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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75호] 법인화 투쟁의 쟁점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바 - 서울대 총학생회 연대사업국장 안진영
노정협   2011-06-27 00:19:31, 조회:7,247, 추천:177
  
법인화 투쟁의 쟁점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바    


- 서울대 총학생회 연대사업국장 안진영

  


법인화란? 대학의 민영화/기업화!  

서울대 법인화법은 원래 정부주도의 국공립대 법인화법으로 제출되었다가, 2005년에 반대투쟁의 성과로서 제출되지 못하였다. 이에 ‘선택적 법인화’의 방식으로 서울대만 우선적으로 시행할 것을 골자로 하는 ‘서울대 법인화법’이 2008년부터 추진되었고, 2010년 12월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예산안 부수법안으로 묶여) 졸속으로 ‘날치기 통과’되었다. 이로써 서울대는 2012년부터 국립대에서 독립된 법인으로 전환 될 예정이다.

법인화는 말 그대로 대학을 ‘민영화/기업화’하겠다는 말과 다름 아니다. 실제로 최근의 국립대학들은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으며, 이를 반등시키기 위해서 대학 스스로를 개혁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방안으로 법인화가 대두되고 있는 것인데, 그 내용은 국가의 제한적인 재정지원에서 벗어나 국립대학 법인으로의 전환을 통한 대대적인 수익사업/산학협력과 기술이전/전략적 투자 등으로 재정확보에 대학이 발 벗고 나서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인화를 통해 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게 되겠다는 것은 위기의 ‘원인’이 근본적으로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지를 짚지 못하는 것과 같다. 대학의 위기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로 인한 개별 민족 국가의 재정구조 약화, 그리고 그에 따른 교육재정의 축소에서 기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갈수록 재정이 악화되자 ‘경쟁력, 세계 일류 대학으로의 도약’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내놓으면서 ‘공공부분 영역’의 비용을 계속해서 민중에게 떠넘기고 있는 형국일 뿐이라는 것이다. ‘법인’으로 전환 되어 재정확보에 주력하게 될 경우, 대학은 지금의 사립대학들과 마찬가지로 학생들에게는 배우고 싶은 학문에 대한 제한과 등록금 폭탄을, 대학교 노동자들에게는 임금삭감과 고용 불안정성을 증가시킬 것임이 분명하다는 우려가 괜히 불거지는 것이 아니다.

이는 자본주의 스스로가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것과 같다. 때문에 ‘법인화’는 단순히 ‘교육영역’에만 머무르는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위기’를 노동자민중에게 전가시키려는 지배계급들에게 명확히 책임을 묻을 수 있는 하나의 기제로서 제 역할을 다 해야 할 것이다.


2011년 5월의 막바지에서, 또 다시 투쟁이 불타오르다


위와 같은 입장에서 서울대 총학생회에서는 법안이 졸속으로 통과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법인화의 문제점을 알려내고 투쟁을 조직하려 하였다. 하지만 마음과 다르게 투쟁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고, 대학본부에서는 ‘서울대 법인화 설립준비위원회 (이하 설준위)’를 꾸리며 법인화 추진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하였다. 설준위 추진 과정에서 대학본부는 실행분과(복지, 장학금 관련) 중 한 곳에 총학생회가 들어올 것을 제안하였지만, 설준위에 참여한다는 것은 곧 법인화를 인정하는 것이 된다는 판단에 따라 들어가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이와 관련하여서 학생들의 의견을 조금이라도 반영하기 위해서는 한계적이라도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일부의 의견이 있고, 관련하여 총학생회의 법인화에 대한 입장과 설준위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를 밝히면서 ‘설준위 해체와 법인화 전면 재논의’를 요구하고 함께 행동할 것을 묻는 ‘비상총회’를 진행하였다. 비상총회에는 2000여명의 학생들이 모였고, 90% 이상의 찬성으로 ‘설준위 해체’에 대한 의견이 모아졌다. 그리고 이를 관철시킬 행동방식으로서 본부 점거가 확정되면서 비상총회가 끝난 직후 바로 본관을 점거하였다. 투쟁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점거 초반, 대학본부는 점거로 인한 업무 마비 때문에 근로장학생의 장학금과 일용직 노동자들의 임금을 지급할 수가 없다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여론을 호도하기 시작했다. 중요 업무는 부분적으로 허용하고 있었다는 것이 알려지고 대학본부가 비난을 화살을 피할 수가 없게 되자, 총장은 본부를 찾기도 하였다. 하지만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에 임할 자세를 보여주지 않으면서 투쟁을 지지하던 모든 이들의 분노는 더욱 커져만 갔다. 매일 저녁 촛불집회를 진행하고, ‘총장실 프리덤’ 뮤직비디오 제작, 본부스탁 등 학생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통한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가면서 점거는 유쾌발랄하게 지속되었다.

점거 중반이 지나면서부터는 교과위와 국회에 책임을 묻기 위해 서울 도심 집회, 당사 앞 기자회견 등을 진행하면서 투쟁을 상승시키고자 하였다. 이 과정에서 대학본부나 교과위 등은 계속해서 책임을 지지 않고 대답을 회피해오면서 점거는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었다. 그러다 최근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법인화를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방안을 합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더 이상 대학본부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닌 국회를 대상으로 투쟁에 역량을 쏟아야겠다는 판단에 따라 전학대회를 통해 점거 해제가 결정되었다.


투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투쟁을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현재 점거 해제에 대해서 열심히 투쟁을 전개해 왔던 사람들은 ‘거점’을 없앨 경우, 투쟁의 동력까지 잃을 것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부정적인 상황만을 두려워하며 무기력해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금 어떻게 투쟁의 동력을 모으고 투쟁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머리를 맞대는 것이어야 한다.

이에 대해서 언론들은 ‘합의’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법인화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와 향후 투쟁 의지는 묵살시킨 채, 법인화를 다시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는 대학본부의 의견만 소식으로 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안타까워 할 시간조차 우리에겐 없다. 이번 점거 투쟁을 통해서 법인화의 문제점이 여론화 된 만큼 이를 활용하여 새로운 투쟁을 기획하는 데 힘을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 투쟁하는 노동자민중들이 각자의 투쟁에 고립되지 않고 만날 수 있는 기획들도 함께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투쟁이 끝난 것이 아니라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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