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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51호] 차별에 저항하라! (노들장애인야학 교사대표 정민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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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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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5 12:30:02, 조회:2,683, 추천: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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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에 저항하라!
- 노들장애인야학 교사대표 정민구
장애인의 날, 개나 줘버리라지!
오는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장애인의 재활의욕을 고취하고 복지증진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법정 기념일로 제정된 날이다. 그런데 왜 하필 4월 20일일까. 봄 햇살 좋은 4월 중 통계적으로 가장 비가오지 않는 날이 20일이어서 4월 20일이‘장애인의 날'이 되었다고 한다. 정부에서 장애인을 얼마나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가 단적으로 드러나지 않는가.
정부는 이 날부터 1주일 동안을 장애인주간으로 설정하고 각종 행사를 개최해왔다. TV를 켜면 모든 방송사에서 장애인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1년 내내 방구석이나 시설에 쳐박혀 있던 장애인이 연예인 혹은 유명인사와 손을 잡고 꽃놀이를 가거나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는다. 그들이 그렇게 자신의 선한 이미지를 대중에서 심어주는데 장애인은‘동원’될 뿐이다.
장애인의 날에 장애인은 없다. 364일 차별과 냉대로 내몰리다가 딱 하루 마치 특별사면이나 하듯이 겉치레로 쏟아내는 각종 행사에 장애인은 들러리일 뿐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발효된지 4월 11일로 만 1년을 맞은 지금 우리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얼마나 개선됐는지, 정부는 과연 장애인차별철폐 의지는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됐다고 해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나 편견이 하루아침에 바뀌리라고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은 그렇다 치고 정부부터 장애인을 외면하는 실정이다 보니 장애인의 날이 무색할 뿐이다.
온갖 비판여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정부가 정치적인 목적으로 밀어붙인 국가인권위원회 축소와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 위상격하 및 장애인권익증진과 폐지 등과 같은 일련의 문제 등은 장애인에 대한 현 정부의 입장을 웅변하는 사례이다. 열악한 약자들의 최후 보호막까지 정략에 의해 유린하려는 정부정책이야말로 장애인 당사자들이 장애인의 날을 외면하고 거리투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말로만 장애인차별금지니 장애인의 날이니 복지사회 구현을 떠들지 말고 장애인이 경험하는 불이익, 편견, 차별 등이 없는 사회구현을 한다면 굳이 장애인의 날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정작 장애인을 위하는 길은 특별한 기념일이 아니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차별받는 것이 아니라, 차별받기 때문에 장애인이 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장애인에 대한 정의는 다음과 같다. “장애라 함은 신체적․정신적 손상 또는 기능상실이 장기간에 걸쳐 개인의 일상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초래하는 상태” 현재 장애인에 대한 개념은 손상 또는 기능상실에서 오는 것이라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손상을 입은 장애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손상을 치료하고 재활 하는 것이다. 이는 장애를 바라보는 가장 주류적인 시각이다.
손상은 손상일 분이다. 그래서 치료를 하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다르게 발생한다. 손상을 고칠 수 없는 고착화된 사람들은 왜 차별 받아야 하는가. 그것은 손상이 특정한 관계 속에서 장애가 된다는 것이다. 특정한 관계가 바로 [사회적 차별, 억압]이라는 관계를 통과 하면서 장애가 발생된다는 것이다.
휠체어를 탄 사람은 단지 휠체어를 탄 사람일 뿐이다. 버스를 타지 못할 이유는 없다. 버스를 타지 못하는 것은 사회적 차별, 억압 때문일 것이다. 저상버스를 만든다면 얼마든지 버스를 탈 수 있을 것이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장애인은 투쟁을 통해 저상버스를 쟁취해냈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고 투쟁이다.
인간은 누구나 질병, 사고 혹은 재해 등으로 정신적, 육체적 손상을 입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손상을 입었다고 해서 곧바로 그 사람이 장애인이 되는 것은 아니며 손상을 입었을지라도 그 손상이 사회적으로 생활하는데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장애자가 아닌 것이다. 즉, 손상을 입은 것은 개인의 책임일 수도 있고 사회적 책임일 수도 있으나 그 사람이 장애인이 되는 것은 명백히 사회적, 구조적인 책임이다.
사회가 만든 감옥, 시설 밖으로!
마르크스는 <임금노동과자본>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흑인은 흑인이다. 특정한 관계 속에서만 그는 노예가 된다.”
이를 바꿔 말하면 “장애인은 장애인이다. 장애인은 특정한 관계 속에서만 시설에 수용되어 살아야 한다.”로 바꿔 볼 수 있겠다.
