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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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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24 18:16:31, 조회:2,316, 추천: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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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투쟁이야기] 궤도노동자 투쟁, ‘94에서 ‘04까지
- 94년 전기협, 전지협, 어용노조의 틀을 넘어서 공동투쟁의 깃발을 올리다
“졸음을 쫓으려고 봉지커피를 입안에 털어 넣는다든지, 겨울이면 기관차 실내는 물이 얼고 여름이면 40도 이상의 고열에 시달렸다.”
88년 철도기관사들이 ‘장거리 휴식확보와 시간외 수당 근기법 적용 및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면서 독자적으로 파업을 감행했다. 어용노조의 틀을 깨고 기관사들은 스스로 대표를 선출하고 파업에 돌입했다.(당시 어용노조 집행부는 열흘간의 기관사 투쟁에도 불구하고 “기관사 파업은 불법이라 집행부도 용납할 수 없다”며 지지 엄호는커녕 오히려 농성을 진압하기 위한 경찰 식대로 조합비를 천만 원 이상 지출했을 정도다.)
88년 서울지하철 노조도 이전의 합의사항 이행을 요구하는 파업을 벌였지만 이전의 합의보다 축소된 수정 합의로 인해 집행부는 사퇴했다. 그리고 ‘노조탄압 분쇄와 직제개편, 근무형태 변경’을 요구하는 89년 3월 파업으로 이어졌다.
전국의 열차는 일시에 멈췄다. 여론은 ‘국민의 발을 볼모로 한 집단 이기주의자들’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이 파업으로 1,463명의 철도 기관사들이 경찰에 연행되었고 11명이 구속되었다. 그리고 이 파업으로 철도 노동자들은 교통부에게서 최고 4시간가량 노동시간 단축과 정기 휴일과 근기법 수준의 수당 적용을 약속받았다.(하지만 교통부의 약속은 휴지조각이 되어 여전히 변형시간제가 적용되면서 장시간 노동은 계속되고 수당은 보장되지 않았다.)
89년에 ‘전국기관차 분회장협의회’(전기협)이 건설되었고, 전투적/자주적 노동운동을 지향하면서 준법투쟁과 현장투쟁을 통해 성장해왔다.(전기협은 5,200여명의 기관사와 3,000여명의 검수원, 기타 500여명으로 지역지부체계를 갖고 있었다.)
그 후 93년에는 철도청에 맞서는 투쟁력을 구축해가는 한편, 전기협 대의원들은 어용집행부를 두 번이나 교체시킬 정도로 조직적으로 개입해갔고 이에 어용노조 집행부는 위기감을 느꼈다.
당시 김영삼 정권은 무쟁의 선언과 노경총 합의를 통해 임금 억제를 추진했고 철도청의 94년 공사화를 앞두고(96년 백지화되었다) 전기협은 교육과 선전활동을 지속했다.
그리하여 94년 1월 파업투쟁을 결의하면서 전기협은 “변형근로제 철폐, 8시간제 쟁취”를 요구안으로 정리했다.(당시 ‘기관사 수당인상’을 중심으로 하자는 다수 의견에도 불구하고 ‘전체 철도노동자들의 이해요구로 가자’는 의식적인 설득에 의해 논쟁이 정리되었다.)
이 때 전노대는 대우조선, 현대중공업, 서울지하철 등을 중심으로 하여 임투전선이 형성되고 있었고, 전기협은 3-4월 파업을 계획했다가 현장의 재조직화와 전지협 공동투쟁 및 전국전선 구축을 위해 6월 투쟁으로 시기를 조정했다. 전기협은 간부수련회 뿐만 아니라 현장 설명회와 조합원 교육을 통해서 88년 파업투쟁의 경험을 이어받아 여론과 정부, 철도청의 탄압에 대한 면역을 키우는 준비작업을 밟아나갔다. 그리고 ‘8시간제 실시와 승진차별 철폐, 호봉원상회복, 해고자 복직’을 요구안으로 확정했다. 특히 전지협과 공동투쟁 과정에서 ‘한군데라도 침탈시 연대파업’을 결의했다.
서울지하철노조와 부산지하철노조, 전기협으로 구성된 ‘전국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전지협) 역시 서울지하철 노조의 ‘기본급 14.5% 인상(정부 임금가이드라인 철폐)과 안전수당 기본급화 및 중식비의 통상임금화’ 요구와 함께 6.27 공동파업이 준비되고 있었다. 전기협과 서울, 부산지하철 노조는 그 조직적 성격과 교섭대상이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공동투쟁의 필요와 이후 전망에 대한 의식적 공유 속에서 조직된 공투체였다.
