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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52호] 故박종태열사 추모 집회 참관기(성공회대 새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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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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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25 14:33:02, 조회:2,268, 추천: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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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박종태열사 추모 집회 참관기
-성공회대 새내기
지난 5월 9일 열사정신 계승 추모대회와 16일 전국 노동자대회에 참여했다. 처음으로 참여하는 지방 집회였고, 또한 처음으로 경험하게 된 격렬한 집회였다. 9일 집회에 함께 가지 않겠냐는 학회 선배의 말에 선뜻 그러겠다고 했던 것은 처음엔 그저 학회활동을 열심히 하자는 낮은 차원의 결정이었다. 어떤 깊은 성찰이나 돌아가신 열사에 대한 뜨거운 마음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차에 타서 나눠준 유인물을 통해 상황을 어느 정도 파악했고, 끊임없는 잡생각에 빠져들며 집회의 구성원이 되어 참여하기 시작했다.
한 여름과 같은 뜨거운 날씨 속에 진행된 집회는 날씨만큼이나 뜨거웠다. 솔직히 좀 지루하기도한 다른 집회들과 달리, 발언들과 투쟁사가 하나하나 가슴에 의미 있게 다가왔다. 특히 열사의 유족분과, 함께 투쟁하던 조합원분의 발언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사실 지금에 와서는 발언 내용이 정확히 잘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눈물, 콧물 질질 짰던 기억밖에 나지 않는다. 눈물을 참아내느라 정말 고생했다. ‘왜 이렇게 되어야만 했을까. 무엇이 열사를 자결이라는 상황까지 가게 한 것일까.’하는 생각들. 다시 그 순간을 떠올려보면 슬픔이 되살아나는 것만 같다.
9일, 집회가 마무리되고 대전 중앙병원을 향해 노래를 부르며,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했다. 병원에 도착할 때쯤에는 그날 시위가 굉장히 빡셀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미리 들어서인지 슬슬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솔직히 나는 전경이 무서웠고, 그날 시위가 격렬해지는 것을 거의 끝나는 순간까지도 두려워했다. 그러나 막상 정리 집회 후에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 어떤 행동도 없이 그대로 시위가 끝나게 되자 아쉬움이 밀려왔다. 아쉬움과 허탈함. 많이 두려워했었지만 적어도 그렇게 허무하게 해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그냥 되돌아가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고, 아직은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인 나조차도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이건 열사가 붙여놓은 불에 도로 재를 뒤덮는 꼴이었다. 그러나 다음을 기약하며 돌아오는 수밖에 없었다.
일주일 후인 5월 16일. 평소에는 광주에서 한다는 전국 노동자대회가 이번에는 故박종태 열사 건으로 대전으로 모두 집중된다고 한다.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빗속에서 겪는 집회는 또 새로운 경험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나름대로 결의를 다졌다. 비가 와서였을까, 노동가수 지민주 동지가 부른 고인이 생전에 좋아했다던 ‘민들레처럼’이 더욱 더 슬프게 느껴졌다.
그리고 드디어 행진. 이번에는 저번과 반대로 병원을 거쳐 대한통운 건물을 향해 걸어 나갔다. 끝없이 구호를 외치며, 투쟁가를 부르며 앞으로 전진 또 전진했다. 내가 속해있던 대오는 시위대열 거의 중간쯤에 있었는데 앞뒤로 끝없이 이어지는 사람들의 행렬을 보며 가슴이 뜨거워져 왔다. 이렇게 사람이 많다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참을 들떠서 멈추다, 걷다를 반복하며 수 십대의 전경차가 널부러져 있는 광경이 있는 곳에 도착하게 되었다. 앞에서 만장을 들고 가던 사수대가 전경들을 뚫어 진로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비록 간접적이긴 하지만 이렇게 격렬한 시위는 처음이었고 가슴이 두근거려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목이 터져라 끊임없이 구호를 외치고 투쟁가를 불렀다. 내가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것밖에 없었다.
그렇게 몇 번에 걸쳐 전경을 뚫어 대한통운을 향해 나아갔다. 한편으로는 경찰이 너무 쉽게 물러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불안하기도 했지만, 경찰을 뚫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흥분이 더 컸고, 그저 불안감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다 대한 통운으로 넘어가는 언덕에서 정체하게 되었고 왠지 모를 작은 불안감과 흥분과 해방감으로 뒤섞인 묘한 감정들 속에서 그 순간에 나는 굉장히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몇십분을 보내고 나서, 내가 속한 대오를 포함한 주변의 대오들이 뒤쪽으로 철수하기 시작했다. 상황이 잘 파악되지 않았다. ‘끝까지 함께 한다고 했었는데 왜 빠지는거지?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지나서야 앞에서 정리 집회를 하고 끝낼 예정이므로 빠질 수 있는 모든 대오는 빠져나가라는 공지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뭔가 찜찜했지만, 그래도 설명을 들은 후에는 수긍을 했고 힘들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해산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역시나 불안한 예감이 맞아 떨어지고 말았다. 시위대가 정리 집회를 마치고 해산 하자마자 경찰이 뒤에서 공격해왔다는 것이다! 분풀이라도 하듯이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동원해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연행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고속도로를 봉쇄하고 버스를 막고 통째로 시위자들을 연행하는 행태, 식당을 습격해 식사중인 사람을 연행하는 등 해서 400명 이상을 연행했다는 귀를 의심할 만한 소식들. 답답한 소식들을 들으며, 후회를 하기도 하며, 뜨거웠던 일정을 회상하며 하루를 마감했다.
두 번이나 대전에 오면서, 나는 마치 이 일이 내일인양 생각하게 된 자신에게 놀랐다. 또한 더 많은 생각들과 고민을 안고 돌아왔다. 일방적인 폭력시위로만 몰아가는 보수언론의 한심한 작태들을 보며 느끼는 분노와 아직 스스로의 견해를 정립하지 못한 투쟁에 대해서, 폭력에 대해서, 공권력에 대해서 더욱더 고민해야겠구나, 느껴야겠구나 하는 생각들. 이 모든 것들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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