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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74호] 진보대통합 비판3 선거연합과 연립정부론, 독점자본 분파 민주당으로의 포섭 노선!
노정협   2011-05-27 11:04:36, 조회:7,013, 추천:176
  
  
진보대통합 비판 (3 )
선거연합과 연립정부론, 독점자본 분파 민주당으로의 포섭 노선!



요동치는 부르주아 정치권과 개량주의 진영

2012년 총선과 대선이라는 정치적 격변을 앞두고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 4.27 보궐선거 이후에 그 격변의 속도와 폭은 더욱 빠르고 넓게 격랑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가장 높고, 전통적인 지지 지역인 분당과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참패했다. 지난 4.27보궐선거는 이명박정권과 한나라당의 패배이고 민주당의 승리였다. 민주노동당 역시 야권연대를 통해 순천 국회의원 선거와 울산 동구청장 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민주당과 함께 승리의 보조축이 되었다. 진보신당은 보궐선거에서 참패하고 내부 분열이 가속화되고 있다.

민주당의 야권단일 정당은 노동자계급을 포섭해서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고 독점자본의 양분파가 번갈아가면서 집권하는 미국식 양당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재보선 이후에 "민주개혁진영을 하나로 통합하는 의지와 비전을 갖고 통합 작업에 나서야 할 것"(손학규 "민주개혁진영 통합 나서야" 야권통합론 '봇물', 머니투데이, 2011.05.02)이라며 야권통합을 주장하고 나서고 있다. 빅텐트론(대통합론)을 주장하며 민주당의 구상과 부합하는 문성근 역시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처럼, 진보정당을 흡수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야권단일 정당론은 진보대통합 논의에서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외부적 변수이다.

개량주의 진영 내부의 진보대통합 움직임은 부르주아 정치세력 보다도 더 혼란스럽게 나타나고 있다. 현재 진보대통합 관련해서 대략 몇 가지 흐름이 존재하고 있다. 먼저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는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복지국가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시민회의(시민회의), 진보정치세력 연대를 위한 교수.연구자모임(진보교연),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공식적인 통합 논의 틀이다. 연석회의는 지난 17일 정책담당자 회의에서 "이념정당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합의된 것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하는 게 맞다.(민주노총)"고 하여 서구 사민주의 정당 같은 국민정당 노선을 밟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공식적인 통합 기구인 연석회의와 다른 외각에서 ‘진보의 합창’을 불러대는 조직이 있다. 공식적인 진보대통합 논의 틀에서는 이른바 ‘북문제’, ‘선거연합과 연립정부’ 문제 등을 둘러싸고 진보신당과 사회당이 민주노동당에 강하게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진보신당 지도부는 반공, 반북주의와 패권주의를 이유로 민주노동당과의 분당을 주도했지만 사실상 분당으로 의회에 진출할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닫고 이제는 통합의 전도사가 되었다. 그러나 공식적인 통합 틀에서는 진보신당 정기 당대회에서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독자파가 내건 ‘반북노선’의 상한선에 얽매여 있다.

진보신당 지도부는 이러한 통합의 전제조건을 고수하면서는 통합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노회찬, 심상정은 ‘진보의 합창’에 참여하여 진보신당 내부의 결의를 뛰어넘어 진보대통합을 달성하려 하고 있다. 현재 ‘진보의 합창’에는 진보신당 통합파 뿐만 아니라 민주노동당 지도부, 민주노총 지도부와 산별노조 간부들, 진보학계 등이 대거 참여함으로써 통합논의에 난항을 겪고 있는 연석회의를 대신하는 실질적인 통합기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진보신당 내부에서는 박용진 부대표 등이 참여하는 ‘복지국가진보정치연대’가 있다. 이 기구의 출범식에는 주대환이 중심이 되는 ‘사민주의연대’와 김기식의 '내가 꿈꾸는 나라' 공동준비위원장, 백승헌 ‘희망과 대안’ 운영위원장, 박석운 진보연대 공동대표 등과 진중권이 참석했다. 새로운 노동자정당 추진위(새노추)는 진보신당 독자파, 사회당(전국노동자회), 노동전선 일부가 참여하고 있다. 새노추는 반북기조를 유지한 채 반신자유주의를 노선으로 하는 새로운 진보정당건설을 시도하고 있다.


