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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21호] 저항의 물결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멕시코, 대만, 헝가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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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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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29 08:21:13, 조회:2,164, 추천: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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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재와 부정으로 얼룩진 얼굴을 가리며 대중을 기만하던 부르주아 정당들의 베일이 벗겨지면서 대중들의 분노가 세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멕시코에서는 지난 7월에 대선을 치렀고, 집권당이 1%도 안 되는 차이로 당선이 되면서 선거 부정 의혹으로 재검표를 진행했다. 두 달 동안 백만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우파 집권당(국민행동당)을 부정하며 쏘칼로 광장에 모여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고, 도로를 봉쇄했다. 한편 대만에서는 천수이볜 총통과 가족들에 대한 비리 사건이 연이어 폭로되면서 몇 달 동안 수많은 대중들이 붉은 옷을 입고 거리로 나가 총통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를 하면서 총리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헝가리에서는 총리의 ‘정부는 경제에 대해 거짓말만 했다’라는 ‘솔직한’ 발언이 녹음된 테이프가 공개되면서 국영방송국을 습격하는 등의 폭력적 반정부 시위가 며칠간 지속되었다.
전 세계적 분노
유럽, 아시아 남미라는 서로 멀리 떨어진 거리에서, 정치적 배경과 경제 수준을 서로 달리 하는 이들 나라에서 나타나고 있는 대중들의 분노와 저항들, 단지 우연처럼 만나 일어나고 있는 일인가?
물론 나라마다 분노의 구체적 목소리와 요구는 서로 다르다. 그리고 저항의 양상도 각기 달리하고 있다. 멕시코에서는 열광적이나 평화적 시위 방식으로 탈락된 야당 후보를 지지하고 있고(며칠 전에는 ‘저항 정부’를 선포하면서 야당 후보를 저항정부의 진정한 대통령으로 추대하기도 했다.), 헝가리에서는 방화와 폭력으로 총리 사퇴를 요구했고 그 틈에서 우파 훌리건들이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대중들의 분노의 언어와 대상은 서로 다를지라도, 불만의 내용과 열망하는 것은 다르지가 않다. “우리의 생존은 나날이 위협 받고 있는데 부패와 위선으로 가득 찬 정치를 지켜보는 것도 한계에 달했다. 너희는 우리를 대변할 수 없다.”
뭔가 다른 삶을 보여줄 것처럼 약속하던 부르주아 개혁 세력들은 경제문제 해결은커녕 부패와 거짓말에 여념이 없다. 자본의 민중 생존권에 대한 공격은 더욱 노골적으로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들에 대한 한 때의 지지는 바닥에 떨어졌다. 부르주아 정당에 대한 실망과 배신은 대중들을 거리에 모으고, 불만을 외치고, 정부를 비난하도록 하고 있다.
멕시코와 대만은 모두 2000년에 선거를 통해 독재정권을 교체하였다. 독재 정권 하에서의 부르주아 개혁 세력들은 민주화 투쟁의 성과들을 챙기며 많은 기대와 지지를 받으며 집권한했다. 그러나 정권교체로 집권을 한 바로 그들 세력이 지금 위기를 겪고 있다. 대만 민주화의 주역이던 민진당 또한 비리의 온상이 되었고, 경제에도 무능력하다고 평가 받고 있다.
부르주아적 자유와 개혁을 이야기 하던 그들도 결국은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자본의 요구와 이해를 들고 갈 수밖에 없음을, 독재 정권에 맞서 쟁취한 부르주아 민주주의마저도 스스로 훼손할 수밖에 없음을 증명하는 데는 몇 년이 걸리지 않았던 것이다.
멕시코는 94년 나프타 체결과 아시아에 앞선 경제 위기를 겪은 이후 농촌과 도시에의 구조조정과 노동유연성 공격을 진행하였다. 무역이나 외국인 투자 지표가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실업률은 높아지고 빈부격차는 증가하고 있다. 농촌의 몰락으로 도시의 거리는 빈곤, 실업, 범죄의 위험으로 가득하다. 멕시코 국경에는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미국으로 넘어가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집권한 포스트 독재 정당의 대통령은 코카콜라사장 출신이었다. 그는 삶에 대한 ‘개혁’을 희망하던 농민과 노동자들에게 절망만을 안겨줄 수밖에 없었고 결국은 올해 대선에서는 부정선거로 재집권을 할 수밖에 없게 되고 엄청난 저항에 직면했던 것이다.