하지만 (전지협 공동파업 디데이 6월 27일을 며칠 앞둔) 6월 23일 새벽 전국의 전기협 농성장에 공권력이 투입되면서(이날만 640명이 연행되었다) 총파업은 즉각 선포되었다.(바로 전날 전노대와 노동부가 3사 협상틀을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어났다.) 전기협 지도부는 두 군데 거점으로 나뉘었고 조합원들은 산개투쟁을 시작했다.(철도청 사측은 투쟁에 들어가기 전에는 무대응 이었지만 투쟁이 확대되자 간부, 조합원들에 대해 출두를 요구하고 여론을 통해 ‘불법, 고임금 노동자들’로 매도했다. 그리고 노조와의 특별교섭으로 유급대기시간 확대와 8시간제 수용발표로 현장을 교란시키고 고립시키려 했다. 그 후 지도부 거점이 침탈당하고 조계사 거점마련도 실패하면서 중앙지도부와 현장지도부간의 연락이 두절되는 동시에 철도청은 현장 미복귀자 전원을 직위해제하고 가족들을 위협해왔다.)
이날 동시에 서울지하철과 부산지하철 노조는 즉각 조합원 총회를 통해 총파업에 돌입했다. 연행되었다가 풀려난 조합원들은 “우릴 데려가도 해결되는 건 없다”며 다시 모여 결의를 다지고 흔들림 없이 산개투쟁을 전개했다. 당시 전국적으로는 비록 현대중공업 투쟁과는 시기가 어긋났지만 한진중공업 LNG선상파업과 금호타이어 공장점거, 대우기전 파업투쟁이 전개되면서 전국투쟁전선이 형성되었다.
하지만 외부 거점도 침탈당하면서 전지협 역시 투쟁대오 침탈에 대한 대응이 미비한 한계를 드러냈다. 총파업 1주일 만에 서울, 부산지하철노조는 조합원 현장복귀와 지도부 거점농성 방침을 선언했다. 특히 현장 복귀 이후 탄압에 항의한 재파업 선언은 교섭으로 인해 취소되는 과정을 번복하다가 결국 재파업 전면철회와 함께 명동성당 지도부의 자진출두로 투쟁은 중단되었다.
“(전략) 솔직하게 밝히자면 그것(재파업)은 대단히 어려운 과정이었으며 승리를 담보하기 위해, 짧은 시간 내에 그러한 파업을 준비하는 현실적 어려움과 재파업으로 인해 다시 한 번 승객들에게 불편이 초래될 상황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지도부 결정에 따라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재파업을 전면 철회 … 부끄럽지 않게 노개투와 민주노총 건설투쟁에 함께 할 것을 약속드린다.”(서울지하철노조, ‘재파업을 철회하며’, 94.9.12)
철도 노동자 30명의 구속과 60여명의 해고, 징계와 전출 920명에 달하는 대대적인 징계와 전기협 지부사무실 폐쇄 및 후원회 원천봉쇄, 서울지하철 직권면직과 직위해제 120여명을 포함한 징계 2,870여명과 손배 가압류 등의 탄압이 이어졌다.
하지만 요구안과 투쟁시기, 연대투쟁의 기조 등에서 기관사들만의 투쟁을 넘어서려 했던 전기협의 의식적 노력과 ‘물밑교섭’을 거부하던 전지협 공동투쟁은 많은 과제를 남기면서 95년 이후 공공부문 노동자 투쟁의 출발이 되었다.
- 99년 서울지하철 노동자, 불법파업으로 구조조정을 중단시키다
94년 전지협 투쟁 이후 95년 한국통신 노동자들의 투쟁, 공노대(94년)와 공공연맹 결성(99년) 등으로 이어진 공공부문 노동자 투쟁은 금속, 제조업 노동자들의 투쟁 이상으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이렇게 조직화된 공공부문 노동자 투쟁의 상층 한편에는 사회적 합의주의- 개량주의의 뿌리 또한 공존해 있었다. 이들은 (공)기업 살리기를 위해 ‘개혁적인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제시하면서 구조조정과 관치경영을 구별하면서 오히려 ‘민주적 구조개혁론’, ‘(노사)협력적 구조조정론’을 강화시켜갔다.(대표적으로는 1999년과 2000년에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공공부문 구조조정 관련 대응 논의를 참고할 것. 이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통합, 형식적 ‘공동총파업’과 같은 조직 발전 전망에 대한 조직형식주의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리고 이는 정부가 공기업들에 대한 ‘품질관리’경영을 하게 함으로써 90년대 말의 대대적 감원으로 목적 이상의 인력감원을 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후 지속적인 공기업의 수익경영전략과 분할민영화로 이어졌다.)
