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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창간18호]대구경북건설노조 파업투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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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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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27 19:57:21, 조회:2,296, 추천: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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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건설노조 파업투쟁
전국건설운송노동조합 조직국장 장형창
1989년 이래 플랜트건설 현장에는 대규모 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토목건축 현장에서도 1998년 대구에서 상당한 규모의 투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대구경북 건설노동자들의 투쟁이야말로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 전면에 드러나고 건설노동자 투쟁이 비정규직 투쟁의 반열에 오르려는 시점에서 토목건축 현장을 상대로 벌이는 건설자본과 노동자계급의 최초의 전면전이라 할 수 있다. 이 투쟁에 대한 시선이 대구에서 확장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몇 자 적는다.
투쟁을 시작하고 사람들이 모이면 우리는 흔히 기막히고 억울한 그 동안의 사연을 풀어놓기 마련이다. 그중 건설노동자들의 하소연은 정말이지 어디에 적어 놓기도 민망한 것들이다. 화장실이며 식당이며 장시간노동에 쓰메끼리(임금을 상시적으로 2-3달 미루고 주는 것)와 같이 아주 원초적인 것들부터, 다단계 하도급과 시공참여자제도와 같은 자본가들의 배만 불리는 법제도 문제까지 매우 다양하다.
이 모든 억울한 사연들은 실업과 고용 문제에 대해 국가와 같은 경제 단위차원에서 해결되지 않은 채 기간제, 간접고용, 특수고용 형태를 모두 갖는 이른바 멀티 비정규직 고용형태와 불공정한 원하청 관계, 그리고 노동자들 간에 무한 경쟁을 유발하는 다단계 하도급 관행에서 비롯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먼저, 건설노동자들은 기간제 비정규직이고 동시에 하청노동자들이다.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오해가 있다. 건설노동자는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한 번 생각해 보라. 건설노동자도 일을 시키는 사용자가 있는 노동자인데 어느 사용자가 지 맘대로 쉬고 싶을 때 쉬는 노동자를 고용하겠는가? 그리고 하루 일당이 얼마나 된다고 쉬고 싶은 날 쉴 수 있겠는가? 건설노동자들이 쉬고 싶어서 쉰다는 그 날의 실상은 이미 (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엔 연월차나 산재 등 이미 유급화된)휴일을 보장받지 못한 무급 실업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기간제라 함은 해당 건설현장이 돌아가는 동안에만 고용된다는 것인데 이마저도 사실 보장되지 않는다. 원청과 그 하청업체인 전문건설업체는 더 많은 이득을 내고 시공팀을 길들이기 위해 일정한 공정이 끝나면 그 팀을 통째로 날려버리기 일쑤다. 이는 구조조정도 아닌 일방적 정리해고임에 틀림없지만 하도급계약이라는 점을 들어 노동부는 부당해고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청노동자라는 점을 사람들이 약간 반신반의하는 것 같다. 이런 저런 설명을 해주면 당연히 ‘하청 맞네’ 하고 맞장구를 치지만 정작 공동투쟁의 대상에서는 제외하는 경우가 많다.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을 요구하는 투쟁이 전 산업에 걸쳐 공동전선을 함께 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점이 약간 작용하는 것 같다.
하청노동자라는 것이 특히 심각한 문제인데, 이는 불법적인 다단계 하도급구조에서 맨 아래 약간 명으로 구성된 시공팀 단위에서는 시공팀장이 사용자 지위에 있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까지 온다. 다단계 하도급구조는 도급을 받기 위한 노동자들 간의 제 살 깎아 먹기 식 무한 경쟁구조다. 결국 일당도 돌아오지 않는 도급단가를 형성한다. 그리고 맨 아래 하도급 업자의 위치에 있게 되는 시공팀장(십장)들은 마치 팀원들의 사용자인 것처럼 보여 지는 법의 덫에 걸려들게 된다.
우리가 200만 건설노동자들을 벼랑으로 내모는 이러한 ‘불법 다단계 하도급구조 척결’을 지속적으로 주장하자! 자본이 들고 나온 것이 ‘시공참여자제도’이다. 시공참여자제도는 삼풍백화점 붕괴 이후 부실시공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1996년에 도입된 제도인데 최근 건설노조가 활성화되면서 다단계 하도급의 불법성을 은폐하기 위해 악용되고 있다. 물론 노동부는 사용자들의 이러한 입장을 고스란히 대변하고 있다.
토목건축 건설현장에서는 현장사업을 하기 위한 발판으로 2000년부터 원청을 상대로 단협체결 투쟁을 해 왔다. 투쟁은 힘들었지만 전국의 많은 토목건축 현장에서 단협을 체결하는 성과를 보았다. 이 성과에 대한 보복으로 건설노조들은 공안탄압을 당했는데 죄목 또한 그럴싸했다. ‘공갈협박’, ‘금품갈취’죄였다. 하청노동자들이 ‘건방지게’ 원청회사에 단협을 요구하고 투쟁을 공언한 것이 ‘공갈협박’이었다. 단협을 성공적으로 체결하고 컴퓨터와 전화기 등 노조사무실 비품과 전임비를 따낸 것이 ‘금품갈취’였다. 지난 2006년 3월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에서 채택한 한국정부에 대한 권고안이 다루고 있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대구, 경북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건설노동자들의 파업투쟁에 달려가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보다 큰 연대를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ILO에서는 이번 권고안에서 공무원노조와 건설 공안탄압 문제를 함께 다루었다. 그러나 건설산업연맹과 공무원노조는 이번 권고안 이행을 각각 주장하면서도 공동투쟁 계획은 전무한 실정이다. 금속 사내하청 투쟁의 경우에도 지난 캐리어 투쟁이 말해 주듯 원청사의 문제가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원청과 직접교섭 투쟁을 벌였던 건설노조와의 공동투쟁의 계획이 없다. 그리고 비정규직법을 이야기하면서도 시공참여자제도는 마치 별개의 문제인 것처럼 치부하고 잘 알지도 못한다.
7월 8일 공무원노조투쟁을 시작으로 12일 총연맹 차원의 투쟁, 그리고 공공연맹과 금속연맹 등 여러 연맹이 투쟁계획을 세우고 있다. 건설산업연맹은 7월 11일 1만 명 서울상경 건설노동자 대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이어 8월 27일부터 9월 1일까지 부산에서 ILO 아태지역 총회와 그 동안 미루어진 비정규직 보호법안과 특수고용직과 관련한 법안을 처리해야 할 9월 정기국회가 있다.
각 투쟁 주체들이 서로 교류하고 연대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내야 한다. 대구경북건설노동자 투쟁의 완전한 승리는 그것에 달려있다. 이것은 달구벌을 달구고 있는 건설노동자들이 할 수 없는 일이다. 각 산업과 지역에 포진되어 있는 활동가들의 몫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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