대만에서 지금 수모를 당하고 있는 민진당 천수이벤 총통은 국민당 독재시절 민주화 운동을 하던 인권변호사 출신이다. 2000년 정권교체를 하면서 당선되었으나 지지도가 추락하면서 04년 재선에서는 저격 사건을 조작해 동정표를 얻고 재선되었다. 그러나 비리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사임을 압박받고 있다.
엄청난 빈부격차와 빈곤에 허덕이고 있는 멕시코는 물론, 대만 또한 아시아 경제위기를 겪은 이후 민진당 천수이벤 시절에 구조조정, 민영화, 복지 개악과 노동 유연성 공격을 진행했다. 민진당 집권 동안 성장률이 감소하고 노동시간을 연장 해 왔으며 최대의 실업률을 기록했다.
사회당이 집권한 헝가리 역시 마찬가지이다. 집권당은 사민주의적 분배와 복지 정책을 내걸고 당선되었다. 그러나 EU에 가입하고 EU의 기준에 따른다면서 사회당의 분배와 복지라는 약속은 ‘거짓말’이었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었다. 세금인상과 교육, 의료 복지 감소 등을 추진하면서 대중들의 불만은 더욱 거세졌다.
이들 국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위나 대중들의 불만은 직접적으로는 집권당 대표에 대한 분노와 불신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사실 그것을 이끌어 낸 것은 생활에서 느끼는 경제적인 불안과 옥죄이는 생존권에 대한 위협, 빈부격차에 대한 불만이다. 그러한 불만을 집권당이 무능력과 부패 때문이라고 여기며 그들에게 분노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실제로 시위에 나서는 사람들은 실업문제와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에 대한 불만을 내보이고 있다.
이는 앞에서 언급한 국가들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니다. 전 세계적인 경제 불안은 대중에 대한 자본의 공격으로, 그로 인한 불안과 적대의 증가로, 결국은 정치적인 불안으로 나타나고 있다. 남한에서도 마찬가지로 비정규직 증가, 구조조정, 실업에의 공격이 가정파괴, 자살률 증가, 범죄, 절대 빈곤과 같은 일상에서의 불안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불안과 불만은 가득하나 그 어느 정당도 ‘민생경제’를 책임지지 못하고 이전투구하고만 있다.
정치적 냉소는 부르주아 정치에 대한 환멸의 다른 표현이다. 그러나 이러한 냉소는 언제 대중적 에너지를 갖고 폭발력을 지닐지 모른다. 얼마 전까지 프랑스에서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차별과 실업에 대한 불만이 방화 소요 사태로 나타났었고, 정부의 노골적인 노동 유연화 공격에 맞서 최초노동개악법 투쟁을 벌였었다. 한편 부르주아 정당정치가 안정되지 못한 국가에서 조직되지 못한 대중의 에너지는 급격한 정치적 불안으로 빠져들게 할 수도 있다.
대안은 누구에게서 나올 것인가?
그러나 이러한 대중들의 불만의 힘을 대부분 또 다른 부르주아 세력인 야당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야당세력들은 대중의 에너지가 체제를 벗어나지 않도록 수위를 조절하면서 체제를 안정화시키려 하는 동시에 정치적 불안을 자신의 집권 수단으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
1%도 안된 득표 차, 부정선거로 집권당이 재집권하면서 분노하고 있는 멕시코는 야당의 후보(오브라도르)를 열광적으로 지지하였다. 그러나 정작 오브라도르는 시위는 평화적으로 진행되어야 함을 주장하였다. 헝가리는 제 1야당이 우파인데 이들은 사민주의 집권당에 대한 폭력적 분노를 자제시키고 집회를 뒤로 미루면서 ‘선거를 통해 심판하자’라며 짐짓 차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만에서는 얼마 전까지는 과거 독재 정권의 후예인 야당 국민당에서 총통 퇴진 운동을 벌이다가 이제는 여당 한축에서 총통의 퇴진을 주도하며 여당 살리기를 하고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대중의 분노를 집권당에 대한 것으로, 대표자의 무능력과 부패로 돌리며 그것을 자신들에 대한 지지로 묶어내려 하고 있다.
