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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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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21 11:26:03, 조회:3,905, 추천: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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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루이보나빠르뜨의 브뤼메르 18일
1789년 프랑스 대혁명부터 1871년 파리꼬뮌까지 약 한 세기 동안 프랑스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 혁명의 역사이다. 맑스의 <보나빠르뜨의 브뤼메르 18일>은 그 가운데 1848년부터 1851년까지 혁명이 위기 속에서 혁명은 후퇴하고 부르조아 독재가 성립하는 과정을 그렸다.
“인간은 스스로 선택한 환경 속에서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주어진 물려받은 환경 속에서 역사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모든 죽은 세대들의 전통은 악몽과도 같이 살아 있는 사람들의 머리를 짓누른다.”
1851년 보나빠르뜨가 쿠데타로 권력을 잡는 사건을 ‘한 개인의 폭력적인 행위’만으로 보았던 빅토르 위고와 달리 맑스는 보나빠르뜨의 쿠데타가 일어나게 된 역사적 배경과 국가의 문제를 계급분석을 통해 다루고 있다.
맑스는 1848년 2월부터 1851년 12월 2일 보나빠르뜨의 쿠데타까지를 세 시기로 구분 짓는다. 1시기는 2월 혁명이후 임시정부 시기(1848년 2월 25일~5월 4일), 2시기는 제헌의회 시기(1848년 5월 4일~1849년 5월 28일), 3시기는 입법 국민의회 시기(1849년 5월 28일~ 1851년 12월 2일)이다.
1시기에는 2월 시기로 혁명의 서막이다. 이 시기 “빠리 프롤레타리아를 지지했던 것은 자기 자신 밖에 없었다.” 금융귀족, 산업 부르조아지, 쁘띠 부르주아지, 성직자, 우파 지식인 등 모든 부르조아계급은 프롤레타리아에 맞서 싸우기 위해 연합한다. 결국 6월 봉기는 실패로 돌아가고 부르주아 공화정이 수립되게 되는 것이 2시기이다. 3시기는 프롤레타리아를 축출해 낸 다음 부르조아 공화파를 몰락시키고 질서당이 독재하게 되는 과정이다. 프롤레타리아가 축출되자 이제 부르조아 분파들은 권력을 잡기 위해 경쟁하고, 마침내 쁘띠 부르주아지를 몰아내고 질서당과 보나빠르뜨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질서당은 정통왕조파와 오를레앙파의 연합이었다. 정통 왕조파는 토지귀족이었으며, 오를레앙파는 금융귀족, 산업과 상업 부르조아지로서 서로 다른 물질적 기반을 가지고 있었지만 공화정으로서 그들은 이해를 같이 했다. 질서당이 승리함에 따라 그들은 행정권과 군대, 입법부 전 국가권력을 장악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질서당의 독재는 영원하지 않았다. 질서당의 독재는 보나빠르뜨의 쿠데타로 무너지게 된다.
그렇다면 1851년 보나빠르뜨는 어떻게 쿠데타를 성공시킬 수 있었는가? 이 시기는 노동자 계급과 자본가계급 중 둘 중 하나가 힘의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던 때였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현존 국가 형태가 죽느냐 사느냐였던 만큼, 부르주아지는 자기 계급 대표자들에게 이 괴로운 과도적 상태의 종식과 아울러 현재의 상태를 유지를 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나빠르뜨는 군대를 장악하고 보수적 농민층과 룸펜프롤레타리아를 기반으로 집권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맑스는 이러한 역사적 상황과 대비시켜 쿠데타를 일으킨 보나빠르뜨 개인에 대해서는 자신이 천재인 줄 아는 바보, 영웅인줄 아는 보통사람으로 우스꽝스럽게 묘사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아무것도 아닌 보통사람 보나빠르뜨는 다름 아닌 국가를 의미하는 것이다.