한편 서울지하철 노조의 99년 4.19파업은 정부의 구조조정에 맞선 생존권 사수 투쟁으로 98년 하반기부터 의식적으로 준비되었다. 여러 차례의 조합원 총회를 통해 투쟁을 결의하고 공공부문 공투본을 구성하면서 행자부의 구조조정(30% 인원 감축과 변형시간제 확대 및 개인 성과급제 도입, 단협 개악안)에 대해 폭로해나갔다.(4개월 동안 4차례의 조합원 총회 외에도 몇차례의 여성조합원 총회와 지부별 총회, 현장간부결의대회 등이 열렸다.)
‘정리해고 중단과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고용안정 쟁취’로 구체화된 요구안은 공공부문 공투의 기조로 결의되었다. 조합원들과 투쟁 지도부는 처음부터 ‘불법, 정치파업을 불사한다’는 투쟁의지를 갖고 있었다. 그리고 현장에서는 위기의식이 강했던 만큼 훨씬 투쟁동력도 높았다.
지도부는 이런 내적 동력과 연대투쟁에 기대하면서 자신감을 확보했다. 즉 공노대시절의 5사투쟁(의보, 한통, 서지, 조폐, 부산지하철)의 한계를 교훈삼아 시기 집중을 넘어선 공동타결까지 책임지는 공동투쟁을 강조했다. 그리하여 애초의 2월 투쟁계획도 공투를 염두에 두고 시기를 연기했다. 하지만 내부 동력이 저하되는 문제와 지도부에 대한 신뢰 그리고 더 이상 늦춰도 연대동력이 별로 없다는 것을 판단하면서 4월 파업이 전개되었다.
파업투쟁에서 말로는 조합원의 의식강화를 강조했지만 실제 파업기간 동안은 투쟁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성격과 낙관적 기대를 내용으로 하는 교육이 강했다. 결국 파업 지도부는 ‘2주파업’(중기간)계획의 부재와 조합원들과의 공유 부족을 한계로 드러냈다. 특히 간부들간의 의사소통과 확신이 부재하고 한국통신 노조가 파업을 철회함으로써 급속히 자신감을 잃었던 측면은 독자적 투쟁을 중심으로 한 연대공투의 상보다는 연대에 과도하게 기대했던 점을 반영한다.
파업 전술에 있어서도 공권력 투입의 문제에 대해서 89년 경험 등을 토대로 ‘유랑파업’을 선택한 점, 그리고 장기파업이 힘들다는 의식(‘7일파업’의 현실불가론 관점)에 사로잡혀 사업장을 버려 놓는 양상을 띠게 되었다.
서울대에 모여 있을 때조차도 저녁 집회 외에는 독자적인 현장토론 프로그램 등을 구사하지 않았다.(오히려 공권력이 침탈 할 거라는 소문에 한밤중에 서울대 뒷산으로 퇴각하다가 돌아오는 헤프닝도 벌어졌다.) 현장 지도부(상황실)와 명동성당 지도부가 분리되면서 명동성당은 불안정한 거점이 되어 어떻게 버틸 것인가를 중심으로 사고하게 되었던 것이다.
특히 99년 서울지하철 파업의 과정에서 민주노총은 정부와 ‘노사정위 정상화’ 등을 염두에 두면서 현안 문제 중심으로 물밑교섭을 진행했다. 구조조정 문제에 대해서 지도부가 분명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함으로써 민주노총 지도부에 의존하게 되었다. 직무대행 집행부 역시 당시 막강한 투쟁 대오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노동조합의 분명한 요구안을 제시했어야 하지만 대중적 공개 조직화과정이 미흡했다. 공투가 이뤄지기 어려운 객관적 조건이라는 것을 판단하면서 독자적 단사 투쟁이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도부의 기조에서 비롯되는 것이기도 했다. 특히 재파업이 선언되었지만, 현장 조직화의 미비함으로 재파업은 실행되지 못했다.