한편 부르주아 의회정치가 아닌 다른 정치를 대안으로 만나지 못한 대중들은 부정부패 없는 깨끗한 정당이 들어서면 뭔가 바뀔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여전히 표를 던져줄 정당을 찾으려 한다. 부르주아 정당들은 자신들은 국가의 경제를 살리고 국민의 안정을 도모할 능력이 되는 정당인듯, 끊임없이 중립적인척, 환상을 유포하며 자신들의 집권 경쟁에 대중을 기만하고 수동화시키려 한다.
그러나 이들 야당이 집권하더라도 마찬가지의 실패는 예견되어 있는 것이다. 이번에 아까운 차이로 패배한 멕시코의 야당 오브라도르 후보는 선거 공약으로 ‘미국과 나프타 재협상, 농민등의 저소득층의 복지 확대, 세금 인하’ 등을 내세웠다. 그러는 한편으로는 미국과의 근본적인 우호적인 관계는 유지해야 한다면서 미국과 자본가들의 눈치를 살폈고,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한국의 노무현을 모델로 삼고 있다는 식의 말을 하기도 했다. 브라질의 룰라와 같은 이들이 사민주의적 내용을 갖고 집권했으나 결국은 세계 경제의 불안, 경쟁의 심화와 이에 따른 국내 자본의 요구 앞에 순응하고 우경화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멕시코에서 야당 오브라도르가 당선되었더라도 다른 모습을 보이지는 않게 될 것이다.
사민주의 정당의 우경화, 개혁을 내건 부르주아 정당들에 대한 실망과 공격받는 생존권에서의 불안은 보다 노골적인 우파에 대한 지지로 나타나기도 한다. 헝가리에서 집권 사회당의 위기를 틈타 우파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얼마 전에는 복지국가의 마지막 상징과도 같았던 스웨덴에서도 우파가 총선에서 승리를 하였다. 사민주의당의 실패와 우경화와 더불어 유럽정치의 우경화는 이미 오래 전부터 다양한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우파에 대한 지지는 사민주의적, 개혁적 정당이 매력을 상실하고 서로 차이를 보이지 않음을 의미한다. 한편 우파의 성장은 애국주의와 민족주의로 국가경제를 살리자는 반동적인 목소리가 커질 여지를 낳는다.
이렇게 부르주아 정당이 서로간의 큰 차이를 보여주지 못하고 우경화되고 있는 것은 부르주아 정치가 더 이상 사회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세력으로써의 지배력이 약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는 약속은 선거기간 동안의 표어로 전락하고 국민경제 회복이라는 슬로건 아래 자본의 대변자로서의 국가의 모습을 보다 노골적으로 드러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더 이상 자본은 사회 전체의 안정을 보장해 줄 세력이 아니라 자신들의 본질인 특정계급으로써의 이해를 보다 노골적으로 드러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특정 국가에서만 나타나는 일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축적위기에 빠진 자본주의 국가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는 일이다. 경제의 위기는 삶의 위기로, 삶의 위기는 정치적 위기와 불신과 경쟁으로 나타나고 있다.
누가 주도할 것인가?
한 때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말이 인터넷 상에서 유행했었다. 정치, 경제와 관련된 사안뿐만이 아니라 정말 노무현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개인적인 사건이나 불만에도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며 비아냥거렸다. 물론 비아냥과 희화화를 마녀사냥처럼 좇아 다니는 네티즌들의 가벼운 유머라는 측면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지배세력에 대한 불신을 보여주는 동시에 정치적 냉소와 희화화를 반영하고 있었다.
