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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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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1 08:24:33, 조회:3,504, 추천: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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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산업은 클린산업? NO!
삼성반도체공장 거대자본 이윤창출을 위해 노동자들의 죽음의 행렬은 계속되고 있다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김재천
지난 3월31일 강남성모병원에서 어린 여성노동자 故박지연씨가 23살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이 노동자는 1987년에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 입사하여 일을 하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걸리고, 항암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은 사망 했다.
고 박지연씨의 목숨을 앗아간 백혈병은 명백한 산업재해이다. 그녀는 품질검사그룹 검사과 1라인에서 여러 화학약품과 엑스레이(방사선)를 이용한 검사업무를 담당했는데 백혈병은 발암물질이 포함된 화학물질과 방사선 노출에 의해 발병하는 직업병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구 10만 명당 1~2명 걸리는 희귀암인 백혈병이 같은 공장에서 25명 이상의 발병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업무관련성을 충분히 추정해 볼 수 있다.
반도체 제조 공정의 특징상 수백 가지의 화학물질과 유독가스, 방사선 등이 사용되나 반도체산업 자본가들이 이윤만을 위해 안전 보호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고 빠른 생산만을 강요한 나머지 적지 않은 노동자들이 수많은 직업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특히 삼성반도체의 경우 악명 높은 무노조경영 사업장으로 더욱 문제가 심각하지만 그 피해규모조차 투명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처음으로 이러한 반도체 산업의 직업성 암 피해문제를 세상에 알린 사람은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다. 고 박지연씨의
죽음과 너무도 흡사한 죽음이 2007년에도 있었다. 고 황유미씨는 속초상고 3학년 때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 입사하여 화학물질로 세척업무 등을 담당하다가 백혈병이 발병하여 2007년 3월, 23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 죽음의 원인은 명백한 산업재해라며 고 황유미씨 아버님이 이 세상에 처음으로 억울함을 호소하고 노동사회단체에 알리면서 그 해 11월 20일 ‘삼성반도체 집단백혈병 진상규명과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이후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가 꾸려진 것이고 대책위 즉 현재의 반올림은 그때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대책위를 처음 꾸릴 때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것은 삼성반도체에서 일을 하다가 백혈병에 걸린 노동자가 6명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6명은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혈액암 백혈병이 젊은 20~30대에 걸릴 확률은 인구 10만 명당 1~2명으로 매우 희귀한데다가, 2인 1조로 일한 황유미씨(19살에 입사, 23세 사망)와 이숙영씨(19살에 입사, 31세 사망) 모두 백혈병으로 비슷한 시기에 사망했는데, 이들은 일명 ‘퐁당설비’(작업자가 직접 화학물질들이 담긴 수조에 반도체 원판을 퐁당 퐁당 담갔다 빼었다 하는 설비)에서 직접 화학물질 앞에 노출되어 일하였다는 점 등 처음 대책위가 발족할 당시 알고 있었던 6명의 피해자들은 모두 업무상 발생한 백혈병이라고 생각할 충분한 근거들이 있었다.
이후 대책위를 시작하면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들도 이것이 분명한 산업재해라는 것에 확신을 주었다.
4월 말 현재 반올림에서 공식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피해를 당한 노동자수는 삼성반도체 혈액암만 26명 제보되었으며 이중 10여명은 이미 사망을 했다. 대부분이 백혈병, 림프종 등 혈액암이며 이외에도 피부암, 유방암 등 각종 암 피해와 불임, 유산, 자녀의 선천적 질환, 탈모 등이 제보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미 미국의 실리콘밸리지역에서는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에 주변 환경오염과 현장노동자들의 직업병 문제가 크게 대두 되어 산재피해자들은 보상을 받고 발암물질을 규제하고 대체물질들을 개발해 사용하도록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규제를 강화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강화에 대해 반도체 자본들은 규제가 느슨한 제3세계로 손을 뻗쳐 대만, 한국, 중국 등으로 옮겨왔다.