민주당의 진보정당 포섭 시도와 한호석의 ‘우리식 변혁담론’ 비판


진보대통합 움직임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야권연대와 야권단일 정당, 연립정부 문제다. 심상정이나 복지국가진보정치연대에서는 복지국가 노선을 바탕으로 해서 통합 대상을 국민참여당이나 민주당 일부(사실상 민주당)까지 포괄하고 있다. 현재 진보대통합의 실질적인 추동세력인 연석회의나 진보의 합창은 공식적으로는 진보세력들의 통합으로만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진보대통합에 있어서 가장 큰 외부적 변수인 민주당이 민주진보단일정당을 주장하여 진보정당을 포섭하려고 하는 상황에서 과연 진보정당만의 통합에 그칠지 미지수다. 그리고 대선은 총선과 달리 단일후보를 중심으로 선거가 이뤄지기 때문에 민주당의 진보정당 포섭 움직임은 진보정당을 외부에서 뒤흔들어 놓을 것이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민주당까지 포함하는 단일정당 건설에는 반대하고 있지만 국민참여당이 진보대통합에 참여 요청을 해놓은 것에 대해서 열어놓고 논의한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진보대통합의 움직임은 부르주아 정당인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은 물론이고 진보정당 내부에 이탈자가 생기거나 최악의 경우 민주당과의 통합까지도 갈 수가 있다. 민주노동당 내에서 김창현은 연립정부를 반대한다고 했지만 사실상 대선에서는 연립정부가 노골적으로 부상할 것이다.

진보대통합 관련해서 부르주아 정당인 민주당과의 야권연합이나 연립정부, 최악의 경우인 단일 정당에 대한 비판이 좌파진영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는 민주당에 대한 노동자계급의 태도, 또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대표체인 당의 태도와도 관련이 있다. 우리는 민주당을 독점자본의 한 분파로 간주하고 있다. 국민참여당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과거 김대중정권이나 노무현정권에서 보여줬듯, 이명박정권 하에서 한-미FTA, 한-EU FTA 문제, 비정규직 노동법 개악이나 각종 노동법 개악, 또는 최근 전북버스 파업이나 민주당 시장인 고양시청의 행신동 철거민 탄압에서처럼, 명백하게 친자본가 정당이고 노동자의 적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현재 노동자의 주적이 아니다.

현재 노동자의 주적은 한나라당과 이명박정권이다. 노동자계급이나 그 대표체인 정당은 한나라당과 이명박정권을 분쇄해야 한다. 주적을 분쇄하기 위해서는 반한나라당, 반이명박정권에 반대하는 모든 계급이나 정치세력들을 통일전선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민주당은 반한나라당, 반이명박전선에서 일시적으로 제휴할 수 있다. 물론 그 제휴의 조건은 노동자계급의 독자성과 자주성, 혁명성을 기초로 해서 민주당에 발목을 잡히지 말고 그 위선과 이중성을 폭로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좌파 진영 일각에서 ‘자본가 정당과의 무조건적인 연합 반대’ 노선은 통일전선을 세심하게 사고하지 못하는 것이다.

