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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20호] 정리해고를 빌미로 한 쌍용자동차 자본의 구조조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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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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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25 09:55:02, 조회:2,357, 추천: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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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고를 빌미로 한 쌍용자동차 자본의 구조조정
쌍용차 노동자들의 구조조정에 맞선 옥쇄 파업투쟁이 보름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작년부터 진성도급, 비리 사태, 불신임 투쟁 등으로 인해서 잠잠할 날이 없었던 쌍용차 현장은 지금 쑥대밭이 되었다.
지난 5월 30일 1차 희망퇴직을 기점으로 상하이 자본은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식당 비리 건으로 현 집행부는 구조조정 투쟁을 끌고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리집행부의 기만적인 총사퇴 선언으로 현장조직들이 주도한 불신임 투쟁은 작년 진성도급 밀실 야합에 이어 또다시 좌절되었다. 집행부는 조기선거를 실시할 것과 모든 교섭을 중단하고 일상적인 업무만을 수행하겠다고 천명하였다.
그러나 자본의 986명 정리해고 계획 통보를 기점으로 대의원들은 비리집행부에게 다시 교섭과 투쟁 전반에 관한 권한을 위임했다. 조기선거와 임단투, 구조조정 사안이 서로 맞물려 있는 시점에서 비리집행부가 전권을 장악하게 된 것이다!! 집행부는 구조조정에 관해서는 어떠한 협의도 하지 않겠다면서도 임단협 교섭은 진행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임단투와 구조조정 투쟁이 별개일 수 없듯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었다. 자본은 구조조정을 앞세워서 현장을 압박해 들어왔다. 이후 자본은 8월 11일 희망퇴직 인원을 제외한 554명의 정리해고 계획을 노동부에 신고했고, 쌍용차 노동자들은 본격적인 투쟁 국면에 돌입했다.
8월 13일부터 확대간부 이상이 옥쇄파업투쟁에 돌입했고, 15일 야간부터 창원, 정비 지부까지 본조 평택 공장에 집결하여 전조합원이 참여하는 옥쇄파업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강도 높은 투쟁인 옥쇄파업투쟁은 제대로 된 규율과 파업프로그램이 없는 상태에서 자유로운 출입이 보장된 이상한 옥쇄파업투쟁으로 변질되었다. 그나마 잠정합의안이 부결되고 난 이후에 상하이 자본의 정리해고 명단 통보 및 공권력 투입 요청으로 8월 27일 이후부터는 규율을 만들어가고 있는 편이다.
보라! 정규직이 과연 안전지대인가?
자본이 정리해고 철회를 전제로 제시한 1차 안은 경악 그 자체다. 임금과 복지 부문 동결은 기본이고, 대대적인 단협 개악안을 던졌다. 각종 합의를 협의로 개악할 것과 전환 배치 에 대한 전권을 사측이 가질 수 있도록 했으며, 이에 불응하는 자에 대해서는 무급휴직 및 희망퇴직을 시행하겠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증감산이나 간접부서에 비정규직 투입을 명문화 하고 있다. 8월 25일 비리집행부가 ‘마지막 각오로 결단’했다고 내온 잠정합의안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임금과 제수당 동결, 유연생산체제 구축, 품질실명제 도입 등이 명문화되어 있으며,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었던 전환 배치 관련해서도 “회사의 라인운영계획에 따라 신속히 배치하고 세부사항에 대하여 노사 협의한다”고 되어 있다. ‘협의’는 아무런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이는 결국 노동조합이 전환배치 관련하여 아무런 실권을 갖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업무 특성상 생산운영과 관련 없이 정규직이 수행하기에 부적합한 단순 업무는 해당 직원이 타 업무로 전환배치 될 경우 대상 업무는 한시적 인원이 수행한다”는 것은 비정규직의 대거투입을 명문화 하는 것이다.
‘정리해고 철회’라는 자본의 떡고물에도 불구하고 잠정합의안은 총원 대비 37.75%로 부결되었다. 부결과 동시에 자본은 정리해고 명단 통보와 600여 명의 잉여인력 발표, 공권력 투입을 요청해놓은 상태다.
