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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노동자정치신문 71호 목차 / 2011년, 자해적인 조합주의를 떨쳐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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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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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9 00:55:22, 조회:5,361, 추천: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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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자해적인 조합주의를 떨쳐내자!
계급과 계급의식
맑스와 엥겔스는 ‘공산당 선언’에서 “오늘날 부르주아지에 대립하고 있는 모든 계급들 중에서 오직 프롤레타리아트만이 참으로 혁명적인 계급이다”라고 했다. 소공업가, 소상인 및 농민 등 중간 신분들은 자기의 존립을 몰락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하여 부르주아와 투쟁하기 때문에 그들은 혁명적이지 않고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들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뒤로 돌리려고 하기 때문에 때로는 반동적이기 조차 하다. 그러나 노동자계급은 가진 것은 노동력밖에 없으며, 노동자 자신이 자본주의 착취질서로부터 벗어나지 않으면 해방될 수 없기 때문에 혁명적으로 되는 것이다.
그런데 맑스와 엥겔스가 말한 것처럼 노동자계급만이 참으로 혁명적이라면 오늘날 한국사회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에서 보였던 정규직 노동자들의 전반적인 보수적인 태도와 심지어 일각에서 보이는 반동적인 태도는 무엇인가? 맑스와 엥겔스가 말하는 노동자계급의 혁명성은 단순히 정치적 선언이나 수사에 불과하다는 말인가?
노동자계급의 사상가들이 말하는 노동자계급의 혁명성은 노동자계급이 처한 객관적인 조건이 노동자계급을 혁명적인 계급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착취 받는 노동자들의 경제적 조건을 타파하지 않으면 착취당하는 노동자의 현실은 조금도 변화하지 않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자본주의 자체를 철폐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적 조건에서 나오는 노동자들의 혁명성은 아직 하나의 가능성에 불과하다.
노동자가 처한 조건이 노동자를 혁명적 계급으로 만든다는 주장이 현실에서의 혁명성이 되려면 노동자계급은 계급의식을 획득해야 한다. 이러한 계급의식의 형성이 없다면 노동자계급은 자신들이 처한 위치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반동적으로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노동자계급이 처한 혁명적 조건은 어떻게 혁명적 계급의식이 될 수 있는가?
노동자계급은 생산관계 내에서 자본에게 착취 받는 경제적 조건이 없다면 계급의식을 형성할 수 없다. 맑스나 엥겔스처럼 노동자계급의 일원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혁명적 사상을 가지게 된 것은 지배계급이나 지배계급의 일원이 될 수 있는 자신들의 계급적 조건을 혁명적 의식으로 거부하였기 때문이다. 지배계급이나 지배계급의 일원이 자신의 계급적 조건을 배반하고 노동자계급의 편에 선다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인 것이다.
노동자계급은 자본에게 끊임없이 착취당하고 통제당하고 인간적으로 모욕당하는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어 임금인상 투쟁과 단협투쟁, 자본의 착취를 용이하게 하는 국가권력에 의해 만들어진 노동악법에 맞서 싸우면서 계급의식을 형성하게 된다. 그러나 이 계급의식은 아직 진정한 정치의식이 아니다. 진정한 정치의식의 맹아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레닌은 노동자계급의 진정한 정치의식은 “외부로부터 주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이처럼 경제적으로 착취 받고 탄압당하는 노동자의 현실과 이에 맞서 싸우는 투쟁을 통해 형성된 초보적인 계급의식의 형성을 바탕으로 해서 노동자계급의 과학적 사상이 결합됐을 때만이 진정한 사회주의 정치의식이 되는 것이다.
노동자계급의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것은 바로 과학적, 혁명적인 사회주의 사상이다. 노동자계급은 보통 스스로 이러한 과학적 사상을 습득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과학적 사상은 자본주의의 현실과 본질에 대한 경제적, 철학적, 역사적 모든 분야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와 분석이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사상은 하루 종일 공장과 직장에서 착취당하면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을 소진당하는 노동자들이 스스로 만들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노동자계급의 위대한 사상가들이 만들어내는 과학적, 혁명적 사상은 각고의 지적, 이론적 분투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현실의 노동자투쟁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다. 이 사상이 노동자계급의 투쟁을 과학적으로 해명하지 못하고 투쟁에 무기가 되지 못하는 주의주장에 불과하다면 그것은 혁명적 이론이 아니라 한낱 지식나부랭이에 불과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상은 노동자계급이라는 현실의 힘과 결합될 때만이 단지 비판적 이데올로기에서 현실을 변혁시킬 수 있는 거대한 물질적 힘이 되는 것이다.