통일전선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실업자와 취업자, 국내 노동자와 이주노동자와의 노동자 계급 내부의 아래로부터 통일전선에 기초하면서 위로는 한국노총과의 통일전선으로 확장해 들어가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개량주의 정당과의 상층 통일전선을 바탕으로 해서 한나라당을 포위 고립시키고 부르주아 정당 내부의 모순을 활용하기 위해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 민주당까지 포괄하는 상층 통일전선으로 다양하게 확장해 들어가야 한다. 민주당이 친자본가 정당이고 반노동자 정당이라는 이유로 통일전선에서 배제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명백하게 알고 있는 이러한 진실을 대중들에게 구체적으로 폭로할 수 있어야 한다. 통일전선은 현재 주적인 이명박정권과 한나라당을 대대적으로 포위 고립시키는 목표와 더불어 민주당의 견인 또는 대중들 앞에 그 계급적 실체를 대대적으로 폭로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진행되어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문제는 소부르주아는 물론이고 노동자계급 다수도 민주당을 한나라당의 대안세력으로 간주하고 있고 이명박정권이 파괴하고 있는 민주주의를 복원할 세력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자계급은 자신의 생존권적 문제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투쟁의 전위로 나서야 한다. 이 과정에서 대중투쟁을 중심으로 민주당과 공동투쟁을 제안하면서 민주주의 투쟁을 확산시키는 동시에 민주당의 반노동자성을 대중들 자신의 경험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회를 중심으로 하는 야권연대도 마찬가지다. 원론적으로 보면 한나라당에 맞서는 의회 내에서의, 선거에서의 야권연대 전부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과거 러시아 혁명 과정에서 레닌과 볼셰비키도 황제체제를 옹호하는 우익정당인 흑백인조라는 주적에 맞서서 자유주의 정당, 민주주의 정당과 일시적으로 선거연합을 하기도 했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민주대연합으로 표현되는 민주당과의 한시적 연대나 조건부 선거연합 자체에 있지 않다. 문제의 본질은 선거 그 자체를 전략으로 생각하는 의회주의, 개량주의에 있다. 의회주의 세력들은 선거를 통해 집권하는 것을 전략적 목표로 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자민통 세력들에게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한호석 통일학 연구소 소장은 혁명적 언사를 사용하면서 가장 논리적이고, 확고한 전략적 형태로 연립정권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구체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 단독집권을 대체할 합리적 대안은, 두 말할 나위 없이, 전술적 야권연대를 뛰어넘은 전략적 야권연합에 의한 공동정부 수립이다. 전략적 야권연합에 의한 공동정부 수립만이 민주당 단독집권을 저지할 대안인 것이다....민주노동당이 야권연대를 요구하는 민심의 지지를 얻어 야권연합에 의한 공동정부 수립을 추진할 때, 그 때 비로소 미국과 정면으로 맞붙는 정치대결을 시작하는 것이며, 민주노동당이 야권연대를 요구하는 민심의 거대한 흐름에 자신을 일치시킬 때, 오직 그러할 때만이 미국과 맞붙는 정치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25년 동안 기다리며 준비해온 정치대결, 2011/05/14)

한호석은 야권단일정당 수립에 대해 반대하면서도 연립정권 수립을 민주주의 변혁의 1단계로 보고 있다. 한호석은 중도연립 정부 수립을 통해 민주주의 변혁의 1단계를 완수하고, 주요 산업 국유화와 우리식 보편적 복지제도 수립 및 자립경제 체제로의 전환을 통한 민주주의 변혁의 2단계, 진보적 민주주의 강령과 자주적 평화통일 강령을 완수하는 3단계 과업을 완수하는 변혁단계를 전망하고 있다. 물론 이 ‘우리식 변혁담론’ 과정에는 공동연립 정부 수립 이후의 성과를 바탕으로 하는 진보정당의 단독정부 수립도 포함돼 있을 것이다.

