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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노동자는 왜 ‘사회발전기금’을 거부해야 하는가?
노정신   2005-01-16 14:51:18, 조회:1,627, 추천: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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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노동자는 왜 ‘사회발전기금’을 거부해야 하는가?




1. 임단협에 갑자기 등장한 사회발전기금

민주노총의 2004년 임단협 요구에서 눈에 띄는 요구안이 하나 있다. 아니 눈에 거슬리는 요구안이 있다. 민주노총의 ‘노동연대기금’이나 완성4사 노조의 ‘산업발전 및 사회공헌기금’조성 제안이다. 보건의료노조도 ‘노동연대기금’을 핵심 요구의 하나로 제기하고 있다. LG정유노조를 비롯한 여수 유화단지 노조들은 ‘지역사회발전기금’ 조성을 임단투 공동요구로 내걸고 있다.
민주노총은 연대기금의 취지로 3가지를 들고 있다.
“1) 노사간의 사회적인 책무 강화 2) 임금격차와 차별해소 분위기 확산 3) 산업(업종)별 대화 촉진 계기”

이석행 민주노총 사무총장의 말을 들어보자

“중소영세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복지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분위기 형성과 실현 가능한 연대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함. 이런 측면에서 연대기금 조성은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음” <연대 기금 조성방침과 추진 현황>

금속산업연맹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김호규 금속산업연맹 사무처장의 말을 들어보자.

“첫째, 노사간의 사회적인 책무를 강화하자는 취지입니다. … 둘째, 산업정책에 기여를 함으로서 고용을 보장하자는 것입니다. 제조업 공동화 등으로 인한 고용의 침체가 우려됩니다. … 단시간 고질의 노동을 통해서 산업이 유지될 수 있는 방안을 만들기 위하여 대책들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는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문제이고 이런 방안을 만들기 위한 기금을 설치하자는 것입니다. 셋째, 심각하게 왜곡되는 노동시장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의 하나입니다. … 일정한 기금을 조성하여 비정규직의 보호를 비롯하여 기술훈련 등 숙련을 통한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이뤄내는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넷째, 내수시장의 침체에 대한 일정한 대비책이 될 수 있습니다. … 다섯째, 노동조합운동의 전략적 발전을 위한 시도로서 의미가 있습니다.”
<산업발전 및 사회공헌기금에 대하여>

노사가, 아니 노사정이 힘을 합쳐서 임금격차를 해소하고 산업발전에 기여하여 사회발전에 공헌하자는 것이다. 노사가 함께 연대하여 노동의 질적향상을 이뤄내고 고부가가치 축적체제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것은 실상 “노동연대”가 아니라 “노자연대”이다. 노자가 연대하여 남한 자본주의 산업을 고도화시키고 국제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사회에서 이윤의 원천은 노동력에 대한 착취이다. 노동의 질적 향상을 이루어내고 축적구조를 고도화하는 것은 그 계급적 본질에서는 착취구조를 고도화하는 것을 의미할 따름이다. 노동자가 자발적으로 고도의 착취를 받을 준비를 하는 것이다. 자본 간의 세계경제전쟁에 노동자가 자발적으로 지원하여 나서라고 촉구하고 그것을 조직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조직화를 산별노조와 노조의 경영참가를 통하여 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우리의 노동력을 목욕재계시켜 착취의 재료로 바치겠으니 요리방법을 함께 고민하여 좀 아프지 않게 모양 좋게 요리해 달라고 간청하는 것과 같다.
금속연맹은 ‘산업정책에 대한 개입’을, 금속노조는 ‘산업공동화에 대한 대책’을 임단협 핵심요구에 명시하고 있다. 자신들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고 확고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보건의료노조도 산별노조와 연계하여 노동연대기금 조성에 힘을 주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올해가 산별교섭의 원년으로서 산별교섭의 취지에 걸맞는 요구를 산별5대 요구로 확정함. 그 중 의미 있는 요구가 바로 노동연대기금 조성 요구”라고 밝히고 있다.  
이런 주장은 결국 노조의 사회적 역할, 전략적 입장으로 이어진다. 노조가 경제적 이익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고 사회적 연대에 앞장서자는 것이다. 노동연대기금 또는 산업발전 및 사회공헌기금은 이런 시도의 상징적 수단이자 분위기 조성용으로 제기되었기 때문에 현장의 임단협에서 강력한 요구안으로 제출되어 추진되기 보다는 상징적 제스처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대기업노조도 대기업노조 이기주의에 빠져서 대기업 노동자의 경제적 이익에만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와 사회발전에도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상징적 조치 또는 이미지 제고 수준에서 기금제안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완성차 4개 노조에서 이 요구안은 제대로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요구안에 대하여 “별 볼일 없다”는 식으로 무시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이 요구안은 첫째, 04년 임단협에서 어떻게 제기되고 실천되느냐의 여부와 상관없이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집행부에 의하여 끊임없이 ‘조세정책’과 연계되어 사회적 빈곤과 불평등 해소방안으로 거론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민주노총 집행부가 밝혔듯이 당장의 직접적인 문제해결의 수단이 아니라 민주노총의 사회개혁요구를 알리고 분위기를 조성하는 상징적 조치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민주노총 집행부의 사상적 입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 예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사회발전기금 조성 요구가 현장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과 상관없이 기금의 주장에 들어가 있는 사상적, 계급적 입장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2. 비정규직 철폐인가 비정규직에 대한 시혜인가?