노동자계급과 노동자계급의 투쟁이 없다면 사상가들의 과학적, 혁명적 사상도 없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맹아적 형성기에 생시몽, 푸리에, 오웬이라는 위대한 사상가들이 있었지만 노동자계급이 아직 대중적으로 형성되지 않은 결과로 인해서 이들이 자본주의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데에는 역사적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과학적 사상은 노동자계급을 통해 현실을 변혁하는 물질적 힘을 발견하고, 노동자계급은 과학적 사상을 통해 현실을 변화시키는데 필요한 이념적 무기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우리는 노동자계급과 과학적 사회주의의 결합이라고 한다.
또 하나 더 말해보자!
맑스와 엥겔스는 대공업의 발전과 더불어 현대자본주의 생산의 거대한 집중이 노동자들을 하나로 집중시켜 노동자의 단결을 낳는다고 했다. 그런데 왜 생산이 거대하게 집중된 현대자동차에서 노동자들은 갈등과 분열을 일삼고 심지어 대립하고 있는가?
현대자동차 자본의 거대한 성장은 조합원만 4만이 넘는 정규직 노동자들과 1만 5천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하나의 공장에 집결시켰다. 이것이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들을 노동조합으로 단결시켰고, 오늘날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동자들은 구속, 수배, 손배, 가압류라는 현대자본의 무수한 탄압에 맞서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상승시켰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하나의 공장에서 정규직과의 차별과 비인간적 대우, 고용불안에 맞서 지난 해 수천 여명이 노동조합으로 집결하여 공장을 점거하고 파업투쟁에 나서게 되었다.
현대차 자본의 거대한 성장이 노동자들을 결집시키고 노동자의 단결과 힘을 강화시키는 조건을 만든 것이다. 하지만 현대자본은 노동자의 단결과 힘의 성장을 막기 위해 비정규직 제도를 도입하고, 비정규직 내에도 1, 2, 3차 사내하청을 만들어 노동자들을 갈기갈기 분열시켰다. 또한 정규직 노동자들을 노동귀족으로 취급하여 사회적으로 고립시키고,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갈등과 분열을 조장해서 노동자의 단결을 가로막고 있다. 현대차 자본은 이경훈집행부라는 관료들을 앞세워서 비정규직노동자들에 대한 관료적 통제력을 강화시키고 파업을 파괴했다. 현대차 자본은 자본의 성장에 따르는 노동자의 집결과 단결을 막기 위해 노동자를 사회적으로 고립시키고 노동자 내부를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눠서 분열시키고 지배를 강화해 왔던 것이다.
이러한 자본의 분열 이데올로기는 현대차 공장 내부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세력들을 ‘외부세력’이라는 이름으로 분열시켰다. 이러한 자본의 ‘외부세력’이라는 분열 이데올로기는 현대차뿐만 아니라 쌍용차 노동자들의 정리해고 반대투쟁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났고, GM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공농성 투쟁에서도 이른바 ‘학생출신’이라는 근거로 나타났다. 심지어 홍익대에서는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서 뉴라이트 학생회들을 내세워 ‘외부세력’이데올로기가 똑 같이 나타났다.
자본의 이러한 분열 이데올로기는 노동자의 단결을 가로막고 노동자들의 계급의식을 훼손시키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착취당하면서 자본주의 사회 자체를 변혁하지 않으면 해방될 수 없는 노동자의 경제적 조건에서의 혁명성은 이렇게 자본의 개입과 분열이데올로기에 의해 현실적인 혁명성이 되지 못하고 조합주의로 타락하고 있는 것이다.