현재 변혁단계가 민주주의 변혁이라는 주장은 여기서는 일단 논점에서 제외하겠다. 한호석의 ‘우리식 변혁담론’은 확고한 변혁전략으로 표현돼 있지만 전혀 변혁적이지 않다. 아무리 변혁전략 앞에 ‘우리식’이라는 수사를 부친다 하더라도 전혀 창조적이지 않고 한 사회의 특수성을 반영한 혁명전략 또한 아니다. 한호석의 변혁담론은 철저하게 의회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

변혁의 문제는 본질적으로 국가권력에 대한 태도와 직접 관련이 있다. 역사상 모든 혁명은 저마다의 특수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 본질은 국가권력에 대한 태도와 관련이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변혁은 혁명을 통해 국가권력을 타도하고 노동자 권력을 수립하느냐, 자본주의 내에서 선거를 통해 집권하여 자본주의를 점진적으로 변화시키는 의회주의냐 이 둘중의 하나의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식민지, 반식민지라는 특수성을 반영하여 인민권력을 세운다 하더라도 그것은 자본주의 체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부르주아 체제와 단절하고 프롤레타리아 독재로 이행하는 것이다. 칠레 아옌데처럼 선거를 통해 집권했다고 해도 프롤레타리아 혁명으로 나아가지 못할 때 결국은 부르주아 반혁명에 의해 패배하는 비극을 부를 수밖에 없다.

한호석의 변혁 경로는 의회주의일 뿐만 아니라 대단히 주관적이고 몽상적이다. 한호석의 주장에는 전략전술의 기본이 되는 힘의 역관계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 현재 야권연대와 야권연합의 당면 최종 목표인 정권교체와 연립정부 구성이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 중심에는 민주당이 있다. 이미 민주당의 진보정당 포섭전략에 대해서는 언급한바 있다. 2012년 총선에서 진보정당이 아무리 약진한다고 하더라도 민주당이 야권연합에서 주도성을 발휘할 것은 분명하다. 오히려 지금과 같이 민주당에 기댄 야권연합은 이번 보궐선거에서 보듯 부분적으로 진보정당의 의석을 확대할 수는 있어도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주도성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야권연합을 통해 정권교체를 달성하고 당면 최종 목표인 연립정부를 수립할 경우를 가상해보자! 한호석은 대선 승리로 공동정부를 수립하게 되면 “그때 비로소 미국과 정면으로 맞붙는 정치대결을 시작하는 것이며”, “민심의 거대한 흐름에 자신을 일치시킬 때, 오직 그러할 때만이 미국과 맞붙는 정치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한다. 한호석의 변혁담론은 철저하게 평화적 이행노선이다. 평화적 이행노선으로 선거를 통해 합법적으로 집권한 진보정당이, 그것도 독점자본 분파인 민주당의 압도적 우세 속에서 공동정부를 수립한 진보정당이 미제국주의와의 결전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

평화적 이행노선으로 공동집권 한 뒤에는 갑자기 돌변하여 무장봉기 노선으로 전환하기라도 한다는 것인가? 아니면 능수능란한 외교력으로 미제축출을 완수한다는 말인가? 미제와의 결전이 아니더라도 민주주의 변혁의 2단계로 가는 국유화와 보편적 복지제도, 자립경제 체제 전환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국유화는 그 자체로 진보적인 조치가 아니다. 자본주의 국가 내에서의 국유화는 결국 독점자본을 위한 국유화에 불과하다. 독점자본의 한 분파인 민주당이 주도하는 정부 내에서 어떻게 반자본주의적인 국유화를 달성할 것인가? 국유화 조치가 공동정부 수립 이후의 성과를 바탕으로 진보정당의 단독정부에 의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사정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현재 주요 산업 대다수는 독점자본이 소유하고 있다. 독점자본이 소유한 기업을 어떻게 인수할 것인가? 독점자본이 보유한 주식지분을 사들여서 인수할 것인가? 아니면 독점자본 몰수와 국유화 조치를 취할 것인가? 독점자본이 소유한 기업을 몰수하고 혁명적인 국유화가 아니라면 국유화 조치를 달성할 다른 무슨 방책이 있겠는가?

