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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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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30 13:02:29, 조회:4,459, 추천: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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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해고와 탄압으로 우뚝선 ‘사회적 모범기업’ 한솔교육 자본
한솔교육 해고자
1996년 4월 26일, 대법원은 우리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판결을 내린바 있다. 정규직으로 입사하였다가 위탁계약직으로 강제 전환된 한 학습지 교사가 회사를 상대로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학습지 교사는 근로자로 볼 수 없어’ 퇴직금 지급의 이유가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이 판결이 있은 후로 수많은 학습지교사들이 회사로부터 부당한 처우를 받아도, 억울한 해고를 당해도, 심지어 일하다 죽거나 다쳐도 어디에 하소연 할 수조차 없게 되었다. 어렵게 노동조합을 만들어 교섭을 요구해도 회사는 무시하기 일쑤고, 조합원의 힘으로 체결한 단체협약도 지키지 않아 법적 구제를 요구하면 각하되거나 기각되고 있는 데, 바로 그 근거에 학습지 교사는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 대법원 판례가 있었던 것이다.
학습지 교사들이 업무내용, 수행방법, 업무수행시간 등에 관하여 회사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고 있음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일이다. 많게는 주3회 출근에, 툭하면 강요하는 벌칙성 면담과 교육, 심지어는 매일 퇴근보고까지 강요하고 그러한 업무상의 지휘와 통제를 위한 많은 관리자를 두고 있다는 점이 학습지 교사들의 노동자성을 반증하고 있다. 그럼에도 학습지 자본은 자신들 스스로가 돈의 힘으로 만들어낸 법 논리에 힘입어 학습지 교사들에게 온갖 부당영업과 부정업무를 강요하고 이런 현실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을 꾸준히 해고하고 있다.
‘대한민국 처음교육’을 내걸고 유아 사교육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주)한솔교육도 이러한 일에 예외는 아니다. 특히, 지난 3월에 발생한 김진찬 교사에 대한 부당해고의 원인이 된 (주)한솔교육의 부정영업 사례는 실로 어처구니없다.
(주)한솔교육의 독서토론논술 상품 주니어플라톤을 담당하는 교육3본부는 2006년 가을에 새로운 상품을 출시했다. 회원제플라톤이라는 이름의 이 상품은 기존의 한솔제품들이 교재를 먼저 판매하고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던 것과 달리, 교육비에 교재비를 더해 매월 판매되는 제품이다. 이 제품이 출시되자 현장의 교사들은 장기간 수업을 이수해야 학업성과가 나오는 학습지의 특성상, 매월 교재를 판매할 경우 조급한 마음의 고객들이 성과에 급급해 조기에 교육을 중단해 결국 고객과 선생님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때 회사에서 선생님들의 걱정과 반발을 무마하고자 내세운 것이 기존에 교육비에만 정산되는 수수료를 교재비에 대해서도 지급할 것이라는 새로운 수수료 정산 방식이었다. 고객의 교육 중단에 연연하지 말고, 눈에 보이는 금전적 이득을 쫓아 영업에 매진하라는 말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수수료 정산 방식은 사실이 아니었다. 교사들이 계산기 두드려가며 수수료를 확인하지 않고 회사를 믿고 맡기고 있다는 점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회사는 반발을 무마하려 이러한 사기를 기획한 것이다. 회사가 이 사기를 통해 상당한 이익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학습지 교사들이 노동자로서의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당하고, 회사가 원하는 데로만 행동하도록 강요받는 것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고, 진실은 언젠가는 알려지게 되어 있는 법.
김진찬 교사는 관리자들의 선전과는 달리 수수료가 지급되지 않고 있음에 의문을 가지게 되었고, 급기야 수수료가 지급되지 않는 이유를 따져 묻는 김진찬 교사를 재계약 4일전에 구두로 해고를 통보했다. 또한 이 교사가 해고된 시점이 노동조합 대의원으로 출마하여 실질적인 활동을 눈앞에 둔 상황이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이 문제가 단순한 해고문제가 아니라 노골적인 노동조합 탄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주)한솔교육은 대표이사가 과거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경력을 내세워 ‘건전한 기업’이미지를 통해 꾸준히 성장해 왔다. 그렇기에 학습지 노동자들에 대한 사기행위, 전 근대적인 노조탄압은 더더욱 우리를 분노케 한다.
대표적인 학습지 회사인 대교, 구몬, 웅진, 재능, 한솔의 사장들은 모두 대한민국 100대 부호에 이름을 오를 정도의 자본가들이다. 이들의 재산은 매일같이 무거운 가방을 들고 다니면서 아이들을 가르쳐온 학습지 노동자들의 피와 땀의 결실을 가로챈 것이다. 학습지 교사들은 단순히 아이들을 지도하는 업무 외에 회사가 임의로 정한 영업목표에 따른 실적 스트레스를 일상적으로 받는다. 심지어 학습을 중단한 아이의 교육비를 대신 입금하며 교육이 유지되는 것처럼 처리(휴회 홀딩)하거나, 실제 학습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아이를 학습중인 것처럼 등록하여(가라 입회) 회사가 강요하는 실적에 맞추기도 한다.
이렇듯, 만연한 학습지 노동자에 대한 갈취를 멈추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투쟁을 조직해 왔다. 재능교육 교사노동조합은 비정규직 최초로 회사와 임단협을 체결한 바 있고, 대교와 구몬도 학습지 노조와 사안별 교섭을 통해 합의서를 작성하는 등 노조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스스로 운동권 출신임을 자랑하는 변재용 사장의 한솔교육은 이러한 흐름을 거슬러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결국 제 무덤을 파는 결과만 낳을 것이다.
지난해 학습지 업계 1위인 대교눈높이가 학습지 노조 대교지부장을 비슷한 사유로 해고한 후 ‘배 째라’는 식의 태도로 일관한 바 있다. 300일이 넘는 천막농성과 이로 인한 기업이미지 실추 때문에 상당한 영업 손실을 본 후에 복직에 합의했던 것처럼, 한솔교육이 기어이 우리 노동자들과 힘을 겨뤄보길 원한다면 우리가 가야할 길은 하나밖에 없다. 질긴 놈이 승리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꾸준한 조직사업을 통한 대중적 실천에 회사는 결국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음을 확인시켜주는 장기간의 투쟁이 우리 앞에 놓여있다.
물론 조합원 대중의 단결투쟁으로 원직복직을 쟁취하는 길을 험난하다. 학습지 노동자들이 이러한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장기근속 보다는 쉽게 이직을 결심하고, 전국에 사업단위가 분산되어 있어 단결의 구심을 형성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우리의 투쟁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학습지 업계에 만연한 부정영업을 폭로하고, 전근대적 노무관리 문제를 사회여론화해서 장기간에 걸친 기업 이미지 실추와 그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가 저들을 손들게 하는 데 더 큰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의 힘은 어찌되었건 단결투쟁에서 나온다. 많은 수는 아니지만 조합원 동지들을 믿고,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연대로 특수고용 노동자 투쟁, 나아가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이 승리하는 전형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이번 투쟁에 임해야 한다. 그런 결연한 의지로 투쟁에 임할 때에만 정부와 여당이 시혜를 베풀 듯 선전하는 특수고용 노동자 보호 입법안을 박살내고 노동 3권 완전 쟁취와 정규직화 쟁취의 길을 열 수 있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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