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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21호] 사회보험노조 진단과 과제 - 사회보험노조 현장 활동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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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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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29 07:40:55, 조회:2,166, 추천: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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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보험노조 진단과 과제
- 사회보험노조 현장 활동가
1.투쟁과 불만스런 결론-지도부의 기회주의
우리노조는 89년 70일 파업을 필두로 한때는 매년 전면파업을 벌이는 조직력이 막강한 노조였다. 그러나 2002년 월드컵 파업을 마지막으로 사실상 정부와 사측에 맞서는 강력한 대중투쟁은 사라진지 오래이다. 어떤 동지들은 이렇게 된 이유를 현실과 재빨리 타협하는 조합원한테 돌리면서 ‘더 당해봐야 정신 차린다’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다.
조합원들이 나이가 들고, 자식들이 성장하여 학부모가 되다보니 쉽게 투쟁에 나서려 하지 않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적들의 공격에 전면파업으로 맞서던 때가 있었다. 나는 그 수많은 투쟁들이 계급적으로 강화되지 못했고 지도부들이 조합원들의 요구와 투쟁의지에 응답하지 못하였다고 본다. 기회주의 지도부들이 투쟁 때 마다 적들한테 굴복하고 타협하여 투쟁을 팔아먹는 결론으로 매 투쟁이 정리되면서 조합원들이 투쟁에 더 이상 기대하지 않게 된 것이다.
2003년 8대 집행부의 무투쟁기조에서 출발하여 9대 때 적들의 공격에 투쟁해야 할 때 오히려 투항적 자세를 견지하면서 무너지고, 철저히 노사 협조적인 현 10대 집행부로 이어지면서 노조는 그야말로 식물노조로 전락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을 상대로 거의 어떤 투쟁도 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살아있던 현장조직력도 2005년 적들의 무차별공세에 무너지면서 사측이 현장질서를 거의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조합원들은 더 이상 노동조합에 예전처럼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그리고 노동조합 내에서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자주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2.강화된 자본의 대노조전략-법률적제도적인 완성- 무차별적인 공격
자본의 공격은 예전처럼 투박하지 않다. 때론 정교하게 때론 무차별적인 폭력으로 노동운동을 제압하고 있다. 87년 대투쟁이후에 현장권력이 일시적으로 노동의 편에 있었으나 자본은 신경영전략을 도입하면서 노동운동을 순치하는 작업을 끊임없이 진행하면서 2006년 현재 남한 내 대공장은 금속, 공공 할 것 없이 대부분노조가 협조·어용노조로 전락해있는 상황이다. 자본은 정리해고법을 통과시키고 파견법을 밀어부쳤고, 최근에 노사관계 로드맵마저 한국노총과 작당하여 밀어붙이고 있다. 현장에서 노동운동의 약화를 노린 것이 현장통제 기법들(ERP, BPR 최근에는 그것의 변종들이 무수히 생겨나고 있다)의 도입이었다면, 총자본 입장에서는 대 노조 무력화를 위해서 로드맵 등 법·제도적인 완성을 위해서 광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노사정 협조주의에 물들어서, 자본의 탄압에 맞서 투쟁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교섭상대로 전락하면서 사실상 자본에 투항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2000년부터 시작된 사회보험노조를 겨냥한 사측의 ‘투쟁파 압살하기’ 노무관리 기법은 바로 이런 총자본과 총노동의 역관계를 반영하면서 그들이 창조한 것이 아니라 이미 자본의 신경영전략이 성공한 현대중공업이나 한국통신을 모델로 하고 있는 총자본 경총의 작품일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2005년 원거리 전보와 부당징계, 해고는 아마도 사측으로서는 노조의 마지막 숨통을 끊는 작업의 일환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작년 사측 놈들의 탄압은 유래가 없는 것이었고 대부분은 성공했다. 현 집행부는 많은 부분 조직력을 복구했다고 자랑하고 있지만 현장조직력은 지금 어디가 바닥인지도 모른다.
3. 협조적인 이데올로기가 조합원의 의식을 갉아먹고 있다!
1989년부터 2000년까지 사회보험노조의 핵심적인 슬로건은 '의보 통합'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의보 통합’이라는 슬로건에 덧칠했던 모든 민중적인 의미들이 허구라는 것을 금방 인식해갔다. 노조 내에는 두 가지 조류가 있다. 하나는 현장통제 분쇄와 생존권 문제에 중심을 두는 입장이고 다른 하나는 공단 위상강화와 제도 개선을 중심으로 제도문제에 깊이 개입하여 득을 취하자는 입장으로 대별된다.