정권교체와 연립정부 수립이라는 당면 최대의 성과는 진보정당의 운명을 공동정부의 운명에 내맡길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공동정부 수립 이후에 반노동자적인 조치를 취한다면 공동정부에서 이탈할 것인가? 그렇게 된다면 공동정부 수립을 통한 변혁의 2단계로의 전진 계획은 치명적인 차질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공동정부 수립이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진보정당은 최대치의 지분이 고용노동부장관, 보건복지부장관, 환경부 정도에 그칠 것이다. 총선에서 진보정당의 승리로 지분이 조금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민주당의 주도성은 확고하게 유지되는 선에서 지분이 제공될 것이다.

왜 역사적으로 개량주의 정당이 참여한 모든 연립정권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가? 그것은 연립정권에서 개량주의 정당이 내각 구성에 참여한다고 하더라도 그 권력의 성격은 독점자본의 권력이라는 본질을 바꿀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국가권력은 단일한 계급의 권력이다. 개량주의 정당이 단독으로 정권을 장악한다고 하더라도 독점자본을 분쇄하지 않으면 독점자본의 사회지배력은 확고하게 유지되는 부르주아 독재 권력이다. 독점자본의 지배를 위해 조직화된 거대한 행정기구, 법조기구, 군대, 경찰, 정보기구, 언론, 방송 기구를 내버려 둔 채 연립정권으로 장관직 몇 개를 장악한다고 해서, 더 나아가 선거로 개량주의 정당이 집권한다고 해도 이러한 각종의 부르주아 기관의 거대한 틈바구니 속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독점자본이 소유한 기업, 금융기구는 또 어찌할 것인가?  

결국 연립정부나 개량주의의 집권을 통한 집권은 자본주의를 점진적으로 변화시킨다는 의도에도 불구하고 부르주아 독재 체제에 머무름으로써 반노동자적이고 반인민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서구에서 사민주의 정권이 권력을 장악하여 사회복지 체제를 일시적으로 달성한 것도 장기호황이라는 물질적 조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민주의 정권의 복지체제는 장기호황만으로 달성된 것이 아니다. 쏘련 사회주의의 물질적 성과가 버티고 있었고 노동자계급이 쏘련을 전망으로 해서 사회주의 변혁을 추구하여 독점자본의 사회지배 질서를 위협했기 때문이다. 독점자본은 노동자계급의 투쟁으로 인해 부르주아 체제가 전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부분적인 양보를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러한 조건이 없는 상태에서 연립정부나 개량주의 정당의 집권은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 연립정부가 반노동자적, 반인민적 조치를 취한다면 개량주의 정당은 공동의 책임을 질 수밖에 없으며, 노동자 인민의 원성을 사게 될 것이다. 따라서 연립정부 수립 이후의 성과를 바탕으로 2단계 민주주의 혁명으로 전진한다는 한호석의 변혁전략은 주관적이고 몽상적일 수밖에 없다.

한호석의 ‘우리식 변혁담론’이라는 거창한 수사가 아니더라도 현재 진보대통합에서 민주노동당 다수, 진보신당의 심상정, 신언직 등 통합파 다수가 대선에서 연립정부를 추구하고 있다. 총선에서 통합진보정당은 선거연합을 통해 이번 보궐선거처럼, 민주당이 양보한 의석부스러기 일부 지분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진보대통합의 목적은 가능한 국민참여당까지도 끌어들여 민주당으로부터 총선 지분을 많이 획득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선에서의 선거연합은 단일후보 전술을 기반으로 해서 정책연합을 구사하는 길 외에 다른 수단은 없다. 철저하게 민주당 중심의 대선이 되는 것이다.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라는 목표는 민주당의 하위 파트너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보궐선거에서의 민주노동당의 승리와 통합진보정당을 통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성공이 패배를 촉진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혁명의 문제를 회피하고 ‘근본변혁’ 운운하는 개량주의자들


