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정세>
박일수 동지의 분신투쟁이
강력한 대중투쟁의 불꽃으로 타오르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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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박일수 동지의 분신
또 한명의 동지가 우리의 곁을 떠났다! 박일수 동지다! 박일수 동지의 분신투쟁으로 2004년은 시작되고 있다.
우리는 묻는다.
"노동자로 살기 위해서는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가? 투쟁하기 위해서는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가?"
우리는 "그렇다!" 고 대답한다.
그러나 우리의 대답은 결코 자랑스러운 대답이 아니다. 피눈물로 온몸이 흠뻑 젖은 고통의 대답이다. 열사를 탄생시킬 수밖에 없는 우리의 무기력을 한없이 질타하는 치욕스러운 대답이다. 우리가 할 일은 열사를 칭송하는 것이 아니라 열사의 숭고한 뜻을 따라 더 이상 이 땅에 열사가 등장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대중투쟁을 통해 자본의 통제와 탄압을 물리치고 노동해방의 그날을 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박일수 동지는 현중하청 인터기업에서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과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한마음회'를 만들었다. 친목과 노조건설의 목표가 느슨하게 혼합된 조직인 한마음회를 통해 척박한 현중하청에 노동자 투쟁의 씨앗을 심고자 했다.
그러나 이런 박일수 동지의 노력에 자본은 회유와 협박 중상모략으로 대답했다. 한마음회를 회유와 공갈협박으로 해체시켰다. 그것도 모자라서 박일수 동지를 아편을 하는 사람으로 경찰에 신고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질렀다. 경찰은 사측 또는 그 끄나풀의 말만 믿고 어떤 근거도 없이 박일수 동지를 연행하여 검사하였다. 사측과 경찰은 하나였다. 이에 격분한 박일수 동지는 제보자가 누구인지를 요구했다. 그러나 경찰은 제보자의 신분보장을 이유로 제보자의 공개를 거부했다. 얼마나 치욕스럽고 화가 났을까? 그 후 사측과 협상에서 일정한 노동개선과 박일수 동지의 신분보장을 얻어냈다. 그러나 사측은 전혀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도리어 박일수 동지를 해고하였다.
이 때 박일수 동지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었을까? 어디에 발붙일 수 있었을까? 어디에 하소연 할 수 있었을까? 그냥 주저앉아야 할 것인가? 그러나 그것은 살아도 산목숨이 아닐 것이다. 자본은 신나서 더욱 노동자에 대한 통제와 탄압의 고삐를 더욱 강하게 당길 것이다. 이 때 아마 박일수 동지는 먼저 간 열사를 떠올렸을 것이다. 열사의 심정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동지는 유서에서 그렇게 말하고 있다. 결국 박일수 동지는 자본에 좌우되는 삶 대신에 자기 스스로 운명을 결정하는 삶을 선택했다. 그 때 얼마나 괴로웠을까? 무엇보다도 20년만에 만난 딸에게 무엇하나 잘해주지 못하고 만나자마자 떠나야 하는 아비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딸을 만난 것은 한을 푸는 것이었을까 한을 첩첩히 쌓는 것이었을까? 아아, 이 대목에서는 어떤 생각도 나지 않는다!
2. 현중하청 노동자의 크레인 점거투쟁
동지의 죽음은 열사정국을 개별적인 사업장의 협상으로 마무리하고 열사정국을 과거로 떠나 보내고 일상의 세계에 빠져있던 노동현장을 다시 강타하며 일으켜 세우고 있다. 열사의 탄생은 결코 우연적인 것,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오늘 이 땅에서 살고 있는 노동자 모두의 운명임을 다시 일깨워주고 있다. 동지의 죽음은 무엇 보다도 대공장 하청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비정규직 철폐의 전국의 불꽃으로 타올라야 한다. 이 투쟁의 선봉은 현중하청노조가 되어야 한다.
이미 현중하청노조는 투쟁의 선봉에 서고 있다. 하청노조는 3인(실제로는 4인이다)의 크레인 점거농성으로 열사의 분신에 대답했다. 크레인 점거농성은 자본의 허를 찌르고 동지의 분신투쟁을 하나의 지점으로 모아내고 동시에 확산시키는 훌륭한 투쟁이었다. 분신투쟁으로 긴장감이 형성되고 분노가 확산되던 시기에 열사투쟁을 하청노동자 전체의 문제로, 전국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로 발전시키고 현대중공업의 골리앗 크레인 점거농성의 기억을 되살리는 시기적절한 투쟁이었다. 현대중공업은 전국적 관심의 초점이 되었고 전국적 투쟁의 불씨가 되었다.