계급과 계급의식을 배반하는 조합주의
2010년 말 공장점거 파업으로 현대차 독점자본의 심장을 건드리며 사회 전체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중단에서 보듯 2011년은 특히 노동자의 단결과 계급의식의 형성을 강조해야 한다. 자본의 노동자 내부의 분열공세와 노동자계급 내부의 폐쇄적인 조합주의 이데올로기가 이 투쟁을 승리로 나아가지 못하게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조합주의는 노동조합 내부 조합원들의 물질적 이해관계를 최우선에 두고 조합원들의 고용안정과 임금인상, 단협 개선 등 경제적 이해를 도모하고자 한다. 그러나 조합주의는 그것이 조합으로 조직된 노동자들 내부로 한정되면서 조합 외부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철거민, 노점상, 농민 등에 대해서는 배타적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조합 외부에 대한 배타성이 바로 ‘외부세력’이라는 논리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산별노조는 이러한 기업별 노조의 조합주의를 타파하고 노동자의 대단결이라는 명목으로 추진되고 있으나 관료주의화 되고, 투쟁성, 변혁성을 상실하면서 그 역시 조합주의의 포로가 되고 있다.
이러한 조합주의는 교섭과 타협을 강조하면서 회사 발전에 우선적으로 복무하면서 그 성과를 나눠가지자고 조합원들에게 호소한다. 자본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동안은 일정 정도 조합원들의 임금과 복지를 향상시키도록 한다. 그러나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동자들이 획득한 임금인상과 단협, 복지의 향상은 조합주의의 결과물이라기보다는 사실은 자본에 맞서 투쟁한 노동자들의 성과물이었다. 이러한 성과물은 노동자들의 투쟁이 없으면 언제라도 헌신짝처럼 자본에 의해 내팽개쳐질 수밖에 없다. 자본의 안정적인 성장이 중단되는 급격한 위기의 순간에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실제 과거 97년 기아부도와 희망퇴직, 98년 현대자동차 희망퇴직과 정리해고, 2001년 대우자동차 의원퇴직과 정리해고 당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희망퇴직을 빙자한 위장된 정리해고와 직접적인 정리해고로 수만 명이 회사를 떠나야 했다. 이러한 회사들은 그야말로 잘나가는 회사였다. 현대자동차는 물론이고 봉고신화를 개척한 기아자동차나 세계경영이라는 이름으로 찬사를 받던 대우자동차 역시 그랬다. 그러나 자본의 위기는 이러한 안정성을 일거에 무너뜨리고 비정규직, 정규직 가릴 것 없이 폭풍우처럼 정리해고를 몰아쳤다.
쌍용자동차의 대량 정리해고 역시 고작 2009년 여름의 일이었으며 쌍용차 노동자들은 아직도 투쟁하고 있고, 희망퇴직과 정리해고로 인해 십여 명 이상의 노동자들과 가족이 비참한 자살로 생을 마감해야 했다. 대우자동차판매 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대량 정리해고의 칼바람 앞에서 지금도 계속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이것이 조합주의자들이 말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상대적 안정성의 실체인 것이다. 그렇다면 ‘외부세력’이라며 비정규직 해고자와 연대세력을 내쫓은 현대자동차 이경훈집행부는 물론이고, 금속노조 파업결의를 6대 4로 부결시킨 정규직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은 현대자동차가 잘나가기 때문에 다르다고 할 수 있는가?
현대자동차는 전 세계 공황의 한 가운데서 GM, 포드, 크라이슬러의 위기와 도요타의 리콜 사태와 낮은 원화가치, 비정규직에 대한 초과착취 등으로 위기를 돌파해 왔다고 하지만 유럽의 재정위기, 중국의 긴축정책, 미국의 더블 딥으로 표현되는 전 세계적인 위기가 재차 전면화 돼서 세계시장과 국내시장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든다면 비정규직은 물론이고 정규직 노동자들의 상대적 안정성마저도 일거에 무너져 내릴 것이다. 이미 현대자본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에서도 정규직이 자연감원한 자리에 비정규직을 점차적으로 채워 넣으면서 정규직 고용을 축소해온 터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러한 급격한 현대자동차의 위기 말고도 올 7월부터 복수노조가 시행되면 현대차 정규직 노조 내부를 갈가리 분열시켜서 분쇄하려할 것이다.
