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대한통운택배(금호자본)는 09년1월 택배수수료를 건당 920원에서 950원으로 30원 인상한다는 합의를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내용은 사측에 의해 일방적으로 파기되었고 이에 반발하는 택배노동자 78명에 대해서 회사는 3월16일 집단해고(계약해지)하였다. 해고된 이들은 자신들의 소유차량을 지입형태로 계약하여 일해 왔던 노동기본권이 배제된 특수고용노동자들이다. 택배자본은 차량구입비용과 유지비용일체를 택배노동자들에게 전가하여 왔다. 노동력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차량보유가 전제되어야만 한다. 차량을 구입하고 사업자등록을 하고난 이후에야 비로소 회사와 위수탁 계약을 체결할 수가 있다. 세금을 걷어가기 위한 필요로 사업자등록을 요구하는 정부의 정책이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부정하고 착취를 강화하며 단결을 무력화하는 탄압의 수단으로 활용된다. 대한통운택배는 화물연대로 조직된 광주택배노동자들을 무력화시키고 착취를 보다 강화하면서도 노무관리가 용이한 영업소형태로의 구조조정을 꾀하며 저항에 대비한 치밀한 사전준비를 거쳐 도발해 왔던 것이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전국 순회투쟁을 포함하여 광주와 대전 대한통운택배지사 앞에서 50여일의 어려운 투쟁을 진행하였다. 투쟁이 진행되는 동안 대한통운택배 자본과 경찰력은 투쟁대오를 침탈하고 연행하였으며 핵심간부에 대한 수배령을 내린다. 이 과정에서 일부 해고동지들이 떨어져 나갔다. 박종태열사는 화물연대 광주1지회장으로서 대한통운택배 노동자들의 투쟁을 책임져 왔다. 수배상태였던 박종태열사는 대한통운택배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대전택배지사 앞에서 투쟁하는 해고동지들이 공권력에 의해 무력화되는 것을 지켜보다가 4월30일 오후3시경 화물연대본부 차원의 투쟁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인근야산에서 자결하였다. 그리고 5월3일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사태의 본질은 대한통운택배 자본의 화물연대 탄압과 비용절감(운송료 삭감), 그리고 정부의 특수고용노동자들에 대한 노동자성(노동기본권) 부정에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화물연대를 포함한 특수고용노동자들을 노동조합 구성원에서 제외하라는 시정명령을 운수/건설노조에 내린 바 있다. 노동기본권 박탈에 이어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조직화를 파괴하고자 하는 의도이다. 이것은 민주노조운동 진영의 투쟁을 사전에 제압하고자 하는 공격적인 도발이다. 또한 공황의 시기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저항과 투쟁을 두려워하는 자본의 반응이다. 대한통운은 물류자본을 대표하여 화물운송 노동자들의 조직적 대표체인 화물연대를 노골적으로 탄압해 들어왔으며, 정부는 이들을 국가폭력으로 지지 엄호하였다.
노동기본권이 여전히 보장되지 못하는 상태에서 택배노동자들의 원직복직과 합의사항 이행이 이루어진다한들 이들의 고용과 노동환경이 온전하게 유지되지는 못할 것이다. 그간의 화물연대 투쟁과정을 본다면 힘들게 투쟁하여 합의점을 도출해도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화물연대라는 조직과는 합의서를 쓸 수가 없다며 다시금 원점으로 되돌려 버리는 것이 다반사였다. 따라서 물류자본에 의한 착취의 강화로 인해 신용불량자라는 딱지와 빚더미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화물운송 노동자들에게 있어 노동기본권의 확보는 생존을 위한 출발점이다.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기본권 쟁취는 열사투쟁의 배수진을 치고 반드시 이루어내야 한다. 정부의 시정명령이나 업무개시명령 따위와 같은 노동운동 탄압을 공세적으로 돌파해야 한다. 그리고 운송료삭감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과 더불어 표준운임제의 빠른 법제화를 만들어내야만 한다.
열사투쟁은 대책위를 구성하여 진행 중이고, 대표자회의-집행위원회-상황실체계로 운영 중이다. 민주노총을 비롯하여 정치 사회단체가 대책위에 다수 결합해 있으며 주요투쟁동력은 운수노조 화물연대투쟁본부이다. 화물연대에서는 5월16일 조합원총회를 개최하여 파업을 결정했다. 파업돌입시점에 대해서는 지도부에 위임되었다. 덤프/레미콘 등의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조직한 건설노조위원장은 5월27일부터 건설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며 상경집중투쟁을 벌일 것이라 하였으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민주노총 위원장은 전 조직의 투쟁일정을 최대한 앞으로 당겨서 투쟁을 집중시키겠다는 발언을 하였다. 이어진 시가행진에서 참가자들은 치열한 가투를 하였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경찰의 저지선을 돌파했고 쌓였던 분노를 적나라하게 표출하였다. 이후 공권력의 무자비한 연행과 구속, 그리고 사무실 침탈이 계속되었지만 현장조합원들의 기세는 더욱 등등하다. 민주노조운동진영 역시도 자신감이 고양된 느낌이다. 언론을 포함한 적들의 노동자 폭력시위를 비난하는 호들갑이 그칠 줄 모르지만 그들의 두려움이 클수록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자신감은 커진다.
화물연대파업이 힘차게 결정되었지만 파업돌입을 유보하고 대한통운으로 제한된 요구수위를 가지고 협상에 연연한다면 현장조합원들로부터의 불신은 팽배할 것이다. 조합원의 분노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던 김동윤 열사투쟁의 재현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현장의 우려가 있다. 화물연대 파업은 건설노조의 파업일정과 함께 가야 한다. 특수고용 노동자를 조직화 한 운수/건설노조와 구조조정 투쟁에 직면한 단위들, 그리고 민주노총차원에서 조직된 투쟁이 받쳐주고 이어져야 한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비롯하여 많은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로 내몰리며 실업자가 넘쳐나고 있는 지금의 열사투쟁정국은 전체노동계급의 요구와 용산철거민 열사투쟁까지를 포괄하여 힘있게 진행되어져야 하며 수세적인 정세를 반전시켜내고 사회변혁의 전망을 세워가야 한다. 그럴 때만이 화물연대를 비롯한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생존권도 지켜갈 수 있으며 열사들도 편히 눈감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