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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93호] 인도 마루띠 스즈끼 자동차 노동자들의 투쟁/이병진
노정협   2013-02-28 23:53:37, 조회:5,989, 추천:172
  
인도 마루띠 스즈끼 자동차 노동자들의 투쟁  


이병진(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전주교도소에 3년 반째 수감 중)




2012년 12월 9일에 인도 수도 뉴델리에 있는 암베드카 광장(Ambedkar Bhavan)에서 마루띠 스즈끼 노동자연맹(The Maruti Suzuki Workers Union)이 주도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이 집회는 마루띠 스즈끼 자동차 노동자들이 벌이는 투쟁을 넘어 인도 전체 자동차 산업 노동자들의 정치의식을 흔들어 깨웠다. 또한 지난 20년 동안 외국자본에 우호적이면서 반노동자 정책을 펼쳐왔던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에 대한 노동자들의 분노와 고통의 표출이었다.

이날 집회 이후, 마루띠 스즈끼 자동차 노동자들은 단식투쟁과 거리행진 시위로 투쟁을 지속하였다. 2013년 2월 5일에는 “전인도 저항의 날(All-INDIA of PROTEST)"을 선포하여 다양한 방식의 투쟁을 전개하였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과거의 투쟁 양상과 달리 델리 대학교 학생들이 조직적으로 이 투쟁에 참가하면서 자연스럽게 노동자-학생 연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기회주의와 경제발전 우선에 빠져 정부의 경제자유화 정책에 협조적이던 인도 공산당 계열의 '전국인도노동조합회의(All India Trade Union Congress)'와 맑스주의 인도 공산당 계열의 ‘인도노동조합중앙(Centre of Indian Trade Unions)'이 입장을 바꾸어 이 투쟁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에서 노동계급은 노동자 내부의 분열주의와 기회주의를 극복하지 못하여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마루띠 스즈끼 노동자들의 투쟁은 단결과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힘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이제 더 이상 물러 설 수 없는 절박한 노동자들에게 저항의 불을 댕겼다. 그 결과 연대와 투쟁의 불길이 들불처럼 퍼지고 있다.


성장하는 노동계급, 그리고 노동자들의 대량해고

마루띠 스즈끼 노동자들이 투쟁하는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해인 2012년 7월 18일에 일어난 우연한 사건이었다.

사건이 일어났던 그날, 노무관리 책임자인 삼쉬얼 싱(Samsher Singh)이 노동자들에게 작업지시를 하였다. 그는 상층 카스트 신분이었다. 그때 그는 구두수선공 카스트 출신인 자얄(Jiyalal)에게 그의 카스트 이름인 ‘데드(Dhed)'라고 불렀다. 이에 하층 카스트 출신 노동자들이 격분하였다. 노동자들의 항의에 오후 3시 경에 회사 측 대표와 노동자 측 대표가 만나서 대화를 하였다. 그런데 오후 7시 경에 500~600명의 노동자들이 회의장에 난입하여 집기를 부수고 불을 질렀다. 그 과정에서 회사 측 관리 1명이 사망했고 211명의 노동자들과 70명의 노무관리자들이 다쳤다. 이에 회사는 곧바로 10일 동안 공장을 폐쇄시켰다. 그리고 무려 546명의 정규직 노동자와 1,800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하였다. 또한 회사의 고발로 149명이 감옥에 갇혔다. 회사의 노동자 탄압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회사는 마루띠 스즈끼 자동차 노동자들이 2011년 55일 간의 힘겨운 투쟁으로 건설한 마루띠 스즈끼 노동자연맹(MSWU)을 와해하려고 온갖 형태의 공작활동을 벌렸다. 개별 노동자들에게는 마르띠 스즈끼 노동자연맹(MSWU)에서 탈퇴하여 회사가 만든 어용노조에 가입하게끔 강요하였고, 일부 노조 간부들을 돈으로 매수한 뒤에 회사에서 그만두게 하였다. 그리고 마루띠 스즈끼 노동자연맹(MSWU)을 불법단체로 만들었다. 마루띠 스즈끼 노동자들은 해고노동자 복직과 노동조합 인정을 요구하며 지금도 싸우는 중이다.


열악한 자동차 노동자들의 현실

마루띠는 인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800cc 자동차 이름이다. 인도 정부는 1981년 일본의 스즈끼 자동차 그룹과 합작회사 설립 협정을 맺고 1983년부터 마루띠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는 현대자동차가 인도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기 전까지는 인도에서 승용차 시장을 독점하였다. 요즘에는 많은 자동차 제조 회사들과 경쟁이 치열하여 마루띠 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이 많이 떨어졌다. 그런데도 2012년도에 인도에서 생산한 자동차의 44.9%가 마루띠 스즈끼 자동차에서 만들어졌다.

