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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창간13호]감출 수 없는 미국 민주주의의 폭력적 본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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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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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21 11:29:31, 조회:2,399, 추천: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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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출 수 없는 미국 민주주의의 폭력적 본질
미국 민주주의의 위선
지난 1월 17일 마틴 루터 킹 목사 기념일 연설에서 부시는 “루터 킹의 꿈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민주주의는 더욱 확대되어야한다”라고 발언했다. 그러나 부시의 애국법(Patriot Act) 연장 시도 및 불법 도청 문제 등이 논란이 되고 있는 최근 미국의 상황에서 부시의 이 같은 발언은 ‘민주주의의 세계화’는커녕 자국 내에서의 민주주의조차 지배계급에 의해 훼손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9․11 테러 이후 테러를 방지하겠다는 명분 하에 한시적으로 제정되었던 애국법은 테러 수사라는 이유로 인터넷 전자우편이나 전화 내용을 감시하는 등 비밀 수사, 도청의 권한을 확대 하면서 미국 노동자와 인민들을 억압, 감시하는 수단으로 작용해 왔다. 심지어 시민들이 테러리즘의 영향을 받는지 판단하기 위해 도서관의 대출 기록을 감시하기도 했다. 또한 애국법은 이주노동자나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과 탄압을 강화하는데 이용되기도 했다. 그런 애국법이 지난 12월로 효력이 만료되면서 애국법을 연장, 항구화하기 위한 부시의 시도는 ‘영장 없는 불법 도청’ 사실이 폭로됨과 더불어 민주당 등에 의한 비판에 부딪치고 있다. 국가 안보 기구를 통해 국내 외 전화 내용을 마구잡이로 도청하도록 지시했다는 불법 도청 문제는 부시 탄핵론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한편 9․11 이후 지난 몇 년 간 CIA가 엄청난 규모로 비밀 프로그램을 수행해 왔으며 특히 테러 용의자들을 감금, 심문하기 위해 CIA 비밀 기지들을 동유럽에 세워뒀다는 의혹과 증거 등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수년간 테러용의자를 감금해온 쿠바의 관타나모 수용소에서의 인권문제가 다시 관심을 끌면서 세계 인권의 수호국이라고 자임하던 미국의 인권 정책의 야만성이 드러나고 있다. 밝혀진 FBI의 비밀문서에 따르면 관타나모에서는 수감자에게 알몸으로 서 있게 하거나 잠 안 재우기, 지속적으로 물 떨어뜨리기 등의 고문을 가했다고 한다. 고문에 대해 단식으로 저항하는 자들에게는 튜브로 강제 급식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부시는 “미국은 고문하지 않는 나라이기 때문에 고문 금지법이 필요 없다”는 식의 기만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물론 이런 사건들이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며 일시적인 것 또한 아니다. 그동안 지배계급은 합법성과 불법성을 불문하고 자신들의 체제 보호와 이익을 위해 도청과 고문 등의 감시와 억압을 자행해 왔다. 각국의 설치된 안보기관, 정보기관들의 공개된 활동을 넘는 다양한 방식의 감시 체제를 갖고 있는 것이다. 특히 9․11 이후부터 테러 등을 구실로 미국뿐만이 아닌 여러 국가들에서 위기의식을 높이며 감시를 강화해왔다.
도청 및 수용소 등의 방식으로 ‘민주주의와 인권’이 국가에 의해 공공연하게 침해되는 한편, ‘민주주의’는 타국에 대한 침공과 점령을 정당화 하는 구실로 사용되면서 그들이 말하는 민주주의 폭력적 실체를 보여주기도 한다. 얼마 전 1월 13일에는 알-카에다의 2인자를 잡는다며 파키스탄의 민간인 지역을 폭격한 사건 또한 있었다. 결국 이 폭격으로 어린이를 포함해 민간인 17명이 희생되었다. “이라크에 민주주의를 가져 다 주겠다”며 침략을 강행한 미국은 민간인에 대한 폭격을 서슴지 않았으며 이라크에 친미 정권을 세우기 위해 대통령 선거에서 총선까지 간섭, 부정을 저질러 왔다.