대중들은 자신의 분노를 체제보다는 지배정치세력에게, 특히 지배정당과 지배정당의 대표자들을 향해 표현한다. 그래서 일상적으로는 대통력을 욕하고, 희화화하며 불만을 해소하려 한다. 이러한 냉소와 희화화는 부르주아 정치에서 끊임없이 대상화되고, 소외받고 있는 상태에서 느끼는 무력감의 반어적 표현이기도 하다.
그러나 부르주아 정당은 점점 더 대중의 비난과 불신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그들의 지배는 점점 더 불안정해질 것이다. 부르주아 정치는 대중의 지지를 통해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하는 한편 부르주아 정치의 실질적 주인인 자본은 더욱 더 노동자 민중을 쥐어 짤 수밖에 없는 모순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프랑스에서, 지금의 헝가리에서 그랬던 것처럼 어제까지만 해도 정치에 무관심하던 사람도 언제든 부르주아 정당의 위선과 기만성이 드러나는 순간 대중의 분노와 배신감으로 폭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잉태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다를 바가 없는 부르주아 정당들이 자리바꿈을 하면서 대중들에게 ‘이번에는 뭔가 다르겠지’라는 환상을 만들어내며 체제를 유지하는 동안 부르주아 정치에 대한 환멸과 배신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부르주아 정치가 위기에 빠지는 동시에 대중의 폭발력 또한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힘은 어느 세력이 주도하고 조직하는 가에 따라 한 번의 정치적 소동으로 끝날 수도 있다.
멕시코와 대만 모두 야당, 혹은 여당 내 다른 분파가 시위와 저항을 주도하면서 그것은 철저하게 평화적으로, 체제 내적으로 통제될 수밖에 없었다. 대만에서는 총파업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내부에서의 주장도 있었으나 결국은 주도세력에 의해 천수이벤이 물러나기만을 요구하는 시위로 통제되어야했다. 멕시코에서 선포한 ‘저항정부’는 오브라도르를 상징적인 대통령으로 인정하는 것이었을 뿐 국가권력에 근본적으로 맞서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들 국가에서 부르주아 정당의 부패와 무능력에 대한 대중의 불만을 계급의 적대로,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공격으로 조직하고 주도할 수 있는 세력은 없다. 오랜 독재정권의 역사에서 대부분의 노조는 어용화되어 있고, 노동자 계급의 혁명적 정치세력 또한 대중적 장악력을 갖고 있지 못하고 있다. 멕시코에서 원주민의 게릴라적 무장투쟁을 주도하던 사파티스타는 예전부터 정부와의 평화를 선언하였다. 이번 대선 기간 동안에는 ‘다른 선거’ 전술로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을 순회하며 집회를 하였다. 사파티스타는 부르주아 정치를 부정하고 폭로할 수는 있지만 직접 맞설 수는 없다. 자본에 적대하는 중심계급으로써의 노동자 계급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르주아 정치에 맞서는 근본적 대안을 발견하지 못한 대중의 불만은 폭력으로, 야당에 대한 지지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대중이 야당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계급성을 상실한 채 그들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보낼 수는 없다. 그들은 저항이 체제에 대한 투쟁으로 확산될 것을 두려워한다. 저항이 부르주아 체제와 물리적으로 대립한다면 자본과 정권의 탄압은 거세질 것이며 그들의 폭력적 본성을 드러낼 것이다. 대중의 폭발적 힘은 노동자 계급의 독자적인 정치와 내용으로, 부르주아 정치에 대한, 체제에 대한 저항으로 조직되어야 한다.
일상적으로는 부르주아 정치의 위선과 기만을 폭로하면서 부르주아 정치의 위기를 앞당겨야 한다. 현장에서의 투쟁은 자본과의 적대를 확인하고 강화하는 기회이다. 투쟁은 노동자 계급성이 단련시키며 자본의 폭력성을 드러낼 것이다. 부르주아 정치에 대한 일상적인 폭로와 투쟁으로 부르주아 정치의 위기를, 자본의 위기를 앞당기자. 노동자 계급이 주도하는 대중 투쟁으로 그들의 위기를 우리의 기회로 만들어 내자.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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