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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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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02 19:53:23, 조회:2,610, 추천: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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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기고] 민주노조의 위기는
어디에서 유래하는가?
-‘철도 임금대책위 투쟁에 부쳐’
-철도 현장활동가
철도 현장이 달궈지고 있다. 작년 12월 3일 파업철회라는 무장해제 후 철도노동자에게는 혹독한 시련이 줄짓고 있다. 12.3합의서에 “추후 논의 한다”는 구조조정안은 파업철회 당일 철도 공사 자회사 설립신고와 더불어 깨져 버렸고, 현장에 대한 혹독한 구조조정이 예고되고 있다. 심지어 노조위원장이 참석한 철도공사 출범식에서 사장은 2009년까지 1만여 명을 감원하여 20,000명 수준으로 운영하겠다는 구조조정 의지를 밝혔다.
시련의 결정판인 12월 20일 임금협약은 철도노동자의 막연한 기대와 희망을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렸다. 공사화를 추진하며 했던 철도청의 달콤한 약속은 뚜껑을 열게 되자 사기임이 밝혀졌다.
철도청의 기만은 늘상 있다 해도 그나마 비빌 언덕인 노동조합은 임금협약과정에서 노동조합의 기능과 역할, 원칙을 상실했다. 민주노조는 껍데기가 되었고, 5년 전 공투본 직선제 투쟁에서 주장된 조합원의 권리는 송두리째 날아가 버렸다.
12월 3일 특단협 안 중 임금에 대한 논의는 뒤로 미루어졌다. 그 후 임금소위에서 다뤄진 임금협약의 설명은 어디에도 없었다. 단지 대략의 방향에 대한 논의가 설명되는 순간 조합원들은 “ 왜 노동조합이 사측의 입장을 설명하는지” 강력히 항의하였고, 조합은 함구령으로 일관했다. 임금협약 체결 후 치러져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음에도 합의안에 대한 인준 투표는 서둘러 치러졌고 통과되었다. 12월8일 임시 대의원대회에서조차 임금 협약의 구체적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다. 직권조인을 배제하기 위해 확대 쟁대위를 통해 결정한다던 조항마저도 유명무실해졌다.
협약이 체결된 것은 12월 30일이었다. 현장의 반발과 불만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인터넷 게시판을 달구던 임금협약의 결과, 조합원들의 “설마 그 정도는 아니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는 협약안이 공개되자 여지없이 깨져버렸다. 현장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기본골격은 그대로인 채 불만을 무마하기 위한 비밀협상, 추가협상이 뒤따랐다.
민주노조의 원칙은 오랜 노동자의 투쟁과 시행착오와 지도부의 배신과 같은 경험 속에서 갈고 닦아온 ‘금과옥조’다. 우리는 원칙이 무너지면 얼마나 노동조합이 무력해지고, 부패해 가는지 충분히 경험해왔다. 이는 과거지사만이 아닌 현재에도 경험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때마다 우리는 노동자 민주주의 원칙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거듭거듭 확인하고 있다. 법에서 노조대표의 직권조인을 인정했지만 민주노조라면, 올바른 노동운동을 한다면 어길 수 없는 원칙, 노동자 민주주의를 노동조합의 규약에 새겨 넣었고 이를 토대로 노동자의 신뢰를 쌓아왔다.
이제 노동자 민주주의 원칙은 철저히 파괴되었다.
철도노조 위원장은 말한다. “규약에 의하면 위원장의 규약 해석권을 인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규약에 명시된 임금협약 및 단협체결 시 결정권이 조합원에게 있음은 위원장의 해석을 통해 새롭게 유권 해석되어질 수 있다. 결국 12월 30일 맺은 임금협약안은 12월 16일 17일 단협안 인준 시 함께 통과된 것이기에 인준된 것이다”라고.
위원장의 노동자 민주주의 파괴를 막기 위해 다듬어진 규약은 위원장의 새로운 해석에 의해 다시 태어났다.
이는 2005년 1월 임금공동대책위(준)가 만들어지고 임금협약 체결에 관한 조합원 총회를 요구하자 위원장이 한 답변이었다. 임금공동대책위는 곧바로 조직으로 출범하고 총회 소집을 위한 본격적인 서명 작업에 돌입하였다.
임금공동대책위가 출범하고부터 지금까지 악선동은 끊임없이 일고 있다. “구 어용세력이 도와주고 있다. 임금 몇 푼의 문제가 아닌데도 임금만을 문제 삼고 있다.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데 단결을 훼손하고 있다. 합의안 인준과정에서 아무 말 없더니 뒤늦게 임금문제를 물고 늘어진다”는 등의 말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본질을 호도하고 물타기 작전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 조합원들에게 임금공동대책위가 다가가면 갈수록, 노동자 민주주의 원칙을 설명하면 할수록 조합원은 각성하고 있다. 누가 진실을 얘기하는지 분명히 깨닫고 있다. 그리고 말로만 ‘조합원이 주인’인 ‘민주노조’를 제아무리 떠든다 해도 실질적인 내용이 실천되지 않는 한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깨닫는다. 민주노조는 교육과 달콤한 말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임을 경험을 통해 절실히 배우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철도노동자들은 거듭나야 한다. 임금협약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민주노조의 원칙을 확인해야 한다. 원칙을 실현하고 철도노동자의 요구를 실현할 수 있는 노조지도부는 삭감된 임금의 보전뿐만 아니라 철도노동자의 목조르기, 즉 구조조정을 박살내고, 생존권을 사수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아울러 철도노동조합의 활동가들도 임금대책위 활동을 통해 거듭나야 한다. 민주노조의 원칙이 무너지며 발생한 노동자의 위기는 투쟁보다는 타협과 협의를, 투쟁의 조직보다는 정책개발과 연구를, 현장의 요구보다는 지도부의 관념과 그릇된 노선에서 기인한다. 총회를 요구하는 서명 작업이 더디고 답답할 지라도 한명 한명의 노동자를 교육시키고 지지로 획득해야 한다. 노동자 원칙을 각인시켜야 한다. 성과는 한순간에 나타나지 않는다. 철도노조 내 기회주의세력이 계속 집행부를 장악하고, 행동을 유보한 채 머뭇거리며 조합의 언저리를 배회하는 것은 활동가들의 부족한 투쟁력 때문이다. 원칙에서 일탈한 집행부에 대해 단호하고, 집요한 실천으로 대처하지 못하기 때문에 중요한 활동에서 악선동에 시달리는 것이다. 서지본의 애매모호한 합의안 부결투쟁-입장만 밝히고 실천과 조직은 배제한-은 기회주의 세력에게 임금대책위 활동을 발목 잡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음을 기억하자.
민주노조 사수는 철도노동자의 생존권과 직결된다. 그만큼 대책위 활동은 의미 있는 투쟁이다. 대책위의 성과와 평가 속에서 철도 내 현장조직운동의 질서를 개편하자. 실질적이고, 실천적 활동을 토대로 새롭게 철도노동운동을 조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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