기아자동차에서는 이것이 점점 더 현실화 되고 있다. 기아자본은 민주화집행부라고 하는 김성락집행부가 무쟁의로 임단협을 마무리하자 타임오프를 내세워 노동조합을 약화시키고 있고, 기아노동자연대(기노련)이라고 하는 노골적인 어용세력들을 내세워서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복수노조를 대비해 어용노조를 만들려고 획책하고 있다. 이러한 자본과 정권의 음모는 철도노조에서는 노조간부에 대한 사찰과 통제, 노조무력화 공세로 나타났고, 발전노조에서는 노조 탈퇴 공작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대자본도 올해 임단협을 앞두고 타임오프 공세와 복수노조를 대비한 노조 내부의 분열공작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계급적 단결을 외면하고 조합주의에 사로잡혀 안주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이미 노동조합의 위기는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가하는 자본의 분열공작은 복수노조가 시행되면 교섭창구단일화와 회사 측 노조를 육성하여 정규직 노동자 내부도 분열시켜 노동조합을 말살하려 획책할 것이다. 공황의 재차 심화와 복수노조를 통한 노조내부의 분열은 비정규직 노동자와의 연대와 계급적 단결을 외면한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곧바로 부메랑이 되어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다.
연대와 노동자 단결을 외면하고 조합 내부 노동자들만의 이기적인 물질적 이해에 사로잡혀온 조합주의자들은 야간노동 철폐, 월급제 쟁취라는 노동자들의 절절한 요구를 외면할 뿐만 아니라 위기를 맞는 자본의 공세 앞에서는 철저하게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합리적인 교섭과 타협으로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과 임금, 복지를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공황이라는 외부적 위기와 노조내부의 분열의 계기가 되는 복수노조 공세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로 현대차 자본에 맞서 투쟁할 때만이 대응책을 찾을 수 있다. 복수노조 시대에는 다수 조합원을 포괄한 노조가 대표교섭권을 획득할 수 있고, 자본의 노조말살 공세에 맞서 위력적인 파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조합주의는 노동자들의 절절한 요구를 해결할 수 없을뿐더러 계급을 배반하고 노동자계급의 계급의식의 형성을 철저하게 방해하는 반노동자적이고 친자본적인 반역적 이데올로기이다.
계급과 진정한 계급의식의 형성
현대자동차에서 나타났던 정규직 내부의 보수주의와 조합주의는 현대자동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아자동차에서도 비정규직 파업에 대해서 정규직 노동자 일부가 구사대 노릇을 하면서 파업을 파괴했다. GM대우에서도 비정규직 투쟁에 대해 ‘공장을 볼모로 한 투쟁’이라는 악선동이 똑같이 제기됐다. 이것이 비정규직 철폐를 노동운동의 공식 구호로 내걸고 싸우고 있으면서도 자기사업장 내에서 비정규직과 분열을 일삼고 있는 한국 노동운동의 현실이다. 이러한 노동계급 내부의 자해적인 분열양상을 비집고 독점자본은 "분열시켜 통치한다"는 전략으로 사회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자본이 조장하는 ‘외부세력’ 논리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분열을 조장하고, 정규직 내에서는 다른 사업장과의 분열을 조장하고, 같은 사업장 내에서는 해고자와 조합원 내부를, 물량경쟁을 통한 사업부와 사업부, 부서와 부서를, 성과급 임금제를 통해 노동자를 개인별로 쪼개고 쪼개서 분열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자본의 분열에 기초한 통치전략은 노동자 계급내부뿐만이 아니라 노동자계급과 그 동맹세력인 중간계급인 철거민, 노점상, 농민, 소상인 등 피착취 계급 내부를 분열시키고 있다.
이러한 자본의 분열공세에 한국의 노동자계급이 조합주의적인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동안에 자본은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전체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하고 노동조건을 악화시키고 복지를 공격하여 후퇴시키고 있다. 전체 사회는 청년실업자들을 중심으로 해서 실업자로 가득차고 빈곤과 절망 속에서 자살자가 속출하고 가정은 파괴당하고 있다.