이처럼 마루띠 스즈끼 자동차는 인도 최대의 외국인 합작회사로서 엄청난 돈을 벌고 있지만,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으로 고통 받고 있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은 8,500루피에서 17,000루피(원화로 30만원에서 60만원 사이)인데, 공장 근처의 4m×4m 크기의 방 1칸에 부엌과 상수도가 있는 집 월세가 3,200루피이다. 최근 인도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본다면 얼마나 적은 임금을 받고 착취당하는지 금방 알 수 있다. 또한 7일 가운데 6일을 일하는데도 휴일 근무수당이 없다. 만약 휴일 근무수당을 요구하면 그에 상응하는 보너스 금액을 월급에서 제외하므로 노동자들은 체념하고 휴일에도 근무한다. 비정규직과 일용직에게는 각각 4,000루피와 1,600루피의 임금을 주고 있다. 하리야나(Haryana) 주 정부의 최저임금이 5,000루피인데도 이런 터무니없는 임금을 주고 있다.

고용의 형태를 살펴보면 마루띠 스즈끼 자동차가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표1>은 마루띠 스즈끼 자동차 회사의 고용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표1> 마루띠 스즈끼 자동차 노동자 고용 상황(2011년/명)
출처: Workers Autonomy Strikes in India, 2012년(자세한 출처는 참고자료 확인)


마루띠 스즈끼 자동차는 모두 8개의 공장을 뉴델리 근처의 공업지역인 구루관(Gurgaon)과 만사르(Manesar) 지역에 두고 있다. 작년에 노사 갈등이 일어났던 만사르 지역의 공장 A의 고용형태를 보면, 정규직 1,000명에 비정규직 800명, 견습공 400명, 일용직 1,200명으로 비정규직이 정규직의 2~3배에 이른다. 고용 형태가 얼마나 불안정한지 알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공업지구에 인구가 몰려서 집세와 식료품 가격이 폭등하여 일반 노동자들은 근처에 집을 구할 수도 없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멀리 30km~50km 떨어진 곳에서 출퇴근 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그런데도 회사는 단 1분만 지각하여도 오전 근무수당을 삭감하여 노동자들의 불만이 크다. 그런 일자리조차 비정규직들은 항상 해고에 두려워하며 파리 목숨처럼 지내고 있다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노조 건설 투쟁

이런 조건에서 노동자들은 회사의 허수아비 노릇을 하는 어용노조를 거부하고 자주적인 노동조합을 만들려고 하였다. 그걸 눈치 챈 회사가 개별적으로 노조원들을 회유, 압박하였지만, 마루띠 스즈끼 자동차가 생긴 이래 최초의 파업이 2011년 7월 4일부터 17일까지 일어났다. 그러자 회사는 파업 주동자들을 해고하고 공장을 폐쇄하였다. 회사의 손실이 커지자 회사가 노동자들과 대화를 하기로 약속하고, 이로써 노동자들은 1차 파업을 풀었다. 하지만 하리야나 주정부가 마루띠 스즈끼 노동자연맹을 공식적인 노조로 인정하지 않자 회사 역시 새로 만든 노조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 회사의 강경한 입장에 맞서 노동자들은 다시 단결하여 투쟁하였다.

그런 새 노조 건설을 위해 싸우는 마루띠 스즈끼 자동차 노동자들을 지지하고 연대하는 운동이 일어났다. 인근 지역에 있는 자동차 산업 노동자들까지 움직였다. 9월 3일에는 델리 대학생들이 노동자들을 지지하며 시위에 동참하였다. 이처럼 광범위한 대중들의 관심과 자동차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여론이 높아졌다. 그런데도 회사는 그런 여론을 무시하고 10월 3일 또다시 공장을 폐쇄하였다. 그러면서 시위에 참여했던 1,200명의 노동자들이 공장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다.

한편, 공장 안에서는 노동자들이 작업 배치를 바꾸고 공장 밖의 동료들과 소통하지 못하게끔 노동자들을 철저히 통제하였다. 그러나 이런 회사의 억압적인 통제가 공장 안의 노동자들을 분노케 하였다. 결국 10월 7일에는 공장 안에 있던 노동자들이 공장폐쇄 해제를 요구하며 격렬한 2차 파업을 하였다. 그날 파업에는 Maruti Suzuki in Manesar, Suzuki Powertrain, Suzuki Castings, Suzuki Motorcycles가 참여하였다. 마루띠 스즈끼 자동차의 8개 공장 가운데 4곳에서 동시에 파업을 한 일은 놀랄만한 일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자동차 부품사인 Omax, Lumax DT, HiLex, Lumax, Endurance and Technology, Degania Medical Device, Fcc Rico, Satyam Auto의 1만 명 노동자들이 동조파업을 하였다.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갔다. 구루관과 만사르 공업지역에는 600개의 사업장이 이 파업의 직접 또는 간접적 영향으로 공장가동을 멈추었다.