우리가 여기서 주목해야 할 지점은 이번 쌍용차의 구조조정 공격이 비정규직뿐만 아니라 철저하게 정규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여기서는 아직 조직화되지 못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언제라도 계약해지 할 수 있다는 자본의 자신감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98년 현대차나 다른 사업장에서 정리해고 투쟁 시 비정규직 우선 정리해고를 이면합의하면서 정규직만의 ‘정리해고 최소화’라는 기만적인 합의안을 도출했던 상황과는 또 다르다. 오히려 자본은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서 비정규직의 계약해지가 아닌, 대대적인 확산을 의도하고 있다!! 그동안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의 고용방패막이 정도로 생각했던 정규직 노동자들의 왜곡된 의식은 현실에서 철저하게 깨져 나가고 있다. 자본은 어떠한 방패막이도 용납하지 않은 채, 정규직을 직접적인 공격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자본의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은 ‘노동귀족 이데올로기’ 수준에 머물지 않고 있다. 직접적인 물리적 공격으로 정규직 노동자들을 무장해제시키려 하고 있다. (사측의 1차 제시안에는 정규직 노동조합 활동을 노동시간 외에 하라는 것까지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 9월달로 예정되어 있는 비정규 개악법안과 로드맵까지 통과된다면 이러한 자본의 공격은 보다 노골적으로 자행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비리집행부는 자본의 정리해고를 막아냈다며 떠들어댔지만, 잠정합의안은 정리해고보다 더한 자본의 구조조정안이다!! 또한 실제로 많은 노동자들이 희망퇴직으로 현장에서 쫓겨난 상황이기 때문에 자본은 정리해고 철회라는 것을 쉽게 들고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잠정합의안에는 들어가 있지 않지만 이미 사측의 1차 제시안에서 명문화되었던 외주화, 모듈화는 ‘회사의 라인운영계획’, ‘시장의 수요에 즉각 대응하는 생산체계 구축’이라는 추상적인 문구로 대체되었다. “생산라인은 혼류생산의 취지를 살려 투입 비율에 상관없이 운영한다”는 것은 365일 강제 전환배치를 시행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연한 생산체계 구축이야말로 자본의 구조조정이 궁극적으로 의도하는 바다! 이와 관련한 전반적인 권한을 자본이 쥐겠다는 것은 구조조정의 철회가 아니라 상시적인 구조조정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상황의 심각성에 비해 투쟁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제대로 된 구조조정 투쟁의 경험이 없는 조합원들은 공권력 투입설에 이미 상당히 불안해하고 있다. 정리해고 명단이 발표됨과 동시에 현장은 정리해고 대상자와 비대상자로 분열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창원지부의 경우, 분리매각을 하지 않겠다는 합의 내용에 70%가 넘는 찬성율을 보였고, 잠정합의안이 부결되자 창원공장으로 내려가 버린 상태다.
쌍용차는 현장 기반이 상당히 취약하며 선진 활동가 층도 대단히 미약하다. 각 임원 후보들은 선거를 겨냥하여 정리해고 반대를 외치고는 있지만, 양보교섭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취하는 세력은 소수에 불과하다.
이번 쌍용차의 구조조정 투쟁 여하에 따라서 자본과 정권의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당장 다른 완성차 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 자본이 공격하는 근거로 작용할 것이다. 대우차에 이어서 자본은 정규직 대공장들을 하나씩 하나씩 섬멸해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98년 현대차의 정리해고 투쟁이 현대차 노동자들만의 사안이 아니었듯이 쌍용차 노동자들의 구조조정 분쇄 투쟁은 전체 노동자의 투쟁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체들의 투쟁이 가장 중요하다. 흔들리지 않는 투쟁을 전개하기 위해서 쌍용차 현장 활동가들은 이번 잠정합의안이 구조조정의 확산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선거에 국한되지 않는 투쟁들을 전개해야 한다. 당장 공권력 투입에 맞선 실천투쟁들을 배치해야 한다. 공권력 투입 협박에 무너진다면, 지금까지의 파업투쟁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또한 정리해고 철회를 근거로 한 임단협 개악을 수용하는 양보교섭에 대해서 반대한다는 명확한 입장을 표명해야 할 것이다. 이번 투쟁 여하에 현대중공업과 같이 자본에 의해 장악되는 절망의 공장으로 될 것인가, 노동자가 주도권을 탈환할 것인지가 결정될 것이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투쟁은 곧 무한한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투쟁을 통해서 노동자의 미래를 당당히 개척해나가자!!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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