이라크 전쟁이 민주주의의 확산이라는 명분을 내건 전쟁이었다면 아부그라이브 포로수용소는 민주주의라는 이름 아래 자행된 가장 파렴치 하고 잔인한 인권 유린이었다. 과거 아부그라이브의 고문 사건을 몇몇 개인의 일탈 행동으로 치부하는 시도는 관타나모 포로수용소, CIA의 비밀 수용소의 존재로써 그 상습적 학대와 폭력성이 폭로되고 있다. 결국 테러를 방지한다는 목적과 명분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미국의 이와 같은 시도들은 그들이 말하는 민주주의가 실제로는 제국주의 전략을 강화하려는 수단에 불과하며 그것은 야만적 폭력으로 점철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국의 ‘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해 아프간을 공격했고, ‘이라크 민주화를 위해’ 침략과 점령을 자행하는 미국은 한편으로는 독재 정권을 지원하기도 한다. 미국은 인도네시아 수하르토의 군부 독재 및 공산당을 소탕하겠다는 명분으로 자행된 2백여 만 명에 대한 학살을 묵인, 지지 했다. 얼마 전에는 미국이 수하르토 정권의 75년 동티모르 공격과 이후 20만 명에 대한 학살 과정을 지원하고 부추겼다는 증거가 될만한 외교 문세가 또 다시 발견되기도 했다. 한편 며칠 전인 1월 25일에 있었던 팔레스타인 총선에서는 반미 저항 세력인 하마스를 견제하고 집권 친미당을 당선시키기 위해 2백여 달러 이상의 선거 자금을 지원하는 등 제국주의적 이해를 위해서라면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 제도마저 짓밟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민주주의의 위선은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모습일 뿐이다.
미국 민주주의의 강도적 성격은 이미 만천하에 드러났다! 민주주의를 위한 전쟁에서도, 불량국가 및 테러와의 전쟁에서도, 불량국가에 대한 봉쇄정책에서도 그 폭력성을 감출 수가 없게 되었다. 미국 민주주의의 세계화는 미제국주의의 확장과정이며 이 과정은 폭압적 인권유린, 학살, 암살테러 등 검은 그림자와 붉은 피를 수반하고 있다.
그렇기에 미국 민주주의의 위선은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위선에 다름 아니다. 자본주의에서 실질적 자유와 인권을 보장해주는 민주주의란 존재할 수 없다. 자본주의 어느 곳에서 온전한 자유와 평등이 향유되고 있는가? 미국의 애국법이나 포로수용소만 보아도 자본가들이 최소한의 권리로서 인정한다는 신체의 자유조차 훼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은가? 미국의 예까지 보지 않더라도 한국의 비정규직, 이주노동자들은 생존권조차 위협 받으며 자본의 노예가 되기를 강요받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학자들이나 쁘띠 부르주아들에게 민주주의는 ‘자유와 인권’과 같은 신성한 인간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법적 제도적 장치로 인식된다. 다수의 의견을 반영하는 합리적 절차로 이해된다. 하지만 계급사회에서 민주주의는 ‘국가와 혁명’에서 레닌이 말했던 것처럼 “다수에 대한 소수의 복종을 승인하는 하나의 국가, 다시 말해서 하나의 계급이 다른 계급에 대항하여 강제력을 체계적으로 행사하기 위한, 대중의 한 분류가 여타 다른 부류에 대하여 권력을 체계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하나의 조직체 이상이 결코 아닌 것이다.” 계급사회에서 민주주의는 자본가들의 계급지배의 수단이며, 그 폭력성을 은폐하기 위한 기만적 술수에 불과하다.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위선과 제국주의의 폭력성은 사회를 더욱 위험하고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테러는 미제국주의의 폭력과 억압이 낳은 극단적 저항의 한 방식이며 부르주아 민주주의에 대한 반작용이다. 지난 13일의 파키스탄 폭격에 대한 민간인 희생으로 많은 파키스탄인들은 분노를 느꼈다. ‘민주주의’를 명분으로 제국주의 정책을 강화할수록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위선과 폭력성의 본성은 드러난다. 미국 민주주의는 자본주의의 폭력 그 자체이고 그것은 바로 자본가 독재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노동자 인민의 저항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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