급기야 파업사태의 장기화를 우려한 맘모한 싱(Manmohan Singh) 인도 수상이 10월 14일 정부개입을 발표하자 그날 바로 2,500명가량의 경찰 병력이 공장에 들어가 파업 노동자들을 강제 해산시키고 노동자들을 구속하였다.

경찰의 강제 진압으로 파업은 해산되었지만, 그런 정권의 폭력적 개입은 오히려 노동자들의 정치의식을 흔들어 깨웠다. 이틀 후인 10월 16일 전국적 단위의 노동단체들이 마루띠 스즈끼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입장을 발표하였고 가까운 노이다(NoIDA) 공업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을 자극하여 노이다 지역의 노동자들도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파업을 벌였다. 10월 20일에는 콜까타에서 마루띠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집회도 열렸다.

이처럼 인도 전체가 인도 정부의 반노동자 정책에 항의하며 들끓자 10월 21일 마루띠 스즈끼 자동차 회사는 해고자 97명 가운데 64명을 복직시키고 계약직 1,200명을 복직시키겠다고 하였다. 또한 출퇴근 버스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회사는 새 노조인 마루띠 스즈끼 노동자 연맹(MSWU)을 인정하는 대신에 ‘고충위원회(grievance committee)'와 ’노동복지위원회(labour welfare committee)'를 설치하자며 협상을 요청하였고 하리야나 주정부와 경찰의 중재로 최종합의를 하였다.

마루띠 스즈끼 자동차 노동자들은 자주적으로 새 노조를 인정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장기간의 파업에서도 자동차 노동자들은 단결투쟁의 성취와 가능성을 깨닫고 더욱 강력한 투쟁을 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


노동계급의 조직화 경향

마루띠 스즈끼 자동차 노동자들의 투쟁은 생존을 위한 최저 임금을 요구하는 것에서 시작되었으나 회사의 노동자 탄압과 정부의 반노동자 정책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면서 노동자들의 정치적 각성이 높아진 결과 예전과 다른 노동운동의 “조직화” 경향을 선명히 보여주고 있다.

마루띠 스즈끼 자동차에서 새로운 노동운동을 주도하는 세대가 18~25세 사이의 젊은이들이라는 점도 주의 깊게 짚어 볼 대목이다. 인도가 외국 자본에게 특혜를 주고 신자유주의 정책을 시작한지도 20년이 되었다. 그 정책의 수혜자들이 되어야 할 20대들은 점점 더 심화되는 경제 양극화와 악화되는 가난 속에서 인도 독점자본주의의 모순을 체험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젊은이들은 과거 세대에 비해서 교육수준이 높고 미래에 대한 꿈이 크지만 빈부격차와 불평등한 사회 현실에 깊은 절망감을 느끼는 것이다. 이런 사회의 모순을 인식하고 그것을 바꾸어 보려는 역동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흐름은 기존의 인도 공산당 계열 좌파 노동운동의 흐름과 또 다른 경향이다. 인도의 최대 좌파 노동조합은 이런 새로운 운동의 도래에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현장에서 투쟁 의지와 열기는 뜨거워지는데 좌파 노동조합의 관료주의적 형태 때문에 강고한 계급투쟁 전선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그런 좌파 노동조합 틀을 벗어나 20대 젊은 신세대들이 마루띠 스즈끼 자동차에서 무려 2년 가까이 새로운 노동조합 건설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 것을 볼 때 곧 도래할 인도 노동계급의 성장과 힘을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마루띠 스즈끼 노동자들의 투쟁은 인도의 자동차 노동자들의 조직적 단결과 노동운동의 전진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인도 노동자들에게 자신감을 북돋워주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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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및 단체 참고자료

Communist Party of India(Marxist-Leninist), “Report on incident at Maruti Suzuki Ltd on 18th July 2012”

Maruti Suzuki Workers Union, “Join State Wide Cycle Rally and Right to Justice Rally in Rohtak on 27th January 2012”, January 20, 2013

Maruti Suzuki Workers Union, “Protest Demonstration in Janta Mantar : 19th December 2012”, December 17, 2012

Maruti Suzuki Workers Union, “All-INDIA DAY of PROTEST”, February 6, 2013

Mouvement Communiste, “Workers Autonomy Strikes in India : Maruti Suzuki Strike at Manesar (June, September, October 2011)”, May 2012. Bruxelles I, Belgium


신문자료
Sanjay Yadav, "Manesar Maruti Workers on Strike, rally on Thursday", The Times of India. Nov 8, 2012

Karthikeyan Sundaram & Siddharth Philip, "Rioting Maruti Workers Face Murder Charges After Death", Bloomberg, Jul 20, 2012

Sumant Banerji, "A bumpy ride ahead for Maruti?" Hindustan Times, Jul 22, 2012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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