비정규직의 확대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과 임금을 비롯한 노동조건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문제는 그 현상에 대한 서술이 아니라 그 원인과 해결책이다. 민주노총은 “논쟁보다는 실천방안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하면서 연대기금을 실현가능한 노력의 시발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민주노총의 입장에는 비정규직의 확대는 한국의 잘못된 정책과 왜곡된 구조가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이 왜곡된 정책과 구조를 노사정이 공동으로 논의하고 협력하여 개선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비정규직의 문제를 해결해 보자는 것이다. 기금조성제안은 이런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의 확대를 자본주의 발전의 산물이 아닌 잘못된 정책의 탓, 특히 ‘한국적 현상’으로 취급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해결방향도 비정규직 철폐, 자본주의체제의 극복이 아닌 노사 상층부만의 논의와 정책 협력을 통한 점진적인 개선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청와대에서 노사정이 합의한 노사정 대표자회의를 보라!

“경제적 세계화가 진행되며 노동시장 유연화 등과 같은 변화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한국사회에서 비정규직의 급등과 임금, 복지 차별은 도저히 인정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상태임. 또한 IMF 이후 독과점 위주의 경제구조 심화, 원하청 불공정 거래와 납품단가 인하 압력 등으로 인해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저임금을 강요당하고 있음. 이런 상황에서 한국경제가 장차 건강하게 발전하리라고는 도저히 기대할 수 없음”
<이석행, 연대 기금 조성방침과 추진현황>

민주노총은 신자유주의 정책과 세계화를 비판해 왔다. 노자대등한 사회관계와 정책의 확대, 지역간 협력과 연대를 신자유주의 정책과 세계화에 대한 대안으로 제출했다. 그리고 이제는 좀 더 현실적인 정책과 대안을 내놓고 있다. 자본의 세계화는 인정한다는 것이다.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세계적 수준의 비정규직 확대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남한자본주의 사회의 비정규직 상태는 세계적 평균을 훨씬 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세계적 수준의 비정규직은 인정하되 이 수준을 넘는 비정규직은 해소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저임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천민자본주의 경제구조’를 바꾸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등하고 균형있는 경제구조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적 대안을 노사가 공동으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여 건설적인 대안을 마련하자는 것이 이수호 민주노총 집행부의 비정규직 노동자, 중소기업 노동자의 상태에 대한 대안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왜곡된 남한 자본주의 경제구조를 세계적 수준에 맞게 바꾸는 것, 남한자본주의를 정상화시키는 것을 비정규직 노동자와 중소기업 노동자의 현재 상태에 대한 대안으로 제출하고 있다. 이런 남한 자본주의 경제구조의 정상화는 노자간의 수평적 협력관계, 재벌해체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평적 협력관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 민주노총 집행부의 입장이다. 이 입장은 노자관계와 자본주의경제구조를 계급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국민통합적 관점,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이 입장은 제조업 공동화와 노동시장의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산업발전기금 및 사회공헌기금을 주장하고 있는 금속산업연맹의 입장과 그 맥락이 같다.
그러나 이런 입장은 현실적 근거가 없는 주관주의적 환상에 불과하다. 자본은 본질적으로 보다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하여 존재한다. 자본은 최대의 이윤을 얻기 위하여 최대한도로 노동자를 착취한다. 정리해고, 노동시간 연장, 노동강도 강화, 임금삭감을 시도한다. 자본규모의 거대화는 자본축적운동의 필연적 귀결이다. 다시 말해서 자본의 독점화와 세계화는 끊임없이 이윤을 증식시키고 축적을 확대하기 위한 자본운동의 필연적 결과이다. 이미 삼성,LG,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남한의 대기업도 세계 곳곳에 지사를 두고 생산을 하고 있는 초국적 자본이다. 상품수출뿐만 아니라 생산의 세계화가 초국적 자본의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때에 민족주의적 관점, 국민통합적 관점을 주장하는 것은 반동적 주장에 불과하다. 자국의 계급투쟁을 매개로 노동자의 세계적 연대를 실천해야 할 때에 민족주의와 국민통합을 주장하다니! 이는 남한의 노동자와 다른 국가의 노동자를 자본의 국적에 따라서 경쟁시키고 대립시키는 反노동자의 관점, 反국제주의 관점이다.