민주주의의 토대를 제공해줄 것이라며 김대중과 조순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했던 다함께는 진보대통합 관련해서도 역시 현상 추수주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시민회의가 제시한 “자본주의 극복” 대신 “자본주의 폐해 극복”을 넣자는 안이 다수의 지지를 받자, 좌파들이 “자본주의 폐해 극복”은 자본주의를 인정하는 것이므로 안 넣으니만 못하다는 태도를 취하면서 “새로운 대안사회”라는 표현이 들어갔다고 한다. “자본주의 극복”을 유지하도록 일관되게 주장하고 설득하는 것이 첫째로 필요했을 것이고, 그것이 힘든 상황에서는 “자본주의 폐해 극복”이라도 반영되도록 하는 게 더 적절했다고 본다.(김문성, <레프트21> 56호 진보대통합 3차 합의문  ‘자본주의 극복’ 문구 삭제는 부적절하고 불필요한 후퇴다, 2011-05-10)

다함께는 민주노동당이 최근 사회주의 강령 삭제 시도를 하고, 연석회의 합의문에서는 자본주의 극복 대신에 새로운 대안사회가 들어갔다고 개탄한다. 그렇다면 민주노동당이 강령 삭제 이전에 사회주의 이상 운운하고, 진보신당이 반자본주의를 내건다고 해서 양당의 개량주의적 성격이 조금이라도 바뀌는가? ‘자본주의 극복’이 아니면 ‘자본주의 폐해 극복’이라도 넣었어야 한다는 주장은 차선이 아니면 차악이라도 선택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주의 논리를 연상시킨다. 시민회의가 ‘새로운 대안사회’도 반대했으면 그때에는 ‘자본주의 점진적 개혁’이라도 받아들여야 하는가? 다함께의 입장대로라면 유로코뮤니즘은 공산주의를 내걸고 있으므로 대단히 진보적인 것이 된다. 사회당은 사회주의 정당이 된다. 사회주의자는 현상 추수적 태도가 아니라 현상의 계급적 본질에 대해 과학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과학적 사회주의자라면 개량주의자들이 수사로 내거는 자본주의 극복, 폐해극복이라는 수사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개량주의의 정치적 본질을 분석하고 폭로해야 한다.

한편 민주당과 함께 ‘복지국가 단일정당론’를 주장하고, 사회주의 강령을 삭제하려는 민주노동당의 우경화를 비판하면서 소유변혁, 구조변혁이 이뤄지지 않고서는 ‘복지문제’의 해결도 있을 수 없다는 좀 더 ‘좌파적’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금이야 무상급식 수준에서 복지 문제가 다뤄지지만 향후 무상교육과 무상의료를 관철하려면 교육과 의료 영역에 대한 소유 변혁, 구조 변혁이 이뤄지지 않고서는 한발도 더 나아가기 힘들다.(김종철 진보신당 서울동작당원협의회 위원장, 레디앙, 탈자본 구조변혁 없이 복지국가 없다 ,2011년 05월 12일)

마찬가지로 복지국가 담론을 비판하면서 ‘한국사회 개조론’ 주장이 제시되기도 한다.

복지국가 담론이 새진보당이 제시하는 한국사회 개조론이 될 수 없다. 새진보당은 <노동 존중과 시민 주체의 평화국가>라는 방향에서 대한민국 개조론의 담론을 설정해야 하고, 이것이 사회국가 문제의식의 구체적인 표현이라고 본다.(정종권 진보신당 새진추위원, 새진보당 건설에서 제기된 쟁점에 대한 의견, 2011.05.21))

새노추도 신자유주의 반대를 내걸지 않는 정치세력화는 근본문제의 회피라고 주장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극복 운동으로서의 분명한 방향성 없이 전개되는 비정규·불안정노동자의 조직화나 정치세력화는 시혜에 지나지 않으며 근본문제의 회피에 지나지 않는다. 비정규·불안정노동자의 조직화와 정치세력화는 구별되는 과제가 아니다. 두 과제 모두 반신자유주의의 분명한 방향성 속에서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넓게 나아가기 위해서는 더 분명해져야 한다.(새로운 노동자정당 추진위원회 추진위원 발족선언문, ‘더 넓게, 더 분명하게’, 2011년 05월 21일)