대만의 경우 1994년에 RCA라는 미국 초국적 전자회사가 대만 땅에서 수천 명의 암 피해자들을 발생시키고 지역 토양을 영구 오염시키는 등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난 뒤에 무책임하게 본국으로 도망을 쳤다. 마찬가지로 90년대 초 중반 영국의 내셔널반도체 공장에서도 많은 노동자들이 암으로 목숨을 잃거나 투병 중에 있다. 이 세 곳 모두 지금도 초국적 전자 자본에 대항해서 싸움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많은 곳이 전자산업의 폐해로 싸움을 진행하거나 투쟁중이다. 대표적인 곳이 중국, 인도, 태국 등이다. 올해 1월 달에 중국도 쑤저우 공장에 있는 반도체 회사에서 노말헥산 중독증으로 여러 노동자들이 연이어 사망하고 열악한 노동환경이 계속되자 공장노동자들 수천 명이 파업을 벌이는 일까지 벌어졌다.
반도체 생산현장이 TV에 나올 때는 방진복을 입고 먼지하나 없이 깨끗하게 일하는 모습만 비추어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도체 하면 청정산업으로 인식이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이미지 조작일 뿐이다. 방진복과 천 마스크, 먼지 없는 환경은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고 반도체 소자를 위한 환경이다. 다시 말하자면 제품에 먼지가 묻지 않게 하기 위해 입는 얇은 천으로 된 옷이 방진복이라 독성 화학물질이 피부나 호흡기를 통해 흡입되는 것을 결코 막아줄 수 없다. 한마디로 이러한 보호구는 제품보호구이다.
현재 반도체에 쓰이는 화학물질은 800여개가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노동자들은 거의 무슨 물질들이 반도체공장에서 쓰이는지 알지 못하고 교육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다고 현장에서 일한 전 현직 노동자들이 한결같이 증언 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노동자들이 쓰는 물질은 현장에 자료(물질안전보건자료 MSDS)로 비치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반도체자본은 산업의 영업기밀이라는 말로 무슨 물질을 사용하는지를 비밀에 부치고 있다. 여기에 노동자들의 안전보건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노동부도 자본에 편승하여 영업기밀, 국제분쟁 운운하며 무슨 물질이 쓰이고 있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금 반올림은 삼성이라는 거대자본과 싸우고 있다. 그리고 이 투쟁은 삼성뿐만 아니라 비슷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 반도체, LCD 등 첨단 전자산업 자본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이러한 첨단 전자 회사 대부분은 현장을 통제할 수 있는 민주적, 자주적 노동조합도 없다. 반올림은 자본의 이윤추구만을 위한 생산 시스템에 맞서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저항할 수 있도록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함께 노동자 건강권 쟁취와 인간다운 노동조건 쟁취를 위해 노동조합 건설을 1차적인 목표로 싸워야 한다.
또 전자산업은 이미 미국, 영국 등 경제 대국에서 그 지역의 노동자와 민중들의 저항 이후 제3세계 국가로 이동하고 있다. 지금은 대만,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 한참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점차 더 값싼 인건비와 규제가 덜한 나라로 또 옮겨질 것이다. 이에 진정한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국제적인 차원의 대응이 절실하다. 원진레이온 사례에서 봐 왔듯이 일본에서 문제되어서 직업병 기계라고 불려오던 기계가 한국으로 와 수많은 노동자들이 이황화가스 중독(CS2)으로 죽임을 당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사회적 저항에 부딪히자 기계는 폐기된 것이 아니라 중국으로 수출되어 가동되고 있다. 이러한 비극적 현실은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한 쉽게 없어지지 않고 계속 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반올림이 활동을 공식적으로 시작한지 2년 6개월 정도 되었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삼성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사회화 하는 데는 일차적인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이제 현장의 노동자들과 피해 당사자들과 가족들이 어떻게 더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노동자 스스로를 조직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노/정/협>
<끝으로 활동하는 동지들에게 알리는 글>
○ 삼성반도체 등 첨단 전자회사에서 일하다가 예기치 못한 질병이 걸린 분들의 제보를 받습니다.
- 건강한 노동세상 (장안석: 011-9002-8563)
- 건강한 노동세상 (032-439-8177)
- 다산인권센터 (031-215-4395)
○ 헌혈증과 후원을 받습니다.
○ 국제청원운동에 동참해주세요.
○ 5월 18일 고 박지연씨 49재 추모제에 참석해주세요.(강남역 4번 출구 삼성본관 앞)
이 활동들에 대한 안내는 반올림 카페 (http://cafe.daum.net/samsunglabor)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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