99년 투쟁을 통해 당장의 구조조정은 막았던 것을 성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후 배일도 어용지도부로 이어지면서 서울시와 지하철공사 등 사측과 노동조합들을 묶는 ‘서울모델’이라는 노사정협의체가 추진됨으로써 서울지하철 노동자들 또한 사회적 합의주의 분쇄라는 투쟁과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 04년 궤도 공투의 실패, 합법주의파업의 실체를 드러내다
99년 투쟁은 그전의 연대투쟁의 중요성에 대해서 너무 의존한 나머지, 독자적인 투쟁동력과 의지로 파업을 전개하지 못한 한계를 낳았다고 볼 수 있다면 5년이 지난 2004년 궤도 공동투쟁은 더 많은 교훈을 준다.
99년 투쟁에서는 불법파업도 불사한다는 의지를 갖고 간부 수준만이 아닌 현장조합원들과 함께하는 총회와 현장간담회들을 활발하게 조직하는 과정이 있었다. 하지만 04년 궤도공투 과정은 오히려 준비 과정과 기조부터 문제점들이 나타났다.
서울지하철 허섭 집행부를 비롯한 지하철 5사 지도부는 ‘이번에는 합법파업이다’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파업 막바지까지 직권중재를 막기 위해, 그리고 합법파업을 인정받기 위해 사측과 정부기관들을 뛰어다녔다.
‘공동요구- 공동투쟁- 공동타결’의 원칙을 세우고 대정부 요구안을 만들었다. 단지 조합원 쪽수와 궤도 동시파업 선포만으로 노무현 정부를 압박할 수 있다는 안이한 사고는 곧바로 ‘뜻밖의 직권중재’를 맞으면서 지도부의 혼란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협상이 아닌 중재로 답했을 때 공투본은 투쟁을 해야 했지만, 파업을 선포하는 불과 몇 시간 전까지도 실무교섭은 개별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파업 직전 서울지하철의 양보안 제출과 도철 지도부의 양보안, 그리고 부산지하철의 파업철회와 인천지하철의 파업2일차 복귀, 허섭 위원장의 백기항복 선언으로 04년 궤도 공투는 무너졌다. 99년 파업보다 더 짧은 ‘3일파업’계획 조차 아무런 프로그램이 없었다. 서울지하철의 현장 복귀 직후 도시철도는 비상총회를 통해 파업을 결의했지만 어용들이 준동하면서 집단 복귀로 이어져 파업이 철회되었고 결국 대구지하철 노동자들의 투쟁만이 지속되었다.
파업 복귀 선언 당시 활동가들의 문제제기는 치열했지만 그 이상 개입하고 투쟁을 이끌어 갈 수 있는 힘은 역시 없었다. 이는 이미 현장조직들 수준에서 조차 이 투쟁에 대한 목적의식적 독자적 현장활동이 부재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주5일제 관련한 직무분석이 노사 공동으로 개별 단사에서 진행되고 있다. 노사합의가 안되면 직권중재로 떨어질 것이지만 이에 대한 초기부터의 대응도 없다. 파업 이전에 전개되었던 근골격계투쟁이나 스마트카드 도입 저지투쟁 등 현장투쟁들은 이 투쟁으로 이미 통제, 소멸되었다. 그리고 투쟁이 아닌 교섭주의 전략은 사회적 합의에 목을 매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산별교섭주의자들, 사회적 합의주의자들은 이러한 투쟁기조와 무늬만 ‘공투’의 문제점, 그리고 활동가들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과 반성 보다는 또다시 이번 투쟁의 실패를 ‘산별노조가 아니’라는 이유로 몰았다. 그래서 ‘산별노조가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나아갔다.
- 최근의 공공, 운수산별 논의와 과제
최근 07년 복수노조와 전임자 문제 등을 고려하여 민주노총과 연맹들이 시급하게 산별노조 전환을 조직하고 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내년까지 산별완성을 목표로 영역을 구획하고 쟁점을 검토하고 있으며 공공연맹 역시 공공산별을 위한 체계와 운영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다.
공공연맹은 산별교섭 중심으로 사고하면 결국 이를 위해 노사정 사회적 교섭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면서 올바르게 투쟁할 수 있는 조직으로서의 산별노조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서 한시적으로 업종본부를 동시에 인정하면서 지역본부를 골간체계로 구성하는 조직체계를 구상하고 있다.(사업장을 넘어선 공투가 가능하고 실업과 취업을 반복하고는 불안정노동자를 조직할 수 있고 지역 다른 산업 노동자운동과 결합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즉 계급성을 강화하고 새로운 조직화가 가능한 구조를 지역중심이라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공공연맹은 이러한 취지의 산별노조의 상으로 접근함에도 불구하고 산별노조의 준비 조직화에 있어서는 한계를 드러낸다.