이러한 자본의 분열공세에 맞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현장 대중 속에서 투쟁하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되어서 매서운 추위와 맞서 싸우면서 고공에서, 목숨을 건 단식농성으로, 천막농성으로 힘겹고 고통스런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러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던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의 현실이 되고 있다. 한진중공업에서도 역시 해고자인 김진숙 동지가 한겨울의 매서운 바닷바람과 싸우면서 고공 크레인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한진중공업 역시 비정규직 우선 정리해고에 노동자의 단결로 분쇄하지 못하고, 여론전을 이유로 공장을 점거하는 강력한 현장대중 투쟁을 전개하지 못하기 때문에 해고 노동자가 고공으로 올라가서 처절하게 투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노동자와 민중의 처참한 현실은 혁명적으로 될 수 있는 객관적 조건을 갖춘 노동자계급이 진정한 계급의식을 형성하여 현실의 혁명적인 계급이 되어야 한다는 과제를 던져준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폐쇄적인 조합주의를 넘어 노동자 계급 내부가 하나로 단결해야 한다. 2010년 정규직 지부의 반노동자적 파업파괴 행위와 여기에 동조한 금속노조 관료들의 행태, 진보정당을 비롯한 야4당의 작태를 통해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각성하고 독자적 투쟁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노동자의 분열을 조장하는 의미에서의 독자성이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독자적으로 강력하게 투쟁할 수 있을 때 정규직과의 계급적 단결도 가능하다는 인식을 처절하게 자각하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노동자계급 내부의 정치의식, 계급의식은 불균등하게 성장한다. 따라서 노동자계급 내부에서 가장 먼저 과학적 사상과 혁명적 사상을 획득하고 대중투쟁에서 이를 실천하는 기간대오가 형성되어야 한다. 이른바 선진 활동가들은 노동자 계급 대오 내부의 가장 선진적인 부위로서 자본의 분열 이데올로기와 노동자계급 내부에 팽배한 조합주의와 노동자계급의 지도자를 자처하고 있는 관료주의에 맞서 새로운 지도력을 획득해야 한다.
이러한 선진 활동가 대오는 지금 투쟁하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GM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들, 홍익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속에서, 그리고 이 투쟁에 연대하는 정규직 활동가 속에서, 정리해고에 맞서 싸우는 쌍용차 노동자들 내에서,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실천 활동 속에서 만들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선진대오는 실천활동 뿐만 아니라 이 실천에 과학성을 불어넣고 혁명적 전망을 제시하는 사상투쟁과 하나가 될 때만이 진정으로 계급의 가장 선진적 일부인 전위가 될 수 있다.
노동자계급 내부의 단결은 현실의 혁명적 계급이 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만 이것을 넘어서야지만 진정으로 혁명적인 계급이 된다. 전체 사회의 진정한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 노동자계급은 노동자계급 내부의 단결뿐만 아니라 전체 민중들과 단결해야 한다. 노동자계급은 독점자본주의 하에서 억압받고 착취 받는 제 민중들의 이해를 앞장서서 대변하고 굳게 손잡아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계급의식, 정치의식인 것이고 그럴 때만이 노동자계급은 새로운 사회의 진정한 지배자가 될 수 있다.
자본은 분열해서 통치하기 때문에 한 사회를 진정으로 통합하고 진보적인 삶을 개척하는 지배계급으로 머물 수 있는 자격을 상실했다. 반면에 노동자계급은 우선적으로 계급 내부를 단결하고 피억압계급 전체를 통합하는 속에서만이 착취를 철폐하고 새로운 지배계급이 될 수 있는 진보적 계급이다. 자해적인 조합주의를 극복하고 투쟁하는 노동자들 중에서 새로운 전위적 부위가 만들어지고 이러한 전위적 부위에 의해 새로운 혁명적 지도력이 만들어질 때 노동자계급과 민중들은 처참한 현실을 극복하고 당면 투쟁에서 승리할 수 있으며, 이 반동적인 자본주의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것이 2011년 한국사회 노동자계급에게 주어진 혁명적 과제이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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