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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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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30 13:37:00, 조회:3,912, 추천: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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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법 시행령 발표,
확산되는 계약해지 공포
4월 19일 노동부는 비정규법 개악에 따른 기간제와 파견제 시행령 안을 발표했다. 2년 지나면 계약직 노동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도록 했지만, 예외조항을 두어 웬만하면 계약직으로 무제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도 정규직과 같은 임금과 대우를 받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업무를 분리시켜 분리직군제를 통해 차별대우가 법으로 보장되고, 대부분의 업무들을 외주화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물론 개악된 파견제 역시 파견허용 업종을 대폭 확대시켰다. 이는 시행령에서 구체적으로 폭로되었다.
대공장과 공공부문부터 비정규법 단계적 시행을 앞두고 자본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마구잡이로 해고하고 있다. 도시철도 공사는 식당, 매점 종업원, 모터카 운전원으로 일하던 비정규직노동자 142명 중 단 한명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키지 않았다. 도시철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5월 말 해고통보를 받은 상태이다.
철도 공사 역시 비정규직 중 절반가량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하는 동시에 외부기관을 통해 1만 명이 넘는 인원을 대거 외주화 시키겠다는 연구보고서를 만들었다. 이는 자본이 기존의 비정규직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정규직을 포함해서 전면적인 외주화를 통해 고용을 유연화 시키려는 의도이다.
또한 1개월, 3개월 단위의 초단기 계약직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근로기간이 명시되어 있지 않은 고용계약서로 노동자들과 계약을 하고 사측 임의로 계약 기간을 정하는 ‘0개월’ 계약직 노동자도 등장했다.
비정규법 개악을 추진해온 2004년부터 예상되었던 비정규직 대량 양산과 대량 해고는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쏟아지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계약해지와 외주화를 염두에 둔 무기계약직화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마저 짓밟는 비정규법안의 본질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은행표 분리직군제, 비정규법으로부터 자유로운가?
비정규직 법 개악은 비정규직 전면 확대와 더불어 합법적 차별을 확대한다는 것이고, 이는 정규직을 포함한 전체 노동자들에 대한 경쟁과 분열을 노리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정부 자본이 선전하고 있는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전원 정규직화’시킨 우리은행 사례다.(우리은행의 ‘정규직화’의 본질에 대해서는 노동자정치신문 24호에서 다룬 바 있다)
지난 3월 3천 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시킨 우리은행은 ‘정규직화’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해고통지서를 날렸다. 우리은행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부분 파견직인 간접고용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당시 전환 대상에서 아예 제외되었다. 우리은행 파견직 노동자는 그동안 ‘노예계약서’와 같은 서약서를 쓰고 우리은행에게 착취당해왔다. 서약서는 회사가 노동자에게 어떠한 명령을 해도 그 명령에 불평 없이 ‘절대 순종’할 것, 단기간 내에 퇴사하면 불이익을 감수할 것, 회사에서 물의를 빚을 경우, 퇴사와 처벌, 손해배상까지 완벽히 변상할 것을 약속하는 것을 내용으로 담고 있다.
굴욕적인 서약서를 쓰며 억하심정으로 일을 하고 있던 이들에게 우리은행은 결정타를 날렸다. 비정규직 100명을 강당에 모아놓고 “비정규법안이 통과가 되었다. 우리는 법대로 하겠다.”며 6월 30일자부로 계약해지 통보를 한 것이다. 지난 3월 박해춘 우리은행장의 인적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는 단호한 말이 있은 지 불과 2개월도 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한 채 꼼짝없이 당해야만 했다.
한편 ‘정규직’으로 전환한 노동자들은 과연 비정규 악법에서 얼마나 자유로운가? ‘정규직’으로 전환된 우리은행 3천 명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별도의 직군제를 신설하여 하위 직군에 포함되었다. 우리은행은 전환된 ‘정규직’들을 기존 정규직과 별도의 직군으로 분리해서 직무급인 성과주의 임금체계를 우리은행 내에 확실히 구축했다. 이 같은 분리직군제는 비정규법을 피해가려는 자본의 술수 중 하나이다.
차별시정제도를 살펴보면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의 동종 또는 유사업무 무기계약직, 정규직 노동자와 비교해서 비정규직(기간제, 파견제, 단시간) 노동자들의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말은 성격이 다른 업무를 맡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비교대상이 없기 때문에 차별시정제도에서 고려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은행은 무기계약직으로 구성된 직군을 구성하여 정규직과 다른 별도의 임금체계, 인사제도, 경력경로를 통해 운영할 경우 비교대상이 없기 때문에 차별을 시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해석을 교묘히 이용한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고용형태만 ‘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변화될 뿐,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의 임금 차별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은행의 분리직군제는 하나의 직군으로 편재가 되면 평생 그 직군을 벗어날 수 없게 되어있다. 해당 직군의 노동자들은 그 직군의 직무에 해당하는 임금만 받을 수 있고, 직무가 바뀌지 않기 때문에 승진, 호봉이 없다. 자연스럽게 자동 임금 상승 또한 없게 된다.
그리고 직군제는 비정규직뿐만 아니라 정규직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은행 전체 노동자가 철저한 성과주의 시스템 속에서 노동자 간 무한 경쟁의 소용돌이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는 전반적인 임금의 하향평준화를 가져올 것이다.
직군제는 노동자의 단결과 연대의 고리를 잘라버리려는 노동자 분할 정책이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 노동자는 기존의 정규직보다 더 낮은 임금을 받게 된다. 남겨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보다 더한 노동환경에서 일하게 된다. 따라서 기존에 존재했던 정규직-비정규직 차별 구도가 ‘기존 정규직, 전환된 정규직, 비정규직’으로 보다 세분화된다. 노동자들 사이에서 조성되는 위화감과 상대적인 박탈감은 더더욱 깊어지고 결국 ‘단결이 아닌 경쟁이 난무하는’ 적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계약해지 분쇄! 분리직군제 폐지, 비정규법안 폐기 투쟁을!
자본가 단체와 부르주아 언론은 비정규법이 비정규 노동자 보호에 지나치게 치중되어 있어서 고용 유연성이 확보되지 않는다고 불평을 늘어놓고 있다. 그와 동시에 우리은행 사례와 같이 직군분리를 통해 비정규법을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을 터놓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자본에게는 고용과 착취, 해고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 비정규법안이 있다. ‘정규직 전환’이라는 달콤한 말로 노동자의 눈과 투쟁을 가려버리는 눈가리개가 있다. 언제나 착취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그들에 대항할 우리에게는 무엇이 있는가? 쏟아지고 있는 계약해지 해고에 맞선, 그리고 비정규 개악법을 완전 폐기하기 위한 투쟁만이 있을 뿐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계약해지와 무기계약직 전환을 저지하는 투쟁을 전개하자! 임금을 차등 지급받는 정규직이 아니라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과 고용을 쟁취하여 분리직군제를 폐지하는 투쟁을 전개하자! 그것이 비정규법 시행령뿐만 아니라 비정규법 자체를 무력화할 수 있는 길일 것이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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