즉 올해 말까지 대의원대회에서 산별노조의 상을 결정하고 산별강사단을 교육 훈련시켜 조합원들을 직접 교육하여 2006년 산별노조로 일시에 전환할 계획을 제출하고 있다. 산별노조의 상이라 했던, 노동자들이 투쟁을 잘 할 수 있는 조직으로서의 접근방식이라면 공동투쟁의 성과와 경험을 축적함으로써, 조직 건설이 이뤄져야 한다. 말은 투쟁하는 조직으로서의 산별을 주장하지만 산별 건설의 과정은 교육선전을 중심으로 산별을 강조하는 것 외에 기업을 넘어선 연대 공투의 성과를 축적하는 계획과 결의가 없다는 점이 문제다. 예를 들어 이미 97년 이후 공공부문에서 진행되는 분할민영화- 외주 도급화와 작년 노동시간단축 법 개악의 내용대로 임단투가 마무리되어 시행되고 있는 노동조건 후퇴 등의 현안과 노동자 통제에 대해서 대응하지 않은 채 ‘계급적 산별노조’를 외쳐봐야 오히려 그간의 공동투쟁의 역사적 성과를 잇지도, 한계를 벗어나지도 못할 것이다.
특히 공공산별의 쟁점 중 하나가 운수산별노조, 혹은 궤도산별노조다. 지난 5월 출범한 <운수노동조합연대회의>는 단사 연대를 넘는 산별회의체계를 구성했다. 이들은 운수산별노조를 노동운동 발전의 고유한 요구로 보고 있다.(운수노동자학교에서 제출된 운수산별 건설계획) 즉 03년 화물연대 파업과 같이 대정부투쟁으로 연관되는 택시, 화물, 버스, 철도, 지하철, 항공 등의 운수분야에서의 산별노조가 필요하다는 주장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공공산별, 운수산별의 상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포괄한다는 대의에 입각해 있지만, 실제로 공공부문의 각 현장에서 정규직 노동조합,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조직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산별노조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가?
“철도에도 이미 비정규직이 야금야금 많이 들어와 있다. 처음에는 매표를 대행하는 대매소 정도였는데 이제는 구내기관사도 계약직이고, 차량관리원이나 수송원, 시설관리원들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섞여서 일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규사업은 아예 통째로 외주화한 경우도 많다. 이런 노동유연화 공세에 철도노조가 적극적으로 완강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안 문제들이 있다 보니 산별노조에 대해서는 신경 쓰기도 힘들다.”(철도 활동가)
“현장은 산별노조에 대해 관심이 없으며 산별의 필요성과 문제제기 조차 없는 게 현실”(서울지하철, 도시철도 현장활동가)
민주노총이나 금속, 보건의료노조, 화섬산업노조 등 사회적 합의주의자들은 ‘노동운동의 위기’를 말하면서 조직혁신과 산별조직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조직률이 낮아 대표성을 부여받지 못하는 점을 위기의 근거로 삼아 산별노조를 주장한다.
하지만 이들이 말하는 조직률이 낮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이 열악한 현상은 위기의 내용이 아니다. 오히려 현 시기 위기는 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모순으로 인한 공황의 심화, 이윤 확대를 위한 노동자 통제와 착취가 확대된다는 측면에서 자본의 위기이다. 또한 이러한 자본주의의 위기의 심화를 투쟁이 아닌 사회적 합의로 풀어보려는 노자협조주의(자)의 위기이기도 하다. 사회적 합의주의자들의 위기는 이미 보건의료노조와 금속노조 등의 산별노조의 현장통제와 산별중앙교섭의 오류에서 이미 드러났다.
이러한 ‘노동운동의 위기’는 산별노조 자체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공공부문에서는 산별노조에 대해서 교섭 중심으로 사고하지는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산별체계와 교섭구조만의 문제가 아니라면 말로만 ‘계급적 산별노조’를 외친다고 될 문제는 아니다. 투쟁하는 산별노조 건설은 현장에서 비정규직 조직화, 그리고 정규직의 비정규직화- 부분민영화, 도급화에 대응하는 투쟁, 그리고 이미 직무진단평가와 교대제 개편 문제를 둘러싸고 노사공동연구(용역) 사업들로 드러나는 노사협조주의에 대해 단호한 투쟁을 벌여냄으로써 그리고 기업을 넘어선 연대투쟁의 성과로서 조직되어야 한다. 산별노조는 관료화를 극복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만 극복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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