한호석과 마찬가지로 이들 역시도 구조변혁, 한국사회 개조, 반신자유주의 등 보다 급진적인 수사를 내걸고 있지만 자본주의 국가권력과 독점자본의 사회 지배, 사적소유 등 근본문제를 철저하게 회피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이 구조변혁을 하기 위한 방안은 공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을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여 노동자 대표가 참여하여 공공성을 명확히 하자는 정도이다. 이들은 한국사회 개조를 운운하고 있고, 반신자유주의 정치연합을 당면 과제라고 하면서 신자유주의를 낳은 자본주의 착취체제에 대한 ‘근본문제를 회피’하고 있다. 이들은 민주노동당과의 원칙 없는 통합을 ‘도로 민주노동당’이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이들 역시 ‘도로 진보신당’, ‘도로 사회당’이 될 수 있을 뿐이다.

유로코뮤니즘은 민주주의가 발전한 국가에서 선거를 통한 평화적인 이행을 통해 사회주의를 건설한다고 하지만 결국 자본주의 국가권력의 문제를 회피하는 한 부르주아 체제 내에 머무는 개량주의가 될 수밖에 없다. 평화적 이행을 내건 유로코뮤니즘의 역사는 바로 공산주의를 내건 개량주의의 역사이고, 한국사회의 ‘근본적 좌파’들이 우려하는 연립정권, 계급타협의 역사였다. 이들은 민주노동당이 사회주의 원칙을 강령에서 삭제하려는 것을 우경화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한국의 정치지형이 워낙 우경화돼서 그렇지 세계적 정치지형으로 보면 이들 역시 유로코뮤니즘 우파나 중도좌파 수준에 불과하다.  

2012년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한국사회 정치지형이 요동치면서 진보정당의 분열과 새로운 통합이 추구되고 있고, 민주당으로의 포섭이 가속화되고 있다. 진보정당의 우경화는 단순히 강령에서 사회주의 원칙, 반자본주의라는 수사를 내걸지 않아서가 아니라 결국 혁명의 문제를 회피하고 선거를 통해 자본주의를 점진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의회주의, 개량주의의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다. 맑스레닌주의는 단순히 선험적인 원칙이 아니라 자본주의 모순을 근본적으로 철폐하기 위한 가장 과학적이고 현실적인 노선임을 명심해야 한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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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2 기타   [창간1호] 혁명가들의 말/말/말    노정신 2005/02/26 172 1787
631 현장기고   사회보험노조의 7월과 12월 선거는 무엇을 보여주는가?    노정신 2005/01/31 172 1665
630 전체보기   노동자정치신문 준비 7호 반전투쟁에서 나타나는 좌우편향 비판    노정협 2005/01/26 172 1634
629 전술   지역 선봉대의 조직화는 계속되어야 한다! (선봉대의 필요성과 임무)    노정신 2004/12/23 172 1828
628 정세   [102호(통합114호)]극우파쇼 박근혜 정권의 반동적 공세와 반격의 불씨    노정협 2014/02/24 171 2095
627 기고   [100호]인도 비하르(Bihar) 주(state), 소달구지 자본가의 몰락 - 인도 독점자본주의 체제의 강화    노정협 2013/11/29 171 2853
626 현장기고   [99호] 규약시정명령 거부! 공안정국 돌파! 투쟁하는 교사노동자로 우뚝 서자! -전교조조합원    노정협 2013/10/22 171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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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3 기타   [34호] 사회주의란 무엇인가? - 니꼴라이 부하린 (러시아어 번역: 임채희)    노정협 2007/11/29 171 1810
622 현장기고   [29호] 계급적 단결이 비정규직지회를 분열하고 파괴하는 것인가? -기아자동차비정규직노동자    노정협 2007/06/27 17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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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0 기타   [창간11호] ‘문화다양성 협약’과 자본의 이해대립    노정신 2005/12/30 17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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