부르주아 분파 내에서 권력을 장악한 질서당이 행정권과 대립을 겪고 마침내 보나빠르뜨가 권력을 잡게 되는 것은 의회권력과 행정권이 분리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은 나폴레옹 1세가 발전시킨 국가를 나폴레옹 3세가 보다 강력하게 중앙집권화된 국가로 완성시키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거대한 관료기구와 군사조직, 광범위하고 정교한 국가기구, 50만 명에 달하는 군대 이외에도 50만에 달하는 관리들 등으로 이루어진 이러한 행정권력, 즉 소름끼칠 정도로 기생적인 이러한 행정권력은 프랑스 사회를 온통 혼란에 빠뜨리고 있고, 봉건제의 붕괴와 더불어 그 봉건제의 붕괴를 촉진시키며 절대왕정시대에 치솟아 올랐던 프랑스 사회의 모든 숨구멍을 틀어막고 있다. 제 1차 프랑스 대혁명은 중앙집권화를 발전시켰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그 혁명은 ‘정부권력의 대리자의 권한과 직책과 양을 늘려놓았고 나폴레옹은 이러한 국가기구를 완성했다.”
이제 부르주아 계급 지배를 준비하는 수단에 지나지 않던 국가는 ‘사회로부터 나왔지만, 사회로부터 자신을 소외시키는 권력’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 국가기구의 모순이 있다. 그것은 입법권과 행정권의 대립이다. 맑스가 묘사하였듯 입법의회와 대통령은 헌법이 가진 “두개의 머리”이다. 입법과 행정의 분리를 통해 부르조아지들은 권력분립을 신성화 시킬 뿐만 아니라 그것이 확대되면서 지탱할 수밖에 없는 모순에 이르게 된다.
부르조아지들은 의회, 사법부, 입법부의 형식적 분리를 통해 국가권력이 단일한 계급의 권력이 아니라 권력을 분산하고 견제하는 전체 국민의 국가권력이라는 겉모양을 취한다. 그러나 부르주아가 만든 3권분립은 현실에서는 거대자본과의 유착에 의해 단일하게 자본의 이해를 대변한다. 그러면서도 왜 부르조아지들은 의회권력에 비해 행정권력을 강하게 만드는지에 대해 맑스는 이렇게 설명한다.
“프랑스 부르조아지의 물질적인 이해관계는 바로 그 수없이 가치를 지니고 있는 광범위한 국가기구를 유지하는 일과 아주 긴밀하게 얽혀 있다. 부르조아지는 자기 계급의 과잉인구를 국가기구에 취직시켜 이윤, 이자, 지대, 사례금의 형태로는 획득할 수 없는 것을 국가 봉급의 형태로 보충한다.”
이것이 부르조아지들이 국가기구를 강화시켜야 하고, 그 과정에서 의회권력을 불가피하게 약화시키면서 행정권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현재 국가의 역할은 과거보다 약화되었다고 볼 수 있는가? 부르조아지들이 주장하듯 작은정부라고 볼 수 있을까?
부르주아지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정부의 역할이 축소된 작은 정부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지방자치제를 통해 풀뿌리 민주주의가 확산되고, 권력이 분산되었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울산북구, 동구에서 보듯 말을 듣지 않는 지자체에 대한 예산배정을 축소하는 등 중앙행정권력은 지방자치제를 강하게 통제하고 있다. 또한 군대, 감옥, 경찰, 정보기관 등 무장한 국가기구의 힘은 현대 자본주의 시대에 와서 최고로 강화되었다.
게다가 ‘일 잘하는 작은정부’를 만들겠다는 남한의 노무현 정권은 집권 이후 작년 7월 말까지만 2만 2422명의 공무원을 증원하였다. 또한 삼성의 X파일 불법도청 사건에서 정권과 검찰, 언론의 삼성 독점자본과의 유착관계에서 보듯 국가는 자본과의 유착을 강화시키면서 자본의 이해를 노골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부르주아들은 선거를 통해 권력이 교체되는 듯한 모습을 취하지만 그것은 부르조아 내 분파들 간에 국가권력 쟁탈전일 뿐이며 부르조아 독재는 바뀌지 않는다. 역대 어느 권력보다 고도로 중앙 집중화된 국가권력을 가지는 것, 이것이 부르조아 독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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