민주노총은 적당하게 협상하여 발을 뺄 수 없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총파업 남발을 비판하고 "2년 동안 준비해서 총파업을 하겠다"는 신임 이수호 집행부를 때 이르게 시험대에 올려 놓았다. 현중하청노조는 그 동안 경험부족으로 인한 시행착오와 투쟁의 시기상실, 전망의 막막함과 결속력 약화, 재정의 어려움을 단호하게 털어버리고 강력한 대중투쟁의 조직화의 선봉에 서야한다. 투쟁이 상승할 때는 머뭇거리지 말고 강력하게 투쟁을 밀고 나가야 한다. 투쟁의 흐름에 틈이 생기고 리듬에 엇박자가 나타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투쟁의 흐름을 타고 더욱 거센 파도가 되어 전진해야 한다. 그리하여 투쟁의 대중적 흐름을 모아내고 대중의 투쟁질서를 만들어야 한다. 이때 현장의 투쟁을 하청노조로 다 묶으려고 할 필요는 없다.
하청노조는 투쟁의 선봉에 서서 투쟁을 주도하여 투쟁질서를 강하게 구축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 하청노조의 조직적 확장과 대중적 영향력은 가능할 것이다. 하청노조는 현중 정규직 활동가와 손잡고 인터기업, 크레인 점거농성을 감행한 해고 노동자가 일하던 기업, 하청 노조원이 있던 기업, 투쟁의 경험이 있는 기업, 투쟁의 불씨가 빨갛게 반짝이는 이것을 중심으로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현장의 대중투쟁의 조직화를 통해서 열사가 제기한 이슈를 현장전체 노동자의 요구로 만들고 현장노동자의 투쟁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 때 명실상부하게 현중 하청노동자의 투쟁은 전국 비정규직투쟁을 선도하는 투쟁이 될 것이고 정규직 활동가와 민주노총을 투쟁의 중심으로 끌어 들일 수 있을 것이다.
3. 하청과 원청 노동자의 공동투쟁
박일수 동지가 제기한 문제는 비단 하청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중 정규직 노동자의 문제이기도 하다. 현중은 끔찍한 노동통제와 노무관리가 자행되고 있고 산업안전의 사각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가족까지 치밀하게 동원하는 개별적 노동자 통제가 아주 악랄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루도 쉬지 않고 산재사고가 일어나서 노동자가 죽고 다치고 있다. 또 산재 노동자가 자살을 택하고 있다. 박일수 동지와 함께 한 정규직 동지가 자신의 목을 매서 죽는 원통한 일이 발생하지 않았는가!
현중자본은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현장에서 노동자는 숨을 쉴 수가 없다. 그야말로 현중은 절망의 공장이요 죽음의 공장이다. 그런데 이 죽음의 공장은 노동자의 분노의 열기로 가득찬 것이 아니라 자본의 전면적 통제 아래 놓여있다. 자본의 통제는 문자 그대로 병영적 통제에 다름 아니다. 자본은 대의원과 집행부, 조합원 모두의 숨통을 틀어쥐고 있다.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대중적 투쟁과 유리된 활동가들만의 보여주기식 투쟁, 투쟁을 회피하는 보신주의적 투쟁, 대중투쟁의 조직화도 투쟁을 통한 대중의 신뢰확보도, 투쟁을 통한 미래전망도 제시하지 못한 소위 좌파의 무기력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은 치밀하고 강력하게 현장을 치고 들어왔다. 소위 반어용파는 집행부를 장악했으나 현장과 유리된 채 임기를 채우기에 급급했다. 그것도 모자라서 부정부패로 자멸하고 말았다. 어떤 신뢰도 전망도 확보하지 못한 반어용파, 사측의 악랄한 통제와 탄압은 '고용안정'을 마지노선으로 하여서 자본에 의한 현장의 전일적 지배와 노예적 분위기와 문화가 현장을 지배하도록 만들었다.
이제 현중활동가들은 더 이상 노예적 굴종과 창백한 무기력에 안주해서는 안된다. 하청노동자의 투쟁에 굳게 결합하여 하청노동자 투쟁을 함께 밀고 나가야 한다. 하청노동자 투쟁을 통하여 현중의 노동현실을 폭로해야 한다. 현중 자본은 하나다. 현중현장의 노동자도 하나다. 단순히 하청노조와 하청노동자 투쟁을 보조하는 역할이 아니라 하청노동자 투쟁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단호하고 강력한 투쟁을 하청노조와 함께 해야 한다. 선전과 선동의 전면화와 함께 투쟁의 거점을 현장 내부에 구축하자! 현재 대중투쟁에서 주연, 조연, 엑스트라가 따로 없다. 고정된 배역은 없다. 우리는 주연이 엑스트라로 전락하고 엑스트라가 주연으로 급부상하는 계급투쟁의 역동적 시기에 살고 있다. 투쟁한 자가 선진 노동자고 투쟁하는 자가 노동자 투쟁의 주연이다! 하청노동자의 투쟁을 중심으로 한 현중 하청과 원청 노동자의 공동투쟁을 조직하고 현자를 비롯한 민주노총 현장의 투쟁을 이끌어내어 전구전선을 구축하고 총파업의 불씨를 확산시키자! 끝으로 박일수 동지의 영전에 명복을 빌고 따님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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