비정규직 문제를 보자.
비정규직 노동자는 자본과 함께 나타났다. 실업자는 자본축적의 존재조건, 곧 자본이 자본으로 살아가는 본질적 조건이다. 실업자가 없이는 자본은 자본이 될 수 없다. 실업자가 있기 때문에 자본은 노동자를 경쟁시키고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압박하고 노동자를 통제할 수 있다. 자본의 경기순환에 따라서 노동자를 내쫓기도 하고 노동자를 흡수하기도 한다. 비정규직은 실업의 한 형태인 불완전 실업 곧 半실업자다.
비정규직이 확대되는 것은 자본의 규모가 커지고 자본축적이 위기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자본규모의 확대는 노동자의 일을 기계로 대체하고 생산규모를 극도로 확장시킨다. 그러나 자본생산의 세계화에도 불구하고 생산은 여전히 무정부적 상태에 놓여있다. 생산물이 남아돈다. 자본들의 경쟁은 더욱 격렬해진다. 자본은 이윤을 늘리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강화한다. 그리고 극심한 자본운동의 불안정과 불확실성에 맞추어서 유연한 생산구조를 갖춘다. 이 자본운동의 중심에 비정규직 노동자가 존재한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확대는 자본운동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자본의 격렬한 몸부림이다.

중소기업은 독점 대자본의 운동에 편입되었다. 독점대자본과 하나의 착취사슬체계를 형성하고 있다. 독점대자본뿐만 아니라 중소자본도 노동자가 폐지해야 할 착취체계의 한 구성부분이다.
현재는 자본운동의 세계화와 자본위기의 세계화시기이다. 비정규직의 확대를 자본의 생산 조절과 이윤율 하락을 막는 핵심적 조건으로 삼고 있는 시기이다. 자본운동의 극심한 불안정과 불확실성이 자본운동을 억누르고 있는 시기이다. 이런 시기에 대기업과 대기업 노동자가 연대기금 조성을 통하여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노동자의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지극히 반동적이고 비현실적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절한 고립된 투쟁과 그 핵심요구인 비정규직 철폐투쟁을 무시하고 짓밟는 짓이다. 위로부터의 관료주의적 교섭과 통제를 통하여 생색내기 결과를 얻어내고 그것을 통하여 독립적인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정규직 철폐투쟁, 노동자해방 투쟁을 억압하고 자본운동의 부속물로 만들려는 시도에 지나지 않는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시혜를 원하지 않는다. 투쟁을 원한다. 현장의 연대투쟁을 원한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가 지금만큼 현장에서 그리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것이 상층부의 교섭과 흥정의 결과인가? 아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을 불사하는 처절한 투쟁의 결과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투쟁할 때 민주노총 집행부는 무엇을 하였는가? 투쟁의 확대를 두려워하여 축소하기 바쁘다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니까 교섭과 흥정을 통하여 자신들의 통제 아래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이것을 민주노총 집행부는 뻔뻔스럽게 소모적 논쟁이 아닌 건설적인 실천이라고 부르고 있다.
대기업 노동자의 임금인상액 일부를 적립하여 비정규직 노동자와 중소기업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겠다는 발상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분절구조를 그대로 둔 채 약간의 시혜를 베풀겠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철폐를 위하여 비정규직과 정규직 노동자가 공동으로 투쟁하는 것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노동자 노동조건의 하향평준화를 용인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는 시혜를 원하지 않는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앵벌이 집단이 아니다. 현장에서의 철저한 연대투쟁을 원한다!



