 정부에 공동으로 건의한다.
(금속노조 2004년 중앙교섭 요구안 중)
금속노조는 한걸음 더 나아가 국내투자 확대를 위한 환경조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이 자본가들의 요구인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달라’와 어떤 차이가 있는가? “노동자들은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투쟁하면 안된다. 왜냐구? 노사관계 안정화에 따른 이윤착취의 극대화가 우리가 말하는 기업하기 좋은 여건이기 때문이다. 우리 말을 잘 들어야 국내투자도 하고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 자본가들의 일관된 논리이다.
자본가들은 제조업 공동화를 한 편으로는 의도적으로 부각시키면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려 하고 있는데, 민주노총 및 상급단체 관료들은 여기에 맹목적으로 부합하면서 그들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
해외이전에 대한 노동자계급의 이해에 입각한 명확한 대응원칙 없이 무조건적인 해외이전 저지는 ‘기업살리기’의 확장판인 ‘국내산업살리기’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자본의 이동이 국내에서의 이동이건, 해외로의 이동이건 그것이 단순히 새로운 시장 개척이나 생산 확장의 개념이 아니라, 비용절감을 위해서 현재 생산설비를 축소, 이전하는 거라면 그것은 또다른 형태의 외주화이다. 따라서 구조조정 분쇄! 생존권사수!원칙에 입각하여 ‘생존권을 위협하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모든 형태의 외주화 반대’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철저하게 노동자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는 투쟁으로 가져가야한다는 것이다. 기간 인수합병이나 매각투쟁에서 드러난 것처럼 자본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이러저러한 대안을 마련하는 식의 투쟁은 노동자의 생존권이 우선이 되지 못한 채 끊임없이 그들로 하여금 경영정상화 요구를 들이밀게 하여 자본이 주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또한 위와는 다른 케이스로 국내공장을 유지한 채, 해외공장 신설의 경우에 있어서도 국내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담보로 국외노동자들에 대한 자본의 공격을 용인하는 것은 노동자 국제주의 정신에 위배되는 명백히 반노동자적인 행위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자동차의 단협이다. “회사는 세계경제의 불황 등으로 국내외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부진이 계속되어 공장폐쇄가 불가피할 경우 해외공장의 우선 페쇄를 원칙으로 한다” (현대자동차 단협 제32조(해외 현지공장) 중)
이는 그간 정규직의 고용안정 방패막이로 비정규직을 희생한 것과 똑같은 것이다.
이와 관련한 노동자의 요구는 “해외공장 신설시 해당공장 노동자들의 노조활동 보장 및 국내 노동자들과 모든 동일한 노동조건을 유지하게 할 것”이 되어야 하며, 해외공장 노동자들과의 연대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3) 물량확보 = 고용안정이 아닌 야간노동철폐!!
자본과 정권의 경제위기 이데올로기와 해외이전에 따른 제조업 공동화 위기는 현장노동자들을 또 다른 형태의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하고 있다. 이는 호황기의 자동차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해외공장 신설과 맞물려서 기존에 수출물량이 줄어들자, 현장노동자들은 심각한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다.
이에 각 단사 노동조합은 단협상으로 향후 몇 년간 현 수준의 생산량 유지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시기 고용안정협약서가 그러했듯이 문구상의 현 수준 생산량 유지는 실질적인 고용안정의 대안이 될 수 없다.
본격적으로 해외공장을 설립하기 이전에도 자본은 물량으로 끊임없이 현장을 교란시켰다. 예전에 람다엔진, UD엔진 생산 관련하여 소하리-화성-울산 현장간 대립이 격화되었으며, 신차종 생산관련해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신차종을 따오는 것은 곧 물량확보를 의미하는 것이고 이것을 고용안정이라고 받아들이는 정서가 팽배해있다.
철저히 자본의 놀음에 놀아나고 있는 것이다. 물량확보=고용안정을 깨지 않는 이상 자본은 일상적으로 작게는 잔업, 특근에서부터 신차종 생산까지 현장의 분열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물량확보가 아니라 현재와 같이 개악된 형태가 아닌 본래적인 의미에서의 ‘노동조건 개악 없는 실질노동시간 단축투쟁!’ 이어야 한다. 자본이 물량축소를 이유로 고용조정을 하려하면, ‘야간노동철폐’를 요구해야 한다. ‘야간노동철폐’는 기본급 인상보다는 잔업, 특근 및 각종 수당을 통해 임금을 보전하려 하는 왜곡된 형태의 임금인상투쟁의 개선과도 연계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후 생산량이 확대되면 야간 노동 철폐된 상태에서 정규직으로의 인원충원을 요구해야한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99년 4월 1일부터 전사업장(특례사업은 01년 4월 1일부터)에 주40시간제가 확립되었고, 도요타는 훨씬 이전인 95년 5월부터 “주야2교대”(주간 8-17시, 야간 21시-익일 6시)에서 “연속2교대제”(1교대 06:30-15:15, 2교대 16:15-01:00)를 도입하였다.
