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이미 인사청문회 전에 각종 투기 의혹으로 3명의 후보자가 자진사퇴했다. 장관 후보자 15명이 인선되자마자 이들의 면면을 살펴본 일반 서민들의 반응은 충격 그 자체였다. 39억 원에 달하는 평균 재산에 가장 적은 재산 신고액도 8억 5천 수준이었다.
각종 언론 매체에서는 강부자(강남땅부자) 내각과 고소영(고려대 - 소망교회 - 영남출신)비서진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것은 현재 이명박 정권을 대표하는 말이 되었다.
파문이 커지자 이들은 각각 해명에 나섰다. 그런데 이들의 해명은 더욱 기가 막히다. 박은경 환경부장관 후보자(자진사퇴)는 김포시 절대농지 불법 구입 의혹에 대해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할 뿐 투기와는 상관 없다”고 했다. 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자(자진사퇴)는 부동산 축소신고 의혹에 대해 “부부가 교수 25년 동안 하면서 둘이 합해 재산 30억 원이면 다른 사람과 비교해도 양반 아니냐”고 했다. 김성이 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청소년보호위원회 시절 공금 유용 의혹에 대해 “잠시 보관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자진사퇴)는 부동산 40여 건 보유 및 투기 의혹에 대해 “유방암 검사에서 암이 아니라고 나와 남편이 축하하는 의미로 오피스텔을 선물로 주었다”고 했다. 강남 땅부자들의 선물 수준을 짐작할 만하다.
이들의 해명에 노동자 민중은 더욱 분노했다. 중앙일보는 “후보자들이 너무 정직해서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며, ‘거짓말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중앙일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해명은 불 붓는 장작에 기름을 끼얹는 식의 사태를 가져왔고 결국 3인이 자진사퇴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부르주아 언론들은 인사코드의 문제를 운운했다. 그러나 이명박은 처음에 이들을 두고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고 자신했었다. 5000명이 넘는 인사들 중에서 심사숙고 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단순히 인사코드의 문제인가? 우리는 나머지 4000명이 넘는 사람들 또한 이들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들은 모두 자본가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는 자본가계급의 전위부대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해명에는 철저하게 이들의 계급의식이 드러나고 있다. 해명의 공통점에는 모두 “부자인 것도 죄냐”라는 억울함이 깔려있다. 그리고 적어도 불법 행위를 통해서 돈을 모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부자인 것 자체를 죄로 삼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각종 매체를 통해서 몇 백만 원의 빚 때문에 일가족이 목숨을 끊는 소식들을 접하고 있다. 국민 중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전개하고 마포대교에서 몸을 던지지만, 이들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노동자들이 생존권 사수를 위해서 파업투쟁을 전개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이들이 각종 법망을 피해가며 부동산 투기를 통해서 엄청난 부를 축적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기획재정부 강만수 장관 내정자의 경우 “IMF가 축복일 수 있었다”고 자신의 저서에서 주장한 바 있다. 실제로 강만수 장관 내정자가 보유한 부동산 가격은 지난 10년 동안 408% 상승했다. IMF로 인해서 수많은 노동자 민중들이 길거리로 쫓겨나고 좌절감에 목숨을 끊을 때, 이들은 각종 금융정책을 통해서 자신들의 부를 축적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대다수의 노동자 민중은 무엇을 느끼겠는가? 생계 문제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끊는 것은 단순한 자살이 아니라 사회적 타살이다. 자본주의 체제 자체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기에 착취를 강화하고 각종 투기를 통해서 부를 축적한 것이야말로 사회적 타살에 일조한 행위이다. 이것이 범죄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나 이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것이 범죄가 되지 않는다. 이들의 행위를 인정하고 이들을 법적으로 보호해주는 자본주의 사회야말로 거대한 범죄 시스템이다.
돈으로 지위를 사는 자본가계급
이번 사태를 보면 봉건제 말기에 성행했던 돈으로 귀족 신분을 사는 매관매직이 떠오른다. 과연 지금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것이 근절됐는가? 아니다. 더욱 정교한 방식으로 더욱 체계화된 방식으로 여전히 매관매직은 이루어지고 있다.
각종 선거 때마다 이들은 자신들의 자본을 이용하여 직책을 얻는다. 매번 선거가 끝날 때마다 불법선거자금이 터져 나오는 것은 이미 공식화되어 있다. 자리에 오른 다음에는 자신들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하여, 그리고 자신들과 같은 처지에 있는 자본가계급의 이해를 철저히 옹호하기 위한 정책들을 쏟아낸다. 아직 정계에 진출하지 못한 자본가계급은 그들의 자본으로 이들을 후원한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 공짜란 없기 때문에 이들은 그러한 정치자금을 제공한 대가를 얻는다. 이미 이명박 정부는 친기업주의를 선언하며 각종 규제 완화와 법인세 인하 등을 추진하려 하고 있지 않는가? 이것이 모든 자본주의 국가에서 일어나는 비리 문제의 일반적인 양상이다. 이것이야말로 매관매직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고 그 폐해는 고스란히 노동자 민중에게 돌아오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이명박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경제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출범부터 너무 빨리 자신들의 본질을 드러내고 말았다. 자본가에 의한 자본가를 위한 경제정책을 펼치겠다는 의지는 이번 인선을 통해서 확인됐다.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하에 구조조정을 강화하고 노동자 투쟁을 탄압하겠다고 하고 있다. 경제가 살아야 그나마 우리도 사는 것 아닌가? 라는 노동자 민중의 순박한 바람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이명박 정부는 경제가 살기 위해서 노동자 민중을 죽여야 한다고 당당히 말하고 있다.
이번 강부자 내각 파문은 그 출발선에 불과하다. 이제 더 이상 철저하게 부르주아 계급의식으로 무장한 이들의 해명에 분노하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 99%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1% 특권층의 정책은 안 봐도 뻔하지 않은가? 우리는 이명박 정부 5년이라는 기간의 첫 출발선에서부터 전면전도 불사한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부자인 것이 죄가 아니라고 당당히 강변하는 이들에게 노동자 투쟁의 저력을 보여주자. 그들이 죽어야만 우리가 살지 않겠는가!! <노/정/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