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도시철도 7시간 파업 보고서에 대한 반론'이 왜 나왔는가?
보고서에 대한 반론이 이번 준비 3호에 실렸다. 그런데 사노신의 보고서 주장과 결론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 도대체 왜 반론이 제기됐는지 모르겠다. 물론 보고서가 정확한 역관계나 활동가들의 상태를 지적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것을 가지고 반론을 작성해야 했는지 모르겠다. 마치 약간은 활동가들이 파업 과정에서 수행했던 역할에 대해 변명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첫째, 사노신에서는 쟁대위와 활동가들의 불신을 얼버무리기는 했지만, 결국 반론에서 구체적으로 표현했던 쟁대위에서의 조직화 부족, 현장투쟁의 부재에 대한 지적이 아닌가? 보고서의 결론을 봐도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 다만 보고서의 필자는 활동가 대오 내부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달리 표현하면 책임을 덜 져도 되는 위치에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둘째, 전투적 활동가들의 한계에 대해서 지적했다. 반론은 ‘그러나 그것뿐이다’라고 반론하고 있다. 그러나 반론도, 현장회의 실천능력의 부재나 현 주소를 말했을 뿐, ‘그러나 그것 뿐’이었다.
셋째, 나는 이 부분에 대한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공사 최종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민주파 활동가들이 파업 종료의 책임을 면피하기 위해서 받아들이지는 않았더라도 치명적인 전술적 오류이고, 결국 당시 국면 앞에 주저앉아 버렸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집행부가 파업을 종료하기 위해 찬반투표라는 형식적 절차를 거치려고 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막았어야 했다. 이 찬반투표를 수용했다는 것은, 철도 내의 민주파 활동가들이 벌여냈던 (역량의 한계는 있지만) 활동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찬반투표 자체를 원천봉쇄할 힘이 없는 상태에서 자칫 투표 보이콧 전술을 쓰면 일부는 보이콧하고 일부만이 부결에 도장을 찍는 분리된 대응이 나올지 모른다. 아마 예측컨대, 이 때문에 찬반투표 수용으로 가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파업현장 내에서 찬반투표가 이뤄지고, 이것을 봉쇄할 힘이 없다면, 최대한 찬반토론회를 개최할 것을 요구하고 (이 속에서 시간을 벌면서) 공식 연단에서 찬반투표의 기만성을 폭로했어야 한다.
어처구니없는 것은 찬반투표가 (보고서를 볼 때) 조합원들이 잠자리에서 일어나자 마자 판단할 시간도 없이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현장 활동가들은 급조된 부결 유인물도 뿌려보지 못했다는 말이 된다. 도대체 활동가들이 이런 상황에서 찬반투표를 조합원들의 반대(부결)로 돌파하고자 했던 판단 근거는 무엇인가?
현장활동가들이 극렬하게 찬반투표를 반대하고 파업 대오를 유지한 상태에서 하루만이라도 아니 단 몇 시간만이라도 시간을 벌면서 찬반토론 연단을 조직하고, 이것이 안되면 투표행위를 결사저지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어도 집행부가 그런 식으로 찬반투표를 감행했을까? 도대체 당시 조합원들의 여론도 파악하지 않았단 말인가?
활동가들의 찬반투표 수용은 입이 열개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평가에서 이를 인정하면 뭣하나? 결국 활동가들의 단순한 정세판단의 오류 정도가 아니라 투쟁 책임회피 전술에 불과했다는 판단이 든다.
넷째, 보고서가 쟁대위 내에서의 활동을 외면한 채 일면적으로 대중활동을 강조했다고 반론은 제기한다. 그러나 보고서의 주장도 전자를 무시한 것이 아니라 중심성을 대중조직화에 두자고 했던 것이다.
결론도 ‘민주연합선본’으로부터 독자적인 현장투쟁의 조직화라는 점에서 반론과 보고서는 일치한다. 결국 반론의 글은 존재조건상 활동가들의 파업기간동안의 활동에 대한 방어적 태도 또는 종파주의적 태도 때문에 이 글을 쓴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보고서를 쓴 활동가와 그의 주장은 반론의 대상이 아니라 현장 재편의 동반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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