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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58호]부패와 타락의 대학 총학생회 선거를 뒤엎자!
노정협   2009-12-31 18:01:08, 조회:1,967, 추천:167
  
부패와 타락의 대학 총학생회 선거를 뒤엎자!
  



가을이면 학생들은 학생회 선거에 열을 올린다. 학생회 선거 시즌은 학교마다 다른 분위기 지만 전반적으로 학생들의 무관심 속에서 치러진다. 각자 입후보한 후보들은 자신과 같이할 선거본부원들을 모집하고 정책을 짜고 선거운동을 한다. 과거 지식의 상아탑, 해방구로 불렸던 대학과 기성 정치판의 비판자로 선두에 서있던 학생들의 자치활동은 지금 점점 힘을 잃어 가고 있다. 더욱이 이번에 밝혀진 것처럼 학생회 선거 과정은 부르주아 선거판과 다름없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대, 이화여대 등 총학생회 선거과정에서 여러 논란이 불거지면서 학생회 선거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었다. 많은 언론매체에서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는데 이렇게 논란이 불거진 것은 대학들의 지명도가 높은 것도 있지만 그 내용이 다소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의 자치선거가 국회의원 선거철마다 불거지는 비리, 흑백선전 등의 내용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아니 오히려 절차와 형식상에 있어서는 과거 독재정권 때나 들어보았을 법한 부정, 조작 투표까지도 벌어졌기 때문이다.


대학가 선거 풍토들   


처음 신문지상에 도배되었던 총학생회 선거논란은 서울대에서 시작되었다.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에서 선관위의 사전개표 의혹을 갖고 있던 한 선본이 증거를 잡기 위해 선관위실에 녹음기를 설치했다. 이 녹음 테잎을 사전개표에 대한 증거자료로 내놓으면서 의혹이 공론화 되고 더욱이 증거 수집을 위해 도청까지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선거가 무산되고 재투표를 결정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투표기간을 며칠씩 연장해야 겨우 과반수를 넘었던 투표율은 이 사건을 계기로 더욱 떨어졌고 결국 총학생회 선거는 무산되었다.

이화여대의 경우 3개의 선본이 등록 했는데 선관위에서 이중 한 개의 선본을 경고누적으로 후보박탈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당사자인 선본은 근거도 없는 경고로 자격이 박탈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보이콧을 진행했고 나머지 두 선본 중 한 선본도 후보 사퇴를 하고 보이콧에 동참하면서 단독후보로 선거가 진행되었다. 이 선거도 결국 무산되었다. 이 밖에도 경상대, 성균관대, 부산대, 용인대 등에서도 조작투표 의혹, 부정 선거, 후보자격 박탈, 조직폭력 개입, 후보의 성추행 문제까지 벌어지면서 각 대학의 총학생회 선거는 파행의 파행을 거듭했다. 서울대의 선거부정 의혹이 벌어지면서 학생회 선거는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고 다른 대학들에서도 매년 있었던 논란, 관행들이 하나, 둘 드러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비단 올해만 벌어진 일이 아니다. 이렇게 심각한 일들이 매년 진행된 선거과정에서 공공연한 비밀 혹은 별거 아닌 일로 치부되면서 넘겨졌다.

선거 정책과 과정에 있어서도 허위 공약이 남발되었고 직접적으로 금전적인 상품을 공약으로 내놓기도 하였고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과 비난 등이 난무했다.

물론 각 대학들의 부실한 선거 세칙과 중앙선관위의 허술한 선거 진행 방식에 대해 학생사회 일부에서 비판적인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은 선거에 무관심했고 그나마 관심 있는 학생들조차 투표만 할뿐 선거 진행 과정이나 공정성에는 관심이 별로 없었다.  

무관심 속에서 학생회 선거는 아무런 감시 없이 진행되었고 가장 기초적인 세칙조차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물론 이 세칙조차도 부실하기 때문에 선관위가 어떤 입장을 갖느냐에 따라 그 기준이 달라지기도 한다. 선관위가 각 후보에 대해 중립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의식조차 그리고 그것을 강제할 규칙도 없는 곳이 태반이다. 대부분의 학교 선관위는 기존 총학생회의 간부와 학생회들의 간부로 이루어진다. 이는 기존 총학생회가 선관위원으로서 선거에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강제하는 부분도 있지만 이 규칙은 오히려 특정 선본에 대한 선관위의 편파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작동하고 있다. 선거에서 유일한 유권해석 기관인 선관위의 결정은 절대적이다. 해마다 벌어지는 그리고 이번 이화여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선관위가 선거의 중립을 지키지 못하고 자의적인 유권해석을 하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투표와 개표 과정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기본적인 세칙들이 존재하지만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작정하면 누구든 조작을 할 수 있을 만큼 부실하게 이루어졌다.


운동권 vs 비권이 원인?  


이렇게 학생회 선거의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면서 이에 대한 원인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2000년 이후 힘을 잃은 운동권 학생들이 촛불을 계기로 다시 학생사회에서 힘을 얻고 대거 당선되자 운동권과 비권 학생들 간의 경쟁이 과열양상을 띄면서 선거가 파행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일면 근거가 있는 주장이지만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주장이다. 운동권이냐 비권이냐의 이분법은 현재 의회민주주의에서 벌어지고 있는 진보와 보수, 좌와 우 그리고 이념대립은 사람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결론 즉 실용, 실리주의 논리로 빠질 수밖에 없다.