부서간, 공장간 물량확보 경쟁이 아닌 “야간노동철폐!”투쟁을 조직하자!!
(4) 비정규직 철폐! 정규직화 쟁취!!
예전에는 정규직 기피공정이나 간접부서 위주로 비정규직을 도입했다면, 지금은 직접 생산라인에도 비정규직이 무차별적으로 투입되고 있다. 쌍용차의 경우, 무쏘스포츠 라인 전체에 관리자2인, 수정2인을 제외하고는 전부 비정규직이다. 사측은 무쏘를 곧 단종시킬 계획이니 해고가 용이한 비정규직으로 채우자고 했고, 조합이 거기에 합의했다. 그러나 무쏘 후속인 무쏘스포츠가 출시됐고, 이후에도 후속모델 생산계획이 잡혀있다. 대우차의 경우에도 900여명의 비정규직을 직접 생산라인에 투입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스스로 투쟁주체로 나서기 시작한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우에는 오히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아예 공정자체를 외주화하면서 100% 비정규직으로 채우고 있다.
금속사업장에서는 이번 임단협 요구안에 비정규직 관련 요구안을 담고 있으나 여전히 처우개선 수준에 머물러있다. 그나마 총연맹이나 상급단체에서의 정규직화도 불법파견으로 판정된 경우에 국한되어 있다.
이와 같이 정규직 노조가 합법적인 수준에 국한한 정규직화 투쟁(그것도 아주 극소수로)을 조직하려하자 자본과 정부는 즉각적으로 근로자파견법 개악을 준비하고 있다. 즉, 현재 몇 개 업종으로 제한된 파견의 범위를 거의 무제한으로 넓히겠다는 것으로 올 하반기 임시국회 상정을 준비 중에 있다. 이는 모든 정규직 노동자의 비정규직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상층 관료들이 노동자 투쟁을 법의 테두리를 넘지 않는 수준으로 제한하려하면,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자본과 정권은 보란 듯이 법 개악으로 맞서고 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근로자파견법 철폐를 주장하고 있지만, 모든 악법의 실질적인 무력화는 현장투쟁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현장으로부터 비정규직 철폐!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투쟁을 조직하자!
3. 구조조정 분쇄! 생존권 사수! 비정규직 철폐! 투쟁을
조직하자!!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자본과 정부는 전산업을 망라해서 일상적으로 구조조정 공격을 자행하고 있다. 또한 이는 각종 금융관련 제도 정비를 통한 금융구조조정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 99년 9월 ‘증권투자법’을 제정하면서 CRF(기업구조조정기금)에 대한 특례조항 삽입, 99년 2월 ‘산업발전법’을 제정하면서 CRC(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제도 도입, 2000년 10월 별도의 특별법인 CRV(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법) 제정. 이 3가지 제도는 모두 금융감독위원회가 감독주체임.
그럼에도 지금까지는 전체노동자의 투쟁으로 조직되기는커녕, 금속 내에서도 현안사업장만의 고립된 투쟁으로 전개되었다.
또한 총연맹을 비롯한 상급단체의 기조는 제조업 육성, 고숙련 노동자 육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자동차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위한 전략
▷ 고임금 ∙ 고숙련의 노동시장을 통해 정규직 내부에서 노동시장을 획기적으로 개선
▷ 연구개발집중강화를 통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을 촉진함으로서 장기산업전망 확보
- 자동차산업 노동조합의 전략과 사업계획(금속연맹 자동차분과 사업설명자료 중)
명심하자! 제조업 육성, 고숙련 노동자 육성은 생산성 향상을 통한 이윤착취를 극대화하려는 자본의 이해를 대변할 뿐이다.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이해에 기반하지 않은 투쟁은 끊임없는 양보를 강제하고 결국은 패배할 수밖에 없다.
지난 시기 구조조정 공격에 대한 협소한 이해(구조조정=정리해고)는 자본의 상시적 구조조정에 대한 대응에 걸림돌로 작용하였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시기 자본은 때로는 경쟁력 이데올로기로, 또 생산합리화라는 이름으로 겉포장만 바꾼 채로 모든 부문에 걸쳐서 자신들의 의도대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현장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가랑비에 속옷까지 다 젖을 텐가? 뒤늦게 후회하는 것은 아무 소용없다.
현장으로부터 모듈화 저지! 외주화 저지! 야간노동 철폐! 비정규직 철폐!투쟁을 조직하여 올해를 전국적인 구조조정 분쇄! 생존권 사수! 비정규직 철폐!! 투쟁의 원년으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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