최근 제도 문제에 천착하고 있는 노조 내 정책실과 집행부는 4대 보험통합(징수공단)문제를 다루면서 찬성 쪽으로 기울어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그동안 보험자 위상강화, 공단 위상강화 같은 논리가 계속 심화 발전한 결과라고 본다. 현 정책실 멤버는 역대 집행부가 바뀌어도 그대로였다. 또한 의료산업화 문제에서는 노사가 의견이 같았고, 최근 4대 보험 통합을 주장했던 김용익은 노조와 정책실이 물적, 인적 지원을 하고 있는 건강연대 소속이다. 어떤 주장을 하더라도 제도 문제에 천착하는 이데올로기는 조합원의 의식을 갉아 먹고 있다. 조합원들에게 투쟁보다는 투항적인 실리를 취하라고 한다. 또 한편 정리해고만 안 당하면 된다는 고용안정 논리가 그들의 주요 기조다. 자본과 정권의 최근 구조조정은 정리해고가 아니다. 오히려 인력재배치나 현장통제기법으로 노동강도를 강화시킨다. 그런데 집행부는 정부의 ‘인력감축 없다’는 말을 ‘구조조정 없다’라고 치환시키고 있는 것이다.
4대 보험 통합문제도 온전하게 정권의 구조조정의 일환이라는 우리들 나름의 인식은 통합찬성론자들과 대별되는 입장으로써 선명해질 것이다. 이데올로기가 바로 현장을 반영한다면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한 규정을 올바르게 내리는 것이 바로 우리들의 이데올로기이고 그것을 분명하게 선전선동하는 일이 중요하다.
4. 붕괴되어가는 투쟁파, 견고해지는 협조세력
2004년 현장투쟁(강동, 노원, 은평)과 2005년 원거리전보 반대와 노조 탄압 분쇄투쟁은 모두가 자발적으로 조직된 투쟁들이라는 점과 집행부의 방관 속에 무차별적으로 탄압받은 투쟁들이라는 점이 공통점이다. 또한 최근에 9.2일 투쟁에 대한 희생자 구제규정 문제나 해고자 임금 일방지급중단 등 노조 내 투쟁파들의 입지를 죽이려는 작업이 안팎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장투쟁이 거대한 대중적인 투쟁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오히려 적들의 탄압에 집행부가 수수방관한다면 이는 노조와 사측의 견해가 일치하는 것이다. 적들도 노조 순화 작업으로써 “투쟁파 압살하기”이지, 노조 자체를 파괴시키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최근 노조의 태도는 노조원들이 자발적으로 벌여낸 투쟁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을 외면하고 탄압하는 것이다. 이는 노사협조세력이 견고해지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증거이다. 협조세력은 조합원들이 더 이상 투쟁에 기대지 않으려는 투쟁기피심리를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의 노조가 이렇게 된 것을 오히려 투쟁파에게 뒤집어씌우면서 악선동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런 악선동에 맞서야할 투쟁파는 사분오열하고 있고, 이제는 노조 내 하나의 세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지 조차 의심스럽다. 투쟁파들은 2004년 공동 서명운동 이후로 어떤 공동투쟁도 만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투쟁파라는 것도 조직된 실체가 아닌 이상 현실 속에서 투쟁하지 않으면 투쟁파가 아니다.
5.현장을 강화하고 노조를 계급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어떻게 나아가야 하나?
현 시기는 매우 복잡하게 노동자운동 내에 조직적인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징수공단, 산별 전환 문제, 로드맵, 노조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탄압(?)들... 그러나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징수공단과 관련해서 지난 중집, 중앙위에서의 반동적인 행위, 산별문제의 관료적인 추진과 해고자 임금지급 일방중단과 9.2일건 문제 등 우리는 전혀 공동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해법은 여전히 첫째는 현장을 강화하는 일상투쟁과 일상적인 조직화다.
둘째로 매 사안마다 이데올로기 투쟁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공동의 현장투쟁을 만들기 위해 분투해야 한다. 여기 모인 동지들이라도 치열하게 투쟁을 전개해가야 한다. 난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끊임없이 공동실천을 모색해가야 한다고 본다.
우리 노조는 타 노조와 틀리게 현장운동이 발전되지 않고 있다. 현장조직은 현장조직 답지 못하고 사조직이라 불릴 정도다. 음모집단처럼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노조 내에서는 비판문화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 현장조직은 비판과 비난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서로에 대한 존중이 바탕이 되어야 하며, 그 신뢰를 만들어가는 것은 작은 실천부터 함께 하는 것이다. 관료적이고 투쟁 회피적인 노조 내 세력에 맞서는 현장운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제조직은 현장조직으로 자기발전을 해야 하고 현장 내 공동투쟁의 경험을 확대해야 한다. 선거 때만 등장하는 선거조직이 아니라 현장조직으로 거듭나고 현장운동을 강화해야만 협조적으로 굴러가는 노조에 비판적인 정화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난 우리 노조 내 투쟁적 세력은 공개적으로 활동을 해야 한다고 본다. 현장조직운동으로서의 현장운동에 복무해야 한다.
선거 시기에 당선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선거주의로는 극복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일상적인 투쟁을 공동으로 모색하고 실천할 때 길이 열릴 것이다. 벌어지고 있는 문제들에서부터 공동실천계획을 수립하자. 그것이 출발점이다. 투쟁!!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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