3. 사회통합인가 양극화 심화인가?

민주노총 집행부는 연대기금을 사회통합력을 높이는데 이용하려고 한다.

“연대기금 조성은 4.15 총선 이후 국민들의 사회개혁 요구가 높아지고 사회적 대화 분위기 또한 형성되는 단계에서 매우 의미있는 의제로 부각되고 있음. 향후 정책의 기본 방향은 노사간 적극적 대화를 통해 사회적 통합력을 제고하는 것이어야 함”
<이석행, 같은 글>

즉 연대기금은 노사협력체제를 구축하여 사회적 통합력을 높이는 수단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알 수 있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사회를 계급의 관점이 아니라 국민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민주노총 집행부의 입장이 현실성을 얻으려면 계급과 계층간 대립은 국민적 통합력으로 바뀌어 나가야 한다. 점차적으로 계급간의 격차가 줄어들어야 한다. 노동자의 실질적인 생활조건이 개선되고 자본가의 재산이 줄어들어야 한다. 한마디로 소위 중산층이 지배적인 인구를 차지해야 한다. 노동자의 중산층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일찍이 개량주의 아버지인 베른슈타인은 19세기 말엽 일시적 자본의 번영과 안정을 근거로 맑스의 양극화론을 비판하고 자본주의 사회는 점차적으로 양극화가 아닌 사회통합적 경향 즉 국민통합적 형태로 이행하고 있다는 진단을 했다. 여기에 기초해서 평화적인 의회주의 전략을 주장했다. 물론 자본주의 진행은 제국주의 전쟁을 통하여 베른슈타인의 입장을 산산이 부수어 버렸다.
그러나 오늘의 세계자본주의 현실, 남한 자본주의 현실은 어떠한가?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생활조건이 개선되고 중산층이 확대되고 있는가? 사회통합적 경향이 증가하고 있는가? 아니다! 오히려 노자적대의 정치가 사회전체에 전면화되고 있다. 고용불안이 심화되고 노동강도가 강화되고 비정규직 확대되고 소부르주아지의 파산이 줄을 잇고 있다. 교육, 의료, 주택, 영양, 노년, 문화생활에서 격차가 급속하게 심화되고 있다. 자살은 교통사망자를 앞지르고 신용불량자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세계자본주의 상황이나 남한 자본주의 상황은 국민통합적 조건의 확대가 아닌 계급적 대립과 갈등의 조건의 확대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민주노총 지도부가 국민통합적 노동운동을 주장하는 것은 계급적 노동운동에 대한 관점과 확신, 대담성을 결여하고, 노동자의 전망창출에 실패한 절망적, 패배주의적, 속물적 운동노선의 포로가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과 부르주아 정당은 노동자에게 정치적 전망을 제시할 능력이 없다. 또한 지난 보궐선거에서 나타난 것처럼 정치는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있다. 전혀 소위 국민(?)들의 요구를 담아낼 수 없다. 우리는 이 점을 반복해서 지적했기 때문에 다시 말하지는 않겠다.
현재 민주노총 지도부는 현실 계급투쟁의 조건이나 현장 노동자의 절실한 열망을 담아내는 것을 포기하고 자신들의 주관적 열망, 안정적 지위, 정치적 출세를 위하여 자본과 자본가 정권에 굴복하고 타협하는 노사협조주의 길을 선택하고 아주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런 입장은 1990년대 초반에 창궐했던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 사회발전적 노동운동의 전면화에 지나지 않는다.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잠시 회상하자. 박승옥의 입을 빌려보자.

“구태의연한 임금, 단협투쟁은 이제 노동조합을 자본, 권력이 마련해 놓은 우리에 그대로 집어넣을 수 있다. … 노동조합 간부 수 천 명이 토지, 주택문제의 구체적 해결을 요구로 내걸고 국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것과 임금 인상 15%의 요구를 내걸고 시위, 농성을 벌이고 화염병을 던지는 것과의 차이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노동조합은 이제 사회발전이라는 시각을 전제로 운동을 전개해 나가지 않는 한 자본, 권력의 노동통제전략을 분쇄시킬 수가 없다. 토지, 주택문제의 해결이야말로 이 나라 경제를 살리고 한국사회를 발전시키며 이것이 실질적인 근로조건의 개선,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개선임을 자각해야 한다. 공해문제, 교통문제, 범죄문제, 교육문제, 언론의 관급기사화문제 등 노동조합이 앞장서서 문제제기하고 해결해야 할 사회적 모순과 비리는 너무도 많다. 그리고 이 과정자체가 민주변혁의 학교이다.”
<박승옥, 한국노동운동, 과연 위기인가>

이런 입장을 민주노총 지도부는 오늘날 실천하고 있다. 금속산업연맹에서 주장하는 노동의 질의 확보를 통한 산업경쟁력 확보 또한 이미 90년대 초에 김형기에 의하여 주장된 것의 반복이다.