현재 이러한 실용주의 노선은 노동조합에서도 폭넓게 퍼지고 있는데 학생사회도 이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학생회 선거의 부정과 비리의 원인은 이념과 사상이 대립한 결과물이 아니라 오히려 이념과 사상, 그리고 전망의 부재 속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런 부재한 현실 속에서 학생회 사업이 그리고 선거는 부르주아 정치판과 닮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고 이것은 대중들의 무관심을 가져 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작 문제는 운동권 vs 비권이 아니라 과거 민주화 운동의 한 축을 담당하던 학생사회, 특히 이를 주도했던 학생회 등의 자치활동들이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학회, 소모임 등은 점점 취업과 스펙 쌓기에 중점이 맞춰지고 있고 학생회 사업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점 때문에 학생들은 점점 보수화 되고 개인화, 파편화 되면서 학생사회 자체가 해체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학생들의 자치활동이 힘을 잃고 목적자체가 개인의 이해관계에 집중되면서, 큰 학교의 경우 한 해 학생회비로 수십억의 돈이 돌기 때문에 각종 이권이 개입하기도 한다. 교직원과 짜고 학교 지원금을 횡령한 경우도 있고, 학교에서 돈을 받고 등록금 인상을 합의 해준 경우도 있다. 각종 이벤트 회사와 기획사에서는 아예 후보 때부터 로비를 벌이고 당선이후 전속계약을 맺는 등의 일도 벌어지기도 한다. ‘총학생회장 하고 나면 차한대 뽑는다.’는 이야기는 농담 아닌 농담이 되었다.

온갖 비리와 부정으로 얼룩진 학생회 활동은 당연히도 학생자치 활동의 힘을 잃게 하면서 학생회는 점점 유명무실해진 기구가 되어가고 있다. 또한 학생들은 학생회 선거에 점점 무관심해지고 있다. 학생회의 학교와 학과의 사업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대학생활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취업공부와 스펙 쌓기가 되어 버린지 오래이다. 학생회 활동을 하는 것조차 스펙 쌓기의 일부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학생자치활동의 꽃이라고 불리는 학생회와 학생회 선거의 파행은 이미 자신의 손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와있다.


대의는 중요하다. 하지만 과정도 중요하다.  


개인의 이권 때문 만에 선거가 파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부산대 총학생회선거에서는 특정후보 등록을 위해 세칙을 개정한 것이 밝혀져 문제가 되고 있다. 후보자격 논란과 세칙의 밀실개정은 다른 학교에서도 벌어졌던 일이었지만 부산대가 특별한 이유는 세칙개정의 주체가 한대련소속의 학생활동가라는 사실이다. 물론 이 세칙개정의 이유는 등록금투쟁과 이명박 정부에 대한 투쟁을 하기 조직하기 위한 학생회 지도부를 세우기 위한 것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문제가 정당화 되는 것은 아니다.

성공회대에서도 총학생회 선거 진행 과정에서 후보자격 문제와 총학생회의 중립성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올해 4월에 진행된 한 대련 가입투표가 조작되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총학생회 선거진행에 대한 옹호와 한대련 가입투표의 조작을 반성하는 목소리에 항상 같이 나오는 것이 대의다. 총학생회가 세워지고 대학들 간의 연대가 이루어져야 등록금 문제와 이명박 정권에 대한 투쟁을 벌일 수가 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전적으로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어떤 총학생회인가 그리고 어떤 연대를 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닌가! 학생들의 무관심 그리고 비판 속에서 세워진 도덕적 정당성조차 없는 총학생회가 어떤 투쟁을 이끌 수 있고 어떤 연대를 할 수 있을까?


다시 기반을 다지자!  


이렇게 만천하에 폭로된 학생사회와 학생회 선거의 문제점을 다시 덮고 지나가면 안 된다. 학생회사회에 깔려있는 비리와 부정을 뒤엎고 처음부터 차근차근 다시 쌓아가야 한다. 몇몇 학교에서는 이런 파행적인 선거에 보이콧을 진행했고 선거 무산을 성공시키기도 하였다. 하지만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보이콧을 지지했던 대중들은 선거자체에 대한 무관심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라도 선거세칙을 개정하고 선거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또한 선관위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선관위를 견제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달력 사업들에 밀려 등록금투쟁에 밀려 이 문제를 도외시 하고 간다면 결국은 학생사회는 파편화 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고 그 개개인들도 힘을 잃어 졸업을 하고서도 사회에 순응하면서 살아 갈 수밖에 없다. 뿌리가 썩은 나무는 결국 열매는커녕 나무 전체가 죽어가게 된다.

민주노총과 대공장 노조들도 각종 비리가 밝혀지고 성폭행 파문까지 일어나면서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자본과 정권의 공세가 날로 심해지는 가운데 이러한 도덕성의 타락은 노동조합과 상급단체의 정당한 투쟁의 정당성도 갉아먹어버렸다. 현재의 투쟁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이러한 잘못들을 쉬쉬 한다면 오히려 더 큰 투쟁에서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대중은 절망과 실망 그로인한 무관심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본조차 지키지 않는 이가 누구에게 투쟁하라 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무엇을 쟁취할 수 있겠는가! 이번 기회를 통해 잘못들에 대한 두려움을 깨고 밑바닥부터 바꿔나가자!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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