2008년 8월 발표된 장애인복지발전 5개년계획에 따르면 장애인생활시설 288개소에 20,958명, 공동생활가정 및 단기보호시설 427개소에 3,502명이 생활하고 있다. 이는 장애인생활시설 1개 소당 평균 72명 이상이 생활하고 있으며 보편적 거주환경이라고 볼 수 없는 대규모 시설 수용이 일반적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각 시설 유형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문제시설과 개별 유형의 시설 조사에서 드러난 인권문제는 다음의 8가지 정도로 유형화된다.
<거주시설의 인권침해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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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침해유형 세부내용
신체 자유 침해 불법 구금, 폭행, 성폭행, 동의 없는 불임시술, 강제 삭발, 강제 투약 등
통신 자유 침해 외부와의 편지, 전화, 면회 검열과 제한, 핸드폰 소지 제한
종교 자유 침해 종교 강요, 종교 제한, 종교 집회 강제 동원, 강제 안수․금식 기도
사생활 자유 침해 도청, 감시카메라, 강제 결혼, 개인 소지품 제한
생존권의 침해 열악한 의식주, 의료서비스의 부재, 징벌목적으로 음식물 제공 제한
또는 금지, 살인, 암매장
재산권 침해 수급액, 장애수당, 장례비 등 갈취, 입소금 착취, 신용도용에 의한
신용불량자로 전락 등
노동권 침해 강제노동, 노동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거나 적은 돈을 지불함
자기결정권 침해 입.퇴소 결정권 제한, 일상에서의 자율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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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20공동투쟁단 장애인생존권 9대요구안 중 첫 번째가 탈시설-주거권을 전면 보장하라는 내용이다. 시설에서 자행되는 비리나 폭력이 없어져야 함은 너무나 당연한 말이기에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소위 ‘시설’이라 불리는 공간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서울시만 하더라도 지원법인 수가 38개, 수용 장애인 수만 3천 명이 넘는다.* 그럼에도 그 많은 ‘시설’과 시설장애인들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시설은 우리 사회 깊숙한 곳에 감추어져 있다.
시설경험 장애인들은 ‘시설’을 ‘형기 없는 감옥’이라 부른다. 그곳에가면 장애인은 보호의 대상일 뿐이다. 무언가를 주체적으로 결정할 수도 없고 행동할 수도 없다. 대부분의 시설은 국가보조금으로 운영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시설은 ‘치외법권지대’이다. 그 치외법권지대에 있는 사람은 크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로 나뉜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는 시설에서 그저 살아갈 뿐이다. 아무런 삶의 희망이나 욕구조차 잃어버린 채.
국가와 자본, 그리고 가족은 강력한 신성동맹을 맺고 있다. 대부분의 시설장애인은 가족에 손에 이끌려 시설에 들어오거나 버려진 장애인이 국가에 손에 이끌려 시설에 들어온다. 장애인 양육에 대한 사회, 경제적 책임을 온전히 가정에 떠맡기고 있는 국가와 그것을 감당하기 힘든 가족, 그리고 장애인을 보호한다는 미명아래 그들을 가둠으로써 자신의 배를 불려가는 시설이 존재하는 것이다.
서울시정개발원이 지난 달 펴낸 자료는 시설입소 장애인과 가족의 욕구가 얼마나 상반된 것인지를 보여준다. 주거와 서비스가 지원될 경우 퇴소를 희망하는 장애인이 70.3%인 반면, 가족응답자의 94.4%는 장애가족이 계속 시설에서 살기를 희망했다.** 시설에 입소했을 때 이미 의지가 꺾인 가족들 역시, 어떤 무기력증에 시달리는 셈이다.
그렇다고 가정에 있는 장애인의 삶이 더 나은 것은 아니다. 시설보다 더 시설 같은 가정에서 양육이 아닌 감금생활을 하는 장애인도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이 지역사회로 돌아와야 한다. 그리고 지역사회에 적응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져야한다. 장애인도 교육받고 이동하고 노동할 수 있어야한다. 물론, 이것이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경쟁사회에서 똑같이 경쟁하고 ‘돈’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자는 것이 비장애인처럼 살아가야함을 뜻하진 않는다. 이 사회는 미쳤다. 미친 사회를 변혁해야 한다. 우리는 새로운 사회를 꿈꿔야 한다. 장애인/비장애인 그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억압받지 않는 공동체를 꿈꿔야 한다. 그리고 투쟁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실천, 그것만이 세계를 변화시킨다.
각주
* 서울시정개발연구원, ｢탈시설화 정책 및 주거환경 지원 학술연구｣, 자문회의 자료, 2009, 3. 30.
** ｢탈시설화 정책 및 주거환경 지원 학술연구｣, 자문회의 자료, 서울시정개발원, 2009년 3월 30일.<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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