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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창간 14호] 삼성의 8000억 사회기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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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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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28 22:13:08, 조회:2,671, 추천: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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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8000억 사회기금
삼성 이건희 일가가 “정치자금과 자식들에 대한 증여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라며 사재 8000억을 사회기금으로 내놓았다. 덧붙여 삼성은 공정거래법 소원을 취하하고, 2천억 사회 복지 지원,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02년에도 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 김홍업에게 5억원을 로비한 사건이 알려지자 며칠 뒤, 45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해 이건희 장학재단을 설립했던 삼성은 이번에는 X파일과 에버랜드 불법 전환사채 편법증여 등의 문제가 불거지자 8000억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더니! 그 동안 노동탄압과 불법감시, ‘X'파일 정치권 로비사건, 탈세 등 온갖 비리와 범죄를 저지르고도 검찰의 수사망을 벗어나던 삼성은 거액의 돈으로 또다시 면죄부를 사려고 하고 있다.
그 동안 정치권, 검찰과의 유착 등 파렴치한 정치적 개입과 재산세습 방법이 폭로되고 전 사회적 양극화의 심화로 인해 대중들의 불만과 분노는 깊어져왔다. 삼성은 자신의 목숨과 같은 사적소유권, 2세에게 재산을 세습하는데 있어 이러한 대중적 분위기에 위기를 느끼고 8000억을 내놓았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기만적인 삼성의 행태를 통해 자본주의체제의 실체를 폭로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삼성은 그동안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해왔다. 남한 최대의 독점자본 삼성은 노동자들에 대한 일상적인 감시, 사찰, 미행과 SDI 삼성 노동자 핸드폰 위치추적 등의 인권유린, 노동탄압 만행을 저지르고도 검찰의 어떤 수사나 처벌도 받은 적이 없다.
그것은 삼성이 관료들과 정치가들뿐만 아니라 검찰과 사법부, 나아가 언론과 교육계까지 매수하여 특권적 지위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학계, 법조계, 언론계, 재계, 정계, 관계에 걸쳐 278명의 삼성 인맥이 형성되어 최근 3년간에도 대통령 비서실, 재경부, 국세청, 금감원, 공정위 출신관료들이 삼성으로 자리를 옮겼다. 또한 삼성은 그동안 불법정치자금을 통해 모든 대선후보를 관리해왔다. 참여연대의 ‘삼성그룹의 불법정치자금의 역사와 사법처리 현황’을 보만 보더라도 이승만 정권부터 전두환 정권 때 220억, 노태우정권에 250억, 김대중 정권에 5억원을 제공, 2002년 대선 때도 355억을 제공해 정치권에 로비자금이 865억원에 이른다.
이러한 삼성의 권력은 경제력으로부터 나온다. 삼성은 63개의 계열사, 20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자산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세계 9개뿐이라는 당기순이익 10억 달러(10조원) 클럽에 가입했으며, 삼성전자 사내등기이사들의 연봉은 1인당 81억에 이른다.
삼성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등 금융그룹을 소유하고 있다. 삼성은 전체 자산 209조 1000억중에서 금융계열사 총자산이 117조 6000억원으로 56.2%를 차지한다.
2000년 삼성 이건희와 삼성에버랜드 이사 등이 7,700원의 싼 값에 전환 사채를 발행하여 에버랜드 지배주주 권한을 이건희 아들 이재용에게 넘기는 것이 가능했던 것은 에버랜드가 삼성그룹 안에서 지주회사로 삼성의 주요 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주회사는 소량의 지분만으로도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지주회사 제도는 독점체의 권력을 강화시킬 뿐만 아니라, 재벌총수가 경영의 전권을 행사하면서도 경영활동 결과에 책임지지 않기 때문에 온갖 사기와 술수로 사익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한다.
이처럼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삼성과 같은 독점자본이 모든 영역에 걸쳐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는 사적소유를 보장함으로써 다수의 노동자 인민의 필요와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본가의 열병같은 이윤추구를 위한 노동착취와 억압, 비리와 정경유착을 통해 굴러 가는 것이다.
그러나 참여연대와 같은 시민단체는 삼성의 사회기금에 대해 논평을 통해 근본적 문제는 “금융을 통한 그룹 지배와 배임에 의한 2세 승계를 합법화하기 위해 법과 원칙을 왜곡한 점”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 또한 “문제의 근원은 금융 계열사를 이용한 지배구조와 불법증여를 통한 경영권 세습, ‘삼성공화국’이란 말로 상징되는 권력화”라고 비판했다.
한겨레와 참여연대는 삼성의 탈세와 불법적 경영세습, 기업의 지배구조를 바로잡는 것이 근본적 문제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남한의 독점자본이 황제경영, 족벌경영으로 불법세습 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그들은 탈세감시, 기부금제도 개선, 비상장주식 공정평가와 같은 활동을 통해 ‘재벌개혁’을 함으로써 투명한 자본주의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건희가 이재용에게 합법적으로 경영을 세습했다면, 혹은 이건희 아들이 아닌 다른 사람이 삼성자본을 경영한다고 해도 문제의 본질을 바뀌지 않는다. 자본주의 체제는 독점을 더욱더 강화시키고 있다.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생산은 점점 사회화 되는데, 생산수단은 소수의 손에 집중되고 있다.
참여연대는 “자본주의의 생명력은 시장에서의 공정경쟁이 영속적으로 보장될 때 유지된다.”는 논리로 ‘금융산업구조에 관한 법률(이하 금산법)’이 개정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삼성에서 금산법을 개정해서 삼성은행을 만든다는 논란이 계속 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가가 금융과 산업자본을 분리하고, 상호출자를 제한하며 주식소유 지분을 분산시키는 것은 결코 ‘반재벌’ 정책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다. 총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국가로서는 사적자본이 부도가 났을 때 계열사 간 출자로 인해 도산하는 위험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금융산업구조에 관한 법률(이하 금산법)이나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정권은 IMF 경제위기 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금융, 기업,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을 거쳐 세계적인 규모의 독점 자본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를 당했고, 비정규직으로 전락하여 생존권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이렇듯 국가는 자본의 위기에 대하여 얼마든지 노동자를 공격할 준비가 되어 있고 참여연대는 여기에 맞장구치며 ‘투명하게 착취하자!’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참여연대같은 시민단체들이 삼성의 8000억의 기부를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삼성의 기부는 시민단체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스스로의 야만적 착취와 사회적 지배를 반성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삼성에 대한 대중의 비난과 분노를 잠재우고 실추한 삼성의 이미지를 제고해보려는 시도일 뿐이다. 악랄한 노동자 탄압과 착취로 이윤을 향해 질주하는 독점자본에게 ‘재벌개혁’이나 투명경영을 말하는 시민단체들은 자본주의 체제의 폭력적 본질을 은폐하고 있다. 노동자의 힘으로 자본주의 체제의 심장부인 독점자본을 타격하자!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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