“진보적 노자관계의 제3요소인 ‘생산적 노자관계’는 기술혁신에 적합한 노동조직의 창출을 통해 생산효율을 최대한 발휘하는 노자관계이다”
<김형기, ‘진보적 노자관계’와 ‘진보적 노동조합주의’를 위하여>

이것이 2000년대에 ‘고숙련 노동자 양성 -> 해당산업의 고부가가치화 -> 고용안정’이라는 이상한 공식으로 다시 제출되고 있다. 이 주장은 자동화, 신기술 적용 -> 단순조립공화 양산이라는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 또한 한 때 유행한 삼성의 ‘인재경영’과 한 치도 틀릴 바 없는 자본의 논리를 대변하고 있다. 자본에 의해 양성된 ‘고숙련 노동자’는 현장에서는 숙련을 쌓기 위한 노동강도 강화와 소수의 고숙련 노동자가 되기 위한 경쟁만을 가져올 것이다.
이런 주장들은 그 어떤 논리보다도 자본주의 자체의 발전결과와 노동자의 현장으로부터의 투쟁에 의하여 폭로되고 논파되었다. 그러나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노동자 체제의 전망 부재는 끊임없이 개량주의 세력에게 기회를 제공하였다. 대안세력이 창출되지 않고 현장의 전투적 세력의 힘이 약화될 때 개량주의 세력이 다시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와서 자신들의 논리를 관철시키고 있다.
이수호 민주노총 집행부의 주장도 현실 그 자체에 의하여 폭로될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노동자의 체제전망을 창출하지 못하면 개량주의 세력은 분쇄되지 않고 다양한 모습으로 자신들을 바꾸면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4. 현장 비정규직․정규직 총파업투쟁으로 비정규직 철폐하자!

자본주의는 만성적인 경기침체에 빠져있다. 노자적대는 지속적으로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비정규직은 줄어들기는커녕 더욱 더 확대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는 통합되는 것이 아니라 계급갈등과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 자본가 정치는 그 어떤 정치적 전망도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자의 현장투쟁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노동자의 고통분담을 주장하고 상층부의 부질없는 교섭을 통하여 비정규직의 고통을 완화시키겠다는 것은 현실의 착취구조를 인정하는 것이다. 비정규직의 독자적인 투쟁을 말살하는 것이고 비정규직과 정규직 노동자의 계급적 연대를 가로막는 것이다. 노동자가 현장의 투쟁을 통하여 얻어내야 할 것을 적당히 타협하여 꿀꿀이죽을 만드는 것이다. 남한자본주의 사회는 살벌한 계급사회이다. 끊임없이 계급갈등과 계급투쟁이 일어나는 계급사회이다. 사회통합이나 국민통합은 거짓이다. 자본의 안정적인 지배가 관철되는 사회구조일 뿐이다.
연대기금 또는 사회공헌기금을 거부하자! 단호하게 거부하자! 다양한 개량주의 요구와 함께 거부하자! 현장에서 비정규직 정규직의 공동파업투쟁의 조직화를 중심으로 비정규직 철폐투쟁을 조직하자! 비정규직 노동자가 앞장서서 독자적인 요구를 구체적인 투쟁계획으로 제출하고 현장의 활동가와 여러 현장조직, 정규직 노조집행부를 공동투쟁의 현장으로 이끌어내자! 더 이상 “왜 연대를 해주지 않느냐”고 하소연 하지 말자. 이제는 연대를 힘으로 투쟁으로 강제해야 할 때이다! 현장에서 착취관계의 철폐투쟁을 중심으로 사회전반의 적대적 관계를 폭로하자! 비정규직 철폐투쟁에 현장과 밖의 계급적 투쟁세력은 하나로 단결하자! 현장에서 노동자 사회체제의 전망을 만들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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